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사에 언급된 선수들이 대단한 활약을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월드 챔피언십 2014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쯤은 짚어주고 싶은 선수들을 모아봤습니다. 설레발이 어느 정도는 들어갔습니다.

첫 번째로는 너무 과소평가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입니다. 삼성 화이트의 '루퍼' 장형석입니다.



라인 컨트롤, 라인전, 강심장

소심한 성격 때문에 저평가를 당하는 걸까요. 아니면 최근 탑 캐리 메타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요. 어찌 됐든, 삼성 화이트가 자랑하는 운영에서 장형석은 핵심 선수입니다. '댄디' 최인규와 '마타' 조세형이 맵 장악을 통해 넓은 시야를 획득하면 '루퍼' 장형석이 그 판 위를 처음 걷습니다. 순간 이동을 통한 중소규모 교전은 장형석의 순간 이동 타이밍에 따라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장형석의 가장 큰 장점은 라인 컨트롤입니다. 교전이 일어날 것 같다는 콜을 받으면 탑 라인을 컨트롤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라인을 밀어놓고 순간 이동을 타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장형석은 순간 이동의 마지노선 타이밍을 노릴 때도 있습니다.

즉, 더 이상 늦으면 봇 라인 교전에서 무조건 패배할 것 같은 타이밍까지 라인을 푸쉬할 때도 있단 얘기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 탑 라이너와 함께 순간 이동을 하면 이득을 본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이미 교전 콜을 받았기 때문에 라인을 밀어 놓은 상태로 순간 이동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일류급 선수들도 순간 이동이 끊길 때가 있습니다만, 장형석은 그 상황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라인 컨트롤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이유는 라인전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삼성 갤럭시의 탑 라이너는 예전부터 '피지컬에서 조금 모자라도, 팀을 위해 희생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형석은 피지컬도 좋고, 희생도 하는 '만능형' 탑 라이너입니다. '세이브' 백영진, '플레임' 이호종, '썸데이' 김찬호같은 정상급 탑 라이너들은 공격적입니다. 탑 캐리 메타에서 조금 벗어난 지금도 공격적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형석은 공격적일 땐 공격적, 수비적일 땐 수비적으로 변합니다. 카멜레온 같은 탑 라이너입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 피지컬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장점은 강한 심장입니다. 절대 흔들리지 않습니다. 장형석 선수가 데뷔했던 무대가 시즌3 월드 챔피언십입니다. 그리고 예선 탈락한 삼성 화이트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갓 데뷔한 선수임에도 말이죠. 단단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선수들의 약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조용한 선수들이 그런데,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5대 5 팀게임에서 대화가 없다는 것은 팀의 패배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장형석 선수는 조용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들어가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습니다. 데뷔 초기때는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형석이 형이 게임이 불리해지면 말이 없어지는 편"이라는 같은 팀원의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젠 그런 문제가 없죠. 굉장히 믿음직한 선수가 됐습니다.


▲ 단단한 장형석의 문도 박사(출처 : 온게임넷)



두 번째 선수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팀의 미드 라이너. 바로 SK 게이밍의 'Jesiz'입니다.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 넓은 챔피언 풀

"엥? SK 게이밍? 거기 완전 명문 게임단 아니냐?"라고 말씀하실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해외 리그를 즐겨보지 않고, 롤드컵이나 올스타전 같은 대륙 대항전 정도만 보는 라이트한 LoL 팬들은 SK 게이밍을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사실 유럽 대표를 뽑을 때면 프나틱이나 겜빗 게이밍 정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실 SK 게이밍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작년 겨울이니까요. 그전까지 SK 게이밍은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지만, 프리미어급 대회에서 우승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SK 게이밍의 프리미엄급 대회 첫 우승은 2013년 11월 열린 드림핵 윈터 2013입니다. SK 게이밍은 우승 이후, LCS EU에서도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전 시즌 너무 성적이 나빴기 때문에, 승격강등전을 하긴 했지만요.

SK 게이밍은 승격전에서 SUPA HOT CREW를 3대 2로 꺾으며 2014 LCS EU 스프링 시즌 잔류에 성공합니다. 그 시즌은 어땠을까요? 강등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팀이 얼마나 잘할 수 있었을까요. 놀라지 마세요. SK 게이밍은 18승 10패로 LCS EU 스프링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거둡니다. 플레이오프에선 프나틱에 3대 1로 패배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준우승을 거뒀죠. 누가 전 시즌까지 강등 위기에 빠져있던 팀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그 중심에는 미드 라이너 'Jesiz'가 있습니다. 그가 팀에 합류한 시점이 2013년 11월입니다. SK 게이밍이 'Jesiz'의 합류로 팀이 180도 바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Jesiz'가 유럽 최고의 미드 라이너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아니"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유럽 최고의 미드 라이너는 얼라이언스의 'Froggen'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확실히 'Jesiz'는 좋은 미드 라이너긴 하지만, 'Froggen' 앞에서는 약간 작아 보이긴 합니다. LCS EU 2014 섬머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런 얘기가 증명됐죠. 'Froggen'은 'Jesiz'를 앞에 두고 경기를 조율했습니다.

