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는 수많은 챔피언이 존재하며, 이들 사이에는 엄격한 계급이 존재한다. OP(오버 파워)로 인정받아 각종 대회와 일반 게임에 수시로 등장하는 챔피언도 있고, 뛰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챔피언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다양한 이유에 인해 유저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저 구석에서 남모를 눈물을 훔치는 챔피언들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챔피언들을 비주류라고 부른다.

유저들로부터 외면받는 챔피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인벤팀이 나섰다. 피오라와 이렐리아 편 이후, 그녀들이 슬슬 게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훈훈한 장면을 목격한 기자는 더욱 힘을 내기로 했다. 잊혀진 챔피언에게 관심을! '힐링챔프' 그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처형인의 긍지' 우르곳이다.

▲ 영원한 삶, 끝없는 고통...


◈ 우르곳이 유저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롤이라는 게임 안에는 유저들 간의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듯하다. 보통 못생긴 챔피언은 선택률이 매우 낮다. 못생긴 외모로 인해 팬들에게 제대로 외면받았던 챔피언 중 한 명은 바로 '트런들'이었다. 특히 대대적인 외모 성형을 거치기 전 트런들의 모습은 사실 외면을 받을 만했다. 트런들의 성능은 리워크 이전에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트런들의 일러스트를 본 유저라면 선뜻 그에게 마우스를 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 그나마 성형해서 올라간 픽률이 이 정도 (출처: fow.kr)


오늘의 주인공인 우르곳 역시 마찬가지다. 감자 칩을 주식으로 삼은 듯한 후덕한 살집과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이는 시원한 민머리, 그리고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긴 것처럼 보이는 흉터까지.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기자도 우르곳의 일러스트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승리의 미소를 지을 정도다.

물론 극한을 달리는 외모가 우르곳이 외면받는 유일한 이유는 결코 아니다. 우르곳의 주 역할은 원거리 딜러다. 원거리 딜러가 무엇인가? 아군의 최후방에서 안정적으로 딜을 꽂아 넣어야 하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우르곳의 부 역할군은 놀랍게도 탱커다. 다시 말하면 우르곳은 원거리 딜러이자 탱커인 셈이다. 이런 세상에!

▲ 아니 라이엇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그의 역할군만 이상하게 분류된 것이 아니다. 스킬 구성을 봐도 우르곳은 분명 '원거리 탱커'다. 우르곳의 E스킬인 '녹서스 부식성 수류탄'과 Q스킬 '산성 추적탄' 콤보는 상대하는 입장에서 짜증을 유발하기 충분할 정도로 우월한 데미지와 사거리를 보여준다. W스킬 '공포 축전기'에 의한 보호막은 최대한 관대하게 생각해보면 원거리 딜러에게도 필요할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 스킬이니 논외로 치기로 하자.

하지만 문제는 궁극기인 '초동역학 위치전환기'다. 이 스킬을 사용하면 대상이 된 적 챔피언과 우르곳의 위치가 바뀐다. 가만있자... 우르곳은 분명히 원거리 딜러다. 그런데 궁극기를 사용하면 스스로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어간다고? 한동안 굶은 사자 우리에 저절로 들어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래도 궁극기를 활용해 깜짝 이니시에이팅을 한 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적진 한복판에서 빠져나와 딜을 넣기 시작하게 됐다고 해보자. 우르곳의 주요 딜링 스킬은 위에서도 밝혔듯이 E스킬와 Q스킬의 조합이다. 1초가 급한 한타에서 느릿느릿 날아가는 우르곳의 E스킬과 Q스킬은 팀 전체 데미지에서 그리 큰 비중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우르곳의 평타는? 그의 평타는 원거리 딜러로 보기에도, 근거리 딜러로 보기에도 모호한 사정거리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생존기 하나 없다. 짧은 사거리에 생존기까지 없는 원거리 딜러. 우르곳은 최근 유행하는 '돌진기를 보유한' 탑과 정글 챔피언들에게 그저 좋은 킬 포인트 공급원일 뿐이다.

