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계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습니다. 자유의 날개 시절부터 많은 우승자가 었었지만, 최근까지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드뭅니다. 한때 잘했던 선수도 자신의 전략이 노출되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다시 한 번 정상을 바라보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자신의 슬럼프와 약점을 극복하고 부활한 원이삭(yFW)입니다. 한때 2012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우승한 최고의 프로토스였으나, 오랜 기간 국내 리그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GSL 준우승과 더불어 많은 해외 대회를 석권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성적뿐만 아니라 팀과 이미지까지 달라진 원이삭에게 본인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그동안 조지명식에서 보여줬던 장난기 많은 이미지와 달리,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Q. 인벤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yoe Flash Wolves 원이삭이라고 합니다.


Q. 최근 GSL 결승전에서 특별한 GG메시지로 '호감형 이미지'가 됐습니다. 우승을 놓쳐 아쉬움이 컸을 텐데, 멋지게 패배를 인정한 계기가 있나요?

예전부터 상대에게 GG메시지로 수고했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때도 꿈에 그리던 GSL 결승전에서 3:3 접전 끝에 우승을 놓쳐서 정말 아쉽긴 했죠. 그렇지만 저는 승부사 기질이 있는 선수를 좋아해요. 만약 (이)승현이가 7세트에서 올인 전략을 사용한다면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경기에서 패하면 억울한 마음이 커서 그 경기가 자주 생각이 났는데, 이번 결승전만큼은 승현이를 인정하고 금방 잊을 수 있었어요.


Q. 최근 약점이었던 저그전을 완전히 극복한 것 같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저그전에 문제가 생긴 건 2013 WCS 한국 시즌 파이널 결정전에서 (신)노열이 형한테 패배한 다음부터였어요. 그 경기를 시작으로 방송에서 했던 저그전을 거의 못 이겼죠. 트라우마가 제대로 생긴 건 (어)윤수 형한테 연패할 때부터였습니다. 당시 남들 다 불사조로 운영할 때, 저 혼자 점멸 추적자와 파수기를 활용했어요. 그때 팀 내에서 (김)민철이 형과 윤수 형이랑 연습하면 매번 패배하고 스타일을 바꾸라는 말만 듣다 보니 제 정체성을 잃었죠. 당시 아쉬웠던 점은 저만의 스타일을 더 찾아보지 않고 포기했던 거예요.

그래서 팀에서 나오기 두 달 전부터 남들을 따라 하지 않고 저 자신을 믿고 예전처럼 연습했어요. 그게 지금 저그전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외 팀 동료들이 연습할 때 저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해줘서 그 덕분에 (강)민수에게 승리하고, 결승전에서도 승현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 같아요.


Q. 연맹, 협회, 해외 팀에서 모두 생활해 봤는데, 각각 어떤 점이 다르고 본인에게 잘 맞는 곳은 어디인가요?

(장)민철이 형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있었는데, 저도 그 답변에 공감했어요. 연맹 팀은 연습 스케줄은 있지만, 남들 눈치 안 보고 연습할 수 있어요. 협회는 연습을 정말 많이 합니다. 팀에서 선수의 실력이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최적화된 연습을 시켜요.

가장 좋은 경우는 자기관리를 잘하는 선수가 해외 팀에 있는 것입니다. 해외 소속의 장점은 저처럼 많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해외 팀에 있으면 나태해지기 쉽고 그러다 보면 연습량이 부족해 남들의 수준에 못 미치게 됩니다.


Q. 같은 팀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대만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숙소 환경이 많이 다른가요?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숙소의 이미지가 감옥처럼 돼버려서 팀에 미안해요. 제가 대만의 SK텔레콤 T1이라고 부를 만큼 선수들을 잘 챙겨주는 팀입니다. 팀에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줍니다. 다른 건 다 만족하는데,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아요. 식사만 해결되면 대만에 계속 살고 싶어요.




