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랭크 게임 배치고사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리그오브레전드의 팬들은 챔피언 밸런스 변화에 굉장히 민감한 상태다. 랭크 게임 배치 고사가 가지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은 만큼, 정상을 노리는 솔랭 전사들은 조금의 방심없이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최고의 챔피언을 선택해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런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와중에, 자신의 주력 챔피언이 너프된다면, 그 타격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한 발이라도 더 쏴야 하는데, 갑자기 자신의 총이 고장 나 발사되지 않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2015시즌 랭크 게임 시작된 이후 맞는 두 번째 패치. 5.2 패치가 소환사의 협곡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패치 노트에 이름을 올린 챔피언들은 변화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았다. 그야말로 변화의 폭풍을 만들었던 5.2 패치. 과연 소환사의 협곡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 AP 챔프들의 희망이 되나?

5.2 패치의 뜨거운 감자는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였다. 죽음불꽃 손아귀는 AP 누커를 대표하는 아이템이었다. AP 누커들의 콤보 시작은 항상 죽음불꽃 손아귀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죽음불꽃 손아귀가 AP 누커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컸다.

라이엇 게임즈(이하 라이엇)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강한 누킹 능력은 상대에게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았고 이것은 게임 플레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 그리고 누킹 일변도의 단순한 게임 플레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의 배경이다. 라이엇은 여기에 기존 죽음불꽃 손아귀를 사용하는 챔피언들에게는,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를 보상하는 버프를 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죽음불꽃 손아귀를 주로 사용하는 챔피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어제까지 플레이의 핵심이었던 코어 아이템을 잃는 셈이었다. 상당히 큰 진통이 예상되었다. AP 누킹 챔피언들의 시대는 가고, AD 암살자 챔피언들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 많은 AP 누커들이 절망했다


5.2 버전으로 이뤄진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 패치. 이 패치의 핵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핵심은 바로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의 보상 버프. 이 보상 버프를 받은 첫 번째 챔피언인 아리는 최강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한다. 죽음불꽃 손아귀는 사라졌지만, 그로 인해 주어진 보상이 엄청났던 것이다.

아리는 라이엇이 공언한 것처럼, 누킹력을 잃고 기동력을 얻었다. 그리고 그 기동력은 기존 아리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로 작용한다. 그 결과는? 아리는 전 챔피언을 통틀어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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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상 버프의 효과는 엄청났다! 아리, 전체 승률 1위 달성 (통계 출처: fow.kr)


이쯤 되면 AP 누커들에게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 패치는 오히려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을 법하다. 라이엇은 패치 노트를 통해, 5.3 패치로 보상 버프를 받을 챔피언은 베이가와 카타리나, 그리고 모데카이저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라이엇이 직접 언급한 보상 버프를 받을 챔피언들은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 이후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변화는 미미했다. 세 챔피언 모두 눈에 띄는 승률 및 밴픽률 하락을 겪지 않았다.

베이가는 이제 미드 누커라기 보단 서포터로 더 많은 활약을 보여주는 챔피언이 되었다. 베이가는 분명 잘 성장할 경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갈수록 빨라지는 현 메타엔 맞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베이가의 E스킬 '사건의 지평선'은 CC기로써 높은 가치를 가졌기에, 상위 랭커를 중심으로 베이가는 서포터로 크게 활약하는 상태다. 이런 베이가에게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는 그다지 큰 타격이 아니었다.


▲ 상위 랭커들에게 베이가는 누커가 아닌 서포터. 따라서 이번 패치의 영향력은 적었다 (통계 출처: fow.kr)


카티라나 역시 이 패치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엔 다소 미묘했다. 카타리나가 강력한 누커임은 분명하지만, 순간적으로 한 타겟을 제거하기 위해 선택하는 챔피언은 아니다. 카타리나는 오랫동안 살아남아, 패시브를 활용하여 연속해서 스킬 쿨타임을 초기화시키는 전투 스타일을 가진다. 따라서 카타리나 유저들은, 원래부터 죽음불꽃 손아귀보다 생존률을 올려주는 아이템인 '존야의 모래시계'를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었다.

