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 8기 고독한 드루이드! 둠사장은 연이은 사업 실패 아쉬움

지난 11일 NSL 시즌3의 개막전이 열렸다. NSL의 마지막 시즌이기도 한 이번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특색있는 팀들이 다수 참가하면서 초장부터 많은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지금껏 두 번의 시즌이 진행된 NSL은 제법 많은 명경기를 남겼고, 그와 함께 여러 기록들을 남겼다. 8강, 4강에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한 팀이 결승전에서는 수세에 몰리는 모습도 연이어 나왔고, 독특한 조합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팀들도 제법 있었다.

또한 많은 영웅들이 픽밴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반면,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영웅도 있었다. 하물며 영문 이름인 스나이퍼에 도시락을 붙여 '스시락'이라 불리는 저격수나 초보자 '추천' 영웅 미포까지 등장한 마당에 말이다. 선수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불운의 영웅으로는 사용 자체가 금지된 것 외에도 전능 기사, 오거 마법사 등이 있다.

한편, 선수들에게 종종 선택됨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불운한 영웅도 있다. 대표적인 영웅이 바로 고독한 드루이드와 파멸의 사도. 해외 리그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두 영웅은 대표적인 성장형 캐리로 초반 안정적인 파밍에 이은 폭발적인 골드 수급이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장기전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며 세이프 레인과 정글 모두 어울리는 영웅이지만, 유독 NSL에서만은 패배를 면치 못했다.



지난 NSL 시즌1과 시즌2에서 고독한 드루이드와 파멸의 사도가 픽이 되어 등장한 경기는 각각 7번과 3번이다. 하지만 캐리라는 분류가 무색할 만큼 두 영웅의 성적은 처참했다. 고독한 드루이드는 최초 등장시 0킬 4데스 1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7경기 통산 15킬 34데스 41어시스트를 기록, 파멸의 사도는 0킬 3데스 1어시스트를 시작으로 3경기 통산 3킬 14데스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고독한 드루이드는 초반부터 강한 견제를 받아 초기 코어 아이템의 확보가 늦어지며 성장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글러로 기용된 파멸의 사도는 상대의 와드 견제로 파밍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NSL을 지켜보는 팬들은 이들의 영문 이름을 따서 '론필패', '둠필패'로 부르기까지 했다.

이렇듯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높은 난이도로 인해 쉽사리 활약상을 보이지 못했던 두 영웅은 지난 11일에 펼쳐진 NSL 개막전에 다시 한 번 등장, 운명이 엇갈리게 됐다. 개막전 첫 경기에서 DDR이 5InQ를 상대로 파멸의 사도를 선택, 개막전 2경기 마지막 세트에서 앵그리 버드가 EoT 해머를 상대로 고독한 드루이드를 선택한 것.

DDR은 앞서 정글을 도는 파멸의 사도가 상대의 초반 견제에 당한 것을 의식한 것인지 세이프 레인 캐리로 운영하며 안정적인 파밍을 도모했다. 하지만 요술사를 꺼내 든 DDR은 이점을 살리지 못하며 갱킹은 커녕 푸쉬조차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에게 압박 당하며 슬라크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자 DDR은 일찌감치 파멸의 사도가 합류해 한타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량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DDR은 파멸의 사도가 분전했음에도 끝내 '둠필패'의 오명을 떨치지 못했다.

이어 펼쳐진 개막전 2경기에서는 EoT 해머가 압승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깨고 앵그리 버드가 2세트에 승리하며 단두대 매치가 벌어졌다. 3세트에서 타이니-이오 조합을 꺼내 든 앵그리 버드를 상대로 EoT 해머의 선택은 고독한 드루이드였다. 앵그리 버드의 주장 송익재는 이미 이오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바 있기에 프나틱이 즐겨 쓰는 타이니-이오 조합의 기대치는 충분했으나, 고독한 드루이드를 캐리로 꺼내 든 EoT 해머의 선택은 다소 의아했다. 이는 고독한 드루이드가 NSL 7전 7패의 성적을 안고 있는 '론필패'이기도 하지만, 해외 대회에서도 얼라이언스의 불독만이 제대로 사용하는 영웅인 탓도 있다.

▲ 이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크립을 잡았던가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EoT 해머는 오프레인에 위치한 고독한 드루이드를 적극적으로 지원, 몇 차례의 킬과 함께 파밍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레인전을 보낸 고독한 드루이드는 팀 동료들이 상대와 대치하며 시간을 버는 동안 정글에서 성장, 이윽고 20분에 신광검을 구입하며 그간의 설움을 떨치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결국 승리와 패배의 관건은 팀 플레이였다. 캐리의 성장을 확보한 EoT 해머는 '론필패'를 무효화시킨 반면, 혼자 외로운 싸움을 벌인 파멸의 사도는 씁쓸히 1패를 추가하고 말았다. 높은 체력 재생과 한 명의 적 영웅을 완벽히 무력화 시킬수 있는 궁극기를 가진 파멸의 사도. 과연 남은 NSL 기간 동안 '둠필패'의 오명을 떨치고 '둠사장'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