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두 선수


노장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게임 잘 한다.

이번 롤챔스 결승에는 또다른 이슈가 있다. 바로 '에이콘' 최천주 선수와 '하트' 이관형 선수에 얽힌 이야기다.

두 선수가 어떤 부분이 특별한가 하면 일단 나이를 들 수 있겠다. 이관형 선수는 88년생. 그 유명한 88라인의 일원이다. 지금은 해설로 활동중인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 그리고 '노페' 정노철과 함께 88라인 정글러의 한 축이었던 '하트' 이관형(당시 닉네임은 '츄냥'을 썼다.)

88년생 인물들은 롤판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다. 결승에서 맞붙을 나진 실드의 원거리 딜러 '제파' 이재민도 그렇고 에일리언웨어에서 활동했던 '젤리' 곽석호 역시 88년생이다. 하지만 이 중 현역으로 남은 인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

'에이콘' 최천주는 어떠한가. 최천주는 90년생, 한국 나이로 25세다. 두 선수의 공통점이라면,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기엔 상당히 많은 나이로 보인다는 점이다.

십대 후반의 이른바 '미친고딩' 라인부터 해서 20대 초반의 게이머들이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롤 프로씬에서 20대 중후반의 나이로 활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피지컬과 상황 판단이 떨어지는 느낌'은 게임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느끼는 바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현 시즌 최상급의 KDA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단순한 숫자놀음일 수도 있는 KDA. 그러나 KDA만큼 객관적으로 선수의 지표를 나타내 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 롤챔스 스프링 2014 출전 선수들의 총 KDA 순위


6점대의 KDA를 기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잘 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 자신의 성적을 자랑스럽게 인증하는 글들 중에도 6점대의 KDA는 보기 힘들다. 5점대만 나와도 '와 이사람 잘하네'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에이콘' 최천주 선수와 '하트' 이관형 선수가 말하는 노장 프로게이머의 장점. 과연 무엇일까? '에이콘' 최천주는 이렇게 말했다.

▲ 25세치고는 조금 어려보이는 '에이콘' 최천주


'에이콘' 최천주 : 최대한 변수 없이 플레이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못 죽여도 상관없으니 나는 죽지 말자는 마음가짐이죠. 어린 선수들은 패기가 넘쳐흘러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싸움을 거는 상황이 많아요. 본인의 피지컬을 믿고 냅다 싸우는거죠. 전 제 피지컬을 맹신하진 않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않아요.


'하트' 이관형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 삼성 블루의 주장이자 내일모레글피면 서른이 되는 '하트' 이관형


'하트' 이관형 : 점점 경험이 많아지고, 경기 수가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향하게 되요. 큰 부담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싸움만을 시도하고, 이런 행동이 쌓이고 쌓여 습관으로 묻어나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잔실수가 사라지고,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져요. KDA는 이에 따라오는 점수일 뿐이죠.


e스포츠 선수들에게 나이란 결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e스포츠 선수의 최전성기는 보통 20세 전후. 이 시기에 선수들은 판단력과 피지컬이 교차하는 황금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나면 점점 떨어지는 동체시력과 순간 판단력, 그리고 꼬이는 손 때문에 서서히 폼이 떨어져가는 것이 보통의 경우다.

그러나 비교적 나이 많은 선수들은 그들만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멘탈. 그리고 어린 팀원들을 보듬고 나아갈 수 있는 저력까지. 마치 삼국지의 '황충'과 '엄안'의 모습같지 않은가?

이번 결승전에는 유독 노장 선수들이 많이 출격한다. '하트' 이관형, '에이콘' 최천주. 그리고 '제파' 이재민까지. 피지컬은 어린 선수들에게 조금 밀릴지 모르나, 쉽게 흥분하지 않는 강한 멘탈과 차분함. 그리고 녹록치 않은 경험으로 무장한 롤계의 어르신들. 이 선수들이 결승전에서 만들어갈 감동의 순간. 모쪼록 모든 이들이 즐겁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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