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는 가렌부터 헤카림까지 총 123개의 챔피언이 등장한다. 이들 사이에는 대회에 자주 등장하는 '주류 챔피언'과 대회는커녕 일반 게임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비주류 챔피언'이라는, 극명한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 최근 진행된 대규모 프리시즌 패치로도 비주류 챔피언들은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유저들로부터 외면받는 챔피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베.이.가가 나섰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동안 팬들이 힐링챔프의 주인공으로 선택해 달라고 수도없이 요청했던 챔피언이다. 이 챔피언은 심지어 라인전이 강력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힐링챔프에 등장해야 할 정도로 비주류 챔피언이 됐는가? 그 이유를 하나씩 파헤쳐 보도록 하자. 힐링챔프 시즌2 제3화를 함께 할 주인공은 무덤지기, 요릭이다.



Q. 유저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요릭 씨를 어렵게 모셨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요즘 소환사의 협곡에 거의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귀엽고 깜찍한 우리 구울 삼둥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데 취직이 되지 않아 걱정이 많다. 그러다가 힐링챔프 제작진의 연락을 받았다. 우리 삼둥이 분유값을 벌어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Q. 다른 코너도 아니고, 우리 힐링챔프에 출연시키라는 유저들의 요청은 사실 챔피언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 아닌가?

MC양반. 당신 아주 훌륭한 시체가 되겠어.


Q. 다...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비주류 챔피언들은 항상 라인전이 약했다. 본인 역시 그러한가?

아니다. 난 강력한 라인전을 자랑한다. 내 스킬 구성을 보면 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Q. 라인전이 강력하다고? 흥미롭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지난번에 출연했던 블라디미르와 신지드 두 친구 모두 라인전이 너무나도 약해서 대회에 자주 출전하지 못한다고 불평했었다. 하지만 나는 라인전이 강력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 모든 스킬이 라인전에 특화되어 있다.

▲ 귀염둥이 구울 삼형제 등장~

Q스킬인 '전쟁의 징조'는 사용한 후 일반 공격을 가하면 강력한 구울을 소환하고 내 이동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스킬이다. W스킬인 '역병의 징조'는 논타겟팅 범위 스킬로 특정 지역에 슬로우 효과를 주는 구울을 소환할 수 있다. E스킬인 '기근의 징조'는 구울을 소환해 그 구울이 대미지를 입히면 내 체력을 회복시켜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대미지를 주는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이동속도를 증가시키거나, 적에게 슬로우 효과를 주거나, 내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Q. 이런 OP 챔피언! 그러면서 왜 힐링챔프에 출연했는가?

한국에는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명언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아니었나? 내 말을 끝까지 들어라. 물론 내 스킬 구성이 엄청나게 좋기는 하다. 라인전 한정으로 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라인전만 해서 이기는 게임이 아니잖나. 만약 그랬다면 내가 우리 귀여운 구울 삼둥이의 분유값을 걱정했겠나?

물론, 내가 스킬 구성 덕분에 라인전에서 거의 모든 챔피언을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은 맞다. '기근의 징조' 덕분에 웬만한 챔피언과의 딜교환에서 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대 정글러가 갱킹을 시도하기도 쉽지 않다. '역병의 징조'와 '전쟁의 징조' 덕분에 나는 상대에게 슬로우를 걸면서 나의 이동속도는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궁극기를 배운 상태라면 2:1 싸움에서도 쉽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Q. 궁극기가 무엇이길래 그렇게도 강력하단 말인가?

내 궁극기는 '죽음의 징조'라는 스킬이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하지 않나! 이 스킬은 대상이 된 아군 챔피언을 복사해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해준다. 지속 시간 10초 동안 아군 한 명이 더 생기는 효과와 같다. 심지어 복제된 대상이 죽으면 10초 동안 부활해 싸울 수 있다.

물론 복제된 아군의 형상이 스킬을 사용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생각해봐라. 라인전 단계에서 1:1 혹은 1:2 상황이 곧장 2:1 혹은 2:2 상황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무난히 성장하면 상대 정글러의 갱킹에도 두 명 모두 잡아내는 그림이 연출되기도 한다.


Q. 정말 라인전은 두말할 것 없이 최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지만 비주류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혹시 외모 때문에...?

