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무대, 바로 롤 챔피언스(이하 롤챔스)입니다. 세계 최고가 된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가장 수준이 높은 리그'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롤챔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팀은, 국제 무대인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야말로 롤챔스는 전 세계 LoL 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팬들이 주목하는 롤챔스. 그 롤챔스에서도 특별히 주목받는 챔피언들이있습니다. 그들은 세계 최고 리그의 메타를 이끌고, 팬들의 환호성 역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에선 이들의 이야기로 화제가 마를 날이 없었죠.

2014년, 롤챔스의 주연으로 팬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던 화제의 챔피언들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2014년이 가기 전, 올 한 해 있었던 각 시즌별 롤챔스의 주역들을 만나봅시다.


▲ 2014년 롤챔스를 뜨겁게 달군 챔피언들!



■ 2013-2014 윈터, 최강의 자리에 도전한 그녀의 마지막 불꽃, 엘리스

리그오브레전드의 최강 챔피언을 하나 꼽으라면 많은 분들이 바로 '리 신'을 선택할 것입니다. 리 신의 위치는 독보적입니다. 한 때 리신은 높은 난이도를 가진 챔피언으로, 최상위권 플레이어만 사용한다는 인식이 있는 챔피언이었습니다. 특히, 빠른 기동력을 이용한 '인섹킥'같은 화려한 플레이는, 팬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습니다.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리 신을 잘 다룬다는 건 엄청난 능력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리 신의 인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 결과, 이젠 리 신을 잘 다루지 못하는 정글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아무리 너프를 가해도, 대격변에 가까운 패치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리 신의 단단한 입지는, 이젠 프로 무대에서 리 신이 나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의 느낌마저줍니다.


▲ 방송 무대 전체를 통틀어 밴픽률 72.3%로 압도적 1위의 리 신


정글의 독재자 리 신. 리 신의 독재에 불만을 품고, 최강 정글러의 자리에 도전한 챔피언은 제법 있었습니다. 실제로 리 신의 아성을 넘은 챔피언도 몇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길진 않았습니다. 짧은 순간 치고 나갔더라도, 리 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최강의 자리로 복귀했습니다.

이런 압도적인 리 신에게 계속 도전했던 한 챔피언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스. 엘리스는 2013년 섬머 시즌부터 완벽하게 정글러로 전향하여 최고의 정글러 자리를 두고 리 신과 겨룹니다. 그리고 2013-2014 윈터 시즌. 엘리스는 리 신을 넘어선 최고의 정글러가 됩니다.

사실 엘리스는 리 신만 압도한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2013-2014 윈터 시즌을 지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98.7%라는 밴픽률은 거의 윈터 시즌 전 경기에 등장했음을 의미하고, 그것은 얼마나 엘리스가 강했는지, 또 얼마나 유용한 챔피언이었는지를 잘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시즌 내내 리 신을 압도한 엘리스의 성적 (자료 출처: 2013-2014 롤챔스 윈터)


하지만 안타깝게도, 엘리스의 영광 역시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한 시즌 내내 리 신을 압도한 기록 자체는 대단했지만, 2014 스프링 시즌부터는 그녀의 강력한 모습을 찾기 쉽지 않아졌습니다. 너프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그녀는 자신의 힘을 잃고 맙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리 신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주고, 이어 정글러로 전향한 카직스로부터 2인자의 자리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 뒷 시즌부터는 그저 '플랜 B'로 사용되는 평범한 정글러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올 초 추웠던 겨울 중, 가장 뜨거웠던 챔피언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팬들이 그녀의 멋진 활약을 기억하는 만큼, 하루빨리 부활하여 리 신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길 기대해봅니다.


▲ 엘리스는 숙적 리 신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까요?



■ 2014 스프링, 서로 다른 의미로 게임을 캐리한 졸음 듀오와 바람의 검객!

스포츠엔 숙명의 라이벌이 있습니다. 둘은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한 쪽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한쪽의 이름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선동렬하면 故 최동원이, 리오넬 메시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리그오브레전드에도 이 둘과 같은 숙명의 라이벌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라이벌들이 맞대결을 펼친다면 팬들의 기대치가 최고로 치닫지만, 이 둘이 맞붙으면 팬들의 '졸음치'가 최고로 치닫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겠습니다. 네, 레넥톤과 쉬바나, '노잼톤 또바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 언급만 했는데, 벌써부터 졸린 느낌이 드는 노잼톤과 또바나


그들은 시즌 내내 탑 라인을 지배합니다. 게임 초반 운영에 중점을 둔, 통칭 '불도저 메타'는 이른 시간부터 탑 라이너에게 탱킹력을 요구했고, 라인 스왑 상황을 버텨야하는 탑 라이너의 특성상 이 둘의 출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선수들도 팬들이 이 두 챔피언을 지루해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승리를 위해서 그들은 노잼톤 또바나를 선택하였고, 이는 팬들의 졸음치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롤챔스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그야말로 악몽같은 탑 라인 구도였습니다. 정말 지켜보는 팬들을 잠들게 하였으니까요.


노잼톤 또바나의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2013 롤챔스 스프링. 하지만 이면엔, 시즌 내내 졸음을 캐리했던 노잼톤 또바나와는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 챔피언이 대활약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야스오. 야스오는 등장 직후, 스타일리쉬한 스킬 구성 갖추고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런 야스오가 4.1 패치로 약간의 버프를 받고, 롤챔스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버프는 챔피언 자체를 바로 OP로 만들 만큼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선수들의 연구끝에 야스오는 새롭게 태어납니다. 팬들이 기대했던 화려한 '바람의 검사'로 말이죠.


