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챔피언스 섬머에서 탑을 뜨겁게 달구었던 탑 챔피언을 꼽자면 단연 쉔과 자크일 것이다. 특히 자크의 경우 너프 되기 전, 반드시 가져오거나 반드시 밴해야하는 강력한 챔피언이었다.


이러한 자크는 초창기 정글에서 더 큰 활약을 펼쳤다. 새총 발사(E) 스킬을 통해 난입하는 그의 갱킹은 막기가 힘들었으며, 말 그대로 라인을 파괴하는 젤리 괴물이었다. 하지만 전성기도 잠시, 자크는 너프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시부터 OP 소리와 함께 다양한 너프가 이루어졌다. 자크의 핵심 스킬이라 할 수 있는 바운스!(R) 스킬의 경우 자신에게 걸려있는 강인함 효과가 수치 너프에 이어 아예 사라지게 된 것.


게다가 자크 플레이의 기본 베이스가 되는 세포 분열(패시브)의 너프는, 생명력 유지가 관건인 탑 라인에서 까다로운 요소가 되었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자신과 적 챔피언 사이로 떨어지는 세포를 눈치싸움으로 먹어야만 라인이 유지가 되는 건 기초 중의 기초다. 하지만 획득해야 하는 세포의 판정 범위가 줄어들고 자크에게서 더 멀리 생성되어 상대 챔피언이 밟아 없애거나 오히려 주우려다 공격을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자크가 이렇게까지 너프의 연속이었던 건, 탑이건 정글이건 당시 메타에선 라인 유지력과 한타에서 모두 너무나 강력한 성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프로 인해 영원히 사장된 줄 알았던 자크가 조금씩 다시 몸을 꿈틀거리고 있다.



■ SKT T1 K팀 'impact' 정언영, 자크의 부활을 알리다!?

자크가 픽 되지 않았던 건 단순한 챔피언의 너프 영향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기존에 많은 챔피언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타도 그 영향이 컸다. 강력한 푸쉬력, 방어아이템만 갖추어도 스킬 대미지로 뽑을 수 있는 체력 비례 피해 등. 그게 현 탑 메타의 핵심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대표적인 챔피언엔 쉔이 있다. 분명 쉔도 여러 차례에 걸쳐 너프가 이루어졌고, 마지막 패치에선 핵심 스킬인 그림자 돌진(E) 스킬의 판정범위가 감소했다. 그래도 쉔은 여전히 챔피언의 성능은 좋지만, 라인전에서의 푸쉬가 매우 느리다 보니, 라인전에서 상대를 압도하기보단 버티는 느낌이 강한 게 사실이다. 이처럼 메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챔피언이 되어 보기 힘든 챔피언이 되었다.


다시 자크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챔피언스 윈터 2013-2014에서 자크의 승률은 너무나 초라하다. 픽은 총 세 번밖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 세 번도 모두 전패였다. 자크라는 챔피언에게 정말 미래가 없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적을 덮치며 빠른 갱 호응을 보이는 'impact' 정언영의 자크


하지만 한 해가 바뀌고, 마스터즈 리그에서 자크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 올라졌다. 마스터즈 2014 2일차 3경기에서 SKT T1 K 'impact' 정언영이 IM 'Apple' 정철우의 쉬바나를 상대로 자크를 픽한 것. 사실 쉬바나와 자크의 지난 대회 성적을 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윈터에서 자크의 세 번 패배 중 두 번의 상대 모두 쉬바나였다.


그럼에도 마스터즈에서 IM 팀이 탑과 봇을 스왑하였음에도 적극적인 이니시에이팅을 통해 정글러와 합작으로 킬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탑 타워 앞에서 CS 획득하는데 분주해 보였던 자크가 새총 발사로 순식간에 상대 봇 듀오에게 접근, 정글러와 함께 1킬을 따내고 상대 원거리 딜러의 '방어막' 소환사 주문을 소모하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라인전에서 쉬바나를 상대로 유연한 딜 교환을 시도하며 라인 스왑에서 얻은 CS 이득을 계속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쉬바나가 최근 너프가 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최근 메타에서 강력한 탑 챔피언으로 인기 유지를 하고 있다. 이때 'impact' 정언영은 자크는 딜 교환은 조심스럽게 하되, 상대의 빈틈이 보이자 적극적으로 싸움으로 이득을 챙겼다.


