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선택하지 않은 챔피언을 꺼내 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만큼 챔피언 이해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잘못된 선택으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치명적인 패배를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경기에 뛰어드는 선수들이 있다. 팬들은 그들을 ‘승부사’라 부르고, 그들이 만들어 낼 반전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지난 11월 22일. 또 한 번의 멋진 승부수가 던져졌다. 탈락의 위기에서 그것도 한 수 위의 전력을 보유한 팀을 상대로 한 승부수였다.

그 날의 승부사는 바로 ‘라일락’ 전호진이었고, 그가 던진 승부수는 리산드라였다.

▲ 리산드라를 통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라일락' 전호진


■ IM의 상징이자 영혼! '라일락' 전호진,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참으로 사연이 많은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 상당한 실력파로 알려진 ‘라일락’ 전호진은 2012년 5월, LG-IM(현재 IM)에 입단하게 된다. 솔로 랭크는 물론 아마추어로 출전한 2012 롤 챔피언스 스프링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기에, 그의 프로 생활 역시 밝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팀 사정으로 인한 잦은 포지션 변경은 주 포지션이 탑 라이너인 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다. 경기력의 기복이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다양한 챔피언과 포지션을 소화하다 보니, 자신을 상징하는 챔피언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 팬들의 관심이 중요한 프로게이머에게 이러한 상황은 결코 긍정적이라 할 수 없다.

▲ LG-IM(현재 IM)의 창단 맴버! '라일락' 전호진은 당시에도 팀 주장을 맡았다

결국, 모두의 기대와 달리 ‘라일락’ 전호진의 프로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2 롤 챔피언스 섬머에서부터 2014 롤 챔피언스 섬머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라일락’ 전호진은 준결승 이상의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한다. 이 때문에 IM은 약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고, ‘라일락’ 전호진 역시 ‘최정상’이라는 이미지와는 점차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라일락’ 전호진은 여전히 IM의 상징이자, IM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팀에게는 자연스럽게 리빌딩의 압박이 들어온다. IM도 예외는 아니었다. IM은 팀 창단 이후 여러 차례 리빌딩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라일락’ 전호진을 제외한 창단 맴버 모두가 팀을 떠나게 되었다. 때문에 ‘라일락’ 전호진은 IM 팬들에게는 일종의 자존심이며, IM을 IM답게 만드는 중심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라일락’ 전호진은 2015 롤 챔피언스 코리아라는 목표를 위해 또다시 경기장에 들어섰다. 당연히 그의 유니폼에는 IM 로고가 선명히 박혀 있었고, 팀 주장으로 IM을 이끌었다.

▲ '라일락' 전호진은 어김없이 IM 유니폼을 입고 시드선발전에 출전했다


■ 벼랑 끝에서 던진 승부수! '라일락' 전호진의 리산드라,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다!

2015년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리그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IM은 부담스러운 시드선발전을 치르게 되었다. IM이 시드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지면서, IM 선수들의 아쉬움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M은 이러한 불운을 반전으로 만들 자신감이 있었다. 오프라인 예선이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라일락’ 전호진이 '당연히 올라가야 하는 무대다. 이번 예선전은 우리가 어느 정도 완성된 팀인지를 체크하는 대회였다'고 말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부담스러운 시드선발전을 치르게 된 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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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발은 상당히 위태로웠다. 후야 타이거즈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IM은 본선 진출을 하기 위해서 제닉스 모즈룩과 프라임 아이티엔조이를 상대로 한 승리가 절실했다. 하지만 IM은 제닉스 모즈룩과의 1경기에서 치명적인 패배를 당한다. 제닉스 모즈룩의 패기와 한타 능력 앞에 IM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후 펼쳐진 프라임 아이티엔조이와의 2차전에서 한 수 위의 실력으로 승리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2연승을 거두고 있는 후야 타이거즈와의 3차전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후야 타이거즈는 제이스와 코르키를 가져가며 포킹에 초점을 맞추는 조합을 선보인다. 포킹을 기반으로 안정된 한타 구도를 설계하고, 이를 통해 IM를 서서히 무너뜨리겠다는 노림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일락’ 전호진은 과감하게 리산드라를 픽한다. 순식간에 적진으로 파고들어 하나의 챔피언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리산드라의 장점이 포킹 조합을 상대로 먹혀들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 리산드라라는 과감함 픽 뒤에는 철저한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출처 : 온게임넷)

