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경력이 제법 되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으레 나오는 단어입니다. 사실, 오랜 경력의 선수들을 수식하는 단어 중,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습니다. 팬들은 베테랑들이 가장 빛났던 시기를 기억하고 있고,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 그 시기를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재기'나 '부활'과 같은 단어는 가장 잘 어울리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나 이런 단어가 많이 사용되는지, 팬들은 기복이 있는 베테랑 선수에게 '시즌 16호 부활, 17호 부활'과 같은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반 농담, 반 진심인 말을 하는 이유, 바로 아쉬움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그 선수가 최고였던 순간을 보고 싶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한 번 하락세를 탄 선수가, 다시 최고가 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베테랑이 가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은 '부활'이라는 단어와 함께 그 플레이로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보통이죠.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이런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릅니다. 그는 분명 최정점에 오른 스타 플레이어였고, 다른 스타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까진 평범합니다. 하지만 그가 현재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부활'이라고 말하는 팬들은 많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 선수는 자신이 전성기 때 보여주었던 기량과 필적하는, 아니 오히려 뛰어넘었다고 봐도 좋을 만큼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시즌 내내 말이죠.

다시 만난 전성기? 아니죠, 지금이 진정한 전성기! 롤 스타즈 시즌2의 세 번째 주인공은 '프레이' 김종인입니다.




▲ '부활'같은 촌스러운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 '프레이' 김종인!



■ 재야의 고수 프레이, 나진 소드의 일원이 되다!

2012년 6월 1일. e스포츠 팬들을 설레게 할 한 팀이 출범합니다. 그 이름은 나진 소드. 스타 플레이어, '막눈' 윤하운을 중심으로 한 이 신생팀은,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습니다. 비록 막눈이 가진 극단적인 공격성이 기존 나진 e엠파이어에선 팀의 발목을 잡았지만, 막눈 중심으로 새롭게 팀을 설계하고 팀 명도 공격적인 의미의 '소드' 결정되었다는 것은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나진 소드의 봇 라인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결정된 봇 듀오는 AD 캐리에 '카인' 장누리, 그리고 서포터에 '피미르' 천민기였습니다. 지금의 카인은 서포터로 맹활약 중이지만, 당시엔 AD 캐리로서 더 유명했습니다. 거기에 피미르도 '한국의 더블리프트'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선수였습니다. 피미르는 비록 AD 캐리는 아니지만, 뛰어난 피지컬을 갖춘 만큼, 나진 소드의 봇듀오가 '롤 챔피언스(이하 롤챔스)의 최고의 조합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 피미르와 카인의 봇 듀오는 많은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두 명의 봇 듀오는 정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롤챔스 개막 전, 나진 소드의 엔트리가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봇 듀오 역시 교체됩니다. 서포터를 맡기로 한 피미르는 개인 사정에 의해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그 자리는 AD 캐리였던 카인이 메웁니다. 그리고 공석인 AD 캐리의 자리엔 '트롤킴'이라는 낯선 소환사 명을 가진 선수가 들어오게 됩니다. 아이디부터 심상치 않은(?) 이 선수가 바로, '프레이' 김종인입니다.

당시 나진 소드에 새롭게 합류한 '트롤킴'에 대해, 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분명 트롤킴은 솔로 랭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카인의 AD 캐리로서의 기량은 엄청났고, 그 자리를 메우기엔 무리라는 것이 팬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이미 검증이 끝난 카인을 왜 굳이 서포터로 돌리면서 새로운 AD 캐리를 영입했는지 대한 팬들의 의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과 반대로, 팀 내부적인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나진 e엠파이어 이석진 대표는 프레이를 나진 소드의 AD 캐리로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실제, 프레이는 그저 솔로 랭크를 즐기는 평범한 유저였고, 프로 선수가 되는 것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석진 대표는 프레이의 재능이 나진 소드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 그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것은 이미 롤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입니다.