▲뚜루뚜 빠라빠라~!


이미 경기가 기울어버린 상황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보여준 자크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아군이 타워를 부수고 있을 때 반대 시야가 없는 곳에서 대기하며, 언제든 새총 발사(E) 스킬을 통해 이니시이에팅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어진 한타에선 방어가 중시된 아이템 셋팅을 바탕으로 앞에서 아군의 방패의 역할은 물론, 적 딜러 챔피언에게도 강력한 대미지로 위협을 가했다.



■ 자크, 현 메타에서 어떻게 운영해야하나




자크로 챌린저를 달성한 유저 '1151'는 인벤 공략에서 현 시즌 자크 운영 방법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다. 최근 메타에 많이 등장하는 탑 라인 챔피언들에 비해 1:1 싸움이나 라인 정리 속도가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그래서 '순간이동' 소환사 주문을 통해 기동력을 보완하는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자크 사용하는 룬에 대해서 '1151'은 마법 관통력에 상당한 중요한 요소로 뽑고 있다. 상대 탑 라이너에 따라 문양(푸른색 룬)이 바뀌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표식과 정수는 모두 '마법 관통 룬'을 사용한다. 자크는 스킬의 주문력 계수가 낮으므로, 마법 관통에 의한 변동 폭이 더 크다는 것. 또한,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인 '태양불꽃 망토'와 '리안드리'의 효과도 마법 관통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챌린저 자크 유저 1151의 특성


특성은 탱커형 탑 라이너답게 방어에 9/21/0 특성을 사용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먼저 공격 특성의 [양날의 검]이다. 근접 챔피언인 자크의 딜을 보완할 수 있는 특성이다. 방어에선 상대 탑 라인 챔피언에 따라 [강건함]과 [저항력] 중 선택을 하여 투자하게 된다. 방어 특성 중 투자 대비 높은 효율을 보여주었던 [인내심]이 최근 생명력 회복 비율이 절반으로 너프되어, [인내심]은 물론 다음 단계 특성인 [숨돌리기]까지 투자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템의 경우 다른 보편적인 탱커형 탑 라이너가 많이 선호하는 '태양불꽃 망토'와 '정령의 형상'을 기본으로 한다. 물론 상대 팀 조합이 AD나 AP 한쪽으로 집중된 경우 하나의 아이템만 가기도 한다. 또 다른 핵심 아이템은 '리안드리'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문력과 마법 관통은 물론 체력까지 증가시켜주는 아이템이다. 상대에게 둔화 효과를 줄 수 있는 스킬이 두 가지나 있어, 리안드리의 두 배 효과를 적용하기에 좋다. 또한, 상대 탱커에게도 체력 비례 피해로 대미지를 제법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의 너프, 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자크


▲챌린저에선 이미 자크의 기용이 활발하다. (출처: 2월 18일 기준, http://op.gg)

최근 챌린저 랭크 통계를 보면 다른 티어와는 다르게 픽과 승률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챔피언이 자크다. 최근 한 달간 픽률은 64회로 주류 라이벌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 쉬바나가 104회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제법 높은 픽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픽률이 높아진 것만이 아니다. 쉬바나의 승률이 40%인 것을 비교해 보았을 때, 자크의 승률은 무려 60%가 넘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건 다른 티어에선 이와 같은 픽률과 승률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챌린저에서만 나타나고 점. 천상계 유저들은 소위 말하는 '꿀' 챔피언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탑의 대세 챔피언이라 불리는 '쉬바나','레넥톤','문도 박사','렝가' 동물농장 (물론 문도 박사는 동물이 아니다) 모두가 너프를 피해갈 수 없었다. 물론 그 너프의 정도가 크지 않고, 늘 정해져 있던 탑 챔피언의 선택지에서 자크의 재발견은 충분히 파란을 일으킬만하다.


적에게 당했어도 분열을 통해 재부활이 가능하고, 단단한 라인 전과 한타에서 제일 부각되는 자크. 게다가 방어 아이템을 둘렀어도 체력 비례의 대미지를 보유한 불안정한 물질(W) 스킬은 강력한 아군 대미지 지원에 큰 보탬이 된다. 다시 한 번 소환사의 협곡에, 승리를 부르는 우렁찬 '뚜루뚜 빠라빠라'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