선취점은 후야 타이거즈가 가져갔다. ‘프로즌’ 김태일의 르블랑이 ‘쿠로’ 이서행의 카사딘에게 다소 성급하게 스킬을 사용했고, ‘리’ 이호진의 자르반은 이 틈을 절묘하게 노렸다. 초반 주도권은 가져간 후야 타이거즈는 활발하게 움직이며, IM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하지만 ‘라일락’ 전호진을 비롯한 IM 선수들은 침착했다. 시야 장악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와드를 박았고, 이는 후야 타이거즈 챔피언들이 동선을 낭비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반격의 시작은 '라일락' 전호진의 리산드라였다. 라인 스왑이 끝난 후 ‘라일락’ 전호진은 탑 라인에서 '스멥' 송경호의 제이스와 대치했다. 제이스가 과감하게 치고 들어오는 순간! ‘라일락’ 전호진은 부시에서 매복하고 있던 '위즈덤' 김태완과 함께 제이스를 깔끔하게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 ‘라일락’ 전호진의 침착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것은 물론, 순간이동 주도권과 성장 주도권 모두를 챙겨가는 상황이 완성된 것이다.

▲ 불리했던 초반 분위기를 바꿔놓는 '라일락' 전호진의 리산드라
(출처 : 온게임넷)

경기는 갈수록 치열해졌다. 후야 타이거즈는 노련한 운영으로 IM을 압박하는 한편, 포킹 조합의 이점을 살리면서 미드 1차 타워를 먼저 철거한다. 이에 IM은 기습적인 드래곤 공략으로 손해를 만회했다. 후야 타이거즈는 르블랑의 체력이 없다는 점을 포착해 2번째 드래곤을 가져가지만, IM은 루시안과 카직스의 센스 넘치는 낚시 플레이를 통해 또다시 위기를 극복한다.

어느덧 경기는 26분. 승부의 분수령이 될 드래곤 한타가 펼쳐진다. 후야 타이거즈는 대치 구도를 유지하며, 포킹 조합의 이점을 살린다. 즉, 한타가 늦으면 늦을수록 IM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감하면서도 완벽한 이니시에이팅이 필요한 시점에 ‘라일락’ 전호진의 리산드라가 후야 타이커즈 진영을 파고든다. 비록 상대의 집중 공격에 죽어 버리기는 했지만, 상대 제이스를 잡아내며 이후 펼쳐진 한타에서 IM이 선방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해준다.

▲ '라일락' 전호진의 과감하면서도 정확한 이니시에이팅
(출처 : 온게임넷)

긴장감 넘치는 공방전 속에서 드래곤을 가져가는 쪽은 결국 후야 타이거즈였다. 하지만 이것은 후야 타이거즈에 독으로 작용한다. 드래곤을 획득한 후야 타이거즈는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다음 드래곤 타이밍에 다소 무리한 전투를 펼친다. 결국, IM은 ‘손스타’ 손승익의 루시안이 펜타킬을 기록하며 역전에 성공한다.

바론 버프까지 획득한 IM은 최후의 일전을 펼치기 위해 후야 타이거즈의 탑 억제기로 진격한다. ‘프로즌’ 김태일의 르블랑이 상대 나미를 암살하고, 이와 동시에 ‘라일락’ 전호진이 궁극기를 통해 코르키를 얼려 버린다. 마무리를 위한 판이 완벽하게 설계됐다. 펜타킬을 통해 폭풍 성장한 루시안 앞에 후야 타이거즈의 챔피언들은 힘없이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짜릿한 역전승! 그렇게 IM은 벼랑 끝에서 반전의 승리를 거두게 된다.

▲ 짜릿한 역전승으로 본선 진출의 희망을 살린 IM!
(출처 : 온게임넷)

이번 승리로 인해, IM은 최소 재경기 상황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어진 제닉스 모즈룩과 프라임 아이티엔조이간의 경기에서 프라임 아이티엔조이가 승리를 거두게 되면서, IM은 재경기 없이 다음 롤 챔피언스 시드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라일락’ 전호진은 ‘롤 챔피언스는 당연히 올라가야 하는 무대’라는 자신의 말을 실력으로 증명했으며,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 IM의 상징이자 영혼, ‘라일락’ 전호진! 내년 봄, 그의 유니폼에는 IM의 팀 마크가 어김없이 찍혀 있을 것이다.


■ 프렐요드 공공의 적! 얼음 마녀 리산드라

LoL에는 다양한 국가와 지역이 등장한다. 정의를 수호하는 국가인 데마시아와 그들의 숙적인 녹서스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 속한 챔피언들이 소환사의 협곡과 뒤틀린 숲, 칼바람 나락, 수정의 상처에서 목숨을 건 승부를 펼친다.