※ 우르곳은 이래서 비주류다!

- 챔피언 픽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모에서 일단 비호감
- 원거리 딜러와 탱커를 동시에 맡는 모순
- 주요 딜링 스킬이 한타에서 빛을 보기 어려움
- 짧은 평타 사정거리와 생존기의 부재로 인해 상대 근접 챔피언들이 달라붙기 쉬움


◈ 단점투성이 우르곳... 누가 그를 변호해줄 것인가

힐링챔프를 연재한 지 3회째, 기자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분석하면 할수록 단점만 끊임없이 나오는 이 챔피언에게 과연 누가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난감했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우르곳 협회' 회원들이 있다곤 하지만, 그들은 베일에 싸여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우르곳 협회 회원이 존재했다. 그것도 롤을 즐기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인사였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우르곳 변호를 맡아줄 장인은, 현존하는 최고의 원거리 딜러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삼성 블루의 '데프트' 김혁규 선수다.

▲ 귀...귀여워!





Q.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일단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만나서 반갑다. 우르곳을 사랑하는 삼성 블루 '데프트' 김혁규라고 한다.


Q. 아무리 비주류라지만 장점이 없을 리 없다. 우르곳의 장점을 꼽자면?

일단 생긴 게 정말 멋있다. 딱 내 취향이다(웃음). 그리고 첫 귀환 때까지만 잘 버티면 라인전에서 어떤 챔피언을 상대하더라도 정말 강하다. 마지막으로 원거리 딜러임에도 불구하고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하다.


Q. 말한 것처럼 라인전에서 꽤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주력 스킬인 E스킬과 Q스킬 콤보를 잘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일단 우르곳은 E스킬이 빗나가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 그러므로 정말 맞출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미니언을 때리기 위해 방심하고 접근할 때 E스킬을 사용하면 맞추기 쉽다.


Q. 봇 라인전은 서포터가 매우 중요하다. 우르곳과 호흡이 잘 맞는 서포터가 있다면?

소라카와 호흡이 잘 맞는데 이번 너프로 인해 효율이 떨어진다. 우르곳이 생존기가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쓰레쉬와 잘 맞을 것 같다.


Q. 우르곳하면 못생긴 외모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럼에도 우르곳을 아끼는 이유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르곳은 못생기지 않았다. 멋있게 생겼다. 그래서 아껴주고 있다. 또한, 예전에 골드에서 플레티넘으로 올라갈 때 우르곳 덕을 많이 봤다. 소울 메이트라고 보면 된다.


Q. '원거리 탱커'라는 특이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타 때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

딜을 넣기가 힘들 뿐이지, 데미지 자체는 다른 원거리 딜러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한타 때 역할은 양 팀의 조합에 따라 나뉜다. 적 팀에 암살형 챔피언이 있다면 궁극기를 활용해 스턴을 걸어 놓고 팀원들에게 때려 달라고 핑을 막 찍는다.


Q. 우르곳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처럼 들린다.

양 팀 모두 무난한 조합이라면, 한타 때는 그냥 E스킬과 Q스킬의 우월한 사거리를 바탕으로 거리를 잘 재면서 스킬을 난사하는 게 전부인 것 같다. 상대에게 물리지만 않으면 지속적인 딜링 면에서 상당히 좋다.


Q. 종합해보면 라인전 단계에서 잘 커야 할 것 같다. 룬과 특성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표식에 방어구 관통력 9개, 인장에 체력 9개, 문양에는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6개와 5초당 마나 회복 3개, 그리고 정수에는 방어력 3개를 사용한다. 인벤 우르곳 공략 중에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6개를 넣어주면, 야만의 몽둥이 아이템을 갖추자마자 Q스킬을 E스킬 지속시간 동안 네 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참고했다.

