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1이 많은 화제 속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마스터즈 코리아의 결승에서 맞붙은 유저는 오랫동안 하스스톤의 최강자로 인정받아 온 '슬시호' 정한슬 선수와 첫 출전에도 무수한 강호를 연파한 '팜블라드' 곽웅섭 선수였습니다.

결승전은 두 선수는 모두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경기였습니다. 정한슬 선수의 경우에는 최강자의 이미지에도 실제로 한국 최정상급 리그에서는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었고, 곽웅섭 선수는 16강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RenieHouR' 이정환 선수를 꺾은 이후 '로열로더'라는 칭호를 받으며 무섭게 떠오른 신성이었죠.

대회를 계기로 같은 팀에 속하게 되면서 '폭간슬' 팀은 4강에 3명이나 진출한 최고의 명문으로 떠오르게 되었고, 상당한 월드 챔피언십 포인트를 획득하며 월드 챔피언십에도 가장 가깝게 접근한 선수들이 되었습니다. 더해서, 이벤트전이긴 하지만 오는 18일 세계 유수의 강호들과 일전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양 선수에게 마스터즈 코리아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또, 검은바위 산 공개 이후 급변한 최근의 메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세계와 한국 메타의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벤에서 이 두 선수를 함께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하스스톤 인벤 유저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한슬: 안녕하세요, 폭간슬 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슬시호' 정한슬입니다.

곽웅섭: 안녕하세요, 폭간슬 팀의 '팜블라드' 곽웅섭입니다.



Q. 늦었지만 마스터즈 코리아 우승, 준우승 축하합니다. 정한슬 선수는 개인적으로 메이저급 대회 첫 우승을, 곽웅섭 선수는 첫 출전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었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정한슬: 일단 한중 마스터즈나 마스터즈 코리아처럼 한국에서 열린 개인 단위의 큰 대회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없었는데, 그 첫 우승자라서 정말 기뻤어요. 아직은 저 밖에 없는 거잖아요. (웃음)

곽웅섭: 저도 크게 다르진 않은데, 첫 대회 출전이어서 그냥 좀 얼떨떨했어요.



■ 폭간슬, 마스터즈 코리아를 휩쓸다.


Q. 두 선수는 같은 '폭간슬' 팀원으로 결승에서 맞붙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팀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현재 어떤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나요?

정한슬: 일단 같이 4강에 진출했던 'looksam' 김진효 선수는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고요, 지난해 열린 국제 대회(WEC2014)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광역맞으면서렌함' 김정수 선수나 최근 유럽 서버 1위까지 오른 'steelo' 조강현 선수, '이시대최고마법사' 김건중 선수 등이 속해있습니다.

저희 팀은 사실 처음부터 친목 위주의 팀으로 구성되어서, 팀원들이 활동을 한다-안한다의 개념으로 움직이고 '팀을 나갔다'는 개념은 거의 없어요. 예전에 HCC에서 활약했던 '슬시호노예', '홍삼' 선수도 저희 팀원입니다.



Q. 수준급 팀원들이 많은 만큼, 팀원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팀원들에게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정한슬: 저 같은 경우는 16강부터 결승까지 팀원들을 붙잡고 정복전으로 계속 연습했어요. 연습 중에 의견 수렴도 많이 했고요. 그리고 약간 '스파링 파트너' 개념으로, 팀 내에서 연습할 때 더 친한 사람들이 있어요. 곽웅섭 선수 같은 경우에는 김진효 선수랑 많이 하는 편이고, 저는 김정수 선수나 조강현 선수와 더 연습을 자주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다 돌아가면서는 하지만, 더 많이 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곽웅섭: 저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팀에 처음 들어가게 되서 사실 아직 많이 친한 사람은 없어요. 낯가림도 조금 있는 편이라 처음에 "저랑 같이 연습하실래요" 라는 말을 걸기도 어려웠고요. 그런데 김진효 선수 같은 경우에는 먼저 다가와서 "형님, 연습 한 판 하시죠" 라고 먼저 말을 걸어줘서 고마웠어요. 대회가 끝나고 나니 같이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과는 조금 친해졌는데, 아직 김정수 선수나 조강현 선수와는 안면이 없네요.

