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사상 첫 V11에 도전한다.

T1은 9일 잠실 실내체육관서 열리는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결승전에서 젠지 e스포츠와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이번 결승에서 승리한다면 지난해 자신들이 세웠던 LCK 최다 우승 기록을 10회에서 11회로 경신하게 된다.

T1의 이번 스프링 정규 시즌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뜨거웠다. LCK 최초로 정규 시즌 무패를 달성한 2022 스프링과 달리 올해는 아쉬운 1패를 기록했지만, 경기력만 놓고 보면 오히려 그때보다 성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T1 선수단 전원이 올-프로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정규 시즌 내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특히, '케리아' 류민석은 '어나더레벨'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엄청난 기량을 뽐냈다. 올-프로 경쟁에서 만장일치(T1 제외)로 퍼스트 팀을 수상했고,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 정규 시즌 MVP까지 꿰찼다. POG 포인트 1위로 '플레이어 오브 더 스피릿'으로 선정돼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LCK 역사상 서포터가 POG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시즌 '케리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가 정규 시즌 내내 즐겨 쓴 원딜 챔피언이다. 애쉬(4승 1패), 케이틀린(3승), 칼리스타(3승), 진(2승), 바루스(1승), 트위치(1패) 등 무려 여섯 개의 챔피언을 활용해 높은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팀이 '케리아'의 메타를 쫓아가려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기도 했는데, 한 관계자는 원딜 서포터는 정석 서포터와 메커니즘이 완전히 달라 '케리아'처럼 100%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후반부 들어 메타 변화가 찾아왔지만, '케리아'는 끄떡없었다. 단지 원딜 서포터만 잘해서 고평가를 받은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원형, 견제형, 플레이메이킹형, 탱킹형 등 모든 챔피언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 메타에 구애받지 않았다. 피지컬 자체가 '탈서포터'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더불어 최상위 팀에 최적화된 운영 능력과 판단력은 '케리아'를 서포터의 정점에 세웠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페이커' 이상혁도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한번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이전까지 성적 및 개인 기량과 별개로 숫자상의 지표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페이커'지만, 이번에는 지표까지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자신을 향한 반론을 완벽히 차단했다. 라인전, 한타, 클러치 플레이 등 어느 하나 빠질 게 없는 전천후 미드라이너다.

2022년의 주인공이었던 '제우스'는 올 시즌에 들어서는 주목을 받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아쉬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풀 주전 첫 시즌의 나'라는 괴물이었을 뿐, 여전히 라인전 능력과 한타 존재감은 막강하다. '오너' 역시 POG 포인트 전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고, '구마유시'는 큰 무대인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내면서 T1의 최종 병기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시즌 개막 전부터 T1을 우승 후보로 꼽았고, T1은 그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주며 결승까지 왔다. V11이라는 대업까지 단 한걸음 만을 남겨두고 있다. 상대는 결승전에서 세 번 연속 만나게 된 젠지 e스포츠다. 지난 봄에는 T1이, 여름에는 젠지가 웃었다. 과연, 우승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온 T1이 올해도 지난 봄의 기운을 이어가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