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은 빠르게 메타가 변하는 게임입니다. 초창기에는 메타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라인에 서는 챔피언도 가지각색이었고 정글이라는 개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패치를 통해 정글러가 탄생했고 그 이후 EU 스타일이라는 메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지속해온 EU 스타일이지만 내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타를 지배하는 팀이 승리하는 순간이 있었고, 상대가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괴롭히는 포킹 메타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포킹 메타를 무너뜨리기 위해 빠른 속도로 타워를 철거하는 푸쉬 메타가 생겼지만, 패치와 선수들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현재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가 대세로 통하고 있습니다.

이 수많은 변화 속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프로게이머도 있었지만, 이를 처음부터 경험해본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중 해외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장군'으로 불리는 선수가 있습니다. 이번에 만나볼 해외 선수는 페케장군, 바로 ‘엑스페케’입니다.

메신저를 통해 만나본 ‘엑스페케’는 영상에서 본 그대로의 이미지였습니다. ‘프로게이머의 모범’이라는 느낌을 준 엑스페케는 초면부터 거리낌 없이 여러 이야기를 꺼내 놓았고, 기자 역시 그와 즐겁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정에 자기 관리까지 철저히 하면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엑스페케, 그와 나눈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프나틱의 심장 '엑스페케'


▲ 엔리케 '엑스페케' 마르티네즈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당연히 많은 팬들이 알고 있겠지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한국에 계신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프나틱에서 ‘엑스페케’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엔리케 하비어 체데노 마르티네즈입니다. 실제 이름으로 소개받기는 처음이죠? 이상해도 이해해주세요(웃음). 17살 때부터 LoL을 시작했으며, 4월에 22살이 되는 열정 넘치는 청년입니다.


Q. 정말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써 활동했군요. 어떻게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결심했나요?

제가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저는 게임을 즐겼어요. 몇 살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웃음). 제 형이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을 이기는 모습에 저도 게임을 잘하고 싶었어요. 심지어 형은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도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대회에 출전조차 못했죠(웃음).

꿈을 이루지 못해 많이 절망했었어요. 그때 마침 LoL이라는 게임이 처음 나왔어요. 출시되자마자 미친 듯이 LoL을 했고, 결국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어요. 그냥 오랜 시간 게임을 해서 프로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전 제가 그렇게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도타로 프로게이머 꿈을 꾼 엑스페케

Q. 프나틱은 매우 유명하지만, 국내 팬들은 일상생활까지 알지 못해요. 어떤 생활을 하는 지 궁금합니다.

현재 저희 게이밍 하우스는 독일에 있어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게이밍 하우스에서 계속 연습하고 지내죠. 이 부분은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저희의 방침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지만, 5년간 지켜진 적이 없네요(웃음).

연습할 때는 저와 정글러, ‘사이네이드’가 같이 연습해요. 아무래도 현재 메타에서 정글러와 미드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기에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붙어있는 것 같아요. 탑 라이너 ‘소아즈’는 홀로 외롭게 연습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이상한 챔피언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웃음). 저희 셋은 잠이 많은 편이기에 훈련을 일찍 마치지만, 바텀 듀오 ‘옐로우스타’와 ‘레클레스’는 둘이 알아서 잘 놀아요. 둘이 따로 연습할 때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서로 많이 싸우더라고요. 하지만 정작 경기에 들어가면 든든한 역할을 해주는 친구들이에요. 가장 많이 연습하는 둘이기에 저희 팀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요.


▲ 현재 유럽 LCS에서 활동 중인 프나틱

Q. 한국에서 ‘페케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팬들이 많아요. 이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외국 선수 중 저만 별명이 있는 건가요? *몇몇 다른 선수들도 별명이 있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제 별명이 가장 좋은 것 같네요(웃음). 그런 멋진 별명으로 불린다는 점에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스스로 뛰어난 실력의 프로게이머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피지컬적인 부분으로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특히 최근에는 정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저에게는 약간 과분한 별명 같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서 ‘페케장군’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많은 응원 부탁해요.


