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KDL 시즌 2 다곤 파이브와 MVP 핫식스 간의 재경기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곤 파이브 소속인 'GwaC' 모준형은 25일 경기가 끝난 후 커뮤니티를 통해 MVP 핫식스와의 경기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 문제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경기 지연

당시 첫 경기로 펼쳐졌던 다곤 파이브와 MVP 핫식스 간의 경기는 스팀 로그인 문제로 2시간 가량 지연됐다. 접속 문제가 해결되고 선수들은 픽밴을 진행한 후 경기에 임했지만, 루나를 선택한 MVP 핫식스의 'Carl' 허정우의 접속 상태가 포기로 처리되면서 골드 획득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재차 발생했다. 문제를 확인한 심판진은 재경기를 결정했고, 선수들에게는 동일한 조합과 전략을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MVP 핫식스는 자키로가 본래 구입하지 않았던 치유 물약을 첫 아이템으로 가져갔고, 상대 봇 정글 지역 크립 생성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와드를 탑 레인에 설치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경기 후 이를 확인한 다곤 파이브는 심판진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경기에 큰 지장이 없었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만 주어졌다.

▲ 다곤 파이브의 이의 제기 내용. 재경기 전, 후 와드 위치 및 첫 아이템이 달라졌다


■ '결과'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도타2에서는 초반 전략이 승패에 적지 않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상대의 전략을 확인하고 이에 맞춰 자신들의 선택을 변경한 MVP 핫식스의 행동은 다곤 파이브에게 충분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다곤 파이브는 상대를 꺾기 위한 '필살기' 전략으로 누킹 조합의 역삼 레인을 선택했기에, 자신들의 의도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상대에게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준 셈이 됐다.

결론적으로 초반의 이런 움직임은 심판진의 말마따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재경기 전에는 다곤 파이브가 첫 룬을 놓고 불꽃령에게 피해를 누적시키며 미드 레인 차이를 벌린 반면, 재경기 후에는 MVP 핫식스가 첫 룬을 획득하고 미드 레인을 흔들어 놓으면서 불꽃령에게 여유를 주었다는 점이다.

이와는 무관하게 다곤 파이브는 중반부터 탑 레인을 무너뜨리며 킬을 쌓아 올렸고, 경기 후반에는 무리한 다이브를 감행하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재경기가 결정된 시점까지는 킬도, 극적인 교전도 없었다.

하지만 MVP 핫식스는 원래라면 의미가 없는 봇 풀링 방지 와드를 탑 레인에 설치함으로써 상대의 역삼 레인을 보다 편하게 상대할 수 있는 시야를 손에 넣었다. 동시에 자키로는 치유 물약을 소지함으로써 초반 딜 교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 선수들과 심판은 규정 위반을 인지하고 있었나?

MVP 핫식스의 플레잉 코치 'baNhwA' 윤덕수는 도타 2 인벤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 윤덕수는 재경기 후 팀원들에게 룰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어 소통의 문제로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시간에 쫓겨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 MVP 'baNhwA' 윤덕수 코치가 올린 사과글


윤덕수의 글에 따르면 재경기 당시 자신들의 위반 사항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MVP 핫식스는 심판진에 이를 알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경기를 속행했다. 이는 앞서 경기가 2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경기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누구보다 먼저 문제를 인지하고 경기 중단 혹은 즉각적인 경고 조치를 내려야 하는 심판진의 움직임은 당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당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실수'로 인한 것인지, 확인은 했지만 승패에 큰 영향이 없다는 판단하에 이미 상당 시간 지연된 경기를 속행한 것인지 그 속내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 입장 밝힌 스포TV 게임즈,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두고 팬들의 비난의 화살은 심판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재경기 후 선수들이 동일한 아이템과 전략을 따라가는지 확인하지 않았음은 물론, 선수의 이의 제기를 두고 경기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심판 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스포TV 게임즈의 KDL 담당 PD는 관련 커뮤니티에 사과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의 착오와 함께 다곤 파이브 선수들이 이견을 제시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규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만을 살펴 결정을 내린 것에 팬들은 주최측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 선수들의 해외 대회 선전과 더불어 KDL을 향한 팬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만큼 무엇보다 주최측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