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에는 총 123개의 챔피언이 등장한다. 모든 챔피언이 소환사의 선택을 기다리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들 사이에는 '주류 챔피언'과 '비주류 챔피언'이라는 극명한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 라이엇게임즈에서 '비주류 챔피언'을 구제하기 위해 밸런스 패치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유저들로부터 외면받는 챔피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베.이.가가 나섰다. 오늘은 어떤 챔피언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힐링을 받을 수 있을까? 힐링챔프 제4화의 주인공은 '겉멋 든 남자'라는 단어로 깔끔하게 요약된다. 자신의 걸작품이 될 거라던 협곡에서의 전투에 한동안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아트록스를 소개한다.


Q. 힐링챔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한다.

반갑다. 아트록스라고 한다. 완벽한 내가 힐링챔프 주인공으로 선정되다니. 상당히 불쾌하다. 난 모든 전투를 내 걸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Q. 방금 그 대사, 본인이 밴픽 단계에서 선택될 때 하는 것 아닌가? 참 오랜만에 듣는다.

그럴 수밖에. 난 원래 아무에게나 나를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Q. 자신의 픽률이 높지 않은 것이 아무에게나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란 말인가?

같은 말 두 번 하게 만들지 마라. 오직 상위 1%의 소환사만이 날 선택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Q. 정말 그렇다면 승률이 높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승률이 그리 높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내가 소환사를 잘못 고른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승률이 47.8%일 리가 없다.


Q. 아무리 생각해도 성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내 스킬 구성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Q. 그 잘난 스킬 구성 한 번 들어보자.

원한다면 기꺼이 말해주겠다. 아마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런 OP 챔피언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Q.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말해줬으면 좋겠다.

훗. 안 그래도 말해주려고 했다. 일단 나는 죽음을 초월한 존재다. 말라 비틀어진 카서스의 패시브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자랑하는 내 패시브 스킬 때문이다. 이름부터 끝내주게 멋진 '피의 샘'이다. 내가 체력을 소모하는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피의 샘이 조금씩 차오른다. 그럴수록 내 공격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 패시브가 붉게 물들었을 때 죽을 위기에 처하면, 나는 피의 샘을 소모해 체력을 회복하며 부활한다.

▲ 수호천사를 1렙부터?


Q. 나머지 스킬들도 알려달라. 다 듣고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나는 스킬 하나하나가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다. Q스킬인 '어둠 강림'은 원하는 장소로 뛰어들어 상대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 말파이트라는 하찮은 돌멩이가 궁극기로 가지고 있는 효과를, 나는 일반 스킬 효과로 보유하고 있다. 고작 에어본 따위를 궁극기로 가지고 있는 것이 불쌍할 지경이다.

W스킬인 '피의 갈증/피의 대가'는 이름처럼 스킬 하나에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일반 공격을 세 번 가할 때마다 체력을 흡수하거나 추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피의 갈증 상태에서는 내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때, 평상시보다 더 많은 양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 사실 따지고 보면 버릴 스킬 하나 없다

이처럼 완벽한 나에게서 도망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다. 하긴 E스킬인 '고통의 검'에 가격당한 상대 챔피언은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대미지도 준수해 어느 정도 포킹도 가능하다.

궁극기는 이름부터 상대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학살', 이름 그대로 궁극기를 사용하면 상대방을 학살할 수 있다. 궁극기를 사용할 때 내 주변에 있던 상대 챔피언은 대미지를 입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 일반 공격 사거리가 늘어나고, 공격속도도 빨라져서 상상도 못 할 대미지를 준다.


Q. 길고 지루한 자랑 감사하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 많은데?

나는 오직 사실만을 말했다. 감히 내 말에 반박하겠다는 것인가?


Q. 유저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 같이 완벽한 존재가 유저들의 말 하나하나에 관심을 줄 것 같은가? 그래도 원한다면 유저들이 나를 어떤 식으로 모함하는지 알려주겠다.

'어둠 강림'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말로는,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꽤 길어서 상대를 제대로 적중시키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상대를 공중에 띄울 수 있는 범위가 좁다는 말도 돌고 있다. '피의 갈증/피의 대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소리가 없다. 워낙 완벽한 스킬이니 그럴 수밖에.