혼자서 솔로랭크를 올리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국내 랭킹 3위인가? 달성했을 때 나진 대표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프로팀에 합류하고 싶은 생각 없느냐고.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어서 거절했는데, 대표님의 삼고초려에 결국 설득당해서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2012.08.09 인벤과의 인터뷰 중-


이석진 대표의 눈은 정확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훗날 세계 최강 AD 캐리라고 평가받는 프레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 여기서부터가 '프레이 전설'의 시작점!



■ '도도갓' 프레이의 정상을 향한 궤적


▶ 롤챔스 최고의 스타, 로코도코와의 대결!

나진 소드에 합류한 프레이. 하지만 팬들은 프레이의 기량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분명 '트롤킴'은 솔로 랭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유명한 플레이어지만, 그 기량을 프로에서도 보여줄지에 대해선 미지수였습니다. 게다가, 트롤킴이 과연 피미르를 밀어낼 정도의 기량인가에 대해서도 팬들을 의문을 표했습니다. 프레이의 기량에 대한 팬들의 의문에, 프레이는 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프로가 답하는 법, 말은 필요 없습니다. 오직 플레이로 좋은 결과를 내어 증명하는 것 뿐입니다.

프레이에겐 '도도리아'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바로 외모가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캐릭터인 '도도리아'를 닮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별명입니다. 이 도도리아라는 캐릭터에겐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스카우터'라는 도구를 사용해, 상대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것이죠. 프레이는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도도리아'의 별명값을 제대로 해냅니다. 마치 가볍게 전투력을 측정하듯, 국내 최강 AD 캐리들을 차례로 쓰러트리기 시작합니다.




▲ 전투력 측정하듯, 상대를 찍어 누르기 시작한 프레이!


첫 번째 상대는 국내 AD 캐리계의 최고 스타였던 '로코도코' 최윤섭이었습니다. 로코도코는 롤챔스가 막 출범할 당시부터, 최고의 AD 캐리이자 롤챔스 최고의 스타로 평가되는 선수였습니다. 그는 독특한 캐릭터성을 갖춰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캐릭터의 화제성에 결코 지지 않는 실력 역시 갖추고 있었습니다.

로코도코하면 가장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 바로 '로코점프'라고 불리는 로코도코의 트리스타나 플레이입니다. 일반적으로 생존기와 포지셔닝용으로 사용하는 로켓 점프를, 그는 공격용으로 사용했습니다. 무모할정도로 과감한 공격성은, 로코도코의 한 수 앞을 읽는 지능적인 플레이와 맞물려 슈퍼 플레이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로코도코는 공격적이면서 화려한 플레이의 정점을 보여주는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프레이에겐 로코도코의 그 과감한 공격성도, 한 수 앞을 읽는 능력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프레이는 그런 요령으로 상대 가능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플레이는 로코도코보다 한 수 높은 수준에 있었습니다. 프레이는 경기 내내 상대의 논 타겟팅 스킬을 피해내고, 최적화된 포지션에서 넣을 수 있는 딜을 모조리 넣었습니다. 그는 최고의 AD 캐리중 하나라고 평가되는 로코도코를 완벽하게 기량으로 제압하는 것은 물론, 게임 전체를 지배합니다.




▲ 프레이는 로코도코를 제압하는 것은 물론, 게임 전체를 지배한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 끝판왕 등장? 퍼펙트 AD 캐리 캡틴잭, 프레이의 앞을 막아서다!

로코도코라는 큰 산을 넘은 프레이. 하지만 로코도코를 이긴 것은 AD 캐리의 최고 자리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습니다. 프레이의 앞에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당시 한국 최고의 AD 캐리, 아주부 블레이즈(현 CJ 엔투스) 소속의 '캡틴잭' 강형우가 버티고 있었죠.

