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DL 시즌 3, 패자에게 배려를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KDL 시즌 3가 국내외로 많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넥슨 아레나 현장에는 평일에도 제법 많은 팬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해외 유저를 위한 트위치TV 채널에는 1만 5천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모여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이렇듯 KDL에 팬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한국 도타의 위상이 TI4 이후 달라졌기도 하지만, 더블 헤더 방식을 채택한 티어 1리그 때문입니다.
다전제 방식으로 진행됐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KDL 시즌 3부터는 지정된 홈팀이 다른 2개 팀과 연달아 경기를 치릅니다. 자연스레 경기수가 많아지면서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을 더욱 자주 만나볼 수 있게 됐으며, 전투적인 스타일의 한국 도타는 외국 팬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또한, 메이저 대회가 뜸한 시기에 KDL 시즌 3는 승부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런 더블 헤더 방식이 웃지 못할 장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과 13일 티어 1 경기가 종료된 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는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인터뷰의 대상자가 홈팀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그날 경기에 전패했던 제퍼와 레이브가 무대에 올랐기 때문인데요. 경기에 패한 충격에 빠져있다 보니 제대로 된 인터뷰가 진행될 리 만무했습니다. 결국 인터뷰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로 마무리됐습니다.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인터뷰는 당연히 해야 할 의무와도 같습니다. 여러 대회 규정에도 인터뷰 요청에 응할 것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인터뷰란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금은 유창하게 인터뷰에 응하는 선수들도 초기에는 멋쩍어하기 일쑤였죠. 경력이 짧은 KDL 출전 선수들이 인터뷰를 힘들어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해 때로는 답이 정해진 질문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승리한 선수도 인터뷰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기 마련인데, 패한 선수라면 그 부담은 더욱 배가 될 것입니다. 옛말에 '패장은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날 경기에 전패했을 경우 선수들이 느끼는 자책감과 실망은 무척 클 것입니다. 이럴 경우 홈팀을 고집하기보다는 승리한 선수들을 불러 그들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전주한 기자 desk@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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