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은 스타크래프트1 팬이라면 모두가 기억할 만큼 임팩트있는 선수였다. 특이한 세레머니, 기발한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삼성전자 칸 시절, 그는 그 당시 프로게이머 연봉을 훨씬 웃돌았다. 우승자 출신은 아니었지만 말 그대로 '스타 플레이어'였다.
선수를 은퇴한 뒤 행보도 도전적이었다. 스타크래프트2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이성은은 뚜렷한 목소리 톤과 선수 출신 특유의 날카로운 경기 분석으로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던 그가 또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이제는 게임단의 감독, 게다가 스타크래프트 종목도 아닌 LoL 감독이다. 이성은을 잘 모르는 사람은 "아니 왜 그런 선택을?"이라고 물었지만, 이성은의 도전정신을 아는 사람들은 "역시 이성은."이라는 말을 했다.
게임단의 감독은, 혼자 도전하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아니다. 게임단 내의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고, 선수들의 실수나 잘못을 같이 책임져야 한다. 예전엔 자신의 도전이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도전을 시작한 이성은 감독. 그는 의젓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안녕하세요, 이성은 감독님. 먼저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로 활동했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이제는 빅파일 감독으로 활동하게 된 이성은이라고 합니다.
Q. 해설위원에서 LoL팀 감독으로 전직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작년 말에 빅파일 팀에서 제의가 왔었어요. 그때도 고민을 했는데, 거절했죠. 시간이 지나고 올해 초에 다시 한 번 연락이 왔어요. 그 때 연락을 받고, 다시 고민했습니다.
e스포츠 경력이 오래된 주변 분들에게 많은 자문을 구했어요. 다들 괜찮은 제안이라고 해서 나도 '도전해봄 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빅파일 팀을 맡기 전에도 빅파일 팀을 알고 있었나요?
작년에 아마추어 팀을 꾸린 적 있어요. 비공개라서 잘 알지 못할 거예요. 선수 선발부터 제가 총괄해서 만든 팀이었는데, 사정상 팀을 해체하게 됐어요. 그 당시 큐빅 감독(현 구단주)를 알게 됐어요.
Q. 예전 스타크래프트1 선수 시절에도 공부하고 피아노를 배우는 등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셨잖아요. 이번 감독직을 맡게 된 것도 그런 도전적인 성격이 전직에 영향을 줬나요?
네. 선수 시절에도 공부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그랬죠.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철없는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그 당시 삼성 감독이셨던 김가을 감독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뭘 하든 잘될 거라는 자신감을 가져요. 해설을 하면서 방송일이 없을 때도 '조만간 엄청난 일거리가 들어와서 잘 될 거야.'같은 자신감이 있었어요.
이번 감독직을 맡은 것도 자신감이 있어요. 우리 팀이 잘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Q. 사실 해설위원 하면 e스포츠계에서 선망받는 직업 아닌가요? 그런 직업을 포기하고 감독직을 선택한 속마음이 궁금한데요.
그렇죠. 사실 선수할 때 나중에 해설자가 되면, 개인 시간도 많고, 돈도 잘 벌고, 나은 삶을 살겠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해설자는 해설자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요. 일 년 반 정도 해설 일을 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억양이나, 요즘 뜨고있는 딕션(발음), 어휘, 말 더듬는 부분, 뻔한 얘기를 장황하게 풀어하는 것 등 저의 문제점을 저도 알고 있었어요. 근데 잘 안 고쳐지더라고요. 스스로 해설 일에 있어서 잘 안맞는구나 생각했어요. 자신감 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냥 말을 잘 못하는 전 프로게이머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할 때 빅파일에서 제의가 왔어요. 타이밍이 좋았어요.
Q. 그럼, 빅파일 팀을 소개해주세요.
네. 우리 팀은 '아모르'팀과 '미라클'팀 두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숙소는 신도림에 있어요. 이번 롤챔스 2차 예선에 '아모르'팀이 올라가 있고요.
빅파일은 우리를 정식 프로게임단으로 키우고 싶어 해요. 빅파일은 스타크래프트1 리그도 후원한 적 있고, 현재 나이스게임티비 배틀로얄도 후원하고 있을 정도로 e스포츠에 적극적입니다.
저도 빅파일의 비전을 보고 들어왔어요. 단지 LoL이 인기 있기 때문에 인기몰이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팀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게임단을 위한 계획이 있습니다.