캡틴잭은 로코도코와 같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대표되는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AD 캐리가 아닙니다. 캡틴잭은 높은 안정성으로 AD 캐리라는 포지션에 걸맞은 최고의 캐리력을 보여주는 선수였습니다. 그는 게임 초반 단계에서는 상대를 압도하진 못했지만, 언제나 상대 AD 캐리보다 한발 앞서나가며 성장차이를 벌리고, 한타 단계에서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챔피언들을 처치하며 킬을 쓸어담았습니다. 워낙 캐리력이 뛰어나기에, '이상적인 AD 캐리'의 플레이의 전형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 잭선장이 쓰러지지 않아! (영상 출처 : 동영상 게이트 'EMirpui'님)


2012 롤챔스 섬머 3,4위전. 프레이와 캡틴잭이 맞붙습니다. 캡틴잭이 속한 아주부 블레이즈는, 형제 팀인 아주부 프로스트(현 CJ 엔투스)에게 패배하여 3,4위전으로 내려온 상태였습니다. 나진 소드에게 3,4위전은 중요했습니다. 3,4위전은 단순히 3위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이 경기엔 롤챔스 차기 시즌 시드권과, 롤드컵 국가 대표 결정전 출전권이 걸려있었습니다.

나진 소드의 맞상대인 아주부 블레이즈는 강했습니다. 당시의 롤챔스는 아주부 형제 팀 아니면, CLG EU가 우승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아주부 블레이즈가 비록 아주부 프로스트에 패하여 3,4위전을 내려왔지만, 아주부 블레이즈가 나진 소드에게 질 거라고 생각한 팬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프레이는 나진 소드의 미래와, 최강의 AD 캐리의 자리를 건 싸움을 시작합니다.




▲ 많은 것을 건 양 팀의 대결이 시작된다! (좌: 아주부 블레이즈, 우: 나진 소드)


나진 소드에겐 결승전만큼이나 중요한 경기. 프레이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습니다. 나진 소드는 극단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저돌적인 팀이었습니다. 그런 플레이로 승리해왔기에, 분명 약한 팀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운영의 달인인 아주부 블레이즈. 그리고 안정적인 최고의 AD 캐리, '캡틴잭' 강형우. 프레이는 캡틴잭의 성장을 막는 것과 동시에, 나진 소드의 주포를 담당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나진 소드가 프레이에 거는 기대가 컸고, 프레이의 부담역시 컸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1세트. 경기 초반 분위기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나진 소드가 주도해갑니다. 하지만 나진 소드의 공격적인 플레이엔, 한 가지의 단점이 따라왔습니다. 바로 경기 후반의 뒷심 부족이 그것입니다. 공격적인 플레이로 초반 흐름을 가져오는 것까진 좋았으나, 뒷심 부족으로 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였고, 아주부 블레이즈는 그런 나진 소드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듭니다. 캡틴잭의 베인이 환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순식간에 쿼드라킬을 달성, 경기의 분위기를 되찾아옵니다.

나진 소드는 이번에도 뒷심 부족으로 패할 것으로 보였고, 프레이는 분명 뛰어난 원딜이긴 하지만, 아직은 캡틴잭의 기량엔 못미치는 것처럼보였습니다. 하지만 프레이는 강했습니다. 불리한 와중에서도 더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팀을 캐리해냅니다. 그렇게 나진 소드는 프레이의 활약에 힘입어 3,4위전에서 아주부 블레이즈를 제압, 롤드컵 선발전에 진출합니다.




▲ 프레이, 엄청난 경기력으로 나진 소드를 롤드컵 선발전으로 이끌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그렇게 진출한 롤드컵 선발전. 나진 소드는 롤드컵 선발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아주부 블레이즈를 만납니다. 롤챔스 섬머시즌 3,4위전에서 맞붙었을 때도 양 팀 간엔 큰 기량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진 소드의 탑 라이너, '막눈' 윤하운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주부 블레이즈의 기량이 자신의 팀보다 한 수 높았다고까지 평가했습니다. 거기에, 아주부 블레이즈는 롤챔스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습니다.