그중에서 사실 북방에 위치한 프렐요드는 LoL의 중심 스토리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지역으로 인식됐다. 프렐요드의 여왕인 애쉬와 그의 남편이자 북방 민족의 지배자인 트린다미어, 그리고 애쉬에 대항하는 세력을 대표하는 세주아니가 포진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랬던 프렐요드가 단번에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얼음 마녀 리산드라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3.6 프렐요드 패치에서였다.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애쉬가 이끄는 아바로사 부족과 힘을 중시하는 세주아니가 이끄는 서리발톱 부족이 명확히 구분된 가운데, 그야말로 이 세상을 꽁꽁 얼려주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리산드라와 그녀의 서리방패 부족이 프렐요드 공공의 적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리산드라는 스토리 상에서만 강력한 존재가 아니었다. 소환사의 협곡에서도 유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강력한 챔피언으로 떠올랐다.

▲ 보기만 해도 추워지는 기분이다

리산드라는 얼음 마녀라는 타이틀에 맞게 상대의 발을 묶으며 피해를 입히는 스킬 구성을 가지고 있다. E 스킬인 얼음 갈퀴 길을 제외하고는 모든 스킬이 상대의 이동을 제약할 수 있다. 궁극기인 얼음 무덤은 상대를 묶어두고 일방적으로 두들기는데 사용하거나 자신에게 사용해 존야와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여간 까다로운 스킬이 아니다.

하지만 단점 역시 명확하다. 스킬 구성의 특성상 리산드라는 상대 진영 한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AP 딜러이기 때문에 탱킹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으로 인해 한타에서의 역할이 애매해진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스킬을 한 바퀴 돌릴 동안 상대를 녹이지 못하면 1인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궁극기와 존야를 모두 사용해 상대 어그로를 최대한 끌며 한타를 승리로 이끄는 장면은 쉽게 나오기 힘들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리산드라는 첫 등장 이후 대회에 몇 번 등장했지만 그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됐다. 솔로랭크에서는 종종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리산드라가 탑 라인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텔레포트를 통한 로밍에서도 활약하기 쉽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이러한 점을 빠르게 파악한 '라일락' 전호진이 시드 선발전에서 탑 리산드라를 선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 중요한 순간에 꺼내든 필살기! '라일락' 전호진의 리산드라 카드는 어떻게 설계됐나

최근 들어 리산드라가 텔레포트 메타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으며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강력한 라인 푸시를 바탕으로 텔레포트 사용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용이한 동시에 아군 봇 라인에 지원을 갔을 때도 다수의 CC기를 기반으로 대승을 거두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상대가 라인 스왑을 시도한다면 리산드라의 이러한 장점은 한순간에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이렇듯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리산드라를 중요한 경기에서 선택하기엔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일락' 전호진은 산전수전 공중전 모두 겪은 베테랑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였을까? 상대가 밴픽을 통해 포킹 조합을 조금씩 완성해나가자 전호진은 강제 이니시에이팅의 대표주자인 리산드라를 선택했다.


1. 정말 차가우면 아픔까지 느껴지는 법! 주문력에 올인한 '라일락' 전호진

살을 에는 추위라는 말이 있다. 다음 상황을 상상해보자. 시기는 1월 중순에 날씨는 칼바람이 불어오는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다. 온몸을 두꺼운 옷으로 덮었지만 두 귀를 덮는 것까지는 신경 쓰지 못 했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위해 외출을 시도한 상황. 문 밖을 나서자마자 양쪽 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통증을 호소한다. 이처럼 정말 춥거나 차가우면 아픔을 동반하는 법이다.

'라일락' 전호진이 설계한 리산드라 역시 상대에게 엄청난 통증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과감하면서도 냉혹한 룬 세팅을 선택해 빠르게 스킬을 시전하고 산화하는 리산드라의 플레이 스타일을 극대화시키려 했다. 탑 라이너에게 필수적인 최소한의 탱킹 능력마저 과감히 선택지에서 지워버렸다.


표식에는 AP 딜러답게 마법 관통력 룬 아홉 개를 넣어줬다. 인장 역시 상대 탑 라이너가 제이스인 점을 감안해 고정 방어력 룬 아홉 개를 선택해주는 모습이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했다. 하지만 '라일락' 전호진의 과감한 선택은 그 이후에 드러났다. 문양에 성장 주문력 룬 아홉 개를 넣어준 것으로도 모자라 정수에 고정 주문력 룬 세 개를 선택했다.

누구보다 상대를 아프게 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라일락' 전호진은 경기 내내 상대에게 생각보다 강력한 대미지를 선사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다소 과감해 보이는 이니시에이팅으로 빠르게 전장에서 이탈하는 장면도 나왔지만 전호진의 이러한 과감함은 다른 IM 선수들이 자유롭게 대미지를 꽂아 넣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희생적인 플레이의 정석이었다.


