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큰 인기 게임 하스스톤이 정식 출시된 지 어느덧 2년을 향해 달려간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2개의 추가 확장팩, 3개의 모험모드가 출시됐고 그동안 여러 덱이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의 종료와 함께 찾아온 모험모드 탐험가 연맹 출시에 맞춰 인벤에서는 현 환경에서 각 직업들이 어떤 덱을 주로 쓰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유저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지 하나하나 탐구하며 알아보고자 한다. 그 이름하여 돌스커버리!

1편의 주인공은 명실상부한 하스스톤 현 메타의 1인자, 과거에는 '클린'한 직업의 대표격으로 꼽혔으나 현재는 흑화하여 '파마맨', '우들러'가 된 성기사, 우서다.

▲ 요즘 하는 걸 보면 명예는... 글쎄...



비보신벌로수붐티가 뭐냐고? 알 필요 없다



⊙강력함 : ★★★★★ ⊙상태 : 패치 시급 ⊙양심 : - ⊙특징 : 알 필요 없다


현 대마상시합 메타에서 '성기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소위 '파마 기사' 또는 '우들러'라고 불리는 비밀 성기사다. 사방에 물음표 마크가 그려진 옷을 입고 등장하는 배트맨의 악역 '리들러'처럼 우서는 언제나 자신의 몸에 물음표 마크의 비밀을 둘둘 감고 싸운다.

비밀 성기사는 국내외 하스스톤 게이머 모두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1티어 덱이다. 비밀 성기사가 강력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패가 꼬일 확률이 무척 적다는 것이다. 비밀 성기사의 덱에는 1코스트 짜리 비밀이 10장 가까이 들어가는데다 1코스트 비밀지기, 2코스트 단검 곡예사와 보호막을 쓴 꼬마로봇, 3코스트 병력 소집을 대부분 2장씩 채운다. 30장의 덱 중 절반이 3코스트 이하의 카드들이기 때문에 웬만해서 초반 패가 꼬일 일이 없다. 이후 성기사의 필드 전개 능력을 생각해 본다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초반부터 이런 걸 정리하다 보면 게임은 산으로...

게다가 이런 성기사의 저코스트 하수인들은 하나같이 처리가 힘들거나, 결코 살려둬선 안되는 하수인이다. 대표적인 하수인이 바로 비밀지기다. 비밀지기를 보면 과거 장의사와 사실상 똑같은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장의사가 죽음의 메아리 하수인과 시너지를 일으켰다면 비밀지기는 비밀과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그리고 이 비밀지기는 과거 장의사가 그랬듯이 즉시 끊지 못하면 그대로 게임 패배로 이어지는 원흉 중 하나다.

심지어 성장시키기도 장의사보다 쉽다. 장의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코스트가 제각각인 '하수인들'을 꺼내야만 했지만, 성기사의 비밀은 어차피 모두가 1코스트이니 말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자면, 후턴 우서가 동전을 쓸 경우 첫 턴에 2/3 하수인이 나타나고 두 번째 턴에 4/5로 성장한다. 비밀지기는 비밀을 보유한 직업 한정으로 과거 장의사와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마법사나 사냥꾼은 덱에 비밀을 그렇게 많이 넣지는 않는다. 결국 1코스트 비밀을 10장 가까이 덱에 넣고도 문제없이 덱을 굴릴 수 있는 성기사만 너프 전 장의사와 똑같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

성기사가 병력 소집으로 필드를 잔뜩 늘리면 대부분의 직업은 해당 코스트에 필드를 깔끔히 정리하기가 힘들다. 물론 광역기가 있다면 정리는 되겠지만, 마나 코스트를 감안하면 정리하고 거기서 끝이다. 다음 턴에도 하수인 전개 주도권은 성기사가 가지고 있고, 상대는 늘 따라가기만 하다가 수수께끼의 도전자가 나타나는 패턴의 반복이다.

▲ 세상에 이게 게임이야?!