나진 소드 입장에서는 아주부 블레이즈를 한 번 꺾었다곤 하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절치부심한 상태의 아주부 블레이즈와 5판 3선승제를 펼쳐야 하기에, 부담감은 더욱 컸습니다. 게다가 나진 소드가 갖고 있던 '신생팀의 생소함'이라는 버프도 한 번 맞붙었기에 꺼진 상태. 이러한 요소들이 겹쳐 나진 소드가 더 불리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아주부 블레이즈는 프레이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이즈리얼을 경기내내 밴하며, 프레이를 견제합니다. 그렇게 경기는 5세트, 블라인드 매치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서 프레이는 기다렸다는 듯, 이즈리얼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아주부 블레이즈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이즈리얼 플레이를 유감없이 선보입니다. 특히 경기 초반, 5인 인베이드에서 살아남고, 라인전 단계에서 과감한 앞무빙으로 캡틴잭에게 킬을 따낸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프레이의 활약은 나진 소드에게 롤드컵 진출 티켓을 안김과 동시에, 자신이 한국 최고의 AD 캐리임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 프레이, 캡틴잭을 압도하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 프레이, 나진 소드를 정상으로 이끈 메인 엔진이 되다!

프레이는 데뷔와 동시에 한국 최고의 AD 캐리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AD 캐리들이 꿈꾸는 이상을 경기 내에서 보여주는 선수였습니다. 프레이는 분명 팬들의 '공격 로망'을 채워줄 정도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무모한 플레이가 아니었습니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플레이도, 프레이가 하면 슈퍼 플레이가 되었습니다. 프레이의 피지컬은 다른 AD 캐리보다 한 차원 위에 있었고, 상황을 읽는 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주부 블레이즈와의 롤드컵 진출전 이후, 프레이가 국내 최고의 AD 캐리, '국대 원딜러'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팬은 많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고의 AD 캐리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프레이. 하지만 그에게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커리어'입니다. '최고의 AD 캐리'는 분명 영광의 타이틀이지만, 형체가 없는 것입니다. 프레이가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이보다 더 큰 영예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레이는 LoL 프로게이머였고, 그에게는 타이틀이 필요했습니다.

아주부 블레이즈를 꺾고 진출한 롤드컵이 프레이에겐 최고의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프레이가 속한 나진 소드는, 8강전에서 TPA를 만나 분전하지만, 결국 탈락하고 맙니다. 프레이와 나진 소드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좌절대신 노력을 택했고, 2012 롤챔스 윈터를 위해 칼을 갈기 시작합니다.




▲ Winter is Coming!


그렇게 시작된 2012 롤챔스 윈터. 나진 소드는 강했습니다. 보통, 팀이 경험이 쌓이고 노련해지면 안정적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기량이 앞선다는 생각이 있기에,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도 이긴다는 계산이 깔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은 적어도 나진 소드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나진 소드는 '막눈' 윤하운을 필두로, 계속해서 다이브하며, 공격적인 운영으로 승리해 나갑니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나진 소드의 검은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특히,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프레이를 막을 수 있는 AD 캐리는 더이상 롤챔스에 없었습니다. 패기와 재기발랄함으로 무장한 MVP 화이트의 AD 캐리, '임프' 구승빈도, '제로의 사나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플레이의 정수를 보여주는 KT 롤스터 B의 '스코어' 고동빈 역시 프레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 패기의 신예 AD 캐리들에게, 프레이는 거대한 산이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나진 소드는 롤챔스 결승에 진출합니다. 앞으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프레이가 꿈에 그리던 롤챔스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간단히 뜻대로 되진 않는 법. 순풍을 타고 있던 나진 소드의 앞에, 최강의 적이 기다립니다. 나진 소드의 결승전 상대는 직전 시즌의 롤챔스 챔피언이었습니다. 게다가 나진이 아직 EDG였던 시절부터 항상 중요한 고비마다 발목을 잡아왔던, 그야말로 나진 소드에게 있어선 악몽과 같은 팀, 아주부 프로스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나진 소드를 결승에서 기다리고 있던 팀은, 나진 소드의 영원한 숙적인 아주부 프로스트였다


그렇게 시작된 결승전. 많은 팬들은, 경기는 접전이거나 아주부 프로스트가 약간 우세한 가운데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나진 소드의 공격을 유연하게 받아 넘길만한 힘과 운영이, 아주부 프로스트에겐 분명 있었습니다. 기존, 나진 소드가 보여주었던 플레이만으로는 아주부 프로스트를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긴 어려웠습니다. 나진 소드에겐 아주부 프로스트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할 비장의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나진 소드가 준비한 대 프로스트용 비장의 카드, 그것은 바로 프레이의 트위치였습니다. 대회 기간 중 단 한 번도 뽑아들지 않았던 카드. 팬들은 이러한 프레이의 선택을 숨죽이며 지켜봅니다.




