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을 골라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가장 먼저 언급한다. 지난 2011년 11월 15일 국내 클로즈 베타 일정이 시작되면서 한국 유저들에게 첫선을 보인 LoL은, 도타나 카오스 등 AOS 장르에 익숙해져 있던 국내 유저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올해로 국내 서비스 3주년을 맞이한 LoL. 매년 다양한 이슈가 있었지만 2014년만큼 LoL에게 다사다난했던 1년은 없었다. 롤챔스 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은 물론, 한국 LoL 씬 전반적인 이슈들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세계 대회에서 여전했던 한국의 포스가 국내 팬들의 기분을 '업'시켰던 한 해였기도 했다.

그렇기에 인벤은 2014년 한 해 동안 LoL에는 어떤 이슈들이 있었고, 그 영향력은 어떠했는지 시즌별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다소 긴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본인이 좋아하는 간식을 옆에 가져다 놓는 것도 좋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 여행에 임하기 바란다.


■ '충격과 반전'의 연속이었던 핫식스 롤챔스 스프링 2014시즌


1. 비시즌 최강팀, 삼성 블루의 엄청난 '반전'

▲ 반전 일궈낸 전 비시즌 최강팀, 삼성 블루

각 팀에는 팀을 대표하는 별명이 있게 마련이다. 팬들은 특정 팀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별명을 붙여주곤 한다. 그중에는 좋은 의미를 지닌 별명들도 있지만, 부정적인 뜻을 지니는 별명을 붙여주며 그 팀에 대해 아쉬움 등을 표현하기도 한다.

핫식스 롤챔스 스프링 2014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삼성 블루에게 붙었던 별명은 후자에 속한다. 삼성 블루의 별명은 '비시즌 최강팀'이었다. 말 그대로 비시즌 중에 열리는 대회에서는 최강팀다운 경기력을 뽐내지만, 정작 정규시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었다. 삼성 블루는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형제팀인 삼성 오존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삼성 형제팀의 미드 라이너 간 자리 교체가 있었던 2014년 봄. 롤챔스 16강에서 삼성 블루는 그동안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다. KT 불리츠와 나진 소드, 진에어 팰컨스와 함께 C조에 속했던 삼성 블루는 당당히 조 1위에 오르며 파란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삼성 블루의 엄청난 반전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 CJ 프로스트와 삼성 오존 모두 무릎 꿇렸다!

8강에서 그들이 만난 상대는 CJ 프로스트였다.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삼성 블루와 빼어난 관록을 자랑하는 CJ 프로스트의 대결에 많은 이들이 CJ 프로스트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삼성 블루의 3:1 완승이었다. 첫 세트 패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연승을 거두며 CJ 프로스트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4강에서는 항상 자신들을 그늘 안에 숨게 하였던 형제팀, 삼성 오존을 상대로 깔끔한 경기력을 통해 3:1 승리를 이끌어내며 당당히 결승 무대에 올랐다.

삼성 블루가 결승에서 우승컵을 두고 대결을 펼치게 된 상대 역시 그들과 공통점이 있는 팀이었다. 프로게임단 중 가장 약체라는 뜻을 지녔던 '프로팀 판독기' 나진 실드였다. 스토리가 있는 두 팀이 봄의 왕좌에 앉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나진 실드가 선전했지만, 속도감 넘치고 화끈한 삼성 블루를 막아내기엔 부족했다. 결국, 삼성 블루가 새로운 챔피언이 됐다. 비시즌 최강자에서 진짜 최강자로, 제대로 된 '반전'을 팬들에게 선사하면서 말이다.

▲ 삼성 블루의 놀라운 반전에 많은 팬들이 환호했다

삼성 블루의 반전에 많은 팬이 환호를 보내며 핫식스 롤챔스 스프링 2014시즌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4년의 스프링 시즌은 충격적인 사건이 유독 많았던 시즌이기도 했다.


2. 프로게이머의 양심 선언과 자살 기도

모두 2014년의 첫 리그오브레전드 대회가 열렸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을 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잠잠했던 e스포츠에 또 다시 '승부 조작'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심지어 프로게이머의 생명이 걸린 사건이었다.

