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oL 선수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롤챔스 섬머 2014가 종료되고 월드 챔피언십 시즌 4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 이병권과 '루키' 송의진의 해외 진출 소식이 전해졌다. 두 선수는 2014년에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고,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에서 KT 애로우즈의 우승을 이끈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이 외에도 적지 않은 한국 A급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해외 진출은 국내에서 자리를 찾지 못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선택한 것이다. 해외 진출이 막 시작되던 때에는 한국 무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차선책으로 새로운 길을 찾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실력, 경력, 명성을 모두 겸비한 선수들이 해외를 원하고, 해외 팀에서도 인지도 높은 즉시 전력감을 찾고 있다.

※ 한국 LoL 프로게이머 해외 팀 진출 현황

- 북미 지역
'러스트보이' 함장식(TSM), '헬리오스' 신동진(EG), '세라프' 신우영(CLG)

- 중국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로얄클럽), '리라' 남태유(OMG 2팀), '리리스' 백승민(화도 드래곤즈)

- 남미 지역
'락티아' 한기현, '올레' 김주성(paiN Gaming), '리셋' 원준호와 '쉐도우' 이민호(카붐e스포츠 블랙)


사실 선수들에게 시간이 많지는 않다. LCS 규정이 바뀌면서 해외 팀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 선수의 숫자가 2명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된다면 마땅한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해외를 향하려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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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TSM과 로얄 클럽의 활약은 국내 선수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전에는 해외로 진출이 롤드컵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이 속한 모든 해외 팀들은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뒀고, 이는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의 해외 진출 욕심을 증폭시켰다.

이미 많은 선수들의 마음에 불이 지펴졌다.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 소식은 카카오, 루키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도대체 왜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향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가려는 이유


선수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이자, 가장 큰 이유는 프로 선수들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이기도 한 금전적인 부분이다.

해외 팀의 연봉이 국내 팀보다 평균적으로 높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의 팬들도 안다. 또한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평균보다 적게 받은 선수가 해외에선 국내 탑 게임단의 핵심 선수와 비교해도 될 만큼의 연봉을 받는다.

최근 해외 진출을 선언한 A 선수는 국내 평균을 상회하는 연봉을 받았는데, 해외팀이 제시한 연봉은 그 2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해외 진출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직업인 프로게이머들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조사해본 결과,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국내 선수들의 평균 연봉보다 2.5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부가적인 수익도 있다. 심지어 이 부가적인 수익이 선수가 받는 연봉보다 훨씬 클 수가 있다. 개인 방송, 광고, 상품, 개인 스폰서를 통해 다각적인 수입을 획득한다. 북미 B팀 소속인 B선수는 개인 방송의 스타다. 그는 자신의 플레이 화면을 보여주면서 가벼운 멘트, 음악을 섞는다. 특별한 끼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고난도의 방송 기법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 간단한 방송에 약 5만 명의 동시 시청자들이 모여 든다.

그의 방송을 팔로우한 사람은 50만 명 이상, 그의 방송을 한 번이라도 본 누적 시청자는 무려 1억 명 이상이다. B는 일년에 1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개인 방송을 통해서만 얻는다. 게다가 선수의 개인 방송이 소위 '잘 나가면' 그 선수에게 개인 스폰서도 붙는다. 축구 선수인 메시가 아디다스 축구화를 광고하고 큰 수익을 얻는 것과 같다.

또 다른 이유는 계약 문제다. 한국 게임단과 해외 게임단은 계약 기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계약 기간은 국내 선수들이 해외로 향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선수들이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한국 게임단의 계약 기간은 해외에 비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롤챔스가 끝날 때마다 대대적인 리빌딩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롤챔스의 한 시즌 기준인 3~4개월 정도로 계약하는 선수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메타가 빠르게 바뀌고, 강팀 약팀 기준이 휙휙 뒤바뀌는 LoL이라곤 하지만 선수들이 안정감을 느끼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이와 달리 해외 게임단은 기본적으로 1년 계약을 진행한다. 규정으로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해외 게임단이 암묵적으로 지키는 룰이다. 계약 기간이 1년이라고 해도 유동적이다. 시즌마다 재협상을 할 수 있는 사항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다. 계약 직후 시즌에 좋은 활약을 보였으면, 다음 시즌부터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한 시즌 활약을 못했다고 팀에서 나가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 팀원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어가 필수다

돈과 계약 말고 다른 이점도 존재한다. 북미, 유럽으로 향하는 선수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몸으로 익힌다. 중국은 물론 중국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두 개의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것이다. 북미 지역으로 향한 '세라프' 신우영, '헬리오스' 신동진 모두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원어로 인터뷰에 임할 정도로 영어 수준이 향상됐다. LoL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더 빨리 익힐 수 있다고 한다.

'외국어'는 선수 생활 이후를 준비하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활동하게 되면 자동으로 외국어를 배우게 되며, 국제화 시대인 만큼 제2 외국어는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비싼 돈을 들여 자녀들을 해외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선수 생활을 한다면 돈도 벌고 좋은 환경에서 제2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 선수들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연봉보다 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 아래 해외 진출에 매료되고 있다.