정한슬: 사실 그분들과도 팀 메신저 방에서는 그렇게 친할 수가 없는 사이인데......(웃음)




Q. 정한슬 선수는 하스스톤 초기부터 활동해온 게이머였지만, 곽웅섭 선수는 그동안 대회에 등장한 경험이 없었던 선수였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어떻게 같은 팀이 되었나요?

정한슬: 일단 제가 방송을 자주하는 편은 아닌데, 가끔 방송을 하면 보는 사람이 많이 없기 때문에 어떤 분들이 보고 있는지 ID를 다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중에서 '팜블'이라는 ID를 몇 번 봤는데, 그분이 김진효 선수 방송에 가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처음으로 기억에 남았었어요.

그 후에 이번 마스터즈 예선 당시 공혁준 선수가 저희 집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렀는데, 예선이 끝나고 와서 공혁준 선수가 '팜블라드'라는 ID를 계속 소리지르면서 되뇌는 거에요. 그래서 그때 방송을 보던 분인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죠. 그리고 곽웅섭 선수가 16강에서 인상적으로 이기게 되었는데, 그 후에 모든 팀원들이 빨리 저분(팜블라드)에게 연락하라고 재촉해서 먼저 연락하게 되었고, 이후에 저희 팀에 합류하게 되었죠.

곽웅섭: 제가 하스스톤을 배울 때 아프리카 방송으로 여러 BJ 분들의 방송을 지켜봤는데, 폭간슬 팀원들이 하는 방송이 가장 저와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16강 하기 전에도 김진효 선수 방송에서도 많이 배웠는데, 16강이 끝나고 나서 배틀넷앱을 켜니까 '슬시호에게 친구 요청'이라는 메세지가 떠있는 거에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친구를 받았는데, 그 이후에 말이 잘 통해서 팀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Q. 정한슬 선수는 그동안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실제 우승 타이틀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번 결승은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정한슬: 일단 저는 결승전을 갔는데, 저희 팀원과 함께 갔다는 것이 정말 기뻤어요. 아마 제가 결승에 가지 못했어도, 저희 팀원이 둘 올라간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을 거에요. 사실 우승을 하고도 싶었고, 우승을 실제로 하게 되었을 때도 기뻤지만, 그건 우승 상금이나 월드 챔피언십 포인트보다 제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그랬었던 면이 커요.

또, 준우승을 하고 집에 갔어도 정말 기뻤을 테지만, 다들 우승을 하면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고 그래서 그 기분을 맛보고도 싶었고요. 물론 실제로는 안 울게 되더라고요. 제가 큰 대회는 아니라도 우승을 조금은 해봤기 때문에 그런 건지 싶기도 하고요. (웃음)


▲ 마스터즈 코리아 우승 당시 정한슬


Q. 결승에서 같은 팀원과 맞붙었는데, 연습이나 덱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곽웅섭: 사실 제가 희생했죠. (웃음) 제가 내전 경기(4강)로 들어간 이후에는 외부에서 연습 상대를 찾아서 연습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래서 팀원들에게 원망도 많이 들었어요. 왜 도와달라고 안 하는지 섭섭하다고.

정한슬: 4강이나 결승 연습을 하는데, 저희 팀원들이 다 있는데도 다른 한 분이랑 하루 내내 연습을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 팀원들이 못 미더운 건가', 혹은 '연습 덱을 다른 팀원에게 알려줄까 봐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그런 부분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잘 풀었지만.



Q. 4강전에 폭간슬 팀원이 3명이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폭간슬 팀이 강세를 보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한슬: 일단 원래 잘하는 분들이었는데, HCC에서 못난 팀장과 대회에 나가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던 것 같은데, HCC와는 인연이 닿지 않은 것 같아서 그게 정말 아쉽네요.

곽웅섭: 그냥 단순한 것 같아요. 잘하니까. 실제로 제가 봤을 때 모든 팀원이 다 잘해요. 실력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통한 것이라고 봐요.