그림자 섬 주민이 하나 더 늘겠군. 우리 삼둥이가 심심해하던 참인데 말이지.

▲ 외모도 한 몫 하겠고만 뭐...


Q. 외모 때문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예상하는 그것 때문이 맞는지?

그 예상이 한타와 관련된 것이라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나는 블라디미르와 신지드와 정반대되는 성향을 지녔다. 그 두 명은 라인전만 어떻게 버티면 한타때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준다. 나 같은 경우에는 라인전에서 정말 강력하지만, 한타 때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Q. 라인전이 강력한데 한타 때 하는 게 없다니 뭔가 생소하다.

사실 라이엇게임즈는 라인전이 강력하면 한타에서 별다른 힘을 못 쓰게 만들고, 한타에서 강력하면 라인전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게 밸런스에 꽤 바람직한 영향을 끼친다. 라인전도 강력한데 한타에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정말 꿈 같은 소리 한다고 욕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회에 자주 등장하는 챔피언들은 라인전도 어느 정도 할 만하고, 한타에서 존재감도 뚜렷하다. 말 그대로 팔방미인인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 같은 라인전 특화, 혹은 한타 특화 챔피언들은 선택받지 못할 수밖에 없다.


Q. 듣고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그렇다면 더욱더 요릭의 한타가 궁금해지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내 스킬 구성은 정말 순수하게 라인전에 특화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내 스킬들 중에 한타에서 쓸 만한 스킬이 매우 적다는 뜻이 된다. 정말 잘 봐줘야 '죽음의 징조' 정도가 한타 때 제대로 힘을 발휘할 뿐이다.

▲ 귀염둥이들 다시 한번 등장~

스킬을 하나하나 다시 보자. 나는 보통 무라마나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방어 아이템을 가기 때문에 공격력이 그리 높지 않다. 때문에 한타 페이즈 이후 스킬로 상대에게 입힐 수 있는 대미지는 그리 높지 않다. '전쟁의 징조'로 대미지 딜링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귀여운 구울들이 선사하는 스킬 효과에 많은 것을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역병의 전조'는 스킬 5레벨을 모두 달성해야 겨우 20% 슬로우 효과를 지닌다. 재사용 대기시간도 12초나 된다! 심지어 나는 '역병의 전조'를 가장 먼저 마스터할 수 있는 챔피언도 아니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리산드라의 Q스킬인 '얼음 파편'은 가장 먼저 마스터하는 스킬임에도 불구하고 5레벨을 달성할 경우 무려 28%나 되는 슬로우 효과를 3초마다 입힐 수 있다. 이거 너무한 것 아닌가!

한타 때 그나마 나에게 도움이 되는 스킬은 '기근의 징조'다. 방어 아이템을 많이 구매하는 나에게 '기근의 징조'로 얻어지는 체력 회복 효과는 깨알 같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뭔가 한타 때 그 스킬로 엄청난 도움을 받지는 못한다. 결국, 상대 입장에서는 내가 소환한 구울들은 잡으면 좋고 무시해도 별로 상관없는 것으로 여길 뿐이다. 내 귀여운 구울 삼둥이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Q. 그래도 아까 말한 '죽음의 징조'는 한타 때 많은 도움을 주지 않나?

말 잘했다. '죽음의 징조'는 상황에 따라 엄청나게 강력한 궁극기가 되기도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궁극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다시 한 번 '죽음의 징조'를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생각해보자. 아군 챔피언의 모습을 본뜬 망령을 만들 수 있다. 그 망령이 살아있는 동안 아군이 사망하면 망령을 희생하여 죽은 아군을 10초 동안 되살려낼 수 있다. 어찌 보면 정말 좋은 스킬이다. 보통 한타에서 내 궁극기의 대상이 되는 챔피언은 아군 원딜이다. 일반 공격밖에 할 수 없는 망령의 효율을 가장 잘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군 원딜이 상대보다 월등하게 성장하지 못했다면? 심지어 아군 원딜이 망했다면? 내 궁극기는 있으나 마나 한 스킬이 되기 쉽다. 전적으로 팀원의 성장 여부에 따라 내 궁극기의 위력이 결정된다. 내가 만약 잘 성장해서 나에게 궁극기를 활용했다고 해도, 상대 입장에서는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정도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 일반 공격력은 극도로 약하기 때문이다.


