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참 많고 많은 챔피언이 존재한다. 각각의 챔피언들은 게임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에서 권장하는 역할이 있다. 말 그대로 이 챔피언은 이런 식으로 활용하고, 저 챔피언은 저런 아이템을 주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정석적인 방법'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해진 대로만 게임을 하는 것은 사실 그리 재미있는 방식이 아니다. 판에 박힌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탈출구 역할을 하는 것이 게임이다. 그런데 여기에서까지 정해진 룰에 따라야 한다는 건 가혹하기 그지없다. 그렇기에 많은 유저들은 게임 속에서 남다른 발상으로 변칙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일반 유저들 뿐만 아니다. 오직 승리로만 평가받는 프로게이머 역시 다소 파격적인 챔피언 운용을 선보여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대회에서는 어떤 챔피언들이 기존의 스타일이나 역할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용됐을까? 정말 많은 변칙수가 존재하다 보니 모든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므로 꽤 유행을 끌었던 챔피언 운영법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 이건 그런 아이템을 사는 챔피언이 아닐텐데?

게임을 비롯한 각종 판타지 장르에는 일정한 공식이 존재한다. 검이나 창 등을 휘두르는 캐릭터는 대부분 물리 공격을 가하는 것이 정석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주먹질이나 발차기, 검이나 창, 몽둥이 등으로 상대는 때리는 게 마법 대미지라는 주장을 한다면? 그것 참 이상한 소리 한다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유저들과 대회에 나서는 프로게이머들은 이러한 상식마저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날렵한 움직임과 함께 검으로 적을 베어버리는 마스터 이, 대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트린다미어, 저 멀리서 창을 던진 뒤 표범으로 변해 적을 급습하는 니달리.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물리 대미지 기반 챔피언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이 챔피언들은 대회에서 정반대의 모습으로 등장해 승리를 안겨다 준 바 있다.

1. 걸핏하면 나오는 펜타킬의 주인공, AP 마스터 이


마스터 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챔피언으로 유명하다. 무난하게 초반 정글링을 마치면 엄청난 대미지를 자랑하게 되지만, 특유의 '물렁물렁함'으로 인해 잘못 진입하면 강력함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회색 화면을 보는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마스터 이에게도 눈부신 과거가 있었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2012년 11월 21일은 현재 IM의 탑 라이너인 '라일락' 전호진이 활약했던 Team OP가 평소처럼 롤챔스 경기를 치른 날이다. 하지만 이날은 팬들에게 더욱 특별한 날로 기억된다. 이날 Team OP의 미드 라이너였던 '콘샐러드' 이상정은 마스터 이를 롤챔스 무대에서 선택하며 팬들과 해설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심지어 정글러도 아닌 미드 라이너가 마스터 이를 가져가다니. 현장을 찾은 팬들은 마스터 이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기존 AD 관련 아이템이 아닌 AP 대미지 중심의 아이템을 구매하는 '콘샐러드' 이상정의 운영에 모든 이가 당혹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당시 Q스킬인 '일격 필살'의 대미지와 W스킬인 '명상'에는 엄청난 양의 AP 계수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스터 이는 폭발적인 대미지를 자랑하면서도 죽지 않는 괴물이 됐다. Team OP는 AP 마스터 이의 엄청난 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라이엇 게임즈가 아니었다. 다시는 AP 마스터 이를 꿈도 꾸지 못하게 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리워크가 진행됐다. 이로 인해 마스터 이는 미드 라인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으며, 그의 이미지는 예전과 같이 팀워크를 저해하는 챔피언으로 돌아오게 됐다. 지금은 사라진 야생의 섬광 아이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물론, 그마저도 사라진 지금 마스터 이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자.


2. 방심하는 순간 끝이다! AP 니달리


라이엇 게임즈에서 처음 니달리를 등장시켰을 때 그녀의 콘셉트는 삼위일체 아이템을 들고 라인전 상대를 압살하는 여전사였다. 궁극기를 배우기 전에는 우월한 일반 공격 사거리를 통해 상대를 견제하고, 궁극기를 배우면 순식간에 적에게 뛰어들어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이 그녀의 주요 역할이었다.