Q. 이번 강세에는 새롭게 도입된 정복전 룰의 영향도 있을까요?

정한슬: 제가 연승전 방식이었던 한중 마스터즈를 할 때 느꼈던 건데, 그때가 굶주린 대머리수리와 개들을 풀어라 콤보를 통해서 야수 사냥꾼이 최고이던 시절이었어요. 그게 당시에는 압도적인 존재였는데, 그러면 "야수 사냥꾼 덱 미러전에서 이긴 사람을 이후에 어떻게 이겨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정복전 방식에서는 소위 말하는 '구멍'이라는 부분도 그렇게 쉽게 뚫리지 않아요. 그래서 아예 원사이드한 경기가 안나오게 되는 것 같고요. 연승전보다 탑티어 덱과 마주쳤을 때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더 경기 수가 많아지고, 경기 수가 많아지는 만큼 운적인 요소나 무작위 요소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서 안정적인 경기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곽웅섭: 제 생각에는 아직 정복전이라는 룰에 대해서 만큼은 저희 팀이 가장 잘 적응한 부분이 크다고 봐요. 예전 연승전에서는 자신이 꼭 잘하는 덱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주로 하는 직업이나 잘하는 덱을 대상으로 저격형 덱을 많이 준비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저격 덱이 자신이 잘하는 직업이 아닌 만큼, 나중에는 함정으로 작용해요.

정복전은 이 점에서 가장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머리 아프게 여러 요소를 고려하고 자신이 잘 못해서 '상대방이 쓸 것 같은 덱'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덱 3가지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Q. 양 선수 모두 마스터즈 코리아 대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본다면?

정한슬: 저 같은 경우에는 역시 2:0으로 지고 있다가 3:2로 역전했을 때가 가장 짜릿했죠.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김진효 선수한테 남은 덱이 흑마법사였는데, 제가 준비한 모든 덱이 흑마법사를 상대로 좋았거든요.

곽웅섭: 저는 다른 분들이 16강전에서 사제 경기를 많이 말씀하시는데, 사실 그 경기는 2:2를 만든 것이어서 그렇게 감흥이 크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그 이후에 3:2 역전을 완성한 세트가 정말 짜릿했고 기분이 좋았죠.

정한슬: 개인적인 생각인데, 정복전 룰에서는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2:2까지 따라잡히면 먼저 앞서 가고 있던 쪽이 더 불리한 것 같아요. 기세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심리적으로 더 안전한 수 만을 찾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7전제 경기 중 3세트를 먼저 내줬어도, 승부는 그때부터라고 봐요. 그 순간에 정신을 놓는 사람이 지거든요. 아직 숫자가 '4'(승)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멘탈만 잡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한국 최정상급의 두 선수가 보는 최근 메타


Q. 최근 검은바위 산이 출시되면서 메타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사실 두 선수의 결승에서는 새로운 메타의 덱을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팀 내부에서는 최근 메타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나요?

곽웅섭: 드루이드가 약해진 게 가장 눈에 띄는 점인 것 같아요. 새로 나온 덱들이 있는데, 그 덱들이 모두 드루이드를 상대로 좋거든요.

정한슬: 저도 비슷하다고 봐요. 최근 가장 강한 손님 전사 덱도 그렇고, 기계 주술사나 기계 마법사 덱이 최근 다시 쓰이게 되면서 드루이드가 설 자리를 많이 잃었다고 봅니다. 마법사의 경우에는 그동안 기계 마법사 덱이 안 좋아서 나오지 않았다기보다는, 냉기 마법사가 더 좋다는 의견이 많아서 밀리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다시 냉기 마법사가 주춤하면서 템포 마법사나 기계 마법사를 쓰는데, 이 두 덱은 모두 드루이드에게 좋아서 드루이드가 약세라고 생각합니다.

곽웅섭: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돌진 사냥꾼이 주춤하고 야수 사냥꾼이 뜨고 있는데, 야수 사냥꾼마저도 드루이드에게 강해요. 이런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아직 급속 성장을 쓰면 좋다는 의견이 많은데, 사실 저는 이것도 잘 모르겠어요. 급속 성장을 쓸 타이밍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봅니다.



Q. 해외 대회 쪽에서는 특히 손님 전사 덱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 필수 덱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양 선수는 이 덱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곽웅섭: 그 덱은 그냥 사기죠. 그게 저는 예전 '주문 도적' 만큼 사기라고 봐요. 물론 그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아닌데, 덱의 컨셉 자체가 상대가 뭘 하는지와 관계없이 내가 얼마나 손패가 잘 풀리는 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봅니다. 심지어 손패가 잘 안 풀려도 드로우 카드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드로우는 계속해서 시도하면서 손패도 완성할 수 있고요. 그렇게 콤보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한 거지, 콤보만 모으면 질 수가 없는 덱이라고 봐요.

