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하나도 제대로 얻지 못할 때 주로 쓰이는 속담입니다.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뜻을 가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한다'는 무모한 행동을 지칭할 때 쓰는 속담입니다. 혼비백산 흩어져 도망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종종 생깁니다. '운'이 따라주는 것은 둘째로 치고, 무모하다는 편견의 시선을 넘어 '도전'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죠. 대부분 사람은 상식에서 자라는 편견에 가로막혀 포기하고 맙니다. 그렇기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죠.

'캡틴잭' 강형우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프로게이머 5년 차에 접어드는 베테랑입니다. 롤드컵 우승과 같은 화려한 타이틀을 석권하진 못했지만, 재치있는 입담과 높은 기량을 오래 유지해 팬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아왔습니다. 매년 신인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프로의 세계에서 굳건히 자신의 자릴 지켜냈다는 것은 기량의 방증입니다. 강형우에게 도전은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만 '현재'는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가 아닌 다가올 '미래'를 위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나섰습니다.

강형우를 만나기 전 저도 편견에 사로잡혔습니다. 해설자와 프로게이머를 함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러나 강형우는 불가능에 가까울 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았습니다. 쉽지 않은 길임을 알지만, 강형우는 상식과 편견의 벽을 넘고 도전에 나섰습니다. 그가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스프링 시즌이 끝나자마자 해설자로 활동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어요. 리그 중에도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됐고요. 사실 해설 제의가 들어온 것은 작년부터였어요. 스포티비와 OGN이 롤챔스를 분할 중계하기로 결정이 났고, 스포티비에서 해설자를 구하던 시기와 제가 진에어 그린윙스를 나온 시기가 맞물렸어요. 그때 처음으로 해설자 제의를 받았고, 당시에는 선수 생활에 집중하고 싶어 거절했지만, 이번에는 진지하게 한 번 고민해봤어요. 제가 선수 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잖아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했죠. 그러던 중 선수들에게 개인 방송의 기회가 생겼고, 여러 방송에 참가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자라났어요."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는 5월, 신도림의 한 커피숍에서 해설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계기를 묻자 강형우는 그가 품고 있던 프로게이머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뗐습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가 해설자의 길을 택한 핵심 이유는 근본적인 '재미'에 있었죠.

항상 유쾌함을 잃지 않는 강형우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말했었던 것 같은데, 선수로서 더 높은 곳에 가고 싶은 욕심이 없을 수가 없어요. 그런 욕심 때문에 힘이 닿는 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죠. 그러나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정말 고되고 힘든 직업이거든요."

"최상위권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욱이 그렇죠.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정상을 목표로 삼았을 때 포기해야 할 것들에 선수 생명과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더해지자 눈앞이 막막해졌죠. 욕심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중간에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 볼 생각이에요."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길임에도 강형우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스포티비가 OGN에 버금가는 해설 퀄리티를 당장에 내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힘들 것이 분명하죠. 왜냐하면, OGN은 리그와 해설이 같이 성장해온 구조잖아요. 거기다 이미 탄탄한 해설진과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를 받는 것에 부담이 커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인데, 못한다는 말을 들으며 해설자를 할 생각은 절대로 없어요. 제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죠. 좋은 해설자로 거듭나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민감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질문에도 강형우는 막힘 없이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그의 확고한 의지를 보고 있으니, 해설자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다른 중계진과 모의 해설을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저의 큰 문제인 발성에 관해서도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캐스터분의 조언을 받아 되새김질하며 연습 중입니다. 제 생각을 유창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어휘력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책과 전문 사설을 소리 내서 읽고 있습니다. 말하는 톤도 중요하기에 피드백을 꼼꼼히 하면서 해설자 준비를 하고 있어요." 상대 평가를 받아야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가진 경쟁력이 무엇인지도 묻고 싶었습니다.


"제가 가진 경쟁력은 게임 지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최전선에서 겪어온 경험들이 저의 재산이죠. 평가에서도 객원으로 참가했을 때와는 사뭇 다를 것이 분명하죠. 실전을 겪으면서 느꼈던 바가 많지만, 본격적으로 해설자로서 기량을 키우는 과정이 정말 하드코어 해요. 스스로 정말 고민을 많이 했고, 그 끝에 결정을 내려서 후회는 없어요. 롤 티어로 저의 현재 해설 기량을 평가하자면 실버 내지는 골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해설자가 가져야 할 근본적인 자질인 게임 지식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강형우는 스스로 가진 무기에 대해 확신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택한 결정에도 확신이 엿보였죠.

그는 앞의 질문에 대해 말을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현재는 해설의 기초를 쌓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기량이 어느 정도 쌓이면 선수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파고드는 속 깊은 해설과 시청자들에게 유머러스하게 전달할 수 있는 해설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막연한 미래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이뤄지지 않을까요."

