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치열해지는 하스스톤 한중마스터즈, 8강전 경기가 20일 하루에 모두 열리면서 축제의 장이 완성되었다. 16강에서는 중국 선수들을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이번 8강전 부터는 중국 선수들도 내한하여 경기를 펼치게 되어 본격적인 국가대항전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4주간에 걸쳐 펼쳐진 지난 16강에서는 실력자들의 승전보도 있었던 반면, 안타까운 탈락의 소식도 들려왔다. 하스스톤 유저들의 축제의 장이 될 하스스톤 한중마스터즈 8강 경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선수가 경기를 펼치는지 미리 알고보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터, 모든 경기를 지켜봤지만 기억이 가물거리는 독자나 지금부터라도 하스스톤 한중마스터즈에 관심을 가질 독자를 위해 인벤팀에서는 8강을 한눈에 들여다보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 한국 스타일이 읽히기 시작한 16강, 나 자신의 스타일에 변화를 주어야

전체적으로 8강 경기를 정리하자면, 한국의 선수들은 무거운 덱 보다는 핸드 수급이 원활한 미드 레인지 덱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상대의 플레이와는 상관없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주문 도적, 흑마법사, 드루이드의 선택이 확연히 높은 양상을 나타냈다.

그리고 경기 내용에서도 중국 선수들 보다는 한국 선수들이 운영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하스스톤’ 최승하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최고의 수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보였으며, 이는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다소 아쉬운 판단을 하면서 한국 대표들에게 기회를 주는 모습이 종종 있기도 했다.

하지만 한중마스터즈가 거듭될수록 중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를 경기에 반영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인 흑마법사덱으로 1세트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거인 흑마와 같이 무거운 덱은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한국 선수들이 선호하는 주문 도적을 제대로 카운터하기 위해 중국 선수들은 기꺼이 선봉 덱으로 선택했다. 말하자면, 국가대표들의 스타일대로 중국 선수들이 맞춤을 시도하고 있는 격이다.

현재 다섯 명의 국가 대표 중 ‘이시대최고마법사’ 김건중, ‘슬시호’ 정한슬, ‘광역맞으면서렌함’ 김정수 등은 자신이 가진 명성 만큼이나 VOD도 지천에 널려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국 선수들이 한국 국가대표의 성향을 반영한 맞춤 덱을 가지고 나오기 시작한 만큼,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4강, 결승에서도 선전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1경기 - '이시대최고마법사' 김건중 vs Wu Yang(우 양), 유일한 8강 국가 대항전

▲ '이시대최고마법사' 김건중 vs Wu Yang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8명의 선수가 대결하는 8강전에서 ‘이시대최고마법사’ 김건중의 승부만이 국가대항전이 되었다. 상대는 나이트메어의 팀장 ‘페가소스’ 심규성을 꺾고 올라온 Wu Yang,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이 막중한 상황이 됐다.

김건중의 아이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마법사’ 직업을 좋아하는 유저지만, 최근 메타에는 마법사가 잘 맞지 않아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8강전에서 흑마법사 위니덱을 통해 3:0 완승을 거두면서 깔끔한 경기력을 선보여 4강 진출가능성의 기대감 역시 높은 상태다. ‘슬시호’ 정한슬과 더불어 국내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실력파이기에 Wu Yang을 상대로 승리를 낙관해 볼 수 있다.

Wu Yang 역시 만만찮게 볼 상대는 아니다. 중국 유명 네임드 팀인 빅3 팀 소속으로 한국의 골든코인 소속인 김건중과 충분히 겨뤄볼 여지가 있다. 중국에서 수차례 전설 1위에 등극했으며 이미 클로즈베타 때부터 전설 등급을 달성, 하스스톤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 예선 경기에서 드루이드와 사냥꾼 덱을 활용해 선전을 펼쳤고, ‘페가소스’ 심규성을 제압할 때도 드루이드 덱이 2승을 가져오면서 결정적인 기여를 펼쳤다.

승부의 분수령은 Wu Yang의 드루이드와 사냥꾼 덱을 김건중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코인 드루’로 불리는 정신 자극 중심의 드루이드 덱이 안정성이 워낙 높고, 최근 개들을 풀어라 하향으로 인해 힘이 빠진 사냥꾼으로 ‘페가소스’ 심규성을 물리친 점을 볼 때 김건중이 이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가 기대되는 매치.


■ 2경기 - 'Sauuuuuuuuuu' 김태우 vs '하스스톤' 최승하, 재야고수간 대결

▲ 'Sauuuuuuuuuu' 김태우 vs '하스스톤' 최승하


‘Sauuuuuuuuuu’(이하 Sau) 김태우와 ‘하스스톤’ 최승하의 8강 대결은 재야고수간의 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김태우는 이번 대회가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한중마스터즈 예선에서도 선전을 펼쳤으며, 국가대항전으로 진행되는 본선 무대에서도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승하 역시 예선을 통과한 직후 자신은 일반 유저일 뿐이라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두 선수의 겸손과는 상관없이 16강에서 선보인 경기 내용은 그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특히 최승하는 ‘밧줄 메타’로 불릴 정도로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에 정반대로 카드를 바로바로 내는 속전속결 플레이를 선호한다. 그만큼 실수도 잦긴 했지만, 16강에서 Ju Haojie를 상대로 주술사 덱으로 3:0 완승을 거두는 저력을 자랑했다.

