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큰 인기 게임 하스스톤이 정식 출시된 지 어느덧 2년을 향해 달려간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2개의 추가 확장팩, 3개의 모험모드가 출시됐고 그동안 여러 덱이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의 종료와 함께 찾아온 모험모드 탐험가 연맹 출시에 맞춰 인벤에서는 현 환경에서 각 직업들이 어떤 덱을 주로 쓰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유저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지 하나하나 탐구하며 알아보고자 한다. 그 이름 하여 돌스커버리!

세 번째 순서는 마법사, 제이나다. 블리자드사의 마법사인 만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 금발일 때가 더 좋았거늘... 시무룩...


어그로, 템포, 벽 덱까지! 하스스톤의 재주꾼 제이나


하스스톤을 시작하는 모든 이가 처음 다루게 되는 직업이 바로 마법사다. 유저들은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마법사를 통해 기본 룰을 배우고 본격적인 하스스톤 세계에 뛰어든다. 보통 이런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영웅이나 직업은 가장 무난하고 평범한 경우가 많지만 하스스톤의 마법사는 덱 바리에이션도 굉장히 많고 운영 방법도 다양한 만능 재주꾼이다.

현재 마법사 덱 바리에이션 중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냉기 마법사', '얼방 법사'로 불리는 덱이다. 얼음 회오리, 눈보라 등으로 상대 발을 묶거나 파멸의 예언자, 불기둥으로 필드를 정리하면서 카드를 모아 일격에 상대를 끝장내는 일종의 벽 덱이다.

얼방 법사에게 특별히 좋은 카드가 추가된 것은 아니다. 신규 모험모드 탐험가 연맹에서 잊혀진 횃불 카드가 추가되긴 했으나 얼방 법사의 필수카드 급은 아니었다. 얼방 법사가 힘을 쓰게 된 데에는 성기사가 득세하는 현 하스스톤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파마 기사'로 불리는 비밀 성기사와 미드레인지 성기사 모두 필드에 힘을 극한으로 주는 직업이다. 보호막을 쓴 꼬마로봇이나 병력 소집, 수수께끼의 도전자를 비롯한 성기사의 비밀 카드는 모두 필드 싸움을 전제로 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얼방 법사는 성기사의 이런 강함을 모두 무위로 돌려버릴 수 있다. 얼방 법사는 애시당초 필드 싸움에 관심이 있는 직업이 아니고, 상대 하수인의 스탯이 얼마나 강력하건 상관없이 발을 묶거나 파멸의 예언자로 즉사를 시키기 때문이다. '나의 필드를 봐 줘, 어떻게 생각해?'라고 말하는 성기사의 구애를 쿨하게 무시하는 직업이 바로 얼방 법사다.

▲ 수많은 바리에이션을 지닌 마법사. 덱마다 운영법도, 대처법도 다르다!

마법사의 주 무기는 얼방 법사 뿐만이 아니다.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템포 법사' 또한 현 마법사 덱의 대표 중 하나다. 검은바위 산에서 불꽃꼬리 전사라는 신규 카드가 등장한 후 수많은 마법사들은 이 강력한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그 결과 각종 번 계열 주문 카드와 불꽃꼬리 전사, 그리고 다양한 코스트의 하수인을 섞은 템포 법사가 탄생했다.

1코스트 마나지룡부터 시작해 박사 붐, 안토니다스, 라그나로스 등 고코스트 전설 하수인 라인까지 빡빡하게 마나를 쓰면서 게임을 운영하는 템포 법사는 게이머의 실력, 그리고 동시에 운을 테스트하는 데 안성맞춤인 덱이다. 게다가 엄청난 수의 주문 카드를 채용하기 때문에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불꽃꼬리 전사는 살아있는 번 카드로 돌변한다. 패만 잘 붙어준다면 템포 법사는 필드 장악의 제왕 성기사를 상대로도 대등한 필드 싸움을 펼칠 수 있는 직업이 된다.

현재는 기세가 크게 꺾였지만 마법사는 '기계 법사'를 위시한 어그로 덱도 가능하다. 기계 법사에서 실제로 기계 속성 하수인과 연계되는 카드는 많지 않지만 각종 번 카드 덕분에 필드 정리가 수월한 점, 그리고 대부분의 기계 하수인들이 코스트 대비 효율이 좋다는 점 덕분에 한때 시대를 주름잡는 어그로 덱의 선두주자가 되기도 했다. 특히 탐험가 연맹이 추가된 후에는 카드를 종류별로 하나씩만 넣어 하이랜더 형식의 덱을 꾸린 후 리노 잭슨, 낡은 치유로봇, 복제 등을 넣은 탈진 법사까지 생겨나는 등 마법사의 덱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차원문이 또...! 원성을 사는 '사실은 안정적인 차원문'


▲ 마법사 '실력'의 척도, 차원문 피지컬!

