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출시된 '올리올리 월드'와 최근 출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롤러드롬'까지. 스케이트에 진심인 소규모 개발사 Rolly7은 2022년 한 해 동안 벌써 두 개의 타이틀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뿐만 아니다. Roll7에서 올해 출시한 두 타이틀 모두 메타크리틱 80점을 넘으며 좋은 평가를 유지하는 중이다.

지난 8월 16일 출시한 '롤러드롬'의 개발을 맡은 Roll7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래비트는 인터뷰를 통해 1년 안에 두 개의 타이틀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비결로 회사의 운영 방식과 훌륭한 팀원들의 노력을 꼽았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슈팅을 접목한 신선한 게임플레이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또 개발사인 Roll7은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폴 래비트 Roll7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 했을 독특한 플레이 담았다"

Q. 전작인 올리올리 월드에 이어 두 번째 스케이트 게임이다. 스케이트가 롤7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 롤러드롬은 올리올리 월드와는 매우 다른 스케이팅 게임이다. 둘 모두를 합쳤지만, 어떤 면에서는 스케이터보다는 슈터 장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Roll7 스튜디오에게 스케이팅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 자신을 비롯해 많은 팀 멤버들이 스케이트보드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혹은 둘 다 즐기는 분도 있다.

물론 이런 경험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멋지다. 하지만, 게임 스튜디오로서 우리는 스케이팅에만 특별히 집중하기보다는 거친 느낌의 '플로우'를 갖는 게임을 창조하고자 하는 발상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개발이념은 저희 게임 모두에 공통적인 철학으로, 우리는 롤러드롬이 이 철학의 예시라고 생각하며, 여러분이 꼭 플레이해 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롤러드롬의 개발에 영감을 준 요소는 무엇인가? 어떻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총을 쏘는 개념을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 게임의 초기 개념은 '이중 목적 디자인'에 중점을 둔 게임잼에서 비롯됐다. 해당 대회에서는 제한 시간동안 두 가지 목적에 부합하는 게임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했는데, 거기서 스케이트 묘기를 부리는 것으로 총의 탄약을 충전하는 게임을 생각했다.


Q. 롤러드롬만의 차별화된 게임 요소는 무엇인가? 개발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콘텐츠나 어려웠던 부분은?

= 핵심 메커니즘부터 스케이터와 슈터를 결합해 매우 특별하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만남이자 별난 조합이다. 아마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 한 게임일 것이다.

모든 개발 측면에서 노력했지만, 팀은 게임의 핵심 루프였던 스케이트와 슈팅 측면을 모든 플레이어에게 흥미롭고 만족스럽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길고도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마침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롤러드롬은 싱글플레이 게임이고, 멀티플레이 요소는 점수 경쟁뿐이다. 멀티플레이로도 재미있는 그림이 많이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싱글플레이에만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게임성을 보면 PvP로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PvP 콘텐츠가 있는가? 없다면, 향후 추가할 계획은 없나?

= 롤러드롬은 처음부터 싱글 플레이어 게임으로 구상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혼합 장르를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게임 모드를 제작하기 보다는, 장르적 측면에서 최대한 완성도 높게 구현하고자 했다. 우리는 롤러드롬이 싱글 플레이어 게임으로 탁월하다고 생각하며, 팬 여러분들에게서도 많은 열정을 볼 수 있었다.

Q. 레트로퓨처리즘의 개념과 함께, 2030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확실하게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굳이 주요 소재를 롤러 스케이트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 롤러드롬은 70년대 공상과학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기에, 당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함을 많이 담고자 했다. 예를 들어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라든지, 사람들이 언론이나 정부에게 통제된다는 발상, 그리고 롤러드롬이 TV로 방영되는 유혈 스포츠라는 점까지도 반영했다. 특히, 여기에는 영화 '롤러볼'도 게임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아마 게임을 마치는 시점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Q. 선보이는 액션을 보면, 상당히 난이도 있어 보인다. 실제 조작 자체는 어렵지는 않은지? 전체적인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한다면?

= 롤러드롬은 꽤나 도전적인 게임이고, 이는 의도된 사항이다. 플레이어는 생존을 위한 유혈 스포츠를 즐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감정을 느끼시기 바란다.

게임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정하기도 하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난이도가 어렵더라도 균형감 있고 즐겁게 느끼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술을 조정하거나, 무기와 적들이 잠금 해제되는 방식이나 시간 등을 비롯해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플레이어가 가장 어려운 최종 단계에 도달하기 전까지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탐구하고 배울 수 있도록 레벨 디자인을 배분하기도 했다.

Q. 리플렉스 모드의 기준이나 연출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 해당 기능을 제작하면서 생각한 과제는 '리플렉스 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순간의 게임플레이에서도 이용자들을 만족시키는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내부적으로는 플레이어들이 점프를 하고, 리플렉스 모드를 발동시킨 뒤 총을 발사하고, 다시 리플렉스 모드를 종료한 뒤 스케이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균형를 찾기까지 많은 반복이 이뤄졌다.