하지만 니달리는 라인전이 끝난 이후 할 것이 별로 없어 스플릿 푸쉬나 주야장천 해야 하는 챔피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당시 프로게이머들도 니달리를 운영상의 이점을 가져올 수 있는 챔피언으로만 활용했었다.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쿠거 형태로 뛰어드는 니달리는 상대에게 1킬을 헌납하는 존재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 롤챔스에서 AP 니달리로 활약했던 '앰비션' 강찬용(좌), '꿍' 유병준(중), '코코' 신진영(우)

많은 유저들이 연구를 거듭한 끝에 니달리는 그녀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강력한 것은 물론 컨트롤하기도 정말 쉬운 운용법이었다. Q스킬인 '창 투척'에 상당한 AP 계수가 붙어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물론 연구는 성공적이었다. 조금만 집중해서 창을 던지면 상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회색 화면을 보기 일쑤였다. AP 니달리는 각종 대회에서 승리를 부르는 열쇠로 평가받았다.

이번에도 라이엇 게임즈가 AP 니달리에게 칼을 들이댔다. 저번 마스터 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리워크를 통해 AP 니달리의 유행을 끝내려 했다. 그 후에도 니달리는 여전히 AP 대미지 딜러로 활약하고 있지만, Q버튼 하나로 엄청난 반전을 만들어내던 '핵창'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3. 진정한 불멸자란 바로 이런 것, AP 트린다미어


커다란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날뛰는 광기 어린 검사는 많은 남성 팬의 로망을 자극한다. 실제로 트린다미어는 원래 콘셉트대로 AD에 집중한 아이템 트리를 활용한다면 상대 원거리 딜러쯤은 일반 공격 몇 방에 보내버리는 화끈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정석적인 방법은 트린다미어를 한타에서 매우 애매하게 만들어 유저들의 외면을 불러 일으켰다.

그랬던 그가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방법에 따르면 트린다미어는 애매한 역할에 고통받는 브루져가 아니었다. 대미지도 준수하지만 생존에서 엄청난 이점을 보였다. Q스킬인 '피의 갈망'에 붙어 있는 AP 계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트린다미어는 그야말로 좀비가 됐다. E스킬인 '회전 베기'에 붙어 있는 AP 계수를 통한 준수한 대미지와 더불어, 트린다미어는 완벽에 가까운 존재로 거듭났다.

실제로 해외에서 불기 시작한 AP 트린다미어 열풍은 국내에도 상륙해 유저들을 당황케 했다. 전 티어에서 엄청난 승률을 보였고 그로 인해 밴픽률도 상상을 초월했다. 밴 당하지 않으면 무조건 가져올 정도였다. 그렇게 협곡의 탑 라인과 미드 라인은 AP 트린다미어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라이엇 게임즈가 발 벗고 나섰다. 죽이려고 해도 죽일 수 없었던 '좀비' AP 트린다미어가 생태계를 더는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였다. 이를 통해 트린다미어는 Q스킬에 붙어 있던 AP 계수가 크게 줄어 이를 통해 회복할 수 있는 양이 크게 감소해 이전의 생존력을 보이지 못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머릿속에서 트린다미어의 존재 자체가 지워졌음은 물론이고 말이다.


■ 그 포지션에서 쓰라고 만든 챔피언이 아닐텐데?

시즌1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라이엇 시즌1 챔피언십은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상 정말 중요한 대회였다. 현재 모든 유저들의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은 EU 스타일이 처음으로 등장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각 챔피언은 탑 라이너와 미드 라이너, 정글러와 원거리 딜러, 그리고 서포터 중 하나의 역할을 배정받았다.

라이엇 게임즈가 신규 챔피언을 발표할 때마다 그 챔피언이 어떤 라이너로 설계되었는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는 개발사 역시 EU 스타일을 정석적인 게임 운영 방식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이에 순응할 유저들과 프로게이머들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특별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허를 찌르는 전략을 통해 상대를 이기기 위해 특정 챔피언을 변칙적인 위치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1. 정글이나 돌기엔 너무 강해! 엘리스와 다이애나


엘리스는 한때 1티어 정글러로 평가받으며 각종 대회와 솔로랭크에서 인기를 얻었다. 라이엇 게임즈 역시 엘리스를 정글러로 설계했었다. 하지만 정작 엘리스가 최고의 유행을 선두했던 시대는 따로 있었다. 오래전 탑 라인에 엘리스가 자리 잡았을 때가 그때였다. 정글러로 설계됐던 엘리스는 기본 스탯이 매우 뛰어났고, 스킬 구성도 뛰어나 상대 탑 라이너를 찍어 누르기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렇게 엘리스는 탑 라인의 '패왕'으로 불리는 포스를 보였다.

