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대망의 결승전이 펼쳐진다. 바로 전날 진행된 최종 진출전에서 kt 롤스터를 제압하고 올라온 젠지 e스포츠가 일찌감치 결승 대진에 이름을 올렸던 T1과 맞붙을 예정이다.

2023 시즌 개막 전, 젠지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비슷했다. 이미 검증을 마친 최상위권 상체와 잠재력이 뛰어난 뉴페이스 하체. '페이즈' 김수환과 '딜라이트' 유환중이 팀에 적응하고 성장할 때까지 '도란-피넛-쵸비'로 이어지는 든든한 상체가 버텨주는 그림을 상상했다. 그런데, '페이즈'와 '딜라이트'가 예상을 뛰어넘어 버리면서 젠지의 봄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일단, '페이즈'의 성장 속도가 말이 안 됐다. 연습생 시절부터 '페이즈'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젠지 내부 관계자들도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정규 시즌 초반부터 한타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발휘하더니 중반을 넘어서자 약점으로 꼽혔던 라인전 능력까지 준수하게 끌어올렸다.

많은 관계자는 '페이즈'의 가장 큰 강점으로 평정심을 꼽는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감정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 프로게이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덕목인데, 어느 정도는 성향을 타고나야 한다는 게 관계자 사이의 중론이다. 덕분에 이제 막 데뷔한 '페이즈'는 어떤 무대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하는 중이다.

디플러스 기아와의 2위 결정전,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PO 2라운드, kt 롤스터와의 최종 진출전 등 빅게임에서도 과감하고 저돌적인 플레이로 캐리력을 뽐낸 '페이즈'는 '데프트' 김혁규, '바이퍼' 박도현, '에이밍' 김하람 등 걸출한 선배들을 꺾고 봄의 제왕을 가리는 무대에 섰다. LCK 데뷔 81일 만에 국제 대회(MSI) 진출을 확정한 건 덤이다.


'딜라이트' 역시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팀적으로는 '피넛' 한왕호를 보좌하며 강팀의 운영과 시야 장악법을 습득했고, 개인적으로도 챔피언 풀, 스킬 적중률 등을 보완하며 최상위권 팀에 걸맞은 서포터로 거듭났다. 거기에 더해 원래 잘하던 이니시에이팅-플레이메이킹형 서포터가 강세를 타자 시선을 빼앗는 플레이로 젠지 팬들의 마음을 빼앗는 중이다.

특히, 전날 열린 kt 롤스터와의 최종 진출전 3세트는 '딜라이트'의 인생 경기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쓰레쉬를 잡은 '딜라이트'는 '사형선고'로 상대 메인 딜러 '에이밍'의 목덜미를 낚아채며 역전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낫을 던지는 족족 kt 롤스터의 챔피언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팀에 승리를 견인했다.

이제 '페이즈'와 '딜라이트' 앞에는 최종 보스만 남았다. 스프링 1st 봇 듀오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T1의 '구마유시' 이민형과 '케리아' 류민석 듀오다. '구마유시'는 플레이오프에 와서 더욱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케리아'는 올 시즌 들어 '어나더레벨'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게다가 '페이즈'와 '딜라이트'가 지난 세 번의 매치에서 모두 패배를 맛본 터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예상을 뛰어 넘고 여기까지 올라온 그들이다. 결승전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막강한 최종 보스와 패기 넘치는 도전자의 명승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