특성은 공격 속도보단 쿨타임 감소가 좋다. 장군과 광란은 찍지 않고 약점 노출, 주문 연성, 무기 연성을 배운다. 나머지는 일반 AD특성과 같다.


Q. 야만의 몽둥이 아이템 이야기를 꺼낸 김에 최종 아이템도 알려준다면?

마나무네, 칠흑의 양날 도끼, 최후의 속삭임, 얼어붙은 심장, 그리고 신발은 헤르메스의 발걸음이나 닌자의 신발을 갖추면 된다.


Q. '데프트' 김혁규에게 우르곳이란?

우르곳은 나에게 히든카드, 비장의 무기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생긴 것도 멋지고, 라인전도 터뜨릴 수 있는 우르곳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또한, 우르곳뿐만 아니라 알파카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웃음). 항상 팀을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삼성 갤럭시 화이팅!



삼성 블루의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실해진 점은, 우르곳은 팀원들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원거리 딜러들의 공통사항이겠지만, 생존기가 없는 대신 우월한 스킬 사거리를 지닌 우르곳은 팀원들이 자신을 얼마나 잘 지켜주는지가 관건인 챔피언이었다.

또한, 룬과 아이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르곳은 라이엇에서 구분한 것처럼 정말 '원거리 탱커'였다. 그 어떤 원거리 딜러가 얼어붙은 심장과 방어적인 신발을 구입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자. 방어구 관통력을 최대한 높여주면 잘 죽지도 않으면서 데미지는 엄청나게 높은 안정적인 원거리 딜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젠가 '캡틴잭' 강형우는 인터뷰에서 "나는 타워만 때릴 뿐이다"고 밝혔고, 베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더블리프트'는 SNS를 통해 시즌 3 이후 원거리 딜러의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예전보다 원거리 딜러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심지어 '편리한 팀 구성'에서 원거리 딜러 자리가 한동안 비어있는 상황도 자주 연출된다.

하지만 여전히 원거리 딜러에 의해 경기의 판도가 뒤바뀌는 장면이 등장해 팬들을 환호하게 한다. 지난 스프링 시즌에는 드레이븐이 혼자서 다수의 상대를 제압하는 화끈함도 볼 수 있었고, 트위치의 과감한 움직임에 이은 암살도 지켜보는 이에게 쾌감을 선사했으며, 루시안의 화려한 움직임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적도 있다.

팀원들이 괴로울 정도로 핑을 찍어대고, 최후방에서 스킬을 난사하다 보면 우르곳에게도 언젠가 쨍하고 해뜰날이 오지 않을까? 비록 못생겼지만, 우르곳은 충분히 매력적인 챔피언이다.

사실 우르곳은 스토리 상으로도 비운의 챔피언이다. 녹서스의 전사로 활약하던 우르곳은, 자르반 4세를 사로잡아 처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타이밍 좋게 나타난 가렌에 의해 전사하고 말았다. 이후 한 과학자의 손에 기계로 재탄생했다는 눈물겨운 스토리를 지녔다. 과학의 힘으로 새 생명을 얻었듯이, 이번 '힐링챔프'를 통해 또 한 번 새 생명을 얻길 바란다.


※ '힐링챔프' 4편의 주인공은 누구?

보기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얻어 베스트 댓글에 오른 챔피언이 다음 주 '힐링챔프'에 등장합니다!

1. "평화가 올 거라고요!" 뽀삐
2. "네놈 따윈 우리의 분노를 막을 수 없다!" 우디르
3. "전 보석뿐만 아니라, 고대의 힘 또한 가져다 드린답니다." 타릭

힐링챔프 1화 : [힐링챔프] 엄청난 후반 캐리력의 소유자, 하지만 태생부터 비주류인 피오라!
힐링챔프 2화 : [힐링챔프] 옛 영광을 재현하기엔 뭔가 아쉬운 그녀, 이렐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