탑 엘리스는 대회에도 등장할 정도로 그 파괴력이 엄청났다. 당시 유행했던 탑 탱커 챔피언들을 완벽하게 카운터하는 모습이었다. 쉽게 막을 수 없는 탑 엘리스의 힘에 많은 유저들이 힘겨워하자 라이엇 게임즈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스는 스킬들의 마나 소모량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너프의 철퇴를 얻어맞고 휘청거렸다. 결국, 엘리스는 탑 라인의 패왕 자리에서 물러나 원래 설계대로 정글러로만 활약하게 됐다.


이는 다이애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라이엇 게임즈에서 다이애나를 등장시켰을 때 그녀의 역할은 정글러였다. 하지만 막상 정글러 다이애나는 궁극기를 배우기 전에는 갱킹을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유저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러던 중 프로게이머들이 다이애나를 미드 라이너로 출전시켰고, 이는 제대로 적중했다. 심지어 '플레임' 이호종은 롤챔스에서 순간이동을 활용한 탑 다이애나로 경기를 캐리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다음 이야기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다이애나는 라이엇 게임즈의 너프 폭격에 희생되어 더는 대회는커녕 솔로랭크 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챔피언이 되고 말았다. 최근 약간의 버프를 받긴 했지만,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엔 한참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 '우린 정글이 더 좋던데...' 판테온과 니달리

위에서 살펴봤듯이 정글러로 설계됐던 챔피언이 솔로 라이너의 자리를 위협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솔로 라이너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던 챔피언이 오히려 정글 지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 주인공은 판테온과 니달리다.


먼저 판테온을 살펴보자. 판테온은 강력한 대미지를 한꺼번에 퍼부을 수 있는 스킬 구성을 바탕으로 미드 라인에 종종 기용됐던 챔피언이다. 당시에는 AP 미드 라인 챔피언들을 카운터하기 위해 AD 암살자 챔피언을 종종 기용하던 시절이었다. 판테온 역시 같은 이유로 미드 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궁극기를 활용한 봇과 탑 라인 지원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판테온은 세계 각지에서 열린 대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지금은 없어진 아이템인 '도마뱀 장로의 영혼'을 활용하는 정글 챔피언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궁극기인 '대강하'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갱킹을 가능케 했다. 최근 들어 딱히 버프나 너프가 된 적은 없지만, 예전의 포스를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인공들 최초로 큰 패치 없이 스스로 대회에서 사라진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


니달리의 경우는 판테온과 많이 다르다. 오히려 라이엇 게임즈의 패치로 인해 포지션이 변경된 경우다. 대규모 스킬 리워크로 대회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던 니달리. 이에 라이엇 게임즈는 그녀를 정글러로 바꾸기 위해 5.2 패치 버전에 니달리의 포지션 변경을 공식화하는 패치 내용을 넣어줬다. 정글 몬스터에게 패시브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으며 몇 초간 속박시킬 수 있게 됐다는 패치 내용은 니달리를 강력한 정글러로 변신시켰다.

이미 솔로랭크에서 인기를 끌었던 니달리 정글은 롤챔스에서 삼성 갤럭시의 '이브' 서준철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인기가 더욱 상승했다. 빠른 정글링과 패시브를 발동시켰을 때 나오는 폭발적인 갱킹 능력, 또한 예전에 비해 위력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핵창'까지. 라이엇 게임즈가 5.2 패치로 노렸던 니달리의 변신은 꽤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솔로랭크에서의 기형적인 승률로 인해 조만간 너프의 폭풍이 휘몰아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3. 만능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룰루와 소라카

서포터는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가는 로밍과 적극적인 시야 장악을 통해 팀의 승리에 크게 이바지하는 포지션으로 유명하다. 과거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마타' 조세형과 같은 선수들이 뛰어난 서포터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이미 증명한 상태다. 하지만 이토록 중요한 서포터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버리고 다른 라인으로 이사를 한 챔피언들도 존재한다.


룰루는 라이엇 게임즈가 처음 공개할 당시 서포터라는 타이틀을 부여한 몇 안 되는 챔피언이다. 모든 스킬이 서포터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러스트보이' 함장식은 CJ 블레이즈 시절 룰루 서포터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룰루는 의외의 라인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Q스킬인 '반짝반짝 창'에 의한 준수한 대미지와 나머지 스킬들의 뛰어난 유틸성은 룰루를 탑과 미드 라이너로 변신시켰다. 룰루는 그렇게 탑과 미드 라인의 대세 챔피언으로 자리 잡으며 라이엇 게임즈를 소환했다.