인터뷰 현장에서 해설자로서의 강형우의 기량이 어떤지 확인할 방법은 몇 가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약 없이 가장 그의 해설자로서의 기량을 평가할 방법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패치에 대한 예측이죠. 해설자 강형우가 생각하는 6.10버전에서 떠오를 챔피언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롤은 픽부터 라인전 승패 구도가 정해지는 가위바위보 싸움이에요. 라이엇이 패치를 하고, 그 버전에서 1순위 픽이 생기면 그것을 기준으로 여러 가지 챔피언이 파생되죠. '저것을 상대로는 뭐가 괜찮다. 이걸 선택하면 비슷하게 갈 수 있다. 이건 후반에 더 좋은 픽이다.' 이런 식으로요."

"제가 가장 이해도가 높은 봇 라인부터 짚어볼게요. 지금 루시안이 최강의 원거리 딜러에요. 아이템 변경이 이뤄지면서 '요우무의 유령검'과 '칠흑의 양날 도끼' 빌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약한 구간이 없어요. 초반에는 기존보다 훨씬 강력하고 중반에 탱커들도 상대적으로 쉽게 잡을 수 있죠. 치명타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만능형 챔피언이에요. 루시안이 떠오르면서 다른 원거리 딜러가 못 나오는 상황이 됐어요. 시비르가 대표적인 피해자죠."

"루시안과 그나마 상대할만한 챔피언은 이즈리얼이에요. 주로 최상위권 선수가 다루는 만큼 라인전 단계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작고, 비슷하게 컸을 때 루시안과 붙어볼 수 있는 유일한 챔피언이라고 생각해요"
침착하던 그가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쏟아냈습니다.


"원거리 서포터들이 대세를 탈 것도 확실하죠. 알리스타가 너프되기도 했지만 MSI때처럼 알리스타를 밴하고 유지력과 견제 능력을 갖춘 나미, 소라카가 좋아요. 아직도 근거리 서포터와 원거리 서포터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긴 하지만 분명히 원거리 서포터들이 주류로 올라설 거에요. 이렇게 되면 그간 탱커들의 등쌀에 밀려 나오지 못했던 쓰레쉬, 레오나가 등장할 수 있고, 아예 화력으로 짓누를 수 있는 애니도 나올 가능성도 있어요"

"정글러는 기존 니달리, 킨드레드, 그레이브즈 구도에 말자하 정도가 추가될 것 같아요. 피들스틱도 꽤나 쓸만하지만 리스크가 크죠. 좋은 스킬셋을 가진 엘리스와 리 신은 조커 카드로 언제든지 사용될 것이고요. 탑은 탱커 메타가 계속될 것 같아요. 화력 정글러 메타가 유지되는 한 조합 밸런스를 위해 탑 탱커는 필수가 될 수밖에 없어요. 많은 변경이 있었던 미드 라인에서는 빅토르와 아우렐리온 솔이 연구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아우렐리온 솔은 빠른 로밍에 이점이 있고, 빅토르는 안정성과 후반 화력 상향으로 더 높은 후반 기댓값을 가지게 됐으니까요." 그의 막힘 없는 유려한 언변에는 해설자로서의 자질이 비쳤습니다.

추가로 최근 뜨거운 감자인 '수은 장식띠' 변경 사항에 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라이엇이 '수은 장식띠'를 너프한 의도가 방어 아이템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수은 장식띠' 너프로 가장 민감한 포지션은 역시 원거리 딜러거든요. 이젠 '수은 장식띠'는 상대 CC기가 정말 강력할 때나 가는 아이템이 될 거에요. 상대가 제드라면 '스테락의 도전'을 갈 것이고, 르블랑이라면 '멜모셔스의 아귀'를 가겠죠. '수호 천사'의 값이 싸진 것도 원거리 딜러의 선택지를 하나 늘려줄 거에요."

"루시안이 강력한 이유가 여기서도 나와요. 다른 원거리 딜러는 2코어 이후 방어 아이템을 올렸을 때 화력이 떨어지는 반면, 루시안은 그렇지 않거든요. 아이템을 갖추는 것에 제약이 없어요. 2코어의 하위 아이템에 롱소드가 7개가 들어가니 템트리가 꼬이려야 꼬일 수가 없죠."


'수은 장식띠' 하나의 변경에 대해 물었을 뿐인데, 그의 게임 지식의 깊이의 단편을 보여주는 수준 높은 답변이 나왔습니다. 그가 가진 해설자로서의 자질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그의 선택은 확실히 무모해 보입니다. 어떤 직업과 비교해도 전문성의 깊이가 떨어지지 않는 프로게이머와 해설자를 한다는 것은 '오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강형우는 고뇌 끝에 선택했고, 후회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해설자로서 당장 평가가 높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저의 해설 기량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거에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 또한 그 점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객관적인 피드백을 지속할 거에요.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쉽지 않았던 선택인 만큼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따뜻한 시선과 응원을 해주신다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