그래도 'Jesiz'가 인상 깊었던 점은, 무리하게 'Froggen'의 플레이를 따라가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의 국제 경기에서 대부분의 유럽, 북미 미드 라이너들은 라인전 단계에서 중국, 한국 선수들에게 패배했기 때문에 더 중요합니다. 불리할 때 얼마나 제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 SK 게이밍은 한국, 중국 팀들에 비해 객관적 전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반드시 'Jesiz'의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것입니다.


▲ Jesiz 니달리(출처 : OPLOLReplay)



세 번째로 소개할 선수는 터키 대표, 다크 패시지의 원거리 딜러 'HolyPhoenix'입니다.



숨겨진 실력자, 터키의 에이스

다크 패시지는 월드 챔피언십의 복병입니다. 경기 VOD 자체도 적은데다가, 거의 모든 경기가 다크 패시지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기 때문에 객관적인 전력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크 패시지의 원거리 딜러 'HolyPhoenix'가 에이스라는 건 잘 알 수 있죠. 경기 내내 빛이 나는 선수입니다.

'HolyPhoenix'는 터키 선수 최초로 유럽 서버에서 챌린저를 달성했습니다. 솔로 랭크는 개인기의 장이고, 한국 최상위 챌린저 티어를 제외하면 수준도 비슷하기 때문에 'HolyPhoenix'가 개인기만큼은 다른 해외 선수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증거가 됩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원거리 딜러입니다. 'HolyPhoenix'가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은 퀸과 트리스타나입니다. 하지만 월드 챔피언십에선 퀸을 볼 수 없겠죠. 개인적인 희망이지만, 한 경기쯤은 퀸을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퀸의 성능을 본 라이엇이 상향 패치를 시켜줄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 'HolyPhoenix'는 루시안과 트리스타나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유럽 서버에서 팀 랭크를 위주로 꽤 많은 시간을 팀 호흡을 가다듬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승률 또한 굉장히 좋은 편이고요. 최근 유행하는 메타에는 그렇게 빠르게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방어구 관통력 그레이브즈나 곡택틱(곡괭이+스태틱의 단검)트리스타나 같은 건 잘 선택하지 않습니다.

다크 패시지는 월드 챔피언십에서 A조에 속했습니다. 삼성 화이트, EDG와 같은 조입니다. 원거리 딜러의 싸움이 상당히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임프' 구승빈, EDG의 'Namei'를 상대로 터키의 자존심 'HolyPhoenix'가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 홀리 피닉스의 펜타킬!(출처 : 다크패시지 공식 유투브 채널)



마지막 선수는 LMQ의 미드 라이너, 'XiaoWeiXiao'입니다. 북미 팬들은 줄여서 'XWX'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변화무쌍, 좋은 개인기, 팀의 중심

재미있는 기록이 있는 선수입니다. 가장 이른 시간에 CS 300개를 획득한 선수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23분 30초만에 CS 300개를 달성한 적 있습니다. 분당 12.7개의 CS 획득량입니다. 대단한 기록이네요.

'XiaoWeiXiao'를 얘기할 때 가장 첫 번째로 말해야 하는 것은 챔피언 풀입니다. 굉장히 넓습니다. 넓다못해 변화무쌍하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 세 개만 뽑아달라고 했을 때 카서스, 제드, 카사딘을 말했습니다. 스타일이 극과 극인 챔피언이죠.

38 경기에서 15가지 각기 다른 챔피언을 선택했습니다. 승률 또한 고른 편이라서, 뽑은 챔피언은 어느 정도 숙달된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야스오와 오리아나는 'XiaoWeiXiao'의 주력 챔피언이고 승률 또한 상당히 높습니다.(야스오 75%, 오리아나 66.7%)

북미, 중국 모두 챌린저 티어입니다. 개인기는 검증됐단 소리죠. 게다가 LCS 섬머 정규시즌의 MVP가 바로 'XiaoWeiXiao'입니다. LMQ는 플레이오프에서 2위를 했는데도 정규시즌 MVP를 기록했다는 얘기는 이 선수가 얼마나 정규 리그동안 꾸준한 활약을 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LMQ는 상당히 한타를 잘하는 팀이고, 미드 라이너인 'XiaoWeiXiao' 또한 한타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번 기세를 타면 끝없이 몰아치는 스타일이니만큼, 미드 라이너가 공격의 중심을 얼마나 잘 잡아주느냐에 따라 LMQ가 흔들릴지, 흔들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서 살펴봤던 'HolyPhoenix'의 A조는 원거리 딜러의 싸움이 굉장히 재밌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XiaoWeiXiao'의 C조는 미드 라이너의 싸움이 백미입니다. 삼성 블루 '다데' 배어진, 프나틱 'xPeke', OMG 'Cool' 모두 대륙을 대표하는 최정상의 미드 라이너이기 때문입니다.


▲ XWX의 야스오(출처 : 유투브 OPLOLReplay)


※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방 욕설은 통보없이 삭제되며 이용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