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에겐 특별한 게 있습니다. 그들에겐 드라마가 있고, 팬들의 가슴 한구석을 뜨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그들은 완벽하기에 그렇게 큰 환호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겐 분명,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좌절을 맛볼 때도 있지만, 언제나 자신이 가진 힘으로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고정화된 인식과 편견을 박살 내버리기에 최고의 스타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많은 기대 속에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에 조롱에 가까운 별명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를 가로막는 인식마저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힘으로 그 인식과 별명을 180도로 뒤집어 놓습니다. 누구보다도 화끈한 플레이로 말이죠.

누군지 느낌이 오시나요? 맞습니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조롱의 의미를 최고의 찬사로 바꿔놓은 선수.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미드라이너! 8번째 롤 스타즈 주인공은, '역.빠.체' 빠른별 정민성입니다.


▲ 데마시아!



■ 세계 수준의 미드라이너 빠른별, 롤챔스에 등장하다!

프로로 데뷔한 빠른별. 그는 본격적인 롤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출범에 앞서 시작된 대회 'LoL 인비테이셔널(이하 LoL 인비)'에 출전합니다. 이 대회는 선수들간의 경쟁이라기보단,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에 생소한 팬들에게 어떤 게임인지를 소개하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LoL 프로는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였기에, 해외 팀에게 한 수 배운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팬들은 롤을 접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대회 결과를 예측합니다. 롤을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채 대회를 본 팬들은 당연히 한국이 이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한국은 전통적인 게임 강국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게임만큼은 최강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 세계 최고 수준을 직접 느껴보자는 취지의 대회, LoL 인비테이셔널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LoL에 관심이 있었던 팬들은 전혀 다른 예측을 합니다. 그들은 LoL 인비에 참가한 해외 팀인 CLG와 World Elite의 강한 전력을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CLG의 '세인트비셔스'나, '더블리프트'같은 선수들에겐 이미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기에, 한국 팀의 승리에 딱히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선전만을 기대할 뿐이었죠.

당시 빠른별이 속했던 팀은 MIG 프로스트. 당시 MIG 프로스트 역시 북미 서버 상위 랭커들로 구성된 팀이었기에 강한 전력이란 것은 분명했으나, 그래도 CLG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당시 CLG의 전력은 최고였기에, CLG의 우승을 의심하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사진 제공: 온게임넷)


하지만 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갑니다.

그렇게 양 팀이 맞붙은 LoL 인비 결승전.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 팀인 MiG 프로스트는 선전,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MiG 프로스트는 예상외의 경기력을 펼치며 CLG를 압도합니다. 그 중심에는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있었지만, 빠른별 역시 당대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불리던 CLG의 '빅팻'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 초점은 매드라이프에게 쏠려있었지만, 빠른별의 활약이 없었다면 우승은 불가능 했을 것. (영상 출처: 온게임넷)


그렇게 MiG 프로스트와 빠른별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프로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합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CLG를 꺾었기에, 국내 무대는 이제 MiG 프로스트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MiG 프로스트의 롤챔스 정복은 당연하고, 강팀 CLG를 꺾은 이상, 세계 최고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봄, 롤챔스 스프링이 개막합니다. 세계 수준의 미드라이너, 빠른별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차례가 온 거죠.


▲ 최강임을 증명할 무대! 첫 번째 롤챔스, 2012 스프링 시즌.



■ 역시~ 빠른 별이~ 체고시다~. 조롱의 의미, 역빠체!

그렇게 시작된 2012 롤챔스 스프링. 첫 번째 공식 롤챔스인 만큼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CLG를 꺾은 MiG 프로스트가, 공식전에서 얼마나 더 대단한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많은 시선이 모였습니다.

예상대로 MiG 프로스트는 승승장구합니다. MiG 프로스트는 강했습니다. 아마추어들을 상대하는 그들에게 승리는 당연했습니다. 단지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할 뿐이었습니다. MiG 프로스트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다른 팀들을 찍어눌렀습니다. 어찌나 일방적인 경기인지, 빠른별은 경기 종료 후 '내가 팀 데스를 다 했기에, 나는 졌다'라는 말을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경기는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못한 경기였습니다. 저는 졌다고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제가 팀의 데스를 다 해버렸거든요. 게임 시작 전에 제가 "노데스로 끝내자" 라고 팀원들에게 선언했었는데 제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2012.03.21 인벤과의 인터뷰 중-


▲ 빠른별과 MiG 프로스트는 강했다. 정말로.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리그 초반의 이야기. 상위 라운드로 진출할수록, 막강한 전력을 갖춘 팀들이 MiG 프로스트를 막아섭니다. 그리고 8강에서 MiG 프로스트는 최강의 맞수,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를 만납니다.