▲ 다데의 야스오가 롤챔스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플레이! (영상 출처: 온게임넷)


특히, 삼성 갤럭시 형제 팀의 두 미드라이너, '다데' 배어진과 '폰' 허원석 모두 야스오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했습니다. 야스오는 2014 스프링 시즌동안 총 11번 등장하여 8번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모두 삼성의 두 미드라이너가 만든 승리입니다. 다데가 세 번, 폰이 다섯 번 사용하여 모두 승리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삼성의 미드라이너외에 다른 팀 선수가 야스오를 사용했을 땐 한 경기도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을 '검의 명가'로 만든 챔피언 야스오. 노잼톤, 또바나와는 달리 진정한 의미에서 게임과 재미, 양 쪽을 모두 캐리한 2014 스프링 시즌 최고의 챔피언이었습니다.


▲ '우리에게돈!'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질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준 봄의 야스오!



■ 2014 섬머, 팬들을 수면의 세계로 이끌었던 직스와 흉악한 탑 라이너, 알리스타

노잼톤 또바나의 악몽은 끝났습니다. 탑은 지금껏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챔피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 챔피언과 전략이 맞물리면서, 노잼톤 또바나에 상처받은 팬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치유되었습니다. 팬들은 생각했습니다. '노잼스'가 다시 롤챔스로 돌아왔고, 이젠 그런 고통이 없을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희망적인 관측은 언제나 빗나가는 법. 2014 섬머를 지배한 이 챔피언에 비하면, 노잼톤 또바나는 서장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탑 라인을 넘어, 게임 전체를 지루하게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팬들의 '최악의 악몽'을 그냥 그저그런 악몽으로 만들고 자신이 최악의 악몽으로 등극한 챔피언, 바로 '1박 2일 메타'의 선구자, 직스입니다.


▲ 직스가 나오면, 롤챔스를 오래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했다. 재미는 둘째치고 말이다.


지금은 섬머 시즌에 비해 그 위력이 많이 약화되었지만, 당시 직스의 라인클리어 능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자신이 맡은 라인 정리는 물론, 궁극기를 통해 원격으로 타 라인마저 클리어했습니다. 직스가 등장하면 아무리 공격적인 운영을 펼친들 그의 단단한 수비벽을 뚫기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양 팀 모두 후반을 준비하는 경기를 펼쳤고, 자연스레 경기 시간은 길어졌습니다. 롤챔스를 직관하는 팬들은 길어진 경기들로 인해 지하철 시간이 끊길때까지 경기장에서 나오지 못했고, 이를 두고 팬들은 우스갯소리로 직스를 '택시 기사가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직스의 전성기는 그렇게 길지 않았고, 미드 라인은 다시금 격전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더이상 쉽게 안심하지 못합니다. 2014 섬머 시즌을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죠. 언제 또다시 그가 등장해, 1박 2일 메타를 부흥시킬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2014 섬머 시즌이 절정으로 치닫던 무렵, 한 마리(?)의 흉악한 챔피언이 탑 라인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로 서포터로 기용되거나 가끔 정글러로 사용되던 챔피언이 탑 라인에 등장하자, 팬들은 당황했습니다. 그도그럴게 그는 탑 라인으로 올라오자마자 탑의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역대 최강 OP라고 불리던 챔피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죠. 팬들이 '흉악'으로 평가한 챔피언, 바로 알리스타입니다.


▲ 서포터의 굴레를 벗자, 흉악한 탑 라인 OP 챔피언이 튀어나왔다!


알리스타가 탑 라인으로 올라올 수 있던 이유는 바로 W스킬인 박치기 이후 평타 연계로 '일방적 딜교환'을 하는 'W평' 콤보의 존재 때문입니다. 여기에 4.12패치로 스킬들의 마나 소모량이 감소하고, 궁극기의 대미지 감소 효과가 증가합니다. 일방적으로 자신만 공격하는 딜교환에, 다양한 CC로 무장하고 엄청난 탱킹력까지 보유한 알리스타는 프로무대, 랭크 게임 가리지 않고 최강 OP로 등극합니다.

알리스타의 탑 라인 진출은 솔로 랭크에선 90%이상의 높은 밴률을, 프로 무대에선 밴 아니면 꼭 가져와야 하는 챔피언이 됩니다. 알리스타 버프 패치 이후, 롤챔스에선 집중 견제로 탑 라인에선 잘 등장하지 못했지만, 롤챔스 섬머 이후 시작한 롤드컵에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알리스타는 2014시즌 롤드컵에서 밴픽률 100%를 기록하며, 그 '흉악'함을 세계 무대에서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 2014 시즌 롤드컵 밴픽률 100%, 알리스타는 세계 무대를 지배했다!


지금은 라이엇의 패치로 인해, 알리스타를 흉악한 챔피언으로 만들었던 'W평'이 불가능해져 이전과 같은 강력한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게되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솔로 랭크에서 만났던 알리스타의, 마우스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리게 만든 흉악한 일방적 딜교환을 말이죠. 2014년 막바지, 알리스타는 틀림없이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챔피언입니다.


2014년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챔피언들. 그들은 리그오브레전드 팬들과 함께 소환사의 협곡 안에서나 밖에서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습니다. 이유와 방향이 어쨌든, 그들이 있었기에 롤챔스가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은 것은 사실입니다. 2015시즌은 어떤 챔피언이 어떤 이야기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을까요? 2015시즌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