▲ 프레이가 준비한 결전 무기, 트위치 (영상 캡쳐: 온게임넷)


프레이가 준비한 결전 무기는 아주부 프로스트의 심장을 꿰뚫습니다.

프레이의 트위치는 완벽했습니다. 기존에 보여주었던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은 여전했고, 여기에 트위치의 능력은 프레이에게 이니시에이팅 능력까지 부여합니다. 은신을 통한 기습과 포지셔닝, 그리고 궁극기를 활용한 광역 폭딜. 아주부 프로스트는 프레이의 트위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경기 외적으로는 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막눈의 센스있는 언행이 주목받았지만, 경기 내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경기내에서 하이퍼 캐리를 보여준 프레이였습니다. 2012년 롤챔스 결승전 하이라이트는,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프레이 트위치 하이라이트'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게 프레이와 나진 소드는 롤챔스 정상에 섭니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려는 모든 도전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정상에 있던 최고의 팀들을 끌어내리고 말이죠. 이제 팬들은 나진 소드의 겨울을 하드 캐리한 프레이의 기량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 2012 롤챔스 윈터 하이라이트 (영상 출처 : MinimumAccessTV)


결승전 시작 전, 사전 인터뷰에서 '리그오브레전드의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프레이와 봇 듀오를 이루는 서포터, '카인' 장누리는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단 한 명의 신만이 존재하죠. 도도갓입니다.

-2013 롤챔스 윈터 경기전 카인 인터뷰 중 -


그는 유일신 '도도갓'으로서 당당히 국내 최고의 AD 캐리가 됩니다. 프레이는 플레이는 AD 캐리의 이상이고, 프레이가 걸어온 길은 역사가 되었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단 하나의 별, 프레이

롤챔스 우승자 타이틀을 획득한 프레이. 그가 국내에서 이룰 것은 더이상 없어 보였습니다. 그는 정점에 오른 선수였고,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프레이에겐 아직 못 이룬 목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이 최고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할 기회가 찾아옵니다. 프레이는 각 리그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를 뽑아 팀을 구성하여 맞대결을 펼치는 꿈의 무대, 2013 리그오브레전드 올스타전에 한국 대표로 참가합니다.

이 대회는 단순한 이벤트전이 아니었습니다. 이긴 팀의 국가엔, 다음 시즌 롤드컵 시드권 한 장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엄청난 부상이 걸린 대회였습니다. 시드권이 걸린 이상, 이 대회가 주는 무게는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프레이는 그러한 부담과 기대를 안은 채 올스타전에 나섭니다.


▲ 프레이의 올스타전 출사표


최강의 봇 듀오를 가리는 2:2 이벤트 매치. 프레이는 한국 올스타 대표 서포터 '매드라이프'와 짝을 이뤄,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더블리프트와 맞섭니다. 그리고 프레이와 매드라이프는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더블리프트를 제압합니다.


▲ 더블리프트-엑스페셜 조합을 깨트린 프레이-매드라이프 듀오 (영상 출처: 온게임넷)


하지만 2:2 대결은 어디까지나 이벤트전. 중요한 것은 시드권이 달린 올스타 5:5 매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 역시 한국의 압승이었습니다. 프레이는 한국 대표로 출전한 '샤이' 박상면, '인섹' 최인석, '앰비션' 강찬용,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함께, 세계 무대를 정복합니다. 그들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타 지역의 올스타팀을 제압했습니다. 한국 올스타 의 우승 과정에서, 딱히 위기라고 할만한 상황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프레이 역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올스타전에서는 화려한 플레이로 팀을 캐리하기보단, 팀이 활약할 수 있는 판을 제대로 만들어줍니다. 특히, 중국 올스타 대표팀과의 결승전 1세트에서 보여준 다이애나의 순간 이동을 끊어내는 플레이는 일품이었습니다. 게임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한타에서, 단 하나 남은 상대의 변수를 차단하는 중요한 플레이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캐리'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고 할 수 있죠.