▲ ahq Korea 소속 시절의 '피미르'


전 ahq Korea 게임단 소속 '피미르'가 자신의 팀이 감독의 승부 조작 사실에 가담했다는 것을 밝힌 뒤 자살을 기도한 것이었다. 이미 e스포츠에 승부 조작 사건이 한 번 터졌던 경험이 있었기에 충격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로 인해 선수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점으로 사건의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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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e스포츠협회는 사건 대책 마련 팀을 구성하고 해당 사건을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 및 고발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팬들 역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병원에 입원한 '피미르'를 위한 모금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졌다. 인벤 역시 '피미르'를 위한 모금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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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승부 조작을 지시했던 감독이 고발 조치당하고 '피미르'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사건으로 e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은 불안에 떨었다. 과거부터 크고 작은 승부 조작으로 심한 경우 해당 종목 대회가 자취를 감춘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또 다른 종류의 승부 조작 관련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3. 한 시대를 풍미했던 SKT T1 K, 팬들의 비난에 상처 받다

SKT T1 K가 두 시즌 연속 최강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2013년이 지나고 2014년 새해가 밝았다. e스포츠 최강 지역이라는 대한민국 공식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세계 대회까지 제패한 SKT T1 K는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포스를 풍겼다.

▲ 반전은 KT 애로우즈의 SKT T1 K 격파에서 시작됐다

핫식스 롤챔스 스프링 2014 최고의 반전은 역시 KT 애로우즈의 SKT T1 K 격파였다. 모든 팬과 관계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철옹성 같았던 SKT T1 K의 벽이 무참하게 허물어진 날이었다. KT 애로우즈는 시종일관 SKT T1 K를 압도하며 2:0 완승을 했다. 그렇게 KT 애로우즈는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경기를 잡아내며 8강에 진출했고, SKT T1 K는 형제팀인 SKT T1 S와 프라임 옵티머스의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SKT T1 S가 프라임 옵티머스에게 패배하지 않으면 SKT T1 K가 16강에서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 SKT T1 S가 프라임 옵티머스를 상대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객관적인 전력도 앞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이 펼쳐진다. 프라임 옵티머스가 SKT T1 S에게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었다. SKT T1 S는 0:2 패배를 당하며 형제팀과의 재경기까지 몰리게 됐다.

이 경기 결과로 팬들 사이에서 조금씩 경기 조작의 가능성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SKT T1 K를 8강에 진출시키기 위해 SKT T1 S가 일부러 0:2 패배를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때까지는 그저 뜻밖의 결과에 놀란 팬들의 반응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SKT T1 S가 SKT T1 K와의 재경기에서 불리한 상황 끝에 항복을 선언하자, 이러한 팬들의 주장은 급물살을 탔다. 심지어 선수들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 조작 논란 불식을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가 직접 나섰다

상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국e스포츠협회가 직접 나섰다. 4월 14일, 공식 발표를 통해 과도한 조작 논란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법적 조치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힌 후, 17일 용산e스포츠 보조경기장에서 SKT T1 형제팀 간의 경기 중 발생한 음성 채팅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논란을 일단락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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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T T1 K의 힐링캠프? 롤 올스타 2014


▲ 늦은 봄, 팬들의 허기를 달래줬던 롤 올스타 2014

전 세계 LoL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소식이 들려왔다. 매년 개최됐던 롤 올스타 대회가 2014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내용이었다. 5월 8일, 전 세계 인기스타들이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 모여들었다. 한국 대표로는 2013년 윈터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SKT T1 K와 '샤이' 박상면,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출전하게 됐다.

▲ 한국 대표로 출전했던 SKT T1 K

스프링 시즌이 진행될수록 SKT T1 K가 과연 롤 올스타 2014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4강 진출 좌절과 조작 논란으로 유난히 추운 봄을 지낸 SKT T1 K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평가였다. 그들은 팬들의 응원과 비난이 뒤섞인 애매한 배웅을 받으며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하지만 팬들의 우려와는 달리, SKT T1 K는 막강한 경기력을 자랑하며 각 지역 대표팀을 연달아 격파했다. Cloud9과 프나틱, TPA, OMG 모두 SKT T1 K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마치 SKT T1 K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2위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치는 듯했다. 1일차 경기에서 SKT T1 K는 전승을 거두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2일차 일정이 모두 진행되며 4강 진출 팀이 확정됐다. 동남아 대표였던 TPA가 홀로 탈락한 가운데, SKT T1 K 대 프나틱, OMG 대 Cloud9의 대결이 성사됐다. 4강에서 SKT T1 K와 OMG가 2:0 깔끔한 승리를 차지하며 결승 무대에 올라섰다. 또다시 한국과 중국의 자존심 대결이 성사됐다.

