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적인 논쟁이란 무엇인가

e스포츠는 종목의 특성상 게임사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게임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콘텐츠를 변화하고 이에 따라 경기 양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는 프로게이머와 구단의 역할 역시 멋진 e스포츠 경기를 팬들에게 제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게임사와 구단, 서로 다른 두 입장을 절충해 e스포츠가 발전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얼마 전에 게임사와 e스포츠 구단과 견해 차이에 대한 이슈가 발생한 바 있다. 북미 프로게임 구단 TSM의 구단주인 '레지날드'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 내 대규모 변화가 프로씬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빠르고 급격하게 달라지는 게임에 적응하는 부분에 있어 불만을 표현했다. 이에 라이엇 게임즈(이하 라이엇)의 공동창업자 겸 회장인 '트린다미어' 마크 메릴(이하 메크 메릴)은 TSM의 선수 복지를 비판하는 댓글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게임사와 구단 간의 견해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라이엇과 TSM의 의견 차이


▲ TSM의 구단주 '레지날드'의 인터뷰(출처 : theScore esports 유투브 채널)

앞서 말한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레지날드'가 내비친 불만은 간단했다. 대규모 패치가 프로게이머 간의 경기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라이엇은 지난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앞두고 당시 메타를 크게 뒤흔들어 전혀 다른 게임 양상이 펼쳐지게 한 바 있다.

'레지날드'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한 마크 메릴은 "'레지날드'가 그토록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LoL을 통해서 얻은 수익을 다른 e스포츠에 사용하지 말고 그중에 일부를 선수들을 위해 사용하면 될 것"이라며 반박했다. 라이엇은 그동안 게임단 운영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선수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 라이엇 게임즈 공동창업자 겸 회장 마크 메릴

두 사람의 신경전을 두고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레지날드'는 마크 메릴의 반박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동안 자신이 TSM을 운영하면서 점점 수익을 낼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LCK 해설을 맡고 있는 '몬테크리스토'가 동의하는 등 이슈가 점점 커졌다.

이들의 의견 충돌은 '대규모 패치'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레지날드'는 "롤드컵과 같은 중요한 대회는 선수들이 얼마나 대회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패치는 코치진들과 선수들에게 큰 부담감을 줄 뿐만 아니라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레지날드'가 마크 메릴과 나눈 의견이 담긴 글의 일부(출처 : Twitloger)

이에 대해 마크 메릴은 "코치들과 구단주들이 예전처럼 라인 스왑 덕분에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감출 수가 없어서 6.15 패치에 불만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들이 '더 안전한' 조합을 짜기보다는 게임의 재미와 e스포츠의 재미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의도적인 패치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합의점 찾은 두 집단


이러한 이슈를 두고 '레지날드'와 마크 메릴은 물론, LoL e스포츠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과 팬들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관심이 쏠렸다. 그러던 중에 마크 메릴이 '레지날드'에 대해 다소 공격적인 말투를 보였던 것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게시하면서 사태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마크 메릴은 자신의 감정적으로 보였던 답변에 대해 사과한 뒤 "e스포츠 판이 커지면서 구단 유지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수입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라이엇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스폰서십과 중계권 판매 등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레지날드'가 마크 메릴에게 보낸 마지막 답변

'레지날드' 역시 마크 메릴의 글에 호응했다. 그는 "다급한 문제들은 당장 해결되야 된다는거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그의 글 말미에 적혀 있는 '#LCSForever'라는 해쉬태그는 다른 LCS 소속 구단들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는 중이다. 몇몇 구단주들은 자신의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이러한 해쉬태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처음엔 감정적으로 다퉜던 그들이, 차이를 갈등으로 만들지 않고 '싸움의 에너지'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린 것이다.

▲ 구단 및 관계자 뿐만 아니라, 일반 유저들도 운동에 참여 중이다




'상호 이해'는 밝은 미래를 위한 포석


앞서 밝혔듯이, e스포츠는 종목 특성상 게임사와 구단 간의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그에 따른 합의점 도출이 매우 중요하다. e스포츠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한데 모아 건설적인 토론을 진행한 다음,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번 이슈가 그랬다. 게임사인 라이엇과 구단인 TSM은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해 토론을 이끌어냈다.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e스포츠 관계자들과 팬들 역시 이번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저마다의 생각을 가감없이 밝혔다. 한마디로 하나의 문제에 대해 e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이가 한 자리에 모여 건설적인 방향을 모색했다고 할 수 있다.

그 바탕에는 저마다 다른 의견에 대한 '상호 이해'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게임사와 구단은 서로 추구하는 방향과 겪고있는 현실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이슈에 대해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토론 과정에서 '상호 이해'를 잊지 않았고,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데 성공했다.

앞으로도 게임사와 구단 간의 의견 차이는 계속될 것이다. 비단 LoL 뿐만 아니라 다양한 e스포츠 종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때마다 이번 이슈는 좋은 본보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점차 산업화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게임사와 구단, 관계자와 팬들의 '상호 이해'를 밑바탕에 둔 의견 개진. 이는 앞으로 e스포츠가 발전하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