■ 소규모 개발사가 1년 안에 두 개의 게임을 성공시키는 비법은?

Q. 자칫하면 너무 복잡해질 수 있는 플레이 디자인이다. 과도하게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었을 것 같다. 이를 어떻게 방지하고자 했는지. 기획 측면에서 답변을 듣고 싶다.

= 과거 프로토타입에서는 스케이팅 메커니즘이 더욱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낙상했을 때 대미지를 입는다든지, 그라인딩 시 밸런스를 맞추는 미터기 등도 마련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슈팅 메커니즘과 함께 스케이팅 메커니즘까지 모두 담는다는 것은 너무 과한 설정이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간소화하고, 가능한 한 우아하고 간결한 메커니즘을 갖추는 데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플레이어들에게는 풍성한 조작감을 선사한다. 결과물이 나타나기까지 많은 노력을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상적인 결과를 선보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전반적으로 넓은 맵에 비해 적이 적어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난이도의 조절 문제 때문인가?

=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많은 적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게임 속 아레나는 더욱 붐비는 공간이자 도전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탈락하고 싶지 않다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주변에 등장한 적들을 재빠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아트 스타일이 만화책 같은 느낌도 든다. 혹시 이런 그래픽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준 부분이 있나? 강조한 이유가 있다면?

= 아트 팀에서는 플레이 환경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제한된 색상만을 사용했다. 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기 위해서인데, 이를 위해 색상이나 색채 강도에 대비 효과를 가미했다. 여기에는 고전 프랑스 코믹북과 벨기에 코믹북을 참고하기도 했다.

또, 화풍은 뫼비우스, 에르제 그리고 자콥스 등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단순한 몇 줄의 선만으로도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었는데, 이처럼 미니멀리즘한 작품을 참고했다. 오직 필수적인 것으로 담아냈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렸다. 색깔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Q.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은 보통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활용하는데, '롤러드롬'은 의도적으로 매우 강한 카툰 랜더링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그래픽 방향성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 롤러드롬이 놀라우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 게임이 되길 바랐을 뿐, 일반적이거나 사실적인 게임이 되길 바라지 않았다. 개발 초기부터 고전 프랑스와 벨기에 코믹북에서 영감을 얻은 ‘Ligne Claire(명료한 선)’ 스타일의 렌더링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렌더링 테스트를 처음 했던 때가 기억나는데, 보자마자 '이 스타일이야말로 게임에 걸맞은 스타일이야'이라고 확신했다.


Q. 1970년대 신디 음악 스타일을 도입했다고 매우 명확하게 명시했다. 비슷한 시기 유행했던 락, 팝, 디스코 장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신디 위주로 사운드를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

= 롤러드롬의 사운드트랙에서는 이탈리아 디스코와 프로그레시브 락의 느낌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주어진 과제는 신스웨이브 풍의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었는데, 1970년대 느낌을 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작곡가 조르지오 모르더, 그리스 음악가 반젤리스의 초기 음악, 그리고 미국 음악가 웬디 카를로스의 느낌을 사운드트랙 곳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Q. 소규모 개발사에도 1년에 두 개의 게임을 낼 정도로 부지런함을 보였다. 전혀 상반된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한 셈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또,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 Roll7이 소규모 개발사임에도 1년에 두 가지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튜디오가 운영되는 방식 덕분이다. 2018년 당시 우리는 스튜디오의 비전으로 '크런치 모드 없이, 게임을 제작하는 데 뚜렷한 지표를 가지고' 개발에 임하기로 했다. 그 뒤로 생산성 측면에서 목표에 꾸준히 집중했고, 덕분에 지난 6개월 동안 두 개의 게임을 출시하며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배경에는 스튜디오의 개개인 모두가 훌륭한 팀원으로서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개발부터 기획, 아트, 스토리, 관리, 인사 등 모두가 협업을 지속했다. 덕분에 소규모 팀임에도 불구하고, 원격으로 개발을 이어나가며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로 두 게임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의 성취와 모든 팀원들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Q. 2023년까지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인데, 관련해서 SIE의 지원이 있었을까?

= 플레이스테이션은 Roll7의 오랜 파트너로, 2013년 당시 '인디 이니셔티브'에서 두 가지 최초의 OlliOlli 게임을 많이 지원해 준 이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일찍이 롤러드롬 제작 과정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면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플레이스테이션과 협의가 진행됐고, 이후로도 계속 멋진 협력자이자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Q.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들이 '롤러드롬'에서 꼭 즐겨주길 바라는 추천 요소가 있다면?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게임이 끝날 무렵이다. 모든 적이 등장하고 모든 무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전투 측면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시점 말이다. 게임이 제공하는 모든 즐거움이 결합되는 순간이기에 플레이어 여러분도 꼭 즐겨 보시길 바란다.

Q.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한다.

= 여러분에게 게임을 선보일 수 있어 정말 기쁘고, 저희가 게임을 즐겁게 제작한 만큼 여러분도 재미있게 플레이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