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7일. 한국 e스포츠의 성지 해운대에서 LoL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바로 KT 애로우즈와 삼성 블루의 2014 롤챔스 섬머 시즌 결승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 팀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팬들은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멋진 승부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과 시드 선발전을 비롯한 몇 번의 프로 경기는 있었지만, 롤챔스는 없었습니다. 평소라면 윈터 시즌이 한창이여야할 지금, 팬들은 개편된 롤챔스 방식으로 인해 롤챔스가 없는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가올 2015 스프링 시즌만을 기다리며 말이죠. 하지만 팬들의 겨울은 그렇게까지 춥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롤챔스의 빈자리를 메울 롤챔스 프리 시즌이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대격변에 가까운 소환사의 협곡의 변화속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들. 과연 2015 롤챔스 프리 시즌엔 어떤 명장면들이 등장하여 차가운 겨울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을까요? 롤챔스 프리 시즌의 명장면을 모은 2015 롤챔스 프리 시즌 핫클립 지금 시작합니다.


■ 1주차. 위기는 곧 기회! 갱맘의 상황 반전을 위한 회심의 일격!

지난 12월 4일에 펼쳐진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와 진에어 그린윙스(이하 진에어)간의 맞대결.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합니다. 바로 경기 시작 5분만에 나진의 미드라이너 '꿍' 유병준이 비공식 펜타킬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극 초반 큰 골드를 쥐게 된 챔피언은 설상가상으로 초반부터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르블랑이었기에 맞라이너의 고통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꿍을 상대하는 진에어의 미드라이너, '갱맘' 이창석의 표정은 그 당시 그의 괴로운 심정을 잘 보여줍니다.


▲ 갱맘의 표정에서, 그의 참담한 심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게임은 사실상 시작부터 나진쪽으로 크게 기울었습니다. 단순 5킬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힘든데, 한 챔피언이 그 골드를 모두 독식했다는 것은 사실상 승부가 났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 나진은 그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예상대로 경기가 쉽게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펜타킬을 기반으로 초반부터 폭풍 성장한 꿍의 르블랑이 압도적인 화력으로 진에어를 압살할 것 같았던 경기는, 진에어의 선전으로 미궁에 빠집니다. 놀라운 점은 진에어의 선전의 중심에는 꿍의 맞라인 상대인 갱맘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갱맘은 급성장한 꿍을 상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를 뜻합니다. 솔로킬을 몇 번이나 내주어도 이상하지 않을 격차지만, 갱맘은 침착한 플레이로 라인전을 풀어나갑니다.


▲ 괴물이 된 르블랑을 상대로 갱맘은 침착하게 라인전을 풀어갔습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갱맘의 저항은 거셌습니다. 아무리 잘 성장한 꿍이라고 해도, 견고한 플레이를 펼치는 갱맘을 상대로 쉽게 솔로킬을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나진은 성장의 우위를 바탕으로 게임의 중심인 미드라인, 즉 갱맘을 무너트릴 계획을 세웁니다. 4인 다이브를 계획하죠.

마지막 진에어의 숨통을 끊기 위해 뭉친 나진의 챔피언들. 먼저 꿍의 르블랑이 포문을 엽니다. 꿍은 과감한 다이브로 모든 스킬샷을 갱맘의 리산드라에게 적중, 리산드라를 빈사 직전까지 몰고갑니다. 제압에는 실패했지만, 갱맘을 뒤로 물리기 충분한 공격이었습니다.