계속해서 유저들의 헛소리를 진실인 것처럼 말해야 한다니. 뭐 아무튼 계속 말을 이어가겠다. '고통의 검'에 대해서는 투사체의 속도도 느리고 타격 범위도 갈수록 좁아진다는 불평이다. '대학살'에 대한 불만은 PBE 서버(테스트 서버)에 적용됐던 효과가 많이 줄어들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한다.


Q. PBE 서버에서는 '대학살'의 효과가 어땠나?

원래 효과는 귀여운 애완 악어 수준인 레넥톤의 궁극기와 비슷한 효과였다. 사용할 때 주변 상대에게 대미지를 주는 동시에 내 최대 체력이 증가했었다. 여기에 추가로, 내 궁극기에 대미지를 입은 상대 챔피언 수만큼 체력 증가량이 더욱 늘어났다. 지금은 추가 체력이 얻어지는 효과는 삭제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위엄에 흠집이 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 그 당시 포스는 정말 '대학살' 그 자체였다


Q. 사실 처음 등장했을 때 유저들의 반응이 대단했는데?

나 같이 완벽한 챔피언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당연한 반응이라고 본다. 이에 시기와 질투를 하던 라이엇게임즈에서 내 성능을 너프시켰다.


Q. '대학살' 말고도 다른 부분에서 너프를 당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내 '피의 샘'에 의한 공격속도 증가량을 줄이고 '고통의 검'의 대미지도 너프시켰다.


Q. 생각보다 너프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유저들의 평가가 확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에게 폭발적인 대미지를 입히면서도 잘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너프 전에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스킬 간의 시너지가 좋았기 때문이다. 패시브 스킬로 인한 공격속도 증가는 곧 '피의 대가/피의 갈증'의 체력 회복 능력과 추가 대미지 효과를 더 자주 발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그 정도 효과를 누리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엄청난 포스를 자랑했던 너프 전의 내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소환사들은 나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통의 검'의 대미지까지 너프되자, 내 이미지는 순식간에 '비주류'가 되고 말았다. '부족한 기본 스탯을 스킬 효과로 가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나는 거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Q. 하지만 방금 언급했던 유저들의 평가가 실제 본인의 모습 아닌가?

지나치게 완벽하기만 하면 매력이 있겠나. 말파이트와 레넥톤의 궁극기 효과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으면서, 체력 회복과 폭발적인 대미지까지 줄 수 있는 챔피언이 바로 나다. 거기에 기본적인 스탯까지 좋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 체력회복을 취하고, 기본 스탯을 버렸다!


Q. 잘난 척도 이제는 끝이다. 실제 소환사의 협곡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례를 토대로 대화를 진행해보자.

얼마든지. 나는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완벽한 챔피언이다.


Q. 라인전 이야기를 해보자. 당연히 강력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모든 챔피언을 상대로 강력한 라인전을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AP 기반 챔피언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데 특화되어 있다. '어둠 강림'을 1레벨에 배우고 라인에 도착하기 전까지 '피의 샘'을 가득 채워둔다. 그런 다음 라인에 도착하면 곧장 상대 챔피언에게 에어본을 적중시킨다. 당황한 상대는 뒤로 도망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속 쫓아가면서 빨라진 공격속도를 이용해 상대를 때리다 보면 최소한 점멸은 강제할 수 있다.


Q. AD 기반 챔피언들을 상대로는 어떤가?

'피의 갈증/피의 대가'를 잘 활용하면 그들을 상대로도 얼마든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피의 대가' 상태로 피의 샘을 채운 다음, 타이밍을 잘 보고 '어둠 강림'을 적중시키면 된다. 딜교환을 하다가 체력이 반 이하로 떨어지면 '피의 갈증'을 활성화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연거푸 체력을 회복시키면 상대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Q. 이론상으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실제 모습은 다르다던데?

또다시 나를 모함하려는 무리의 헛소리를 읊어줘야 하는 건가. 그들의 말로는 내 체력 회복 능력을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폭딜을 쏟아낼 수 있는 챔피언에게 힘들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리븐이 있다. 내 성격 같아서는 패기로운 딜교환을 하고 싶지만, 나를 활용하는 소환사들은 리븐을 만나면 접근조차 하지 않고, '고통의 검'으로 CS만 먹기 바쁘다.

