비교적 주 업무 영역이 이름에 잘 나타나는 게임업계의 다른 직책들과 달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처음 들었을 때 게임 개발에서 어떤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지 잘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광고업계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직책은 광고의 기획을 담당하고, 제작물을 총괄하는 이를 뜻한다. 게임업계로 치면 하나의 아이디어가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과정을 조율하는 직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데브컴 2022에서는 이처럼 전 세계 게임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위한 패널 토크가 진행되었다. 크레이그 모리슨 EA DIC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토탈워'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의 야노스 가스퍼 게임 디렉터 등이 패널로 참석했으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위한 10가지 팁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강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크레이그 모리슨(Craig Morrison) EA DIC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해당 직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것에 빗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만약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가게를 준비하고, 이탈리아 요리를 잘 하는 셰프들을 고용하고, 신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가게의 시그니쳐 메뉴를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하기로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음식 하면 바로 떠오르는 메뉴고, 정말 맛있겠죠.

이 시그니쳐 메뉴를 고집할 수도 있지만, 더 좋은 접근은 여러분이 고용한 셰프들의 아이디어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까르보나라가 더 시그니쳐에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겠죠.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과 셰프들은 가게를 차리는 과정에 함께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보고, 맛보고, 어떤 메뉴가 더 좋을지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셰프 중 누군가가 이 가게의 시그니쳐 메뉴는 '라자냐'여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정말 맛있는 라자냐 레시피를 알고 있다면서 말이죠. 라자냐도 이탈리아 음식이니, 애초에 생각했던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혼자서는 생각지도 못할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레스토랑을 열고 난 다음, 가게를 홍보도 하고 손님도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나섭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팀원들은 주방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죠. 비록 위치는 다르지만, 모두가 가게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신뢰가 바탕에 있어야 합니다.

결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떻게 팀원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시킬 것인지보다는 같은 목표를 위해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라자냐' 비유와 함께, 크레이그 모리슨 디렉터는 팀원 모두가 같은 곳을 보고 달려나갈 수 있도록 방향은 제시해 주되, 팀원들이 자신의 창의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의 야노스 가스퍼(Janos Gasper) 게임 디렉터 또한 위같은 내용에 공감하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서로 이해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모든 팀원이 같은 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팀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권자에게 개발중인 게임에 대해 소개하는 것 또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몫이다. 의사결정자와 개발 팀,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는 게임이 소비자를 설득할 리 만무하며, 개발의 목표가 뚜렷한 게임일수록 팀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수월한 측면 또한 존재한다.

패널 토크로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모두 이러한 발표는 10장의 슬라이드 안쪽에서 핵심만 풀어내는 것을 추천했다. 그 이상으로 페이지가 넘어간다면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크며, 발표의 형식보다는 내용의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것이 원하는 경험을 공유하기에 수월하다는 것이 이들이 주장이다.

실제로, 만들고 싶은 게임이 이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것인지를 이미지, 영상, 문서로 전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경험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다면, 모든 팀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작업물을 만들게 된다. 피닉스 랩의 안네 지보(Anne gibeaul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만들고 싶은 게임이 무엇인지, 어떤 경험을 녹여내고 싶은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레퍼런스가 되는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팀이 함께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들이 주는 재미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게임이 어떤 경험을 선사하면 좋을지 공감할 수 있었다"며, "다만 이는 캔버스의 프레임을 짜는 과정일 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전문가들이 활약할 공간을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모리슨 디렉터 또한 덧붙였다. 그는 "팀에게, 또 경영진에게 모두 같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라며, 끝까지 기억에 남을만한 하나의 슬로건, '펀치라인'을 피칭의 마지막에 공유하는 것이 생각보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패널 토크에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자신들의 직책의 절반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라며, 팀원들 각각이 가진 아이디어와 우려, 야망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팀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공명시키는 역할임을 강조했다. 게임 개발이라는 거대한 기차가 모두가 원하는 종착지에 도달할 때까지.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위한 10가지 실용적인 팁
1. 아트, 오디오, 내레이션 및 게임플레이가 같은 의도를 따를 수 있도록 통합할 것
2. '북극성'은 묘사하되, 주변 은하는 미지의 상태로 놔두기
3. 10장의 슬라이드 안에서 핵심을 '내러티브' 단락으로 풀어내기
4. 레퍼런스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면, 원하는 경험을 모두와 느낄 수 있다.
5. 레시피를 함께 고르기 - 단합하여 같은 요리를 만들기
6. 개발이 당신, 그리고 당신의 팀에게 있어 개인적인 여정이 되도록 할 것
7. 피칭의 마지막은 비전을 아우르는 한 마디 펀치라인으로 마무리할 것
8. 비전에서 벗어났을 때 팀이 당신에게 도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줄 것
9. 감독 역할의 반은 듣는것이며, 나머지 반은 같은 메시지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
10. 맥락, 맥락, 그리고 또 맥락을 잊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