Q. 아모르 팀은 2차 예선 조 편성이 만만치 않은데, 진출 확률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세요?
※ D조 : 진에어 팰컨스, 에얼리언웨어 탑, IM 2팀, 빅파일 아모르
(웃으며)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출 확률은 낮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도 저만의 노하우를 접목할 거에요. 불리한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 수는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최대한 노려야죠.
Q. 팀은 완벽하게 구성된 상태인가요? 혹시 리빌딩 계획이 있나요?
제가 숙소에 합류하자마자, 두 명의 선수를 내보내게 됐어요. 그 중 한 명은 첫날에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저는 선수 평가에 대해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감독으로 있는 한 그 철학에 맞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고 싶어요.
Q. 아마추어 최강이라고 불리는 팀들도차 롤챔스나 NLB에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 빅파일이 등장했는데, 다른 팀들과 다른 경쟁력이 있나요?
저는 Clan Mook이 아마추어 최강이라고 생각해요. 객관적인 지표는 없지만, 빅파일 팀은 아마추어 3등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봐요.
선수들이 아직은 아마추어 같다는 것을 느껴요. 어느 선수가 팀에 들어오면 항상 말하는 게 있는데 "여러분들은 항상 프로인 것처럼 활동하고, 연습해야 합니다."라고 말해요. 하지만 잘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을 하다가 밤을 새우고 다음날을 맞이한다든가, 연습시간에 웹툰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는 선수도 있죠.
지금은 그런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잡아가고 있는 단계고, 만약 그 단계를 못 버티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에서 내보낼 생각이에요. 만약 이런 단계를 잘 버틴다면 정말 좋은 선수들만 남겠죠.
게다가 아마추어 팀치고는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정말 좋고요.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롤챔스 무대를 밟는 것 정도는 어려운 게 아닐 것으로로 생각해요.
Q. 빅파일을 어떤 팀으로 키우고 싶나요?
우리 팀을 상대방이 부담스러웠으면 해요. 제가 선수 시절 이영호 선수를 만났을 때 '와, 정말 부담스러운 선수다.'라고 느낀 것처럼요.
Q. 프로게이머 선배로서 지금 LoL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요즘 아마추어들은 건방지고요. 그리고 생각이 건강하지 않아요. 분명히 저 말고도 이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아무도 이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가끔 아마추어 선수를 보면서 '아니, 어떻게 저런 건방진 생각을 할까. 저런 썩은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아마추어들이 성적을 보여준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받고 싶어해요. 프로게이머들은 빛과 어둠이 항상 같이 있는데, 어둠을 감당할 생각을 안 하고 빛만 쫓고 있어요.
프로를 지망하는 아마추어들이라면, 지망하는 그 순간부터 프로처럼 연습하고 프로처럼 생활해야 해요. 항상 프로마인드로 게임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입 지망생'이 아니라면요.
Q. 현재 한국 LoL에는 잘하는 팀이 너무 많아요. 빅파일은 이제 막 발걸음을 시작한 신생팀이죠. 쉬운 도전은 아닐 것 같은데요.
실패할 수 있죠. 코칭스태프가 아무리 노력해도 직접 경기하는 것은 선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놀고 있을 순 없는 거죠. 원석을 찾고, 잘 갈고 닦아서 보석으로 만드는 게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라고 봐요.
보석들로만 이뤄졌는데 약할 리가 없잖아요. 저는 그 과정에 집중하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아요.
Q. 이성은 감독님은 스타크래프트1 선수 시절 세레모니나 독특한 플레이가 아직 회자하곤 합니다. 그런 선수가 감독이 됐잖아요. 아무래도 선수들도 예전 감독님의 모습을 보고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요?
우리 팀에서 제가 점찍어둔 인재가 세 명이 있어요(웃음). 그 중 한 명은 저를 능가할 정도의 끼를 갖고 있어요. 제가 감독으로 있는 한, 제 선수시절 색깔이 묻어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실력이 기본이겠죠?
Q. 해설 일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요?
곰TV에서의 해설은 그만두기로 했어요. GSL 32강과 곰티비 클래식 일정까지만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는 감독 일에만 전념할 예정입니다.
Q.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저를 잘 아시는 분들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어요. 제가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다는 거죠. 선수의 입장과 지도자의 입장을 모두 생각하면서 빅파일 팀을 크게 키우고 싶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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