Q. 작년 11월부터 다전제에서 테란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테란을 상대로 강한 비결이 있나요?

스타일 차이인 것 같아요. 테란전을 할 때 공격적으로 경기하는 선수가 잘 없더라고요. 저는 프로토스가 수비하면 테란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SK텔레콤 T1 시절 (정)윤종이형은 수비적이고, 저는 공격적인 스타일이었어요.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윤종이 형 스타일은 제가 배우기 힘들었어요. 상대에게 당하고만 있으면 억울하니까 패하더라도 같이 공격하겠다는 생각으로 테란전을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기세가 최고조에 올라와 있는데, 자신을 가장 위협하는 선수가 있나요?

최근 잘하는 김준호 형과 주성욱 형, 저그는 승현이와 윤수 형, 테란은 (조)성주라고 생각해요. 성주한테는 자신이 있는데 워낙 클래스가 있는 선수라 위협이 돼요. 평소 경기할 때는 운이 좋아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2015 GSL 시즌1 16강에서 승리 후 인간 상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윤수 형이 저랑 경기할 때 이런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Q. 주성욱 선수는 왜 위협이 되는 건가요?

성욱이 형한테 아쉽게 진 적이 많아요. 케스파컵의 예선 결승에서 발목을 잡힌 적이 있고 2014 핫식스 GSL 글로벌 토너먼트에서 3:1로 이기고 있다가 역전당해서 준우승했습니다. 당시 성욱이 형이 프프전 왕이라는 평들이 많았는데, 마음속으로는 제가 더 잘해서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죠. 그런데 제가 3:1로 유리한 상황이 되고 난 뒤, 방심해서 3:4로 역전이 나온 것 같아 아쉬웠어요.


Q. 프로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로리그에서 팀의 성적이 좋지 않은데, 경기를 못 해서 아쉽지는 않나요?

제 선택이니까 지금 와서 후회하진 않아요. 다만 경기를 하지 못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친정팀이기도 하고 친한 동료들이 열심히 연습해도 팬들에게 욕먹는 걸 보면 안타까웠어요. 제가 뛴다고 해서 더 나아질 거란 보장은 없지만, 팀에 힘을 보태주고 싶었습니다.



Q. 스포티비 스타리그 시즌2에서 테란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 스타리그에서 어떤 양상이 펼쳐질 것 같나요?

이번 시즌은 프프전을 잘하는 사람이 우승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욱이 형이나 (김)대엽이 형이 스타리그에서 잘할 것 같아요.


Q. 10일 패치 후 저프전 양상에서 어떤 점이 바뀌었나요?

가장 무서워했던 유닛이 군단 숙주였는데, 이제 못 쓰는 유닛이 됐어요. 이론상으론 정말 안 좋은 유닛이지만, 언젠가 쓸 수도 있으니 완전히 배제는 안 하고 있어요. 군단 숙주만 없으면 제가 역장으로 상대 병력을 끊어내는 건 잘한다고 생각해요.


Q. 다시 상대를 도발하는 '악동'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나요?

모든 선수가 겸손하게 행동하면 재미없으니까 저 같은 사람이 나타난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도 도를 넘은 경우가 몇 번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하도 욕먹으니 어머니가 마음 아파하셔서 이미지를 바꾸게 됐어요. 실력을 최고로 끌어올린 후에 다시 예전처럼 당당한 이미지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지금 좋은 이미지 때문에 팬들 많이 확보했는데, 다시 악동 이미지로 돌아가면 그 팬들이 떠나갈까 두렵긴 해요.

그리고 지금 97년생 선수들을 보면 19살 때 패기 있던 제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와요. 저도 이제 나이가 점점 들다 보니, 그때처럼 하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까부는 민수를 보면 안타까워요(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팬들의 기분을 언짢게 할 만한 행동과 말실수도 많이 했는데, 저의 인간적인 면을 보고 팬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서 정말 기쁩니다. 더 보여드릴 게 아직 많으니 팬분들이 믿고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남은 해외 대회도 많고 앞으로 우승컵도 많이 들어 올려 과거의 영광을 이루고 싶어요.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제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장하는 원이삭을 같이 지켜보면서 함께 기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방송도 소통을 위해 항상 하고 있으니 자주 보러 와주시고 경기장에도 많이 와서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