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게임 모드로 여전히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하고 있는 '엘더스크롤' 시리즈. 하지만 일부 성인 모드에 AI로 제작한 음성 합성, 복제가 무분별하게 악용되며 음성 연기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논란의 시작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1일 Robbie92_라는 아이디의 이용자가 SNS를 통해 AI 음성 생성 기술이 적용된 모드 속 연기자들의 이름을 공유하면서다.

그는 성인용 모드에 사용된 대사는 포르노에 가까운 노골적인 대사며 이에 붙은 목소리는 ElevenLabs 등 AI/딥 러닝 기반 합성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기술 악용이 엘더스크롤 시리즈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여러 목소리 연기자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딥페이크 클립이라고 비난했다.

Robbie92_는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모드 관련 커뮤니티에 긴 시간 활동하며 해당 문제에 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딥페이크 포르노 제작과 유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커뮤니티와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방식으로 동의 없이 음성이 활용된 목소리 연기자들이 학대당한 것이라며 그 이름을 공유했다. 그는 해당 배우들은 자신이 직접 확인한 내용이기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더 많은 배우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이 공유된 이후 많은 연기자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디아블로, WoW, 폴아웃 시리즈 등 다수의 게임에 참여한 클로디아 크리스천, 게임과 애니메이션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에 참여한 벤자민 디스킨 등은 이러한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아블로4, 바즈테일4 등에 참여한 라이언 로튼 역시 어떤 형태로든 성우들의 목소리를 AI가 복제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친 표현과 함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무단으로 사용된 경우가 있다면 꼭 알려달라고도 더했다.

미국 성우 협회(NAVA) 역시 나섰다. NAVA는 현지 시각으로 6일 Robbie92_의 글을 공유하며 이러한 AI와 음성 합성에 의한 성우 피해는 실제적이고 가시적인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베데스다, 제니맥스를 향해 성우들이 이에 맞서 싸울 법적 권한이 없는 만큼 게임사의 해결을 촉구했다.

NAVA는 이미 여러 해외 성우 협회 및 노조와 함께 난립하는 AI 음성 생성 및 복제와 관련해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러한 움직임이 한창 진행중인 와중에 게임의 성인 모드에서 다시 한 번 AI 음성 생성 논란이 불거진 만큼 AI 윤리와 사용과 배포에 관한 문제 역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스팀은 AI 생성 기술이 적용된 게임 일부를 차단하며 '혁신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반면 가장 많은 게임 모드가 공유되는 커뮤니티인 넥서스 모드는 지난 4월 AI 생성 콘텐츠가 포함된 모드를 따로 차단하지 않는다고 공식 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런 콘텐츠의 제거는 캐릭터와 자산에 대한 권리를 소유한 성우나 당사자가 요구해야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