MiG 프로스트와 나진은 전통의 라이벌입니다. 양 팀은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롤챔스 출범 전부터 많은 경기에서 맞붙으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양 팀의 선수들과 팬들도 대립 구도를 형성하여, 이 경기는 롤챔스 최고의 빅매치로 거듭납니다.

이 화제의 맞대결엔 '롤 클라시코'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더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명인 '엘 클라시코'를 약간 바꾼 것이죠. 롤 클라시코의 열기는 적어도 롤챔스에서만큼은 엘 클라시코 못지 않았습니다.


▲ 롤챔스 최고의 더비, '롤 클라시코'


경기는 최고의 더비답게 팽팽했습니다. MiG 프로스트가 끈끈한 조직력과 안정적인 운영으로 1경기를 따내고, 2경기도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2경기 역시 MiG 프로스트가 약간 우세한 가운데 경기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 MiG 프로스트는 과감한 바론 사냥을 시작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당시 빠른별의 챔피언은 갈리오. 한타의 행방은 물론, 다음 라운드 진출의 행방까지 걸린 이 경기에서 빠른별은 결정적인 실수를 합니다. MiG 프로스트의 서포터 '매드라이프'의 잔나와 싸인이 맞지 않은 것. 갈리오의 궁극기는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했고, 결국 나진의 AD 캐리, '히로' 이우석에게 펜타킬과 함께 2세트를 내어줍니다.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 후보라고 불리는 빠른별의 이 실수는 팀에게, 그리고 자신에게도 치명적이었습니다.


▲ 빠른별의 치명적인 실수! (영상 출처: 온게임넷)


빠른별의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으나, 롤 클라시코에서 나진을 제압한 MiG 프로스트. 4강전에서 제닉스 스톰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 경기도 MiG 프로스트가 가져갑니다. 결과적으론 말이죠. MiG 프로스트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제닉스 스톰을 제압한 것은 아닙니다. 경기 자체도 5세트 블라인드 매치까지 이어지는 접전이었고, 경기력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어떤 팀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5세트에서 매드라이프의 기적과 같은 크레센도가 없었다면 MiG 프로스트의 결승 진출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진한 경기력의 중심엔 빠른별이 있었습니다. 미드라이너는 팀 화력의 중심에 있는 선수입니다. 화려한 플레이로 팀을 이끌어야하는 '에이스'의 숙명을 짊어진 포지션이죠. 하지만 빠른별은 MiG 프로스트의 에이스라고 하기엔 부족했습니다. 특히, 1세트 패배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빠른별의 애니비아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애니비아는 빠른별의 주 챔피언이기에, 비난은 커졌습니다.


▲ 거듭되는 빠른별의 부진 (영상 캡쳐: 온게임넷)


빠른별의 예상밖의 부진에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진출한 MiG 프로스트. 결승전 상대는 형제팀인 MiG 블레이즈였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봤을 때, MiG 프로스트의 낙승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당시엔 MiG 프로스트가 MiG의 주 전력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옵니다. 국내 첫 프로 무대인 2012 롤챔스 스프링 결승전은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MiG 블레이즈가 차지합니다. 빠른별은 무력했습니다. 3경기 모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채, 끌려만 다닌 채로 게임을 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우승'이 당연시되었던 경기에서 MiG 프로스트는 오히려 0:3 완패를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빠른별은 많은 LoL 커뮤니티에서 조롱당하게 됩니다. '역시 빠른별이 최고지~' 하면서 말이죠.


▲ 형제팀의 우승을 지켜본 빠른별. 그를 수식하는 '최고'는 조롱의 의미가 된다.



■ 역시! 빠른 별이! 체고시다! 찬사의 의미, 역빠체!