▲ 르블랑의 모든 스킬 적중! 후퇴할 수밖에 없는 갱맘의 리산드라 (영상 캡쳐: 온게임넷)


불리한 와중에도 미드를 든든하게 지키던 리산드라를 빈사 상태로 만든 나진. 미드 포탑을 손쉽게 밀어내고, 승리로 한 발 더 나아갈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요? 갱맘은 나진의 예측 범위 밖에서 움직입니다. 궁지에 몰려 뒤에 낭떠러지가 있으면, 더는 뒤로 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전진 뿐! 그리고 때론 이런 무모한 전진이 활로가 되기도 하죠. 갱맘이 궁지에서 내지른 일격은 나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 시합의 승리는 나진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물론, 팬들마저 싱거울 거라고 생각했던 경기를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만든 갱맘. 프리 시즌 1주차 최고의 명장면이라 불리기 부족함 없는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 불리한 상황속에서 만든 갱맘의 멋진 이니시에이팅! (영상 출처 : 온게임넷)



■ 2주차. 반전에 반전에 반전! 바론을 둘러싼 양 팀 주연의 반전 영화!

반전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시킵니다. 당연히 예상된 결과만 일어난다면, 스포츠를 하는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극복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 짜릿한 '반전'이 있기에 스포츠가 더 즐거운 법입니다.

지난 12월 13일에 있었던 KT 롤스터(이하 KT)와 진에어의 맞대결에선, 이러한 짜릿한 반전이 연속해서 일어납니다. 한 게임에서 텀을 두고 연속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투에서 초 단위로 반전이 일어나,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진에어는 국지전에서 계속해서 이득을 얻었습니다. 소규모 전투에서 계속해서 승리하며, 앞서나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KT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KT는 비록 전투에선 계속해서 손해를 입었지만, 드래곤 연속해서 얻어내어 프리 시즌 LoL 승리의 공식인 드래곤 버프 5중첩을 달성합니다.

▲ 드래곤 버프 5중첩을 밑천으로 바론을 노리는 KT의 챔피언들! (영상 캡쳐: 온게임넷)


적당한 타이밍을 노려 빠르게 바론을 시도하는 KT. 이 플레이에 진에어는 허를 찔린 듯 보였고, 바론을 사냥하는 속도 역시 워낙 빨랐기에, 바론은 KT의 몫이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진에어의 챔피언들이 뒤늦게 바론으로 접근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던 KT의 한타 진형은 나쁘지 않았고 한타 개시와 동시에 진에어의 리 신까지 잡아내었습니다. 모든 상황은 KT에 유리했고, 이번 한타는 KT가 가져갈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에어는 반전을 만들어 냅니다. 비록 게임 도중 핵심 오브젝트는 KT에 내주었지만, 한타에서 만큼은 계속 승리한 진에어. 그들의 한타 감각은 여전히 날카로웠습니다. 그동안 잠잠하던 진에어의 탑 라이너 '트레이스' 여창동은 완벽에 가까운 이퀄라이져 미사일을 발사, 한타를 승리로 이끕니다. 설상가상으로 KT의 챔피언들이 바론의 체력을 많이 깎아 놓은 상태. 진에어가 짜릿한 반전으로 역전의 찬스를 잡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 이게 완벽한 궁극기가 아니라면, 이 세상에 완벽한 궁극기는 없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진에어는 트레이스의 대활약 속에 상당수의 KT 챔피언들을 잡아내지만, 바론 한타의 핵심이 되는 한 챔피언은 잡아내지 못합니다. 네, KT의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을 놓쳤습니다. 정글러로 전향한 스코어는, '정글러야 말로 나의 천직'이라고 외치는 듯한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홀로 역대급 상황 반전을 만들어내죠.

손뼉도 맞부딪혀야 소리가 난다고 했던가요? 진에어와 KT가 보여준 일진일퇴를 거듭한 짜릿한 반전 쇼. 틀림없는 롤챔스 프리 시즌 2주차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 이 반전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나! 스코어의 짜릿한 플레이 (영상 출처 : 온게임넷)



■ 3주차. 이 맛에 트리스타나 하죠! 파일럿의 퐁당퐁당 펜타킬 대작전

스포츠엔 최고의 선수들에게만 허락된 슈퍼 플레이가 있습니다. 한 방에 4점이란 큰 점수를 쓸어담는 '만루 홈런'이나, 홀로 세 골을 몰아치는 '해트트릭'이 바로 그것이죠. 이 플레이는 화려함과 동시에 승리의 향방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실속'까지 갖춘 최고의 플레이입니다. 평범한 선수는 평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든, 최고의 선수들만 할 수 있는 플레이죠.