모데카이저의 챔피언 픽률은 fow.kr 기준으로 1%를 겨우 넘기는 상황. 현재 모데카이저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오랫동안 모데카이저를 플레해 온 '장인급' 유저가 대부분이다. 실제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 이후 통계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지도 않았고 통계를 낼 수 있는 표본이 적은 만큼, 이 패치가 얼마만큼 큰 영향력 끼치는지를 통계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 카타리나의 밴률(위)와 모데카이저의 픽률(아래). 큰 변화가 있진 않았다 (통계 출처: fow.kr)


죽음불꽃 손아귀가 삭제되었지만, 큰 변화가 없었던 챔피언들. 하지만 라이엇이 위에 언급한 챔피언들을 버프할 것임을 공언했기에, 오히려 이 챔피언들에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베이가는 다시 한 번 미드 라인에서 기용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카타리나와 모데카이저 역시 자신만의 색깔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챔피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아리의 경우를 든 희망적인 관측에 불과하다. 5.3 패치로 변화가 예고된 세 챔피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팬들의 바람대로 아리 수준의 버프가 될지 어떨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


▲ 흔치 않은 '버프 예고'를 받은 챔피언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더는 버틸 수 없다! 너프의 폭풍이 몰아친 소환사의 협곡.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가 큰 이슈가 되었지만, 5.2 패치는 그 외에도 많은 챔피언들이 너프 된 패치기도 하다. 이번 패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챔피언은 렉사이와 아칼리, 그리고 피즈다.

렉사이는 '완벽한 정글러'라는 평가가 적절한 챔피언이다. 안정적인 정글링과 강력한 전투력, 그리고 창의적인 갱킹 루트는 렉사이를 최강 정글러로 올려놓았다. 이를 방증하듯 밴률 역시 90%이상을 기록하며, 렉사이는 '필밴 챔피언'의 리스트에 올랐다.

라이엇은 이런 렉사이에게 지난 5.1 패치로 한 차례 너프를 가한다. 너프의 주된 내용은 대미지에 관한 부분. 하지만 렉사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높은 밴률은 여전했고, 승률 역시 최상위권이었다. 렉사이는 패치를 견뎌낸 것이다. 하지만 이에 굴할 라이엇이 아니다. 라이엇은 다시 한 번 렉사이에게 너프를 가했고, 이번엔 렉사이의 급소를 관통했다.


▲ 2연속 패치. 괴수 렉사이를 쓰러트리다 (원문 출처: LoL 공식 홈페이지)


렉사이는 가장 직관적인 너프를 당했다. 렉사이가 가진 유틸성보다는, 렉사이 챔피언 자체의 화력을 떨어트렸다. 아무리 뛰어난 유틸성을 가진들, 기본적인 전투 능력이 떨어지면 나머지 강점은 부가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렉사이에게 가해진 2연속 대미지 너프는 컸고, 이로 인해 렉사이가 기록 중이던 약 55%의 고승률은 50%로 떨어진 상태다.

아직 국내 서버에서는 렉사이가 높은 밴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미 서버의 경우엔 렉사이의 밴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어 렉사이가 OP챔피언 대열에서 이탈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5.2 패치로 렉사이의 승률은 크게 떨어진다 (통계 출처: fow.kr)


이번 너프의 또 하나의 희생자, 아칼리는 솔로 랭크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챔피언이다. 강력한 라인전을 펼치는 챔피언은 아니지만, 잘 성장한 아칼리가 갖는 캐리력은 엄청났다. 화력이면 화력, 기동력이면 기동력, 어느 한 부분 떨어지는 곳이 없었다.

이런 아칼리가 5.2 패치를 통해 너프된다. 너프의 내용은 E스킬, '초승달 베기'로 Q스킬의 암살자의 표식을 터트릴 수 없게 된 것과, 궁극기의 사정거리 감소다.