그렇다고 비밀 성기사가 무적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어찌 됐건 비밀 성기사의 힘은 6턴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그전에 승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어그로 드루이드나 돌진 사냥꾼, 혹은 비밀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발을 묶고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얼방 법사 등이 대표적인 비밀 성기사의 대항마다. 그러나 이런 특정 덱을 제외한 모든 덱에게 비밀 성기사가 너무도 강력한 탓에 등급전에서는 등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천편일률적인 덱들만이 즐비하다. 결국 비밀 성기사 VS 그것을 노린 덱 간의 싸움만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또, 첫 수수께끼의 도전자가 나타났을 때 필드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면 사실 5개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것은 힘들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비밀을 전부 돌파해도 두 번째 수수께끼의 도전자나 박사 붐이 나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된다.

보통 비밀 성기사처럼 코스트에 정확히 맞춘 플레이를 하는 템포 형식의 덱은 과거 손님 전사같은 콤보 덱이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과거 1티어였던 손님 전사의 덱 파워를 낮추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덱 자체를 사장시켰으니, 바야흐로 대 성기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모든 콤보 덱이 사라져버린 현재는 비밀 성기사를 위시한 템포 덱들이 강세를 떨치고 있다.

비밀 성기사는 그런 템포 덱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한 데다가 수수께끼의 도전자, 박사 붐, 티리온 폴드링 정도를 제외하면 얻기 힘든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 블리자드에서 이 덱을 '주시 중'이라고는 했지만, 기약 없는 메아리일 뿐이니 등급에 목이 마르다면 불필요한 인성과 양심 따위는 버리고 승리만을 노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겠다.



아옳옳! 손님 없으면 내가 왕이다옳!



⊙강력함 : ★★★★★ ⊙과금 필요도 : ★★★★☆ ⊙멀록 기사의 귀여움 :


또 다른 성기사 덱은 바로 미드 성기사다. 미드 성기사는 꽤 오랫동안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유저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대마상시합에서 천적이었던 손님 전사가 사라지고 멀록 기사까지 추가되면서 다시 재조명을 받았다. 현재의 미드 성기사가 특정 직업에 대해 특출나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뚜렷한 약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전까지의 미드 성기사는 애정으로 굴리는 덱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미드 성기사의 힘은 끈질긴 필드 장악 능력에서 나온다. 초반에는 간식용 좀비, 보호막을 쓴 꼬마로봇 등 코스트 대비 스탯이 매우 뛰어난 하수인으로 버티다가 병력 소집, 톱니망치 등으로 필드에 힘을 준다. 상대의 막강한 하수인들은 평등, 나 이런 사냥꾼이야, 알도르 평화감시단 등으로 무력화시킨다.

4코스트가 넘어가면 슬슬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 아르거스의 수호자, 병참장교나 썩은위액 누더기골렘 등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카드들이 등장한다. 상대는 병참장교를 의식해 신병을 꾸준히 끊는 플레이가 반강제되고, 그 사이 미드 성기사는 딜을 누적시키거나 필드를 더 강하게 휘어잡는다.

▲ 미드 성기사의 중후반에 힘을 실어주는 카드들

6코스트부터는 상대가 제압기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하수인들이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카드가 멀록 기사다. 6턴에 멀록 기사를 꺼내고 영웅 능력을 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성기사의 필드엔 하수인이 3장 깔리고, 이때 태어난 멀록이 무엇이냐에 따라 게임은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지기도 한다. 유저들이 흔히 '투배럭'이라고 부르는, 멀록 기사가 멀록 기사를 뽑는 일이 발생한다면 사실상 그 게임은 성기사의 승리가 된다. 그 외에도 실바나스, 트루하트 등 성기사가 6코스트부터 쏟아낼 카드는 무수히 많다.