▲ 무서운걸 어떻게 해


Q. 그렇다면 한타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한데?

최근 메타에서는 졸렬하기 그지없는 포킹 챔피언이 대세로 떠올랐다. 최대한 싸움을 피하면서 비겁하게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솔직히 가증스럽다. 하지만 나는 그런 챔피언을 상대로 멋진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 '어둠 강림'을 기습적으로 사용해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간 다음, '대학살'을 사용해 광역 피해를 주고 상대를 계속해서 때려주면 된다. 만약 상대가 나만 집중적으로 노려도 걱정하지 마라. 나는 아까도 말했지만 죽음을 초월한 존재다.


Q. 본인 입으로 그렇게 자랑하는 라인전과 한타 모두 아이템 선택이 중요하다. 정석적인 아이템 트리를 알려달라.

나에게 딱 맞는 정석적인 아이템 트리라는 것은 없다. 그나마 내 콘셉트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 트리를 소개하겠다. 처음부터 나는 탱커로 설계되지 않았다. 강력한 대미지와 그에 따라 상승하는 체력 회복 능력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내 콘셉트다. 그렇기에 공격력 아이템을 다수 구매하는 것이 좋다.

첫 아이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아이템 순서에 연연하지 않아도 좋다. 몰락한 왕의 검과 굶주린 히드라, 서풍, 피바라기, 무한의 대검 등 손에 잡히는 대로 구매해주면 된다. 특히, 구인수의 격노검은 AD와 AP 대미지를 복합적으로 줄 수 있는 나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캡틴 박이 말하길, "써보세요!"

또한, 고유 지속 효과가 나와 잘 맞는다. 체력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공격 속도가 +20%, 생명력 흡수가 +10%, 주문 흡혈이 +10% 오르는 효과가 구인수의 격노검에 붙어 있다. 내 '피의 갈증/피의 대가' 스킬과 찰떡궁합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선택은 소환사의 몫이다.

물론 공격력에만 아이템을 집중시키는 경우, 상대의 집중적인 공세에 쉽게 킬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받는다. 내 체력 회복 능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소환사들이 잘못이 크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공격 아이템만 갖추고 방어 아이템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Q.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단점을 스스럼없이 밝혔는데, 그건 좋은 자세다. 계속 이야기를 해달라.

위에서 언급했던 몰락한 왕의 검이나 굶주린 히드라, 혹은 구인수의 격노검 중 하나를 구매한 뒤, 눈에 보이는 탱커용 아이템을 계속해서 갖추는 방법이다. 다양한 아이템이 있지만, 그중에서 정령의 형상은 꼭 갖추는 것이 좋다. 내 체력 회복 능력을 미약하게나마 상승시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Q. 너무 평범한 얘기뿐이다. 좀 더 색다른 아이템 트리는 없는가?

있다. 내 강력함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소환사들이 가끔 활용하는 방법이다. 근접 AD 챔피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바로 AP 아이템을 두루 갖추는 것이다.

실제로 내 '고통의 검'과 '대학살'에는 높은 AP 계수가 붙어 있다. '고통의 검'에는 0.6 AP 계수가, '대학살'에는 무려 1 AP 계수가 적용된다. 이를 활용해 주문력을 올려줘서 순간 폭딜이 가능한 챔피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스킬은 '고통의 검'이 된다. 어느 정도 상대 체력을 줄였다면, 평소처럼 '어둠 강림'으로 들어가서 궁극기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AP 아이템을 갖췄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차하면 존야의 모래시계로 버틸 수도 있다.

▲ 팀원들의 신고를 안고 가는 아이템 트리


Q. 하루종일 허세 가득한 이야기만 들었더니 정신이 혼미하다. 얼른 마무리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일반 유저들의 평가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의 완벽함이 더욱 만천하에 알려지는 느낌을 받아 좋다. 나의 완벽함에 매료되어 아무나 날 선택하지 말았으면 한다. 오직 내가 허락한 유저들만이 나를 활용할 수 있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 난 고귀한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