2012 스프링 시즌은 빠른별에게 '역빠체'라는 좋지 않은 별명을 만들어주는 대회가 됩니다. LoL 인비부터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 국내 무대 정도는 세계 무대로 가는 관문 정도로 생각했던 팬들이었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습니다.

하지만 빠른별은 스프링 시즌의 부진에 큰 의의를 두지 않습니다. 지나간 과거는 다가올 미래보다 중요하지 않은 법. 섬머 시즌 제패를 위해 칼을 갈았습니다. 팀에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MiG 프로스트는 새로운 스폰서와 함께해 아주부 프로스트로 팀 명을 교체하고, 탑 라이너로 '샤이' 박상면을 영입합니다. 그렇게 많은 변화와 함께 2012 롤챔스 섬머가 개막합니다.

하지만 아주부 프로스트는 시작부터 삐걱 거립니다. 당연히 잡을 것이라 예상되었던 아마추어팀 RoMg에게 의외의 일격을 맞습니다. RoMg의 주축 멤버였던 '하트' 이관형과 '에이콘' 최천주는, 지금이야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지만 당시엔 아마추어 선수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충격적인 결과에, 팬들은 아주부 프로스트의 멤버 교체는 실패였고 빠른별 역시 평범한 미드라이너 수준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 아주부 프로스트에 일격을 가한 하트와 에이콘


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법. 자칫하면 8강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을 수 있었던 아주부 프로스트를 구한 것은 빠른별이었습니다. 빠른별은 '미드 캐리'의 정석을 보여주며, 조별리그 잔여 경기 상대였던 나진 소드와 팀 디그니타스를 제압합니다. 그것도 자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애니비아를 활용해서 말이죠.

일반적으로 애니비아는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챔피언입니다. 궁극기를 통해 끊임없이 라인을 클리어하며, 수비적인 상황에서 이득을 챙기는 플레이가 주를 이룹니다. 챔피언 자체가 가진 기동력이 좋지 않기에, 기동성을 살린 로밍 플레이를 펼치기 힘든 챔피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빠른별의 애니비아는 달랐습니다. 수비적인 챔피언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애니비아를 활용해 공격적인 운영을 선보입니다. 팀 디그니타스의 카서스를 홀로 잡아내기도 하고, 적극적인 로밍으로 초반부터 게임 전체에 큰 영향력을 끼칩니다.



아주부 프로스트를 이끄는 기둥이 된 빠른별. 하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목엔 여전히 수많이 강자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8강에서 CLG NA를 완파한 아주부 프로스트는 결승전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지난 시즌 자신들에게 아픔을 주었던 형제팀, 아주부 블레이즈를 만나게 됩니다.

섬머 시즌에서 명예를 회복한 빠른별은 분명 대단한 기량을 갖춘 선수였지만, 아주부 블레이즈의 중심인 엠비션은 이미 국내 최강자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의 CS 수급력과 성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 했습니다. 엠비션이 버티고 있는 아주부 블레이즈는, '대체 어떤 팀이 이 팀을 꺾을 수 있는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했습니다.


▲ 디펜딩 챔피언 아주부 블레이즈. 어떻게 하면 이 팀을 쓰러트릴수 있을까!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아는 양 팀의 맞대결. 평범한 방법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기에 빠른별은 아주부 블레이즈를 쓰러트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합니다. 빠른별이 준비한 카드는 럭스와 다이애나. 이 두 챔피언은 아주부 블레이즈의 심장에 비수를 꽂습니다.

기세면에서 중요한 1세트. 빠른별은 다이애나를 꺼내듭니다. 그리고 국내 최강 미드 라이너라는 엠비션을 압도합니다. 라인전에서는 솔로 킬을 만들어 내고, 한타애서도 벼락같은 이시에이팅으로 아주부 블레이즈를 제압합니다. 빠른별의 다이애나를 막기 위해 접근하면, 오히려 빠른별에게 1킬을 헌납할 뿐이었습니다. 그만큼 빠른별의 다이애나는 압도적이었습니다.