‘Sau’ 김태우 역시 역발상을 통한 승부수가 제대로 먹히면서 Lu Yiqing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주문 도적 덱으로 경기에 나선 김태우는 가젯잔 경매인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란 상식을 벗어났다. 레이나드 흑마법사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핸드를 소모하면서 피니시를 날리기도 했으며, 3세트 도적 미러전에서는 에드윈 밴클리프로 승부수를 던지는 과감함이 엿보였다.

두 선수 모두 3:0 완승을 거두고 올라왔고, 잠재된 가능성 역시 높은 선수들이지만 최정상의 무대에 서기에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두 선수가 지금까지 겸손함을 앞세웠다면, 지금은 보다 강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 때다. 4강에 올라 우승을 바라보는 위치에서도 ‘운이 좋았다’며 너스레를 떨 참인가? 상대의 웃는 얼굴 또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3경기 - '슬시호' 정한슬 vs '광역맞으면서렌함' 김정수, 국내 최강자간의 빅매치

▲ '광역맞으면서렌함' 김정수 vs '슬시호' 정한슬


이 매치업은 국내 하스스톤 대회 결승급 대진이나 다름이 없다. ‘슬시호’ 정한슬과 ‘광역맞으면서렌함’ 김정수는 국내 최정상 실력을 다투는 실력자들이기 때문. 둘 중 한 선수는 이번 대결 이후 한중마스터즈와 이별해야 한다니, 기구하기 짝이 없는 대진표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운명의 여신은 이 둘을 붙였고,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는 단 한 명 뿐인 것을.

김정수는 Yu Baiwan을 상대할 때부터 노련함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상대는 초반에 결착을 지을 수 있는 ‘날빌성 덱’으로 김정수를 위협해왔다. 선봉으로 내민 주문 도적덱이 T6덱에게 무너지면서 첫 실점을 기록했지만, 방밀 전사를 꺼내들면서 피니시에 성공한 김정수의 8강 경기는 평소 기본기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슬시호’ 정한슬은 8강에 진출한 국가대표들 중 비교적 힘겹게 진출한 편이다. 앞선 대표들이 모두 시종일관 리드를 잃지 않으면서 진출에 성공한 반면, 정한슬은 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올랐기 때문. 특히 Fu Liang이 거인 흑마법사 덱을 1세트에 가지고 오면서 주문 도적덱에게 완승을 거둔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정한슬의 장기 중 하나인 드루이드 덱으로 3전 전승에 성공하면서 분위기 반전, 8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하스스톤 최강자를 꼽으라면 ‘이시대최고마법사’ 김건중을 비롯, ‘슬시호’ 정한슬과 ‘광역맞으면서렌함’ 김정수를 빼놓을 수 없다. 8강 무대인 여기서 이 둘이 맞붙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두 선수의 명성 만큼이나 누가 이겨도 후회없을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질 것 역시 자명하다. 두 선수의 대결이 20일 열릴 8강 경기 전체 중 가장 뜨거운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 4경기 - Lu jiajun(루 찌아 준) vs Zeng Guoyi(정 궈이), 국내에서 펼쳐지는 중국 내전의 결과는?

▲ Lu jiajun (사진 좌측) vs Zeng Guoyi (사진 우측)


한국 선수들이 내전을 피할 수 없었던 만큼, 중국 선수들의 내전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허나 한국 선수는 다섯, 중국 선수는 세 명의 선수가 진출한 지금의 상황에서 8강 내전은 뼈아픈 손실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4강에 중국 선수 1명의 진출이 확정되는 것이지만, 중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하필 지금?’이란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Lu jiajun은 ‘하스스톤’ 최승하나 ‘Sau’ 김태우처럼 이번 대회가 그의 첫 출전 대회였다. Lu jiajun은 우리가 아는 일상적인 컴퓨터 게임과는 거리가 먼 유저였다. 하스스톤을 접하기 전, 그가 즐기는 게임은 아발론, 푸에트리코, 카탄 등의 보드게임을 주로 즐기는 유저였고 작년 말 클로즈베타부터 하스스톤을 시작했다. 그러나 예선전에서 거인 흑마법사 덱을 주로 사용하며 중국의 내노라하는 네임드들을 연파, 결국 여기까지 왔다.

반면, Zeng Guoyi는 Lu jiajun과 입장이 다르다. 중국의 온라인 대회인 제1 수수배 우승, 대학 e스포츠 리그인 CSL 하스스톤 개인전 부문 3위의 입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각종 개인 인터넷 방송 대회 우승 경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네임드 중의 네임드다. 예전에는 주술사 덱을 많이 써왔고, 최근에는 도적과 마법사 덱을 운용해왔지만 최준휘를 상대할 때는 거인 흑마법사 덱으로 완승을 거두는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번 8강 내전에서 Zeng Guoyi는 중국 메타의 트랜드를 충실히 반영한 덱으로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Lu jiajun은 자신만의 프리스타일 덱으로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경험적인 우위를 볼 때 중국 예선 1위를 기록한 Zeng Guoyi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Lu jiajun이 자국의 네임드를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두며 여기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승을 향한 중국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을 한국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대결 최대의 매력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