룬에서 이미 과감한 모습을 보여준 '라일락' 전호진은 특성만큼은 일반적인 AP 탑 라이너가 선택해주는 21/9/0 특성을 보여줬다. 한타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상대 진형 한복판으로 들어가야 하는 리산드라에게 위험한 게임 특성은 꿀 특성 중에 하나다. 반드시 찍어 주도록 하자!


2. 리산드라하면 쌍 존야! 그 후에도 다소 특이한 아이템 트리를 보여준 '라일락' 전호진

대부분의 AP 딜러들이 존야의 모래시계를 선택한다. 깨알 같은 방어력 상승과 적지 않은 주문력 상승 때문인 것도 있지만 존야의 모래시계의 꽃은 역시 사용 효과다. 2.5초 동안 무적 상태가 된다는 것은 경기 내내 상대에게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시즌이 아무리 바뀌어도 존야의 모래시계는 AP 딜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리산드라는 존야의 모래시계의 덕을 가장 많이 보는 챔피언들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미 리산드라에게는 궁극기인 얼음 무덤을 자신에게 사용해 존야의 모래시계와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진짜 존야의 모래시계까지 더해진다면? 리산드라의 단점 중 하나인 '스킬 사용 직후 산화'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엄청난 메리트가 생긴다. 그렇기에 모든 리산드라 유저들은 존야의 모래시계를 핵심 아이템으로 여기고 있다.


'라일락' 전호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라인 스왑 단계를 거치면서 전호진이 처음으로 선택한 아이템은 쓸데없이 큰 지팡이였다. 총 세 개의 상위 아이템이 있는 아이템이지만 모든 팬들은 전호진의 다음 아이템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호진의 선택 역시 그 예상과 맞아떨어졌다. 도란의 반지 이후 가장 먼저 완성된 아이템은 존야의 모래시계였다.


이후 '라일락' 전호진은 정석적인 AP 딜러의 아이템 트리와는 거리가 있는 아이템을 구매했다. 재사용 대기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따라서 그가 선택한 다음 아이템은 명석함의 아이오니아 장화였다. 이를 통해 최근 버프를 받은 리산드라의 Q 스킬인 얼음 파편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더욱 줄여주는 동시에 궁극기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감소시켜 한타에서의 존재감을 자주 드러낼 수 있게 준비했다.


그다음 아이템 역시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를 염두에 둔 모렐로노미콘이었다. 이 아이템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유저들이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아이템은 아니다. 하지만 모렐로노미콘은 생각보다 효율이 높은 아이템이다. 주문력 +80에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20% 그리고 마나 재생력 상승까지 AP 딜러들에게 상당히 좋은 효과를 다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체력 40% 이하인 상대를 공격하면 저절로 상대의 체력 재생력을 반으로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특정 챔피언을 상대로 더욱 좋은 아이템이다.


마지막으로 '라일락' 전호진이 선택한 아이템은 모든 AP 딜러들의 마지막 아이템인 공허의 지팡이였다. 준수한 주문력 상승효과에 마법 관통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으로 유명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위력이 줄어드는 AP 딜러들의 특성상 공허의 지팡이는 이러한 단점을 커버해주기 좋은 아이템이다. 그렇기에 전호진 역시 마지막 아이템으로 공허의 지팡이를 가져갔다.


※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LoL 프로게이머 '라일락' 전호진, 이번 시즌의 기대주로 우뚝 서다!

과거 아마추어 시절부터 유저들을 위한 챔피언 교육 영상을 올려 '라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라일락' 전호진은 Team OP라는 아마추어 고수들이 포진한 팀 소속으로 처음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 당시 탑 자르반 4세로 엄청난 포스를 풍기며 단번에 팬들 사이에서 최강 탑 라이너라는 평가를 받은 전호진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라일락' 전호진은 서서히 포스를 잃었다. 팬들은 잦은 포지션 변경에 따른 경기력 유지 실패나 어린 프로게이머들에게 밀려나는 1세대 프로게이머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며 전호진의 몰락을 안타까워했다. 이와 더불어 소속팀인 IM 역시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팬들은 서서히 전호진을 잊기 시작했다. 오직 그의 꾸준함만이 인정받을 뿐이었다.

좀처럼 팬들의 마음속으로 다시 비집고 들어가지 못 했던 '라일락' 전호진이 또 한번 기회를 맞이했다. 팀을 이끄는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로써 분명 그가 느낄 책임감과 중압감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LoL 프로게이머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으며 그의 내공은 탄탄해질 대로 탄탄해졌다. 갑자기 주어진 시드 선발전이라는 큰 역경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준 전호진. 누구보다 이번 시즌에 칼을 갈았을 그의 경기력에 많은 팬들이 기대를 아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