정한슬: 손님 전사가 최근에 강세를 보이면서 손님 전사에 나름 할 만한 덱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런 부분 때문에 손님 전사의 강세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수그러들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는 손님 전사가 강한 것은 부정할 수가 없어요. liquidhearth 에서 진행한 프로 게이머 대상 직업 순위에서도 6명의 프로 게이머가 모두 이 덱을 1위로 놓은 것도 그런 부분을 입증해준다고 봅니다.



Q. 손님 전사 덱의 경우, 뚜렷한 상성이나 카운터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유저들을 위해서 두 선수가 손님 전사 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본다면?

정한슬: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해법을 찾기는 어렵지만, 굳이 생각해본다면 타우릿산이 안 나왔을 때 손님이 가장 강력한 타이밍은 내구도 1의 죽음의 이빨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동전-소용돌이나 내면의 분노를 쓸 수 있는 5턴, 그리고 전쟁노래 사령관과 손님을 연계할 수 있는 8턴이라고 봐요. 그래서 이 타이밍에는 공격력 2 이하의 하수인을 배치하거나 하는 부분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아직 카운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유리하게 게임을 끌어갈 수 있는 덱으로 컨트롤 흑마법사나 컨트롤 전사, 기름 도적 같은 덱을 쓰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Kinguin Pro League 2015 시즌1 1위 Kolento 선수의 손님 전사덱


Q. 흑마법사의 경우에는 임프 두목을 앞세운 악마 흑마법사 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양 선수는 모두 컨트롤 흑마법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악마 흑마법사의 장단점을 꼽아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한슬: 최근 유행하는 미드레인지-악마 흑마법사는 위니 흑마법사처럼 무리하게 1~2마나에 하수인을 채워 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4마나 이후에 1~2마나의 하수인을 여러 장 내는 것과, 3~5마나의 하수인을 1~2장 내는 것은 힘 싸움에서 차이가 꽤 많이 나거든요.

위니 흑마법사를 상대로는 어느 정도 버티면서 무거운 하수인을 배치하다 보면 '이겼다' 라는 생각이 드는 타이밍이 오는데, 이 덱은 초반부터 후반까지 방심할 수가 없어요.

곽웅섭: 미드레인지-악마 흑마법사 덱은 사실 덱 자체는 정말 강한 덱이라고 보는데, 안타깝게도 때를 조금 잘못 타고난 것 같아요. 일단 이 덱의 공격력 구조 상 최근 가장 강세인 손님 전사한테는 약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손님 전사가 강세를 보이면서 손님 전사에게 강한 컨트롤 흑마법사, 컨트롤 전사나 기름 도적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 덱들이 위니 흑마법사를 상대로도 좋아요. 그래서 덱 자체는 좋지만, 메타에서는 밀리는 것 같아요.


▲ KPL2015 3위 StrifeCro 선수의 미드레인지-악마 흑마법사 덱


Q. 낙스라마스의 저주 이후 두 번째 확장팩 공개가 모두 끝났습니다. 낙스라마스와 비교해 이번 모험 모드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 양 선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정한슬: 덱에 30장밖에 넣을 수 없고, 모든 카드를 다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기존에 메타나 덱이 좋은 카드로만 구성된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카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으로 강한 카드가 나와야 하는데, 이런 구조가 무한히 반복될 수는 없거든요.

그래도 향후에 나올 카드와의 시너지에 의해서 메타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기 때문에, 일단 카드가 나온 것 자체로도 앞으로의 변화 방향이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곽웅섭: 아직 연구할 여지가 있다고 봐요. 최근에만 봐도, 게이머들이 전부 용을 갖고 뭔가를 시도하잖아요. 사실 험상궂은 손님만 해도 그 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 제가 팀원들한테 이 카드 뭔가 있다고 계속 말했어요.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는데, 조금만 덱을 보완하면 사기가 될 여지가 충분했거든요. 그때 제가 손님을 넣고 커스텀으로 짠 덱은 계속 져서 충분히 팀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나니 평가가 확 달라졌잖아요.

