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이 걸어온 역사와 함께 하는 명장면에 '페이커' 이상혁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당대 최강으로 손꼽혔던 '앰비션' 강찬용의 카직스를 쓰러뜨리고 '류' 류상욱과 제드 일기토에서 승리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와 함께 '페이커'를 쓰러뜨린적 있던 '폰-루키' 등 선수들 역시 그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약 2년 동안 화제의 중심인 '페이커' 이상혁과 최강자의 자리를 두고 '쿠로' 이서행이 대결해왔다. 롤챔스와 롤드컵 4강, 결승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붙으며 LoL 역사에 또 남을 만한 장면들을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2015 롤드컵 스킨의 주인공이었던 '페이커'의 라이즈가 '쿠로'의 카사딘을 쓰러뜨렸다. 작년 역시 '페이커'의 오리아나가 락스 타이거즈를 상대로 승부를 뒤집는 거대한 충격파 한 방을 발판삼아 결승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결승,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승자는 '페이커'였다. '쿠로'가 정규 스플릿에서 승리한 적은 있지만, 롤챔스-롤드컵 상위 라운드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정작 '쿠로'가 작년 롤챔스 섬머와 2016 LoL KeSPA 컵에서 우승을 차지할 당시에는 '페이커'와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롤챔스 포스트 시즌에서 맞붙게 됐다. 와일드 카드 결정이더라도 '쿠로'는 롤챔스 포스트 시즌에서 '페이커'를 넘고 싶을 것이다. '쿠로'는 섬머 스플릿 MVP 포인트 1,300점으로 공동 1위를 기록하며 '이번은 다르다'는 각오를 확실히 다진 상태다. '페이커' 역시 팀과 자신의 섬머 정규 스플릿 부진을 털고 다시 한번 SKT T1의 자리를 찾기 위한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이번 대결은 정규 스플릿 경기와 같은 룰로 진행된다. '5판 3선승제의 SKT T1이라면'이라는 가정은 없는 상황. '쿠로'가 정규 스플릿의 기량으로 승리할 것인가, 준비 기간이 주어진 포스트 시즌의 SKT T1과 '페이커'는 확실히 다를까.





가장 최근 대결의 승자는 '쿠로'였다. 당시 '쿠로'는 '페이커'의 탈리야를 상대로 카사딘과 코르키로 승리의 주역이었다. 교전에서 상대의 맹공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딜을 넣어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확실히 받쳐줬다. 카사딘과 코르키 적절한 점멸과 이동기 활용으로 어그로를 빼내 상대가 공격을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그렇게 '실속있는 미드 라이너'로 불리는 '쿠로'는 안정적으로 MVP를 쌓아 포인트 1위까지 달성했다.

아쉬운 점은 '쿠로'가 팀원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꾸준히 딜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지만, 스스로 판을 만들거나 이니시에이팅을 해내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섬머 스플릿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코르키로 최근 4연패 후 1승을 한 모습에서 알 수 있다. 나머지 팀원들이 말리기 시작하면 판을 뒤집진 못했다.

▲ 한 세트를 좌우했던 '페이커'의 1킬

반면, '페이커' 이상혁은 이번 섬머 스플릿에서 '쿠로'와 다른 모습이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곧잘 슈퍼플레이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코르키로 비교해보면, '페이커'는 kt 롤스터와 1라운드 대결에서 그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kt 롤스터가 킬 스코어와 글로벌 골드 등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 두 팀은 바론을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한 명이라도 없을 시 순간 이동 합류로 kt 롤스터가 교전을 열 수도 있었다. 그런데, '페이커'의 코르키는 대치 상황에서 교전을 대비하지 않았다. 순간 이동도 없는 코르키가 홀로 내려와 '스멥' 송경호의 럼블을 끊어낸 것이다. 반대로 럼블은 순간 이동을 들고 귀환하고 있는 타이밍이었기에 조금만 늦었으면 일방적인 합류로 kt 롤스터가 승리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페이커'의 코르키는 칼같이 선공을 펼쳤고 한 번에 경기 흐름을 뒤집어 버린 것. 단순한 솔로 킬을 넘어 운영적으로 판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었다.

kt 롤스터와 2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SKT T1이 불리하게 출발한 가운데, '페이커'를 비롯한 딜러진의 활약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SKT T1을 상대하는 팀들은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도 언제 '페이커'가 활약할지 모르기에 방심할 수 없다. 최근에도 한타 때 급작스럽게 등장해 상대의 뒷덜미를 잡는 '독사' 카시오페아로 선보이기도 했다.

'페이커'의 화려한 슈퍼 플레이 뒤에는 아쉬운 장면도 많았다. MSI 조별리그에서 WE의 필살 카드 미드 루시안에 안정감의 대명사 같았던 '페이커'의 오리아나가 무너졌던 경기는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정규 스플릿 마지막 경기에서 비슷한 장면이 또 나왔다. '템트' 강명구가 루시안으로 쉴 새 없이 솔로 킬을 내며 '페이커'의 오리아나가 성장할 틈 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팀이 승리했고 '페이커'의 오리아나는 섬머 스플릿 전승을 유지했지만, 개인 플레이로 보면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경기임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리프트 라이벌스 이후로 무리하게 상대의 칼날부리 사냥을 방해하다가 점멸이 빠지고 시작하는 장면 역시 '페이커' 이상혁의 기복을 잘 보여준다.

▲ 기복은 있어도 스프링 스플릿, 롤드컵 우승은 놓치지 않은 '페이커'


이번 섬머 스플릿 행보로만 보면 두 선수의 승부는 크게 두 가지 가짓수로 나눠볼 수 있다. 무리하는 '페이커'를 안정적으로 받아치는 '쿠로', 무난한 흐름 속 슈퍼 플레이로 승리를 이끄는 '페이커'. 포스트 시즌인 만큼 두 선수가 그 이상의 플레이를 선보일 것이다.

그동안 최정상에서 만났던 두 선수는 이제 함께 서지 못하게 됐다. 한 명은 5위로 리그를 마감해야 하고 다른 한 명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두 미드 라이너의 자존심이 달린 매치인 만큼 나중을 염두에 두고 카드를 아끼진 않을 것이다. 압도적 승리를 위해 그들이 보여줄 플레이가 어떨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