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이었다. 형제 팀 삼성 오존이 두각을 보이며 롤챔스를 누빌 때 뒤에서 쓸개를 씹고 있던 삼성 블루. 형제팀이 스프링 시즌의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 그들은 뒤에서 묵묵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들고 일어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진출팀 삼성 블루. 1년 전까지, 커뮤니티에서는 삼성 블루를 욕했다. 삼성 오존에 어울리지 않는 형제팀이라 말했고, 팀원들의 실력 또한 프로에 미치지 못한다고들 말했다. 하지만 삼성 블루는 연습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장인 '하트' 이관형은 동생들보다 더 먼저 솔선수범하며 맹연습을 이어갔다. 아침까지도 그의 리그오브레전드 계정은 로그인이 되어 있고, 언제나 말을 걸면 '연습해야 한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스피릿' 이다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물을 흘렸다.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듯, 그의 눈물에는 그동안의 고생이 절절히 묻어흘렀다.

반면 '다데' 배어진은 웃었다. 삼성 오존에서 넘어온 직후, 조금은 불퉁했던 모습의 그였지만, 새로운 팀원들과 경기를 이어갈수록 그의 입가엔 점점 미소가 차올랐고, 이제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더 이상 힘든 일이 아니다.

'에이콘' 최천주도 훌륭한 탑 라이너가 되었다. '럼블' 이라는 챔피언 하나로 유명했던 그이지만, 이제 다른 챔피언들도 능숙히 다루며 팀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훌륭한 방패로 거듭났다.

'데프트' 김혁규는 어떠한가. 귀엽게만 보이는 어린 선수지만, 그 마음속에는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열망은 경기 때 마다 막대한 딜량으로 승화되어 상대를 타격한다.

그만큼 그들은 노력하고, 또 준비했다. 모든 프로팀들이 다 열심히 준비했겠지만, 이번 시즌 가장 열심히 준비한 두 팀중 한 팀이 바로 삼성 블루였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형제팀인 삼성 오존을 상대로 당당히 승리를 거두며 결승전으로 나아갔다.

이제 그들의 말을 들어볼 차례다. 결승을 앞둔 삼성 블루의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결승에 임할지 그 출사표를 보고 싶어졌다. 결승을 앞두고 마지막 맹연습에 돌입해 있는 선수들의 각오 짧게 들어보았다.




'에이콘' 최천주 : 욕심내지 않을 생각이에요. 제 역할은 동생들이 언제나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그 주춧돌이 되어주는 겁니다. 언제나처럼 안전하게, 그리고 든든한 탱커로 거듭날 생각이에요. 항상 팀을 서포트하는 마음으로 결승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제는 팀의 든든한 방패... '에이콘' 최천주


'스피릿' 이다윤 : 프로게이머로 데뷔 후 첫 결승전인 것 같아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제는 진짜 실감이 나요.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을 모아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할 생각입니다. 꼭 우승하도록 할게요.

▲ 유독 눈물이 많았던 감성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


'다데' 배어진 : 스프링의 저의 시즌이에요. 작년과는 다른 팀의 일원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지만, 우승은 꼭 쟁취할 생각입니다. 팀원들과 팬분들, 그리고 제 자신을 위해 꼭 우승을 거두도록 하겠습니다.

▲ 이제는 부끄러움 없이 환히 웃는 '다데' 배어진


'데프트' 김혁규 : 우여곡절 끝에 진출한 결승이에요. 가장 큰 마음의 무게는 형제팀인 삼성 오존을 저희 손으로 이기고 올라온 결승이라는 점이겠죠. 그들의 바람 또한 저희의 어깨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오존을 이긴 저희가 패배한다면, 잘 싸워준 우리 형제팀에게 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겠죠. 꼭 이기고,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 경기에 임하면 한없이 진지해지는 어린 원거리 딜러 '데프트' 김혁규.


'하트' 이관형 : 지금까지 참 길었어요. 다른 팀들이 저 위에서 싸울 동안 올려다보느라 목 디스크가 왔어요. 이제는 내려다 볼 때가 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그 기회가 드디어 왔습니다. 이 기회를 꼭 잡고, 삼성 블루가 최고의 팀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일 생각입니다.

▲ 솔선수범 노력하는 팀의 주장 '하트' 이관형


삼성 블루 팀원들의 멘트는 길지 않았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우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담담하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를 말한 그들. 나진 실드는 강팀이다. 아니 강팀을 넘어 그들 역시 삼성 블루 못지 않은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이번 시즌에 노력을 기울인 팀이다.

하지만 우승팀은 둘이 될 수 없다.

이제 채 몇 시간 남지 않은 결승전. 각자의 사연으로 얽히고, 결승전이라는 마지막 매듭만을 남겨둔 삼성 블루와 나진 실드는 우리에게 어떤 드라마를 선사해 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