미드 성기사의 또 하나의 강점은 엄청난 체력 회복 능력이다. 용사의 진은검으로 깨알 같은 힐을 함은 물론이고, 이따금씩 투입되는 투스카르 창기사 역시 창시합에서 승리한다면 상당량의 힐을 해 준다. 같은 5코스트에는 최고의 힐 하수인인 낡은 치유로봇도 있고, 8힐을 해 주는 신의 축복 역시 대부분의 미드 성기사가 한 장 정도는 채용한다.

그리고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신규 모험모드 탐험가 연맹 1주 차에서 등장한 리노 잭슨이다. 미드 성기사는 경우에 따라 신성화, 병참장교 등 중요한 카드도 한 장만 채용하는 일이 잦았다. 원래부터 카드를 한 장씩 넣는 '하이랜더' 형식의 덱에 가장 잘 부합했던 미드 성기사는 리노 잭슨이 등장하면서 이에 맞춰 덱 구성을 바꾸기 시작했다. 신 카드인 보석 박힌 딱정벌레 덕분에 2, 3코스트 카드에도 여유 공간을 하나씩 만들 수 있게 됐고, 투스카르 창기사와 낡은 치유로봇을 하나씩 투입해 기존의 힐 능력은 유지했다.

▲ 대부분의 덱이 리노 잭슨과 잘 맞지만 미드 성기사는 더 잘 맞는다!

필드 장악과 힐 능력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리노 잭슨의 효과까지 볼 수 있게 덱을 개량한 미드 성기사는 그야말로 극한의 생존력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미드 성기사와 싸움을 하면 때리고 때리다 지쳐 떨어지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제는 리노 잭슨 때문에 '성기사전 2페이즈'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미드 성기사의 숨겨진 장점 중 하나는 바로 현 메타에서 상당히 강한 덱임에도 불구하고 비밀 성기사의 위용에 묻혀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승리는 해야겠는데 '사기 덱 써서 이겼다'는 비난을 피하고 싶다면 미드 성기사야말로 추천할 만한 덱이다.

단, 미드레인지 덱인 만큼 필요한 전설 카드도 그만큼 많다. 게다가 필요한 전설 카드들이 각 확장팩마다 골고루 퍼져 있는 탓에 원하는 덱을 구성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지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드루이드와 함께 현 하스스톤 메타를 양분하고 있는 성기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비밀 성기사나 미드 성기사 모두 손님 전사에게 상당히 취약했던지라 커뮤니티에서는 늘 성기사가 당하는 입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다. 그러나 대마상시합에서 고성능의 카드가 추가되고, 손님 전사가 사라짐에 따라 마나 코스트 대비 스탯 좋은 하수인을 필드에 최대한 많이 내는 것이 최선인 메타가 생겨나면서 성기사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보호막을 쓴 꼬마로봇, 병력 소집 등 필드에 힘을 꽉 주는 성기사의 직업 카드들이 재조명을 받은 것이다.

한때는 '클린 우서'란 얘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옛날이야기. '황건적', '노란 렉사르'로 불리는 어그로 성기사가 판을 친 후에는 '우들러'까지 나타나면서 수많은 유저들은 우서에게 고통받으며 신음하고 있다. 필드에 하수인을 얼마나 잘 남겨놓느냐가 관건인 현 메타가 바뀌기 전까지는 우서의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 직업들이 리노 잭슨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우서는 이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우서는 늘 '정의'니 '명예'니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있지만, 하스스톤에서의 실상을 보면 공격력 1-2짜리 하수인들을 여럿 전개해 사람을 천천히 찔러 죽이기를 즐기는 소름 끼치는 인성의 소유자다. 워크래프트3에서 서리한을 들고 왕위를 계승한 아서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우서를 죽인 것이라는 점에서 평소 우서의 인성이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겠다. 서리한은 대중들에게 알려진 마검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사실은 불명예와 인성, 거짓된 정의로 점철된 우서를 심판하는 진정한 정의의 칼날이 아니었을까.

▲ 서리한이 필요하다... 어엄청 큰 서리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