드디어 시작된 결승 무대. 전 세계 수많은 시선이 프랑스 파리에 집중됐다. OMG는 과거 SKT T1 K를 상대로 승리를 차지했던 경험이 있는 팀이었기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그들 역시 SKT T1 K를 막을 수 없었다. 3:0 스코어.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프랑스 파리 르 제니스 아레나에는 SKT를 연호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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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T1 K가 롤 올스타 2014에서 쌓아올린 결과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 한 세트도 상대에게 내주지 않는 '무실세트 전승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누구보다 추운 봄을 보낸 SKT T1 K는 프랑스 파리에서 제대로 '힐링'에 성공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 SKT T1 K의 '힐링캠프'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 레지스탕스의 반란! KT 애로우즈와 함께 했던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시즌


삼성 블루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핫식스 롤챔스 스프링 2014시즌.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던 SKT LTE-A 롤 마스터즈 2014에서도 삼성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자 팬들은 '삼성 왕조'가 시작됐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시즌이 시작되자 그들의 왕조는 더욱 굳건해져 갔다. 특히, 전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 블루는 16강 A조 1위를 차지했고 8강에서 진에어 스텔스를 완파하며 4강에 올랐다. 그리고 4강에서 만난 삼성 화이트를 또다시 제압하며 순조롭게 결승에 진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름의 최강 팀 역시 삼성 블루가 될 조건이 모두 갖춰진 상황이었다. 그들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졌던 SKT T1 K는 8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나타났다. 팀 창단 처음으로 4강에 오른 두 주인공, KT 애로우즈와 SKT T1 S였다.

▲ 2014년 가장 '핫'한 여름을 보낸 두 팀

KT 애로우즈와 SKT T1 S 모두 팀 창단 이후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팀이다. 하지만 2014년 여름에는 달랐다. 준수한 경기력으로 강팀들을 연이어 제압하며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던 것. 이 두 팀의 대결에서 KT 애로우즈가 3:2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결승 무대에 처음으로 올라서게 됐다.

사실 KT 애로우즈가 시즌 초반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많은 전문가가 KT 애로우즈가 이전과 달리 경기력이 더욱 정교해졌다고 평가하긴 했지만, 우승컵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 역시 뒤따랐다. 이러한 평가에 KT 애로우즈가 제대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조별 예선에서 D조 1위에 오르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 2014년 여름 KT 애로우즈의 상황을 대표하는 장면


8강에 합류한 KT 애로우즈가 상대하게 된 팀은 전 시즌 준우승에 빛나는 나진 실드였다. 갈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KT 애로우즈였지만 나진 실드의 우세를 점치는 팬들이 많았다. 패기보다는 경험과 관록을 더 높게 본 것이다. 실제로 8강 2세트까지는 관록의 승리였다. KT 애로우즈의 패기는 8강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들이 해냈다. 2연패 후 3연승을 기록하며 짜릿한 '패패승승승'으로 4강에 진출했다.

이후 위에서 언급했듯이 SKT T1 S까지 꺾고 결승에 진출한 KT 애로우즈는 전 시즌 챔피언이자 삼성 왕조의 한 축인 삼성 블루를 만나게 됐다. 이제 더는 KT 애로우즈의 경기력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승컵의 주인공은 삼성 블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삼성 블루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전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삼성 블루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KT 애로우즈와의 대결에서 마지막 5세트까지 가게 됐다. 8강부터 계속해서 5세트를 경험하며 올라왔던 KT 애로우즈와 단 한 번의 5세트 경기 없이 결승에 진출했던 삼성 블루의 5세트. 결과는 사실 이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KT 애로우즈가 5세트에서 대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끝날 줄 몰랐던 삼성 왕조는 2014년 여름, KT 애로우즈라는 레지스탕스의 반란에 크게 주춤하고 말았다. 그렇게 가장 뜨거웠던 여름이 마무리됐다.

▲ KT 애로우즈의 상큼한 반란은 대성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