Q. LoL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하나만 꼽으라면 어려울 것 같아요. 우선 카토비체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경기를 펼치는 순간이었거든요. 셀 수도 없이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펼쳤는데 너무 떨렸어요. 그렇게 떨리는 중에도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어요. ‘와, 프로게이머 되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로는 표현이 힘들 정도로 기뻤어요.

또,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즌1 롤드컵에서 우승했을 때에요. 당시 상금은 5만 달러(한화 약 5,300만 원)이었죠. 지금 우승 상금에 비하면 정말 작지만, 그 기쁨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까요. 언젠가 다시 한 번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은 게이밍 하우스에 처음 들어왔을 때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프로’다운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스스로 프로게이머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죠. 팀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끝없이 연구하고 연습하는 모든 순간이 정말 기뻤어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웃음).


▲ 평생 기억에 남을 롤드컵 시즌1 우승

Q. ‘엑스페케’를 이야기하면서 카사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카사딘을 이야기하면서 백도어를 빼면 안되죠(웃음).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해요. 당시에는 당연히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팀원들이 다시 살아나도록 시간을 번다는 생각으로 상대 본진을 공격했죠. 그런데 올라프 혼자 방어하러 오는 것을 보고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곧바로 초가스가 방어하러 오자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 흉포한 울부짖음(W)을 맞지 않았어요. 마지막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정신이 나가기 직전에 제가 본 것은 30남은 제 체력과 상대 넥서스가 파괴되는 장면이었죠. 그 뒤로는 미친 듯이 환호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요(웃음). 당시 팀원들도 소리 지른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 LoL역사에 남을 명장면 (출처 : ESL TV)


Q. 카사딘을 제외하고 즐겨 쓰는 챔피언이 있나요?

거의 모든 미드 라인 챔피언을 사용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은 아리에요. OP라고 불리는 시절부터 사용했고 많이 너프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아리는 사용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정말 나쁠 수도 있는 챔피언이기에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LoL내에서 가장 예쁘잖아요(웃음).


Q. 한국 롤챔스를 자주 보나요?

롤챔스의 모든 경기를 보는 편이에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는 몇 번씩 보면서 연구하죠. 하지만 최근에 롤 마스터즈까지 생기는 바람에 모든 경기를 챙겨보기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경기들은 꼭 챙겨보고 그 외 경기들은 결과만 확인하는 정도예요.


▲ 유난히 상의 탈의가 많다. 몸매에 자신 있냐는 질문에 웃으며 '노코멘트'라고 대답했습니다.

Q. 한국 팀 중 가장 좋아하는 팀은 어느 팀인가요?

사실 전 CJ 블레이즈의 팬이었어요. 그들은 오래전부터 한국 LoL를 대표하고 이끌어왔죠. 특히 CJ 블레이즈의 운영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SKT T1 K의 팬이 됐어요. SKT T1 K의 경기는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보는 편이에요. 그들의 경기는 매번 신선하고 즐거워요. 100점 만점에 100점에 가까운 플레이를 하는 것도 신기하더라고요. 또, 한 명의 선수가 실수한다면 다른 4명이 그 공백을 완벽히 커버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팀이기에 항상 SKT T1 K의 경기는 보고 있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그들과 경기를 해보고 싶어요. 여러 번 경기를 보는 것보다 단 한 번의 경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인터뷰를 끝내야 할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사실 너무 뛰어난 한국 팀들이 많기에 그곳에 저희를 응원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렇기에 이처럼 인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어서 정말 기뻐요. 다음에는 온라인을 통한 인터뷰가 아닌 한국에서 직접 팬들 앞에서 인사하고 싶어요. 그 순간이 올해 롤드컵이 되기를 빌어주세요. 많은 응원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 다음에는 한국에서 보기를.. 감사합니다!



※ 인터뷰 대상에 대한 과도한 비방 욕설은 통보없이 삭제되며 이용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