▲ 아칼리를 사랑하는 유저에겐 뼈아픈 너프 (원문 출처: LoL 공식 홈페이지)


E스킬로 암살자의 표식을 터트릴 수 없게 된 너프는, 그다지 강하지 않던 아칼리의 라인전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사실 Q스킬의 대미지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Q스킬의 진정한 위력은, 암살자의 표식을 터뜨릴 때 제대로 발휘된다. 원거리에서 Q스킬로 암살자의 표식을 만들고, 지근거리에서 E스킬로 표식을 터트리는 것이 아칼리의 이상적인 딜교환 방식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E스킬이 암살자의 표식을 터트릴 수 없게 됨에 따라, 6레벨 이전 별다른 돌진기 및 이동기가 없는 아칼리는 이전보다 표식을 터트리기 상당히 까다로워졌고, 이는 곧 라인전 약화로 이어진다. 여기에 궁극기의 사거리 감소도 아칼리 전투력 약화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 결과 아칼리의 승률은 크게 떨어진다. 더는 아칼리를 솔로 랭크의 숨겨진 꿀 챔피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이다.


▲ 하락한 아칼리의 승률. 더이상 솔로 랭크 꿀 챔피언이라고 볼 수 없다 (통계 출처: fow.kr)


피즈의 경우엔 상황이 심각하다. 피즈의 Q스킬, '성게 찌르기'는 대미지가 반토막 수준으로 크게 하향된다. 거기에다가 타겟팅 스킬이지만 피할 수 있는 스킬, 즉 루시안의 Q스킬처럼 변하여 확정적인 대미지도 줄 수 없게 되었다. Q스킬로 상대에게 접근하는 것이 피즈 콤보의 시작인 만큼, 이 너프는 뼈아팠다.

궁극기인 '미끼 뿌리기'에 대미지 증폭 기능이 추가되었지만, Q스킬 너프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피즈의 승률과 픽률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락 폭이 엄청나기에, 피즈 유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 5.2 패치 이후 가파르게 추락한 피즈의 승률 (통계 출처: fow.kr)



■ 문제는 적군 와해가 아니었다? 신드라의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

신드라의 패치 내용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신드라는 5.1 패치에서 너프된다. 너프 내용은 Q스킬의 대미지 감소와 E스킬, '적군 와해'의 판정 너프. 당시 5.1 패치 노트를 접하지 못한 채 신드라를 플레이한 유저들은, '렉 때문에 적군 와해가 빗나가는 줄 알았다'는 오해까지 불러올 정도로 적군 와해의 판정이 나빠졌다.

이로 인해 신드라의 승률 역시 곤두박질쳤다. 신드라의 승률이 라이엇이 의도한 것 이상으로 하락하자 5.2 패치를 통해 적군 와해의 판정을 일정 부분 다시 상향시켜주었다.


▲ 상향된 적군 와해의 판정은 신드라의 승률을 돌릴 수 있었을까? (원문 출처: LoL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라이엇이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적군 와해의 판정이 좋아졌지만, 신드라의 승률은 여전히 리그오브레전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신드라는 모든 챔피언 중 가장 낮은 승률인 42.42%를 기록하고 있다. 롤챔스에 얼굴 좀 비춘다며, 최저 승률이라고 비웃었던 우르곳과 같은 챔피언들을 놀릴 처지가 못된다는 것이다.


▲ 신드라, 뒤에서 승률 1위 달성! (통계 출처: fow.kr)


신드라 승률 하락의 문제점은 적군 와해 판정 너프가 주된 것이 아니었다는 게 이번 패치를 통해 밝혀졌다. 분명 적군 와해 판정 너프가 신드라 승률 하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결정적인 이유라면, 이번 패치를 통해 어느 정도의 승률 회복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적군 와해 판정 너프보다 더 큰 문제는 5.1 패치의 신드라 Q스킬, '어둠의 구체'의 대미지 너프였다는 게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둠의 구체의 대미지가 큰 폭으로 너프되어, 일부 유저들은 차라리 'Q스킬 보다 평타 한 방이 더 아프게 들어간다'고 말할 정도였다.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이득을 쌓아나가야 하는 신드라에게, Q스킬 너프는 그녀를 주류 챔피언 대열에서 이탈시키기 충분했다.

신드라는 이 짙은 안갯속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현재로써는 힘들어보인다.


▲ 심해의 신드라. 돌파구가 존재하긴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