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SKT T1 K가 마지막 패배를 당하던 결승전 이후 1인자 자리는 SKT T1 K가 꽉 잡고 있다. 도저히 내줄 생각이 안보이는 확고한 1인자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던 팀은 당시 결승전에서 승승패패패를 기록하며 패한 KT 불리츠. 그리고 그 바로 아래 단계에서 최상급을 두고 경쟁하던 팀들이 나진 e-엠파이어과 삼성 갤럭시 그리고 CJ 엔투스였다.

어느정도 뚜렷하던 이 구도는 최근 점차 무너져가고 있다. 주된 골자는 KT 불리츠의 부진. '카카오' 이병권이 KT 애로우즈로 가면서 들어온 정글러 '제로' 윤경섭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급하게 '인섹' 최인석을 정글러로 복귀시키고 '레오파드' 이호성을 탑 라이너로 삼았지만, 당시 보여준 경기력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이었다. 확고한 2인자로 여겨지던 KT 불리츠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 그리고 그 자리를 두고, 나진과 삼성, CJ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그 세 팀중 두 팀. 나진과 삼성이 마스터즈에서 격돌한다. 최근 날개돋힌 듯 날아오르는 기세의 나진. 그리고 리빌딩의 진통을 겪었지만 여전히 건재한 삼성까지. 3월 6일 진행될 마스터즈 나진 vs 삼성 경기를 미리 살펴본다.

◈ 근성으로 올라온 나진 실드. 그리고 '태양신 버프' 제대로 받은 나진 소드.

-나진 실드



나진 형제팀이 발표된 후, 오랜 기간 나진의 간판은 나진 블랙 소드(이하 나진 소드)가 맡아왔다. 칼과 방패라는 멋진 이름의 형제팀이었지만, 나진 소드가 맹활약을 펼치던 시절 나진 실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심지어 나진 소드가 2012년 겨울, 당시 최강의 팀 중 하나로 군림하던 CJ 프로스트를 꺾으며 우승을 거머쥘 때도 나진 실드는 큰 인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었다.

나진 실드가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윈터 시즌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나진 소드가 충격적일 정도로 빠르게 탈락하자 많은 이들이 '올해 겨울은 나진이 힘들겠구나' 하고 예상했지만, 나진 실드는 놀랍도록 향상된 경기력과 근성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4위. 1위는 부동의 SKT T1 K였고 2, 3위는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팀들인 삼성 오존과 KT 불리츠였다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정글러였던 '노페' 정노철이 은퇴와 함께 해설로 전향했지만, 형제팀 소드에서 수혈된 '와치' 조재걸이라는 카드는 전혀 모자라지 않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근성으로 올라온 팀 나진 실드. 지금의 나진 실드는 삼성 오존, 그리고 삼성 블루 양 팀과 대결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강팀이다.

-나진 소드



지난 윈터 시즌은 나진 소드에게 시련의 계절이었다. 롤챔스 광속 탈락과 NLB 준우승 등,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서킷 포인트도 위태롭기에 남은 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야만 월드 챔피언쉽을 노려볼만한 입장이다. 하지만 나진 소드는 현재 가장 '핫'한 팀 중 한 팀으로 손꼽힌다. 그 이유는 바로 각성한 태양신 '헬리오스' 신동진의 영입 때문이다.

CJ 프로스트 시절의 신동진은 제 기량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스트를 녹여버린 태양신', '데스 장인' 등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뒤를 이었으며, 사실상 커리어의 흑역사에 가까울 정도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게임의 템포를 조절하는 정글러는 팀의 색상과 가장 잘 맞아야 했지만, 신동진과 CJ 프로스트의 템포가 달랐음은 사실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러던 신동진이 나진 소드의 정글러로 이적 후에는 완벽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걸어가다가도 의문사하곤 하던 '이블린'으로 전 라인을 평정하면서 완벽하게 각성한 것.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온갖 욕을 듣던 그가 지금은 '갓'동진으로 불리는 걸 볼때 나진 소드로의 이적은 굉장히 성공적인 선택이었던 듯 싶다.

