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크래프트, 여전히 힘 있다
서동용 기자 (desk@inven.co.kr)
추억은 여전히 잘 팔린다. 스타크래프트 인플루언서 대회 '스낳대'가 25일 종료됐다. 대회 기간은 짧았지만, 인상은 강렬했다. 팀원 경매와 대진 추첨 방송에서 이미 동시 시청자 수가 9만이 넘었고, 결승전 당일에는 인벤과 인플루언서 채널을 합쳐 12만 명이라는 동시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1998년 3월에 출시한 스타크래프트1은 2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힘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는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고, 시절을 자극하는 향수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처음 가진 사람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중에 많은 사람은 e스포츠에 여전히 종사하고 있거나, 개인 방송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낳대'는 과거와 현재를 잘 이어냈다. 오래된 느낌이 나지만 여전히 세련됐으며, 국민게임 이름표를 뗄 생각이 없는 스타크래프트를 현대의 인플루언서들이 만지면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열여섯 명의 인플루언서들은 '스낳대'를 시청하는 연령대와 정확히 겹친다. '괴물쥐', '과로사'의 10대 팬 베이스와 '따효니', '한동숙', '쌍베', '피닉스박'으로 대표되는 2, 30대 팬들은 각자 스타크래프트를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가 다르다. 다른 높이의 시선들은 서로 겹쳐지며 하나의 단단한 스펙트럼이 되었고, 그 두께가 12만이란 얘기다.
팀원 선발부터 대회 경기까지 단 5일만 주어진 상황이었지만, 참가한 인플루언서들은 각자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 박성준, 박태민, 이성은 등 기억 속 아련한 인물들이 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들을 코칭하는 재미있는 장면도 연출됐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연습 기간에도 인플루언서들은 그들의 스타일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D조 네 명은 스타크래프트 초보자에 가깝고, A조도 아마추어 고수 수준 정도라 짧은 시간 성장하는 것을 보는 맛이 있었다. 게다가 인플루언서들은 '스낳대'에 굉장히 진지한 태도를 보여줬다. 열 여섯 명의 인플루언서가 '프로'다웠기에, 시청자들은 과거와 현재가 노력으로 용접되어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경쟁적인 게임에 인플루언서들의 유행이 겹친다면 침체한 게임에 생기가 돈다. 그게 억지스럽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그런 경향이 있다. 최근 '트위치'에서 철권7 바람이 불면서 3, 4천명대를 유지 중이던 스팀 동시 접속자 수가 8천 명 이상으로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인플루언서가 그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면 거품이 빠지는 것이 당연. 그러나 때때로 가라앉은 거품은 단단한 지층으로 변하기도 한다. 26일 오후 기준 철권7의 스팀 동시 접속자 수는 6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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