빠른별이 준비한 두 번째 카드인 럭스는 세트 스코어 1:1로 팽팽한 가운데 등장합니다. 그의 센스가 만들어낸 럭스의 스킬 활용은, 자칫 넘어갈 수 있는 경기 분위기를 되찾아오게 합니다. 빠른별의 다이애나와 럭스의 대활약으로, 솔로 랭크 게임에서는 이 두 챔피언 경계령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힘겹게 아주부 블레이즈를 제압한 아주부 프로스트.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끝판왕이 결승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 최강의 LoL 팀. CLG EU가 말이죠.

CLG EU는 완벽에 가까운 팀이었습니다. 선수 하나하나가 각 라인에서 최고들만 모아놓은 듯한 팀이었습니다. 특히, CLG EU의 미드라이너인 프로겐은 빠른별이 목표로 하던 선수였습니다. 항상 비교되었던 두 선수. 빠른별로서는 반드시 넘고 싶은 벽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빠른별이 프로겐을 뛰어넘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세최미와 우승 타이틀을 한 번에 차지할 수 있는 기회기도 했습니다.


▲ 끝판왕 프로겐 등장! 빠른별의 앞을 막아서다.


국내 최강 아주부 프로스트와 세계 최강 CLG EU의 대결. 이 경기는 많은 롤챔스 결승 가운데서도 최고의 명승부로 남을 경기가 됩니다.

시작은 CLG EU가 좋았습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내리 2세트를 따냅니다. 아주부 프로스트로서는 세계의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부 프로스트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아주부 프로스트가 패하면 끝날 수도 있는 3세트. 주인공은 빠른별이었습니다. 분명 아주부 프로스트에게 불리했던 한타에서도, 빠른별은 감각적인 위치선정으로 교전을 완벽하게 캐리합니다. 나머지 세트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빠른별은 입이 떡 벌어지는 놀라운 플레이를 연이어 선보입니다.




그렇게 경기는 패패승승승, 아주부 프로스트의 믿을 수 없는 역전승으로 마무리됩니다. 지금도 롤챔스 최고의 명경기를 꼽으라면 당연 첫 번째로 손꼽히는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틱한 승부의 주인공은 아주부 프로스트였고, 그 중심엔 빠른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빠른별은 가장 빛나는 롤챔스 별들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혔던 지긋지긋했던 '세체미'라는 별명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가 되어 돌아옵니다. '역시 빠른별이 최고다!'로 말이죠.


▲ 역시 빠른별님이 최고시다!



■ 빠로겐? 아니! 이젠 프른별! BEST AP MID IN THE UNIVERSE 빠른별!

롤챔스를 정복한 빠른별. 하지만 빠른별의 최종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었습니다. 롤챔스 시작전부터 말했던 진정한 목표, 세계 무대 정복을 위해 나섭니다.

무대는 준비되었습니다. 빠른별이 속한 아주부 프로스트는 한국 대표로 2012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진출합니다. 장난으로만 이야기되었던 'Best AP MID in the universe'를 실현하러 출격합니다.


▲ 빠른별, 세계 정상을 노리다!


위기가 없었다곤 할 수 없으나, 비교적 순탄하게 4강에 진출한 아주부 프로스트. 결승으로가는 마지막 관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팀은 롤챔스 섬머 결승전의 맞상대, CLG EU였습니다. 아주부 프로스트가 롤챔스에서 우승 할 당시, 이 승리를 두고 '기적'이라고 말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CLG EU가 가진 힘은 대단했습니다.

롤드컵 우승 후보 0순위, CLG EU는 여전히 강했습니다. 프로겐은 끝판왕의 위엄을 보여주며, 빠른별을 압박합니다. 1세트는 CLG EU의 승리. 롤챔스 4강은 3전 2선승제로 진행되었기에, 아주부 프로스트는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습니다. 프로겐과, CLG EU의 기세가 엄청났기에 이번만큼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 이를 갈고 나온 CLG EU는 강했다.


세트 스코어도, 기세도 모조리 CLG EU쪽으로 넘어간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악조건 속에서 시작된 2세트.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할 선수는 팀 캐리의 중심, 빠른별이 맡아야 했습니다.

