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스타(Fantasista). 이탈리아 축구계에서 시작된 말로, '번뜩이는 플레이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승리로 이끄는 선수'를 뜻합니다. 홀로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최고의 선수들에게 붙여지는 별명이죠. 팬들은 판타지스타가 피치에 들어서기만 해도, 그가 앞으로 보여줄 짜릿한 경기가 상상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리그오브레전드에도 이런 판타지스타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롤챔스 2주차는 유독 이러한 판타지스타들이 빛나는 경기들이 계속해서 펼쳐졌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홀로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LoL계의 슈퍼스타들. 롤챔스 2주차를 뜨겁게 달군, 그들의 환상적인 슈퍼 플레이를 바로 만나보시죠.


■ 적의 심장을 찌르는 비장의 한 발! 자신의 'MMR급 당구 실력'을 보여준 페이커!

롤챔스를 빛낸 스타는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페이커' 이상혁은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습니다. 그 어떤 선수도 따라오지 못하는 커리어를 지녔고, 그에 걸맞은 멋진 플레이를 계속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고른 챔피언은 유행이 되고, 그의 아이템 빌드는 정석이 되며, 그의 게임 플레이는 메타가 됩니다. 만약 LoL계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페이커는 1번으로 입성이 예약된 선수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페이커가 최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상대 입장에서 페이커를 자유롭게 풀어주면, 패배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SKT T1을 상대하는 팀들은 페이커를 집중 견제하여 그의 플레이를 방해합니다. 엄청난 압박 속에, 페이커는 예전처럼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페이커


지난 16일에 펼쳐졌던 SKT T1과 KT 롤스터(이하 KT)간의 2세트 맞대결 역시 그랬습니다. KT 역시 대 SKT T1전의 핵심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전력의 중심인 페이커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페이커와 SKT T1 역시 그런 전략을 알고 있었고, 미드 라인 부근에 와딩을 철저히하고, 페이커 역시 공격적인 모습을 자제하며 게임을 풀어갑니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던가요? KT는 SKT T1의 이러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미드 라인을 두드립니다. 4인 갱킹도 불사하며 페이커를 노리죠. 그리고 페이커는 결국 꺾입니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각을 설계한 KT의 승리였습니다. 페이커는 이 경기도 어려운 초반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 KT의 페이커 공략 작전 성공! (영상 캡쳐: 온게임넷)


KT의 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SKT T1의 핵심인 페이커를 무너트리자, 팀 자체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페이커를 잡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 모든 것을 보상받고도 남은 큰 이득을 얻습니다.

KT는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라인전에 이어 한타에서도 페이커를 완벽하게 봉쇄하며 게임을 주도해갑니다. SKT T1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자신들의 핵심 전력인 페이커의 부진은, 팀의 사기 저하로도 이어지기 충분했습니다. KT의 핵심을 파고든 좋은 플레이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 페이커를 막은 이상, 이 게임은 우리들의 승리!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페이커는 보통의 미드라이너가 아니었습니다. 홀로 게임을 캐리할 수 있는 최고의 슈퍼 스타였습니다. 페이커의 신드라는 계속해서 킬을 내주었지만,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CS수급에선 '나그네' 김상문의 르블랑을 크게 앞서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KT가 잠깐 보여준 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페이커는 연속해서 킬을 올리며, 앞으로 치고 나갈 탄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바론 앞 한타에서, 그는 자신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자신의 솔로 랭크 탑 MMR급의 당구 실력으로 말이죠! '역시 페이커! 이래서 페이커!'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슈퍼 플레이였습니다.


▲ 페이커가 보여준 자신의 MMR 점수급의 당구 실력!
(영상 출처 : 온게임넷)



■ 명가 부활의 마지막 퍼즐 완성! 스페이스, CJ의 진정한 AD '캐리'로 각성!

최근 CJ 엔투스(이하 CJ)의 팬들은 그야말로 싱글벙글 모드입니다. 사실 CJ가 프리시즌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 그 자체였기에, CJ의 팬들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질 땐 지더라도 자신감있는 화끈 경기력을 보여주면, 그걸로 만족한다' 정도의 생각으로 CJ의 개막전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했던 팬들은 CJ의 예상을 깬 반전에 '기분 좋은' 충격을 받습니다. CJ가 보여준 경기력은, 그저 선전이 아니었습니다. 최강 전력이라고 평가받던 SKT T1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CJ가 보여준 멋진 경기력에, CJ 팬들은 2012년 이후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경기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 우승 후보 0순위, SKT T1을 격파한 CJ. 앞으로의 경기를 기대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 한 경기만으로 CJ의 우승을 점치긴 쉽지 않았습니다. 강팀이 약팀에게 무너지는, 그저 '이변'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CJ 팬들은 확신을 원했습니다. SKT T1을 이긴 것은 우연이 아닌, 정말 실력이었다는 그런 확신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확신을 증명할 무대가 CJ에게 찾아옵니다. 숙명의 라이벌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와의 맞대결, '롤 클라시코'가 그것입니다.