야구에 만루 홈런이, 축구에 해트트릭이 있다면 리그오브레전드엔 펜타킬이있습니다. 홀로 상대 챔피언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펜타킬은, 만루 홈런과 해트트릭에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쾌감을 팬들에게 선사하죠. 이러한 펜타킬을 진에어의 AD 캐리, '파일럿' 나우형이 만들어냅니다.


▲ 롤챔스 펜타킬 클럽에 가입한 '파일럿' 나우형 (영상 캡쳐: 온게임넷)


파일럿은 냉정히 말해, 진에어의 주전 AD 캐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팀 내부에 넘어야할 산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때 최고의 AD 캐리라고 평가받던 '캡틴잭' 강형우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파일럿에게 기회가 옵니다. 12월 18일에 펼쳐졌던 CJ 엔투스(이하 CJ)와 진에어의 맞대결. 파일럿은 진에어의 AD 캐리로 시합에 출전합니다. 하지만 파일럿의 시작은 좋지 않았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못 이겨냈기 때문일까요? 파일럿은 선취점을 CJ에 헌납하며, 불안한 시작을 합니다.


▲ 선취점을 내준 파일럿. 시작이 좋지 않았습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진에어의 팀 상황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CJ의 플레이는 정교했고, 그 정교한 플레이는 계속해서 CJ의 이득으로 이어졌습니다. 불리한 상황은 파일럿에게 성장할 시간을 주지 않았고, 트리스타나의 성장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황은 점점 나빠졌습니다. 진에어의 조합은 철저히 파일럿의 트리스타나에 의존한 조합이었습니다. 진에어는 트리스타나의 캐리력을 극대화 시키고, 트리스타나를 보호하기 위한 챔피언 조합을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의 트리스타나는 성장은 커녕 거듭해서 잘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진에어와 파일럿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프리 시즌 승리의 의미는 정규 시즌과는 다릅니다. 프리 시즌엔 상금도, 롤드컵을 위한 서킷 포인트도 없습니다. 프리 시즌 경기는 프로인 이상 승리 역시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팀 최상의 조합'을 찾는 것입니다. 파일럿에겐 캡틴잭이라는 포지션 경쟁자가 있었고, 조합마저 파일럿 위주의 조합이었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주전 경쟁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 계속해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파일럿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파일럿은 이런 부담감을 환상적인 플레이로 날려버립니다. 그는 부담감을 오히려 추진력으로 만들어,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날아다닌다'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한 번 기회를 잡자, 트리스타나의 로켓 점프 통해 소환사 협곡을 날아다니죠. 자신의 아이디인 '파일럿', 즉 조종사의 모습을 플레이로 보여주었습니다.

파일럿은 진에어라는 비행기의 기장이되어, 팀을 승리라는 목적지까지 조종합니다. 최고의 선수에게만 허락된 펜타킬로 말이죠.


▲ 파일럿의 물수제비 펜타킬! (영상 출처 : 온게임넷)



파일럿의 한 방은 강력했고,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는 분명 스타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펜타킬을 보며, 팬들은 '물수제비 플레이'라는 재미있는 기술명(?)까지 붙여주며,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날아오르기 시작한 '파일럿' 나우형. 그가 2015년 보여줄 비상의 '맛보기'인 이 경기는, 2015 롤챔스 프리 시즌을 마무리하는 3주차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색없는 장면이었습니다.


▲ '파일럿' 나우형의 2015년이 기대됩니다! (치어풀 출처: LoL 인벤 치어풀 게시판 '쿨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