모든 미드 라이너와 탑 라이너가 룰루를 사랑하게 되자 라이엇 게임즈는 룰루의 스킬 효과들을 두루두루 너프시켰다. 이에 룰루의 포스는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룰루의 인기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다. 룰루는 여전히 대회에서도 전략적인 챔피언 조합에 활용되고 있다. 아마 대대적인 스킬 리워크가 있지 않은 한, 탑 라인과 미드 라인으로 떠난 룰루의 외도(?)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포터의 인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갔던 것은 룰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명 '주유소라카'로 불리며 아군의 마나와 체력을 채워주는데 급급했던 소라카 역시 미드 라인과 탑 라인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얼어붙은 심장을 통한 적절한 탱킹력과 더불어 라일라이의 수정홀로 상대를 슬로우 지옥에 빠지게 만드는 능력은 여타 탑 라인 챔피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해외 대회에서 탑과 미드 라인의 주류 픽으로 등장했던 소라카 역시 라이엇 게임즈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소라카의 원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원했던 라이엇 게임즈는 대대적인 리워크를 통해 그녀를 서포터로만 활용할 수 있게 바꿨다. 이로 인해 소라카는 더는 서포터 이외의 포지션에 욕심낼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4. 서포터로 새 인생을 시작한 자이라, 모르가나, 베이가

룰루와 소라카는 서포터로의 삶을 버리고 탑과 미드 라이너의 삶을 선택했지만, 이와 반대되는 선택을 한 챔피언 역시 존재한다. 이번 주인공은 모두 처음에는 미드 라이너로 설계됐던 챔피언이다. 하지만 특유의 유틸성으로 인해 서포터로 직종을 변경한 챔피언을 만나보자.


첫 주인공은 자이라다. 자이라는 라이엇 게임즈가 야심 차게 미드 라이너로 등장시킨 챔피언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자이라의 다른 용도를 일찌감치 확인했다. 식물을 통한 강력한 라인전과 E스킬인 '휘감는 뿌리' 그리고 궁극기인 '올가미 덩굴'은 그녀를 대회에 자주 등장하는 서포터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비록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자이라는 여전히 라인전과 한타에서 영향력이 큰 서포터로 기억되고 있다.

정말 비슷한 경로를 거쳐 서포터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챔피언은 또 있다. 심지어 이 챔피언은 직종 변경 이후 꾸준히 유저들과 프로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강력한 속박과 상대 CC 효과를 막아주는 스킬, 한타를 파괴하는 궁극기까지 보유한 챔피언. 그렇다. 모르가나 역시 처음 부여받은 미드 라이너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서포터로 당당히 재기에 성공했다. 삼성 갤럭시의 '블리스' 박종원은 꾸준히 미드 모르가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모르가나는 유저들에게 서포터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있다.

마지막 주인공은 자이라와 모르가나보다 더욱 파격 변신에 성공한 챔피언, 베이가다. 베이가는 E스킬인 '사건의 지평선' 이후 엄청난 대미지를 퍼부을 수 있는 모습을 통해 전통적인 AP 누커의 이미지를 굳혔었다. 하지만 엄청나게 나약한 라인전으로 유저들에게 외면받았다. 최근에는 유저들과 프로게이머 모두 베이가를 '사건의 지평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서포터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베이가가 서포터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지만, 모든 스킬이 크게 바뀔 예정인 다음 패치에서도 베이가 서포터가 유행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 정해진 것은 없다! 그저 유저의 연구만이 챔피언을 정의할 뿐!

사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개발사의 초기 설계와 다른 방향으로 자주 활용되곤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AD 근접 챔피언으로 설계됐던 챔피언들이 주문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OP로 주목받았다. 또한, 어떤 챔피언들은 원래 정해진 포지션보다 더욱 적합한 곳에 자리 잡아 팀 승리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물론 새롭게 연구된 챔피언의 활용법은 게임 내 밸런스를 파괴하는 모습을 자주 선보였다. 이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개발사의 너프를 피할 수 없었다. 게임 내의 즐거움을 추구함과 동시에 높은 승률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유저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특정 챔피언이 지나치게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라면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여전히 유저들은 자신이 애정을 품고 있는 챔피언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연구가 끝난 챔피언 활용법이 밸런스를 심각하게 파괴하지 않는다면, 유저들과 프로게이머 그리고 그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포인트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어차피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재미'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