나진 역시 프리시즌에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SKT T1과 함께 양강 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 강팀입니다. 만약 CJ가 나진마저 꺾어낸다면, 그땐 정말 우승을 점쳐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CJ 팬들은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펼쳐진 롤클라시코. CJ는 SKT T1을 꺾은 것이 우연이 아님을 경기 초반부터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킬 차이로 앞서나가진 않았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게임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나진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종일관 끌려가는 도중에서도, CJ의 빈틈을 잘 파고들어 게임의 균형을 맞춰나갑니다.

▲ 쉽게 승리를 내어주지 않는 '난적' 나진!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한타 대승으로 기세가 오른 나진은 곧바로 바론 사냥에 나섭니다. CJ의 생존자는 봇 듀오, '스페이스' 선호산과 '매드라이프' 홍민기, 둘 뿐이었습니다.

사실 AD 캐리는 CJ 입장에서 오랜 고민거리였습니다. CJ는 '플레임' 이호종이나 '샤이' 박상면과 같은 탑 라이너들이 주목받는 팀이었고, 그 외에도 강력한 선수를 떠올려 보면 매드라이프나 '앰비션' 강찬용, '래피드스타' 정민성과 같은 선수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강력한 AD 캐리는 잘 떠오르지 않았고, 그것은 CJ의 약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가 보여줍니다. CJ에도 정말 게임을 캐리하는 강력한 AD 캐리가 등장했다는 것을 말이죠. 스페이스는 CJ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은 4:1 바론 대치 상황에서 찍습니다.

우승 전력의 마지막 퍼즐, 캐리력 있는 원딜러를 '스페이스'로 완성한 CJ. 그들의 스프링 시즌 성적표가 기대됩니다!

▲ CJ, 드디어 진정한 AD 캐리라는 날개를 달다!
(영상 출처 : 온게임넷)



■ 흡사 번개와 같은 이니시에이팅! 체이의 우사인볼트 애니!

'남자의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몇몇 챔피언들이 있습니다. 과거 탑 라인에서 단 한 발자국의 후퇴 없이 오로지 적진을 향해 돌진하던 올라프라던가, 걸출한 돌진기를 가지고 있지만 탈출기가 전무한 정글러, 신 짜오와 같은 챔피언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화끈한 전투로 진정한 남자의 싸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챔피언들입니다.

서포터에도 이러한 챔피언이 있습니다. 정교한 스킬샷이 중요한 서포터에 무슨 남자의 챔피언이 있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니는 올라프나 신 짜오 못지 않은 남자다운 플레이가 필요한 챔피언입니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말이죠.


▲ 귀여운 여자아이지만, 속은 완전 상남자!


애니가 한타에서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이니시에이팅입니다. 애니는 맷집이 뛰어나지도, 견제에 능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궁극기를 이용한 이니시에이팅은, LoL의 그 어떤 서포터보다 위협적입니다.

그 낮은 체력으로 적의 빈틈을 파고들어, 지근거리에서 발사하는 '티버!'는 웬만한 배짱으론 할 수 없는 플레이입니다. 흡사 유리대포를 들고 적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발포해야하는 것이, 애니가 한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를 바라보고 뽑는 것이 애니 서포터고, 그 하나를 위해 긴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것도 애니 서포터입니다.

진에어 그린윙즈(이하 진에어)의 서포터, '체이' 최선호는 과감하게 애니를 선택합니다. 진에어의 상대인 GE 타이거즈(이하 GE)는 제라스와 시비르를 비롯한 포킹 중심의 조합을 선택했고, 그 결과 애니가 등장하게 된 것이죠. 포킹 이전에 빠르게 한타를 열어 게임을 주도해 나가려는 진에어의 의지를 보여주는 선택이었고, 그것은 적중합니다. 체이는 환상적인 이니시에이팅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어나가기 시작합니다.


▲ "오늘 컨디션 최상!" 체이의 강력한 이니시에이팅!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GE도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비록 체이의 매서운 이니시에이팅에 잠깐 주춤했지만, 바로 정비하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칩니다. '프레이' 김종인의 시비르를 중심으로 게임의 균형을 되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진에어가 글로벌 골드에서 꽤 앞서나갔지만, 거듭된 GE의 선전으로 게임은 알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일진일퇴의 팽팽한 경기. 이러한 분위기를 한 방에 자신의 것으로 끌고 온 것은, 오늘 거듭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던 체이였습니다. 체이는 '승천의 부적'과 '정당한 영광'을 갖춰 2단 가속을 할 준비를 마칩니다. 그리고 대치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2단 가속과 점멸을 통해 환상적인 이니시에이팅에 성공, 게임을 가져오는 것에 성공합니다. 번개와 같은, 환상적인 이니시에이팅이었습니다.

▲ 우사인 체이의 번개와 같은 이니시에이팅 작렬!
(영상 출처 : 온게임넷)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체이, 다음 경기에도 진에어표 판타지스타의 진면목을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을까요? 진에어의 다음 경기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