그래도 확실히 낙스라마스와 비교해 볼 때 아쉬운 점은 조금 있어요. 실제로 썩은위액 누더기골렘이나 미치광이 과학자, 유령 들린 거미 등등 지금까지도 계속 쓰는 카드들이 상당히 많으니까요.



Q. 검은바위 산 이후 개인적으로 직업 순위를 매겨본다면?

정한슬: 지금 당장 가장 쎈 것은 손님 전사 덱이 맞는데, 그렇기에 손님 전사를 상대로 강력한 컨트롤 흑마법사를 개인적인 선호로는 1순위로 꼽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덱이기도 하고요.

곽웅섭: 저도 비슷한 이유로 기름 도적을 선호 1순위로 놓고 싶어요. 손님 전사한테도 좋고, 실제로 등급전에서 승률도 높거든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에는 손님 전사가 가장 강하고, 컨트롤 흑마법사와 기름 도적이 그 뒤를 쫓고 있다고 봐요. 그 다음을 꼽는다면 마법사와 드루이드 정도?

정한슬: 보통 덱을 짤 때에는 이 덱을 '무엇 때문에 쓴다'라는 이유가 확실히 정해져 있어요. 그리고 보통 그 이유는 그 메타에서 가장 강한 덱을 저격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 꼽는 것은 개인적인 선호이지, 손님 전사 덱이 최고 티어라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어요. 저도 곽웅섭 선수와 비슷한 순서로 꼽고 싶은데, 하나 더한다면 컨트롤 전사 정도를 추가하고 싶네요.


▲ 양 선수가 최근 최고의 직업으로 꼽은 전사-흑마법사-도적



■ 세계 최정상을 겨냥한다! 인비테이셔널&월드 챔피언십


Q. 18일에는 이번에 4강에 진출한 선수들이 세계 최정상의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으신가요?

정한슬: 지금은 꾸준히 게임을 하면서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진행될지도 사실 잘 모르고, 어떤 덱을 들고 나올지도 예측이 잘 안 되거든요.

아마 대회 3일 전쯤에 저희 집에 모여서 벼락치기를 할 것 같아요. 김진효 선수는 거의 저희 집에서 사는 사람이고, '로맨틱겨울' 조현수 선수도 저희 집에서 합숙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곽웅섭 선수가 합숙을 별로 안 좋아해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네요. (웃음)

곽웅섭: 저는 다른 사람 집에서 신세를 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Q. 인비테이셔널에서 만나는 상대는 세계 정상급 강호인데, 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곽웅섭: 사실 저는 해외 대회나 스트리밍을 잘 안 봐서 어떤 선수인지 이름은 아는데 실제 게임 스타일은 잘 몰라요. 그런데 팀원들이 말하는 것을 통해 봤을 때, 준비만 잘하면 누구와 붙어도 할만한 것 같아요.

정한슬: 일단 이번 인비테이셔널에 등장하는 선수만 놓고 보면, Orange 선수의 경우 덱을 조금씩 비틀면서 의외의 국면을 만들어 내는데, 운영 자체는 다른 세 선수들에 비해 조금 처지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세 선수들은 이미 한국에 노출이 꽤 많이 된 편이기 때문에, 준비만 잘하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 Orange 선수가 Seatstory Cup에서 사용한 템포 마법사덱


Q. 두 선수 모두 이번 대회에서 포인트를 많이 획득해 월드 챔피언십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월드 챔피언십에서 붙어보고 싶은 해외의 선수들을 꼽아본다면?

정한슬: 개인적으로 중국의 정궈이 선수가 꼭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웃음) 또, 만약 월드 챔피언십에 가게 되면 배틀넷 상에서만 친한 'FrozenIce' 선수는 꼭 얼굴을 보고 싶네요.

곽웅섭: 저는 저보다는 정한슬 선수가 Lifecoach 선수와 붙는 것을 꼭 보고 싶네요. 누가 밧줄의 제왕인지......(웃음)



Q. 해외와 한국의 메타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한슬: 중국이 아니라면 큰 차이는 없다고 봐요. 중국은 중국 만의 메타가 따로 있고, 다른 지역은 템포의 빠르고 느린 정도의 차이이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덱은 북미-유럽이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중국은 정말 독특해요. 이것저것 다 넣는 걸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면, 주문 도적에 위장의 대가를 넣는다거나, 주술사 덱에 대지고리회 선견자와 가젯잔 경매인, 갈래 번개를 한 장씩 넣는 덱도 봤어요. 만약에 제가 북미-유럽의 선수를 만나거나 중국 선수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면, 중국 선수를 상대하는 것이 더 까다로울 것 같아요.


