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네 팀만 남았다. 한국e스포츠협회(사무총장 조만수)가 주관하며 라이엇 게임즈(한국대표 이승현)가 주최하고 맥시멈 기어가 후원, 커세어 게이밍이 협찬하고, ㈜인벤커뮤니케이션즈가 주관 운영 및 방송하는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학생 배틀(이하 LCB)의 4강전이 2월 7일 토요일 오후 1시에 펼쳐진다.

1경기는 전남과학대 'Dream'과 여주대학교 '생일축하해'가, 2경기는 강원대학교 '강대는강대라강대해'와 울산과학기술대 'UNIST MIA'가 맞붙는다.


■ 아마추어 절대 고수들의 대결, 전남과학대 VS 여주대학교

▲ 대학교 배틀의 삼성 화이트? 전남과학대


전남과학대 CTU는 거의 탈 아마추어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준프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꽤 고수다. 챌린저스 스프링을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신 그들은 이번 대학생 배틀을 반전의 계기로 삼고 있다.

예선까진 좋았다. CTU를 건드릴 팀이 아무도 없었다. 흠집 하나 나지 않은 그들. 예선을 통과한 그들은 "당연히 우승이 목표"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상금으로 자취방에 밀린 전기세를 내고 싶다"라는 마음 한쪽이 아련해지는 말을 하기도.

간절함이었을까. 전남과학대는 32강에서 경상대학교를 정신력으로 꺾었다. 거의 진 게임이었다. 모두 다이아 티어 이상으로 구성된 경상대학교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1세트를 완패한 전남대학교의 표정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소위 말하는 멘붕.

프로 경기도 역전승이 잘 나오지 않는다. 특히 3판 2선승제 경기에선 더더욱 그렇다. '한 경기만 지면 떨어진다'라는 부담감이 상당히 무겁다. 게다가, 정신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일 경우, 대부분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다.

하지만 전남과학대는 달랐다. 아무래도 동고동락한 시간이 도움됐다. 다섯 명의 팀원들은 너나할것 없이 정신 차리자고 입을 모았다. 의기투합. 오직 승리를 위해 부담감을 같이 들었다. 2, 3세트 승리. 짜릿한 역전승. 이어진 16강은 무난한 승리였다.

이미 단단해진 그들은 8강 정돈 문제가 아니었다. 8강 상대였던 부천대학교를 엄청난 격차로 따돌렸다. 픽 실수로 룰루를 골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픽을 줘도 승리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유저는 "동네 운동장에 손흥민이 공을 차는 격"이라는 말을 했다. 딱 그 말대로였다.

▲ 갓구공삼과 아이들, 여주대학교


하지만 이런 전남과학대와 4강에서 상대할 여주대학교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전남과학대 이상이다. 지금까지 한 세트도 지지 않았다.

여주대학교에는 대학생 배틀계의 페이커, '0903' 김영훈이 있다. 과거 인벤저스 출신으로 롤챔스 2차 오프라인 예선까지 진출했다. 현재도 솔로 랭크 상위 티어에 있다. 개인기만 따지면 프로 선수와 수준이 비슷하다.

그 김영훈을 여주대학교 팀원들도 잘 받쳐준다. 김영훈의 오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프로팀을 연상케 한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팀들의 평균 티어가 자신보다 높았음에도 불구,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여주대학교는 전남과학대가 "누가 올라오든 상관없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자극을 받았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 +9 창 VS 컴퓨터 두뇌, 강원대학교 VS 울산과학기술대

▲ 날카로운 창을 가진 팀, 강원대학교


봇 듀오가 캐리하는 시대가 지났다고 했던가. 롤챔스를 LoL의 기준이라고 본다면, 그런 얘기를 할 법도 하다. 봇 캐리를 주로 하는 팀이 드물기 때문. 나진 e엠파이어 정도?

하지만 대학생 배틀에서 봇 듀오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팀이 있다. 옛 향수를 자극하는 메타를 고수한다. 그리고 성적도 좋다. 봇 듀오가 워낙 잘하기 때문이다. 바로 강원대학교 '강대는강대라강대해'다.

강원대학교에는 영화배우 조승우를 닮은 원거리 딜러 '어도비' 하늘과 톡톡 튀는 서포터 '도비' 박영민이 있다. 합쳐서 '어도비&도비' 듀오다.

서포터 박영민은 4강전에서 베이가 서포터를 꺼냈다. 맞추기 꽤 힘든 사건의 지평선(E)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화려한 모습만이 다가 아니었다. 팀장인 '용겐지' 이용승은 4강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수훈갑은 서포터인 박영민이다. 시야 장악을 잘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라고 밝혔다. 슈퍼 플레이만이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팀을 뒷바라지하고 있었던 것.

원거리 딜러 하늘은 그야말로 일기당천. 4강전에서 이즈리얼로 11킬 3데스 14어시스트라는 엽기적인 기록을 올렸다. '파랑 아이템'이 갖춰지면, 상대를 혼자 가지고 논다. 프로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피지컬이다. 화려한 외모와 뛰어난 실력. 그리고 정신력까지 뛰어나다.

4강날, 하늘은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전날 밤늦게까지 솔로 랭크로 연습을 했기 때문.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까지 보였다. 그런 그가 경기를 캐리했다. 외모, 실력, 정신력. 삼위일체 아닌가.

▲ 이 분들 최소 천재. 울산과학기술대학교


강력한 봇 라인을 상대해야 할 팀은 울산과학기술대학교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의 플레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스마트.

똑똑한 밴픽. 자신의 조합의 장점을 잘 살리는 팀원들. 깔끔한 오더.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까지. 게임 지능은, 단연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모든 팀 중 으뜸이다.

4강전에서 이런 스마트함이 잘 나타났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서포터 럼블을 선택한 1세트. 챔피언 폭을 좁힘과 동시에 상대방의 픽을 뺏아오는 전략이었다. 럼블을 빼앗긴 상대방이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까지 체크한 상태. 럼블이 없으니 후방에서 안정적인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케이틀린을 뽑았다.

2세트도 머리로 이겼다. 이번엔 럼블을 일부러 열어줬다. 당연히 럼블을 선택한 상대방. 하지만 이 건 작전이었다. 갱킹에 약한 럼블의 약점을 제대로 노렸다. 최근 메타에서 사용되는 정글러 중 라인 개입 능력이 최고급인 자르반 4세를 정글러로 선택했다. 그리고 탑 라이너는 의외의 챔피언이 나왔다. 바로 그라가스.

많은 너프로 사장된 챔피언이지만, 여전히 갱킹 호응력은 최고인 챔피언. 오직 럼블을 잡기 위해 그라가스를 선택한 것이다. 자르반 4세와 그라가스의 맹공에 럼블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런 스마트함이 강원대학교의 날카로운 창까지 부러뜨릴 수 있을까. 아니면 컴퓨터 두뇌까지 창으로 찔러버릴 것인가. 2경기 또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한편 4강 다음날인 2월 8일 일요일엔 대망의 결승전이 펼쳐진다. 경기 시작은 오후 4시지만, 오후 3시부터 전문 코스프레 팀인 CSL의 포토 행사가 진행된다. 인벤방송국 현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에겐 라이엇 티셔츠 및 문화 상품권을 추첨으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