그렇게 프레이는 전 세계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진정한 최고임을 입증합니다. 그렇게 프레이는 '국대 원딜러'에서 세계 최강 원딜러로 진급합니다.


▲ 프레이의 '보이지 않는 하드 캐리'



■ 영원한 것은 없다. 프레이, 부진에 빠지다.

롤챔스 정상에 오르고,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증명한 프레이. 더이상 프레이의 앞에 거칠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1인자는 없었습니다. 데뷔 이후, 줄곧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프레이가 부진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나진 소드는 2013 스프링 시즌에서, 비록 NLB로 강등되었지만 그곳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후 롤챔스에 합류했습니다. 거기에, 부진했던 탑라이너, 막눈을 당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엑스페션' 구본택으로 교체하며 전력을 가다듬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전력을 가다듬은 나진 소드와는 반대로, 프레이의 경기력은 개막전부터 삐걱 거렸습니다. 아마추어 팀, CTU와의 경기에서 프레이가 선택한 챔피언은 드레이븐. 야심차게 준비한 카드였으나, 그 선택은 실패한 선택이 되었습니다. 프레이의 드레이븐은 라인전부터 CTU에게 크게 밀렸고, 이로 인해 나진 소드는 꼭 챙겨야 할 1승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패배는 스노우볼이되어 나진 소드를 NLB로 떨어트립니다.




▲ 프레이의 드레이븐, '도레이븐'은 그에게 악몽이 되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이후 경기에서도 프레이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프레이는 나진 소드의 약점'이라는 말까지 듣게 됩니다.

프레이는 높은 피지컬을 이용하여, 팀 최전방에서 이니시에이팅을 열고 어그로를 분산하는 '줄타기'에 가까운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피지컬 능력과 판단이 약간만 떨어져도, 그 플레이는 독이 됩니다. 프레이가 제자리 걸음을하고 있는 동안 수많은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했고, 기량이 엄청나게 오른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더이상 프레이는 최고의 AD 캐리가 아니었습니다.




▲ 새로운 강자들의 등장 (좌: '피글렛' 채광진, 우: '데프트' 김혁규)


나진 소드의 중심을 잡아주던 프레이의 부진은, 곧바로 나진 소드의 부진으로 이어집니다. 나진 소드는 이후 참가한 롤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게다가 롤챔스에 머무는 시간보다 NLB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그나마 NLB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2014 NLB 스프링. 나진 소드는 결승전에서 CJ 프로스트를 맞아 패배합니다. NLB에서 조차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리지 못한 나진 소드, 그리고 프레이. 이 경기가 프레이의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이것을 끝으로, 더이상 프레이의 이름은 나진 소드 엔트리에서 찾아 볼 수 없게 됩니다.




▲ NLB 결승전, 바루스(1/2/2) 패배. 프레이의 마지막은 초라했다.



■ 프레이의 끝은 여기가 아니야! GE 프레이, 날아오르다!

프레이는 그렇게 롤챔스에서 모습을 감춥니다. 프레이는 이제, 다른 베테랑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추억이 됩니다. 트위치가 경기에 등장해 좋은 모습을 보일 때면, 팬들은 '도도리아도 트위치 참 잘했는데'라고 말하며 프레이를 추억하곤 했습니다. 팬들은 프레이의 전성기를 기억하며, '추억 팔이'로 프레이를 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프레이의 끝은 이곳이 아니었습니다. 프레이는 '노페' 정노철이 이끄는 신생팀, 후야 타이거즈(이하 후야)의 일원이 되어 프로로 돌아옵니다. 후야는 나진 e엠파이어의 선수를 주축으로 한 도깨비와 같은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나진 소드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프레이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성된 후야는, 이후 펼쳐진 롤챔스 진출전에서 가볍게 승리, 다음 시즌 롤챔스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 프레이, 후야 타이거즈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프레이의 롤챔스. 팬들은 프레이를 응원하면서도, 마음 한편의 불안감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분명 프레이가 국가대표 원딜러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 충격의 '도레이븐'으로 시작된 프레이의 부진이 아직도 팬들의 머릿속에 남아있었기에, 프레이의 기량에 대한 의문은 항상 그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이러한 의문이 해소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프레이는 프리시즌에서부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즈리얼을 선택, 환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팀을 캐리합니다. 팬들은 프레이에게 '부활', '재기'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국대 원딜러' 프레이가 돌아왔다고 말이죠.