사실 빠른별은 섬세한 마이크로 컨트롤 능력을 갖춘 선수도 아니고, 압도적인 피지컬로 라인전부터 상대를 깔아뭉개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판을 읽는 능력이 좋았고, 어떤 상황에서 전투를 열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선수였습니다. 한마디로 게임 센스가 탁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니시에이팅은 강력한 CC기와 탱킹 능력을 보유한 챔피언이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아주부 프로스트가 기적과같은 한타를 열때, 이니시에이터로 나선 것은 빠른별입니다. 그는 체력이 낮은 챔피언으로도 과감하게 이니시에이팅을 열고, 모든 어그로를 자신에게 쏠리게 한 후 살아 나옵니다. 넣을 수 있는 딜링을 모두 때려 박고선 말이죠. 그야말로 벼락같은 플레이. 자신의 닉네임인 '래피드 스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롤드컵 4강전에서도, 그는 '래피드 스타'의 진가를 발휘합니다.


▲ 이니시에팅의 달인, 빠른별 (YouTube: Instaclock)


기적과같은 역전승으로 CLG EU를 완파한 빠른별과 아주부 프로스트. 아쉽게도 결승전에서 TPA에 패해 우승은 달성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빠른별은 최고로 가는 길목에서 자신을 가로막았던 '프로겐'을 완파합니다. 더이상 빠른별을 따라다니던 '빠로겐'은 없었습니다. 이젠 프로겐에게 '프른별'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뿐이었습니다. 빠른별은, 그렇게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가 자신임을 증명합니다.

그동안 자신을 가로막았던 인식과, 최강의 상대를 모두 넘고서 말이죠.


▲ The Best MID in Universe, 민성 'Rapid Star' 정, 줄여서 민래정.



■ 빠른별의 캐리는 현재 진행 중!

시즌2 롤드컵 이후, 빠른별은 그 활약을 인정받아 2012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 리그오브레전드 미드라이너 부문에 이름을 올립니다. 그리고 롤챔스에서도 CJ 프로스트를 이끌며 꾸준히 4강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2012 최고의 미드라이너는 빠른별!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재치있는 플레이로 CJ 프로스트를 이끌었던 빠른별은 2014년 1월, 은퇴를 선언합니다. 시대는 변했고, 빠른별도 영원히 1인자의 위치를 지킬 수는 없었습니다.

CJ 프로스트의 팬들은 물론, 많은 e스포츠 팬들은 빠른별의 은퇴를 아쉬워했습니다. 안정적이고, 수비적으로만 변해가는 롤챔스에 빠른별과같은 공격적이며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플레이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빠른별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롤챔스 무대를 떠납니다.


▲ 아쉬움을 남긴채, 롤챔스 무대를 떠나는 빠른별 (영상 출처: League Highlights)


그렇게 빠른별은 롤챔스에서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끝은 아니었습니다.

빠른별은 누구보다 팬들과 가까웠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보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LoL 관련 방송에 출현하여, 팬들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재치있는 입담은 여전했고, 그가 가진 친근함은 프로 생활을 마친 지금도 빛나고 있습니다.


▲ 많은 LoL 방송에서 대활약 중인 빠른별! (영상 캡쳐: 온게임넷)


빠른별이 가진 건 친근함뿐만이 아닙니다. 선수 시절 쌓아왔던 경험과 지식을 LoL 커뮤니티에서 나누고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의 시선으로 해외 주요 경기를 분석하는 빠른별의 영상 칼럼은, 팬들 사이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젠 빠른별의 칼럼을 기다리는 고정팬들이 생길 정도죠.

선수로서 전장을 캐리했던 빠른별은 이제 없습니다. 하지만 이젠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빠른별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 그의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여전히 자신이 서 있는 무대를 캐리하고 있습니다.


▲ 빠른별의 심도있는 해외 리그 영상 분석! (YouTube: Jeong Minseong)



■ '선수'가 아닌 '청년' 빠른별의 다음 도전은?!

한 번 굳어진 이미지를 깨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선입견이라는 이름의 벽은, 그 어떤 것보다 넘기 힘든 법입니다. 하지만 빠른별은 그 넘기 힘든 벽을 자신의 힘으로 넘었고, 오히려 상처를 훈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보여준 플레이 하나하나가 더 의미 있고, 값지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선수가 아닌 청년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빠른별! 항상 유쾌한 그가 보여줄 다음 행보에,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인터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빠른별' 정민성 인터뷰

▲ 역빠체 민래정!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