국내에 있는 선수들은 해외파 선수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고 성적도 못 냈던 선수가 해외팀에서 자신보다 더 많은 연봉, 더 좋은 환경을 갖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한 지역에서 LoL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꿈꾸는 월드 챔피언십에 도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해외 게임단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겠나.


해외 진출은 선수들의 인지도를 높이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팬들은 언제나 선수들에게 가까워 지길 원한다. 국내에서는 스트리밍이 제한되면서 선수들과 팬들이 가까워지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자유롭게 스트리밍을 할 수 있고 팬들은 선수들의 성격, 습관, 표정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팬들이 선수들의 개인 방송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또한, 국내와 해외는 '판의 규모'가 다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전 프로게이머의 개인 방송을 보면 시청자 수는 최대 4~5천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선수가 방송을 하면 기본으로 2만은 넘는다. 시장의 크기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런 개인 스트리밍은 결국 선수들의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선수들은 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팬들의 마음속에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다.

◈ 선수들의 해외 진출, 어떻게 봐야 하나

▲ 해외로 진출한 모든 선수가 '인섹' 최인석처럼 되진 않는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한국 LoL 선수들은 금전적인 부분, 안정적인 선수 생활, 외국어 습득 등 다양한 이점을 얻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해외 게임단 생활이 마냥 쉽고, 성공의 지름길인 것은 아니다. 가속화되고 있는 해외 진출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긍정적인 면들은 모두 해외 팀에 진출한 선수가 극히 생소한 환경에 잘 적응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생활 방식도 다르고 의사소통도 하기 어려운 곳에서 선수 개인의 힘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즉, 선수 개인의 인내심 등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는 LoL 보다 먼저 해외 진출이 가속화된 스타2 선수들을 통해서 충분히 증명된 부분이다. 해외에서 적응을 잘한 선수도 있는 반면, 해외에 진출하면서 기량이 하락하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차기 시즌 롤드컵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 많지만, 해외 진출이 곧 롤드컵 진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2부 리그에서 시작해야 하는 신생 팀이나 리그 순위가 높지 않은 해외 팀으로 이적을 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면 LCS 서킷 포인트에서 밀린 채로 경쟁을 시작하기 때문에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해당 선수는 해외 진출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선수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 LoL e스포츠 씬을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계속해서 선수들이 해외 팀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그만큼 국내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미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해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급물살을 탄다면 한국 LoL e스포츠 씬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글로벌 LoL e스포츠, 한국의 대처 방법


글로벌 LoL e스포츠 생태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인프라가 구축되었던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빠르고 새롭다.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LoL e스포츠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실 이에 대한 논의는 매우 어렵다. 한국과 해외 e스포츠 생태계가 다른 것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게임단이 기업의 소유물이지만 해외 게임단들은 대부분 '클럽형'이다. 한국 프로게임단은 기업의 홍보, 마케팅, 사회 환원의 수단이지만, 해외 프로게임단의 중요한 목표는 수익 활동이다.

다른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이 상태로라면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될 것이며, 방치만 하고 있다가는 한국 LoL 리그는 좋은 선수들을 키워 해외에 넘겨주는 '셀링 리그(Selling League)'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 TSM(Team Solomid) 스토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프로게임단의 경제적인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기업이 운영하는 한국 프로게임단은 그 동안 수익 향상을 위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해외 프로게임단 TSM, 프나틱, EG, 팀리퀴드 등의 사례를 참고해 다양한 머천다이징 상품을 판매하고, 스트리밍 방송을 통한 광고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좋다. 기업 소유의 게임단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서브 스폰서십 유치 또한 좋은 방법이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수익 활동들이 선수들의 처우 개선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최저연봉제나 최소 계약 기간 보장 등이 선수들을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선수들이 해외보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고 싶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제도적인 고민 또한 해볼 만 하다. 하지만 어떤 제도가 도입되느냐가 중요하다. 일방적인 자국 선수 보호 정책은 '글로벌'을 표방하는 LoL e스포츠 씬의 흐름과 맞지 않으며, 이는 라이엇게임즈가 바라는 방향과 다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을 위한 여러 개선점이 선행되지 않고 '지키기'만을 위한 제도가 도입될 경우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 팬들을 크게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위에 언급한 한국 프로게임단들의 경제적 상황 개선 방법은 현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음을 인정한다. 게임단들의 근본적인 태생이 해외와 다르고, 한국과 해외 지역은 팬층의 규모 또한 다르다. 해외와 달리 한국 지역은 팬들의 구매력이나 비용 지불 의사가 낮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같은 느낌이다. LoL e스포츠의 글로벌화 또한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한국 e스포츠 또한 변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LoL e스포츠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끊임 없는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 한국 A급 LoL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막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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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 e스포츠팀 = 김경현, 서동용, 허용욱, 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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