마법사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운'이다. 신비한 화살, 불안정한 차원문, 불꽃꼬리 전사 등 핵심 카드들이 전부 운에 크게 좌우되는 카드들이다. 최근에는 '발견' 옵션이 직업 카드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착안해 보석 박힌 딱정벌레, 에테리얼 창조술사 등 발견 옵션을 지닌 하수인까지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많은 유저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카드가 바로 '실력문'이란 비아냥까지 듣는 불안정한 차원문이다. 차원문은 불과 2코스트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마법이지만,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 하스스톤 개발자인 마이크 도네이즈와 데릭 사카모토는 고수게이머즈와의 인터뷰에서 "불안정한 차원문이란 카드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원래 10마나인 카드를 차원문으로 뽑았다 하더라도 그 카드를 내려면 어쨌거나 9마나를 소비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이 답변을 보는 순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하스스톤 커뮤니티의 명품 격언이 떠올랐다.

그들이 한 주장은 어쨌든 맞다. 차원문으로 2코스트를 소비했지만 거기서 나온 카드가 3코스트 줄어드니 결과적으론 1마나만 이득보는 셈이다. 하지만 차원문이 가져오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그 카드를 낼 수 있는 '타이밍'이다. 예를 들어 차원문으로 박사 붐을 뽑았다고 해서 그 박사 붐을 총합 6마나를 지불하고 6마나 타이밍에 소환하는가. 그 박사 붐이 등장하는 타이밍은 4마나 타이밍이다. 어차피 할 게 많지 않은 2코스트에 차원문을 써 주고 소환 타이밍을 3턴이나 앞당겨주는 것이 바로 불안정한 차원문이다.

▲ 이런 카드가 세 턴이나 일찍 나타난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만일 불안정한 차원문의 코스트가 0이고 거기서 나온 카드의 코스트를 1 줄여주는 것이었다면 불안정한 차원문은 지금처럼 많은 원성을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나가 1 절약되는 것은 같지만 카드를 낼 수 있는 '타이밍'을 앞당기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2턴에 차원문을 쓰고 3턴에 안개소환사나 케른 블러드후프, 강철의 거대괴수가 나타나거나 4턴에 가즈릴라, 박사 붐, 예언자 벨렌 등이 나타나면 게임은 터지기 일쑤다. 6-7턴 정도 타이밍에 나와야 적절한 스탯, 효과를 지녔다고 볼 수 있는 하수인이 3턴에 등장하기 때문에 상대는 뜬금없이 제압기 사용을 강제당하고 그림이 전부 망가지게 된다.

불안정한 차원문은 '마법사'가 쓰기에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마법사의 영웅 능력은 피아, 하수인과 영웅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정한 차원문에서 어떤 하수인이 나와도 대부분 이를 잘 써먹을 수 있다. 특히 가즈릴라나 벨렌같이 사용 직업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빛을 보지 못하는 하수인이 차원문을 통해 등장하면 마법사의 유연한 영웅 능력이나 번 카드와 연계돼 끔찍한 파괴병기로 태어난다.

차원문에서 항상 좋은 카드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이따금씩 함정 카드가 등장할 때도 있지만 차원문 카드가 가져오는 메리트가 워낙 크다보니 오늘도 마법사를 상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전설문'에 고통받으며 울부짖고 있다. 카드명은 불안정한 차원문인데 실제로 이 카드의 성능을 보면 '사실은 매우 안정적인 차원문'으로 카드명을 바꿔도 상관없을 것 같다.



블리자드 게임에서의 마법사란 직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하스스톤의 제이나도 꽤 선방하고 있다. 꾸준히 중상위권 정도는 차지하는 템포 법사, 필드 싸움의 제왕 성기사를 저격하는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 얼방 법사, 그리고 기계 법사같은 어그로 덱에 리노 잭슨을 위시한 탈진 덱까지. 게다가 효율 좋은 직업 카드들 정말 많은 제이나이기 때문에 직업 카드 발견률이 높은 '발견' 시스템과도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마법사가 보석 박힌 딱정벌레를 쓸 경우 각종 비밀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는 극한의 심리전을 펼치게 된다.

▲ 보석 박힌 딱정벌레가 가져온 오버스파크가 변신시킨... 으어억

혹자는 '블리자드 게임에서 바닥에 뭐가 깔리는 직업은 하면 안된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그가 그랬고 워크래프트3의 언데드가 이 가설을 증명했으며, 하스스톤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주술사가 이를 완성시켰다. 반대로 '블리자드 게임이면 일단 마법사를 하면 중간 이상은 간다'는 말도 있다. 이 역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마법사가 온몸으로 증명했고, 하스스톤에서도 제이나가 호성적을 거두면서 사실상 완성된 가설이 됐다. 성기사나 드루이드 등 1티어 직업의 등 뒤에 숨어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제이나.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본받아야할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