더불어 지병으로 휴식중인 '엑스페션' 구본택의 뒤를 이은 '리미트' 주민규 역시 신인답지 않은 패기와 기량을 보이며 소드의 탑 라이너로 완벽히 적응한 상황. 지금의 나진 소드는 언제든 승리를 쟁취할 만반의 준비가 완료된 팀이다.

▲ '리미트' 주민규(좌)와 '헬리오스' 신동진(우)



◈ '허리' 바꾼 삼성 형제팀. '허리 장사'로 일어설 수 있을까?

-삼성 블루



간판 팀인 삼성 오존에 비해 조금은 불안정했던 이미지의 삼성 블루. 그러나 최근 삼성 블루의 이미지는 극도로 바뀌었다. '불안정했다' 라는 기존의 이미지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약하거나 호흡이 부실하다는 뜻이 아니다. 강할 때는 엄청나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약할 때는 어이없이 무너지곤 했던 팀이 삼성 블루였다.

전형적인 경험의 부재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정해진 전략이 맞아떨어질 때는 강력했지만, 각본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무너지곤 했다. 더불어 '페이커' 이상혁을 솔로킬 내는가 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패배하기도 하는 기복 심한 '폰' 허원석은 이런 느낌을 더했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 블루는 굉장히 안정된 이미지를 풍긴다.

가장 큰 변화는 미드 라이너의 변화. 통통 튀던 허원석은 형제팀인 오존으로 자리를 옮겼고, 오존의 미드라이너였던 '다데' 배어진이 블루의 미드 라이너를 맡았다. '다데기', '다데가스' 등 부정적인 별명이 많은 배어진이지만 그의 통산 전적은 82승 54패. 100판이 넘는 대회경기를 치렀다는 것은 꽤 큰 자산이다. 게다가 부진을 겪었음에도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는 몇 안되는 미드라이너 중 하나가 배어진이다. AD 챔피언을 잘 다루는만큼, 최근 '야스오'로도 멋진 활약을 보인 배어진은 삼성 블루의 팀 색을 단단히 굳히기에 충분한 선수다.

나진 형제팀을 상대로도 예상되는 스코어는 반반. 삼성 블루는 치고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팀이다.

-삼성 오존



지난 윈터 시즌 SKT T1 K와 우승을 놓고 겨루었던 삼성 오존.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물론 SKT T1 K가 너무 강한 것이지, 삼성 오존이 못한 것이 아니다.' 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오존 입장에선 쓰라린 패배가 아닐 수 없었다. 와신상담의 시간을 가진 삼성 오존은 '폰' 허원석을 데려오면서 기존의 모습과 달라졌다.

허원석이 갖고 있는 무기는 하나다. 의외성. 즉 가능성이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가끔씩 터져주는 그의 슈퍼플레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기본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데뷔 초 이상혁을 잡아내며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해 팬들의 기대가 썩 높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상혁을 1:1로 잡아낸 적이 있다는 점.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미드 라인을 제외한 다른 오존의 라인업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1인분 이상의 딜링을 하는 '임프' 구승빈과 안정적인 탑라이너 '루퍼' 장형석. 그리고 최정상 티어의 서포터인 '마타' 조세형과 어느 정글러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은 '댄디' 최인규까지 개인 기량으로는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멤버들이다. 그리고 그 팀에 큰 잠재력을 가진 허원석까지 합류했다. 롤챔스 전 시험무대와도 같은 나진전. 오존은 어떤 위력을 보여줄 것인가.

▲ 미드 라이너를 교환한 형제팀



공교롭게도 이번 롤챔스 스프링 본선에서도 삼성과 나진은 만나게 되었다. C조에 속해있는 삼성 블루와 나진 소드. 이번 마스터즈 경기는 C조의 향방을 점치기 좋은 무대다. 양보할 수 없는 승부. 양 팀은 어떤 전술로 우리를 놀라게 해 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