Q. 요약하자면 '수동적인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말이 정확하다. 난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잘 성장해봤자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최근 유행하는 몇몇 챔피언에 비해 확실히 포스가 부족하다. 리산드라처럼 무난한 라인전 이후 환상적인 이니시에이팅과 적절한 어그로 관리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럼블처럼 상대 진영을 별 부담없이 파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서 슬로우나 걸고 체력 회복이나 하면서 버티다가 죽는 수밖에.


Q. 그래도 구울 삼둥이를 위해 유저들에게 본인을 어필해야 한다. 분유값을 벌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남의 무덤이나 파는 무덤지기 집안이었다. 내 아버지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오로지 무덤을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지나 걱정하는 무정한 아버지였다. 나는 나중에 아버지가 되면 그러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 귀여운 구울 삼둥이가 태어났다.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유저들이 나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아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Q. 저기... 질문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것 같다. 그런 어필이 아닌데?

왜 이리 성격이 급한가? 이야기를 잘 풀어야 유저들이 날 선택해줄 것 아닌가! 부디 유저들이 내 말을 흘려듣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내 사적인 이야기를 좀 했을 뿐이다.

아까부터 계속 말했지만, 나는 그 어떤 챔피언이 탑 라인에 와도 위축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웬만한 챔피언과의 딜교환에서 항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혼자서 1:2 대결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물론, 아무리 내가 라인전에 강력해도 자꾸 갱킹을 당하면 짜증 날 수 있으니 와드를 필수로 설치해두자.

내가 한타에서 존재감이 덜 하다는 단점도 아군이 무난하게만 성장한다면 충분히 커버된다. 경기 초반부터 크게 밀려서 패색이 짙어지지 않는 한, 내 궁극기는 충분히 한타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5:5로 싸워도 비슷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6:5 한타가 된다? 상대 입장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실제로 예전 롤챔스 무대에 '옴므' 윤성영이 나를 선택해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팀을 전적으로 믿고 궁극기를 통해 아군의 화력에 큰 도움을 주는 모습이 요릭 플레이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위에서도 나왔던 내용이지만, 어떤 아이템을 갖추는 것이 좋은가?

우리 귀여운 삼둥이가 높은 물리 공격력 계수를 지니고 있다는 점 때문에 무턱대고 공격력 아이템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개인적인 재미를 위해서라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 유저들 때문에 내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것이다.

나는 라인전 단계에서 자주 스킬을 활용해야 하므로 마나가 풍족해야 한다. 따라서 첫 아이템은 여신의 눈물이 가장 무난하다. 처음부터 방어 아이템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계속해서 어필하지만, 라인전 단계에서 날 이길 수 있는 챔피언은 드물다.


여신의 눈물을 무난하게 갖췄다면, 계속해서 우리 귀여운 삼둥이를 소환하면서 여신의 눈물 스택을 쌓도록 해라. 그러면서 차츰 방어 아이템을 갖추면 된다. 첫 방어 아이템으로는 얼어붙은 심장이나 정령의 형상이 좋다. 상대 라이너가 물리 공격력 기반이라면 얼어붙은 심장을, 마법 대미지 기반이라면 정령의 형상을 빠르게 갖추는 것이 좋다.


첫 방어 아이템을 구매했다면 마나무네를 완성해주자. 후에 내 미약한 대미지를 조금이나마 올려주는 무라마나가 꼭 필요하다. 그다음 아이템은 별다른 생각 없이 방어 아이템만 이것저것 갖추면 된다. 사실 무라마나와 얼어붙은 심장, 정령의 형상을 갖춘 이후에는 딱히 코어 아이템이라고 볼만한 것이 없다.

▲ 아마 이 정도 아이템이 무난하지 않을까?


Q. 오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솔직히 오늘 힐링챔프 출연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유저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내가 얼른 일자리를 구해야 우리 귀여운 구울 삼둥이를 먹여 살릴 것 아닌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 장단점을 허물없이 공개하는 것이 나를 홍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오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나를 있는 그대로 공개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판단은 유저들의 몫이다. 우리 귀엽고 깜찍한 구울 삼둥이가 굶어 죽느냐 마느냐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알아듣겠나? 엉?

▲ 불쌍한 구울 삼둥이네 아빠를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