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참가하는 LCK팀들의 식스맨이 모두 정해졌다. 섬머 시즌 우승팀인 롱주는 사실상 5인 체재를 구축해왔기에 누구를 데려가든 상관 없는 상황에서 '라스칼' 김광희, 삼성은 이번 시즌 삼성 내 식스맨 중 기여도 부분에서 '스티치' 이승주나 '레이스' 권지민보다 앞서는 '하루' 강민승, 그리고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SKT T1은 결국 '블랭크' 강선구를 선택했다.

올해부터는 라이엇 규정이 변경되어 '긴급 상황 시 참가할 7번째 선수'를 등록할 수 있다고 한다. 7번째 선수는 '주전선수가 앞으로 롤드컵에서 뛸 수 없는 천재지변 또는 긴급상황' 이 일어났을 경우에 한해서 교체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한국팀에 해당하지 않는다. 7번째 선수를 등록할 수 있는 팀은 자국 선수 3인 + 용병 3인으로 구성된 팀들인데, 경기에 용병 선수가 3명 이상 플레이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규정이다.

결국, SKT T1은 '후니' 허승훈, '피넛' 한왕호, '페이커' 이상혁,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블랭크' 강선구, 6인의 로스터로 2017 롤드컵 우승 사냥에 나선다.

■ 나는 SKT T1의 탑솔러다




지난 5월, SKT T1은 '프로핏' 김준형을 떠나보내고, CJ 엔투스를 떠난 뒤 솔로 랭크에서 묵묵하게 연습 중이던 '운타라' 박의진을 영입했다. 박의진은 솔로 랭크에서 10위권 안에 자신의 아이디를 2~3개 올려놓으며 존재감을 나타냈고, 그는 준비된 선수였다.

'운타라' 박의진이 SKT T1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LCK에서 챌린저스로 강등된 팀의 탑솔러였다는 게 의아할 정도였다. 지난 6월 10일 에버8 위너스를 상대로 첫 출전해 무려 13연승을 기록했다. 이후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 삼성 갤럭시, kt 롤스터와 포스트 시즌에서도 모든 경기에 출전해 팀 승리에 공헌했다.

비록 롱주 게이밍과 결승에서는 2패를 기록하며 3세트부터 '후니' 허승훈과 교체됐지만, SKT T1이 결승까지 올 수 있게끔 이바지한 공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며, SKT T1은 결승에 오른 덕분에 롤드컵 직행 티켓도 얻었다. 그는 주전 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출전하는 후보 선수가 아니라 당당한 SKT T1의 탑솔러다.

■ SKT T1의 롤드컵 진출 티켓, 6인 만의 작품은 아냐




고뇌에 빠졌을 것이다. SKT T1은 그 어떤 팀들보다 식스맨이라는 포지션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해 온 팀이기 때문에. 팀 입장에서 '블랭크' 강선구든, '운타라' 박의진이든 어떤 선수를 선택했더라도 함께 하지 못하는 선수에 대한 아쉬움은 상당했을 테다.

'운타라' 박의진이 롤드컵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보여준 경기력과 성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SKT T1은 '운타라' 박의진 없어도 이번 롤드컵에 진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박의진이 이번 시즌에 보여준 13연승, 와일드카드전, 플레이오프 1, 2라운드 승리가 있었기 때문에 롤드컵에 진출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SKT T1은 선수 교체 즉, 식스맨의 활용을 적재적소에 가장 이상적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그리고 SKT T1은 롤드컵에서 하나의 카드를 잃어버린 채 임해야 한다. 이번 롤드컵에서 우리가 지켜봐 온 완전체 SKT T1은 없을거다. 그만큼 '운타라' 박의진이 이번 시즌에 기여한 공은 크다. SKT T1의 롤드컵 진출 티켓은 6인이 아닌 '운타라' 박의진과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전리품이다.

어쨌든 '운타라' 박의진은 6인 로스터 제한이라는 룰에 막혀 꿈의 무대인 롤드컵에 참가하지 못한다.

물론, 룰은 절대적인 것이기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그렇지 못하다. SKT T1처럼 두 명 이상의 선수가 주전, 식스맨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골고루 잘하는 팀이 없기 때문일까.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조금의 융통성을 발휘해 롤드컵 로스터를 6인 이상 8이하 등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앞으로도 6인 로스터 제한이라는 룰이 바뀌지 않는 이상 롤드컵에서 LCK의 SKT T1처럼 두 포지션 이상 고른 활약을 보이며 다양한 용병술을 시도하는 팀은 볼 수 없다.

■ 힘내라 운타라! 포기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길




2017 롤드컵에 진출하는 팀들의 로스터가 공개되자 '운타라' 박의진의 팬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아쉬워하고 있을 사람은 박의진 본인일 것이다. 모든 LoL 프로게이머들의 목표, 꿈의 무대인 롤드컵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억울할 수도 있고, 팀의 선택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어서 훌훌 털어버리길 바란다. '운타라' 박의진은 이적하자마자 바로 섬머 시즌 정규 경기에 투입되어 자신의 몫 그 이상을 해줬다.

강등 되어버린 팀에서 세계 최고의 팀으로 이적해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을 법하지만, 정말 잘해줬다. 특히 안정적인 탱커 챔피언을 잘 다루던 '운타라'는 화려한 SKT T1의 딜러진을 잘 받쳐줬다. 다시 한번 섬머 시즌 내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 '운타라' 박의진에 수고의 박수를 보내며 여기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운타라' 박의진의 행보는 SKT T1에 계속 남을 수도, 다른 팀으로 떠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팬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고, 더욱 발전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며 2018 롤드컵 본선 무대에 서는 '운타라'를 기대해 본다.



이미지 : 남기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