▲ 돌아온 프레이를 수식하는 단어. '부활' (영상 캡쳐: 온게임넷)


프리시즌에서 예열을 끝마치고 본격적인 롤챔스 일정에 들어간 후야. 팀 이름도 후야 타이거즈에서 GE 타이거즈(이하 GE)로 교체합니다. 그리고 GE와 프레이는,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사실, 롤챔스 개막전 팬들이 우려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롤챔스가 재미없어질 것 같다'는 것입니다.

팬들이 롤챔스가 재미없어질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 바로 SKT T1의 전력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을 주름잡았던 삼성 갤럭시의 선수들은 모두 해외로 진출했고, 디펜딩 챔피언인 KT 롤스터의 주축 멤버도 해외로 나간 상황. 상대적으로 전력 손실이 적은 SKT T1의 독주가 예상되었습니다. 실제로 SKT T1은 프리시즌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롤챔스 독주를 예고했습니다.




▲ SKT T1이 프리시즌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굉장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2015 롤챔스 스프링은, 팬들의 예상대로 한 팀이 독주합니다. 하지만 그 팀은 SKT T1이 아니었습니다. 리그의 지배자는 바로 GE였습니다.

GE의 경기력은 놀라웠습니다. 3월 20일 현재까지, GE는 롤챔스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스멥은 어떤 탑 라이너에게도 밀리지 않았고, 리의 플레이는 세계 최고의 정글러가 아니냐는 평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고릴라의 기량이야 롤드컵때부터 충분히 증명되어왔고, 쿠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프레이 역시 엄청난 플레이를 연이어 선보입니다. 이미 프레이를 보며 '도레이븐'을 떠올리는 팬은 많지 않았습니다.

프레이는 강했습니다. 오히려 국대 원딜러라고 불렸던 시절보다 현재의 폼이 더 좋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그는 자신의 색깔을 유지한 채로, '안정감'을 더합니다. 프레이의 유일한 약점을 메운 셈이죠. 프레이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팬들은 열광했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프레이의 기세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고의 경기력은 시즌 내내 이어졌고, 어느새 프레이 앞에 붙었던 '부활'이라는 수식어도 사라집니다.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지금이 나의 전성기'라고 외치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프레이는 다시 한 번 팬들에게 '도도갓'이 됩니다.


▲ 최고였던 과거? 그건 프레이의 성장 과정의 일부였다
(영상 출처 : 온게임넷)



■ 프레이의 정상을 향한 도전 Part.2!

사실 돌아온 프레이가 모든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프레이가 속한 GE는 롤챔스에선 분명 전승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최근 펼쳐진 IEM9에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프레이는 분명 이 패배를 딛고 일어나, 더 강해질 것입니다. 마치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면 더 강해지는 드래곤볼의 '초사이어인'처럼 말이죠.

부진을 딛고 일어난 선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량을 오래 유지하는 선수는 드뭅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가장 빛났던 시기보다, 더 밝은 빛을 뿜어내는 경우는 더더욱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프레이는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내고 있고, 그렇기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한 명이 되지 않았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활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도도갓...아니 '프레이' 김종인. 과연 그의 광채는 대체 얼마나 더 밝게 빛날까요? 끊임없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는 그에게, 더이상의 '추억 팔이'는 필요 없어 보입니다!




▲ 추억팔이는 필요없어! 지금이 전성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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