▲ 중국 서버 1위 WEHuLu의 네파리안 컨트롤 전사덱
이외에 빛폭 사제 등 중국은 독자적인 형태의 덱이 많은 편이다.


Q. 해외 유명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프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양 선수 모두 기회가 온다면 프로에 뛰어들 생각이 있으신가요?

정한슬: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기회가 온다면 잡을 것 같아요. 다만, '나는 꼭 프로 게이머가 될 거야'라는 강렬한 희망을 갖고 게임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냥 저는 이 게임에서 즐거움을 얻고 있고,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그 상태가 유지되면서 프로 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곽웅섭: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프로 게이머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안정적이지 못하다'라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인프라도 완전히 구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요. 다만 이런 부분이 있더라도, 기회가 온다면 하지 않을까요?



■ 2015년, 최고의 자리를 노리는 두 남자


Q. 두 선수는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2에 시드를 받았고, 또 HIT 예선에도 출전을 대기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두 대회에서 개인적인 목표치를 세워본다면?

정한슬: 일단 마스터즈의 경우에는 전 대회 우승자라는 타이틀이나 시드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봐요. 다시 우승하기 위한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점은 본선에 올라온 16명의 선수가 똑같잖아요. 이번 HIT는 일단 예선을 뚫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동안 인벤 대회와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에 끊었으면 합니다.

곽웅섭: 마스터즈 같은 경우는 일단 16강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16강에서 제가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사실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봐요. '재평가'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HIT는 저 역시 예선 통과가 1순위입니다.

정한슬: 그런 부분에서 사실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그런 반응들에 대해서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재평가의 대상이 되어본 적이 있고, 낙스라마스 전후로는 승률이 낮아지기도 했거든요. 그때 팬 분들의 비판도 저를 자극시켜줬고, 그 때문에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고 봐요.




Q. 사실 '폭간슬' 팀은 그동안 여러 차례 명칭이 바뀌어 왔습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며 '폭간슬'로 팀 명을 다시 한 번 교체했는데, 팀 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한슬: 사실 이번에 제가 우승을 못했다면 팀 명을 당장 바꾸는 건데, 우승하면 팀 명을 한 시즌 더 쓰기로 공약을 해서 다음 시즌에도 어쩔 수 없이 써야겠네요. (한숨) 언젠간 바뀔 거라고 봅니다.

곽웅섭: 팀 명 멋있지 않아요? 왠지 포스도 있는것 같고. 저는 지금 팀 명이 마음에 듭니다.



Q. 2015년에 개인적으로 세워놓은 선수로서의 목표와 팀의 목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정한슬: 대회 우승으로 포인트도 받고, 시드도 받으면서 2015년은 그 어떤 때보다 높은 곳에서 출발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블리즈컨에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곽웅섭: 개인적으로 목표가 두 가지 있는데, 먼저 블리즈컨을 가 보고 싶고, 현실적으로는 상금을 많이 획득하고 싶네요. (웃음) 그리고 덧붙이면, 정한슬 선수처럼 팬분들 사이에서 일종의 '까방권'도 얻고 싶어요. 제가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여도, 사람들이 믿어주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거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한슬: 먼저 지난 우승 소감을 말할 때, 어머니를 말하지 않아서 어머니께서 상당히 삐쳐 있으신데, 이번 인터뷰에는 꼭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다 어머니 덕분이거든요. 계속 지원도 해주시고, 제가 나오는 방송도 다 모니터링 하시는데 꼭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악플이든, 선플이든 팬 분들에 대한 관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응원에 보답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곽웅섭: 2015년 들어서 처음으로 대회도 나가고, 처음으로 입상도 해보면서 아직은 사실 얼떨떨합니다.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생긴 것도 신기하고요. 일단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팀원들에게 고맙고, 외부로 노출을 꺼리면서도 계속 저 응원해주고 결승 때 현장에까지 와준 제 여자친구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사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1 우승은 놓쳤지만, 대회의 최대 수혜자는 저라고 생각해요. 많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