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18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 코리아(이하 HGC KR) 페이즈1의 전반기 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 템페스트의 파란으로 시작된 이번 시즌은 기존 3강 구도는 물론이고 중위권으로 도약한 블라썸과 미라클을 비롯하여 오픈 디비전에서 승격한 3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번 시즌 처음으로 프로 리그에 합류한 신예 팀들의 활약은 한 편의 성장소설 같았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시점이지만, 블라썸과 이스턴 클래시 진출을 두고 아쉽게 5위에 머무른 Gluck(이하 글럭)과 템페스트와 발리스틱스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던 Feliz(이하 펠리즈), 특유의 공격적인 운영으로 많은 팬의 눈도장을 찍은 Team Ace(이하 에이스)까지 서로를 라이벌 삼아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리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에 인벤에서는 이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해당 인터뷰는 2월 23일(금) 5주차 경기 시작 전 진행되었습니다.


▲ 왼쪽부터 'Gluck Overlord' 이진영, 'Ace HERO' 이정석, 'Feliz Ojae' 오재영



Q. 안녕하세요. 먼저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Overlord' 이진영 : 안녕하세요. 글럭에서 올라운더를 맡고 있는 오버로드 이진영이라고 합니다.

'Ojae' 오재영 : 안녕하세요. 펠리즈의 주장이자 메인 탱커 포지션을 맡고 있는 오재 오재영입니다.

'HERO' 이정석 : 안녕하세요. 에이스에서 올라운더를 맡고 있는 히어로 이정석입니다.


Q. 세 분 모두 지난 시즌까지 오픈 디비전에서 활동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Ojae' 오재영 : 작년엔 오픈 디비전을 준비하면서 옵저버나 다른 게임 심판 아르바이트도 하고 생활비를 벌면서 연습하느라 바쁘게 지냈어요. 정말 잠을 쪼개가면서 일과 연습을 병행했죠. 이제는 프로 리그로 올라와서 다른 것을 내려놓고 대회에 집중하고 있어요.

'Overlord' 이진영 : 전 프로 리그와 오픈 디비전 사이를 오가면서 수입이 좀 들쭉날쭉했죠. 인천으로 상경해서 살다 보니 잔액이 20만 원이 될 정도로 좀 궁핍하기도 했구요.

'HERO' 이정석 : 오픈 디비전을 거쳐서 승강전을 하고 이겼을 땐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막상 이기고 나니 1부 일정이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어요. 그냥 오픈 디비전 시절처럼 연습만 하고 지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오픈 디비전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의견이 갈렸는데, 미라클 팀의 'H82' 정우형이 조언도 많이 해주고 응원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Q. 2018 HGC KR 페이즈1 전반기를 마무리 한 기분은 어떠신가요?

'Ojae' 오재영 : 몇 등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위권으로 마무리해서 좀 아쉬워요. 그래도 강팀들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도 따내고 경험도 많이 쌓아서 후반기에는 중하위권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휴식기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Overlord' 이진영 : 초반부터 템페스트나 KSV 블랙을 만나면서 중위권 팀 중에서 저희가 강팀들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를 하나도 따지 못했네요. 아무래도 저희가 후반으로 갈수록 한두 번씩 잘리면서 굴러가는 스노우볼을 막지 못했는데, 이 점을 보완한다면 강팀들을 상대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HERO' 이정석 : 대진운은 괜찮았어요. 블라썸을 상대로 한 세트 따내면서 가능성도 봤구요. 다만, 글럭전은 좀 아쉽게 됐죠. 이제 펠리즈를 상대로 7/8위전이 남았는데, 이 경기라도 이겨서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시즌에는 더 잘하고 싶어요.


▲ Gluck의 올라운더 'Overlord' 이진영


Q. 글럭의 경우, 한 순위 차이로 이스턴 클래시를 놓쳤는데, 가장 아쉬웠던 경기나 시기가 있었다면?

'Overlord' 이진영 :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이 저희 팀의 약점 같아요. 일단은 하늘 사원에서의 2%가 가장 먼저 기억나네요. 저희가 이길 수 있다는 상황에 너무 흥분해버려서 플레이가 갈렸죠. 그 판을 지고 다음 경기도 허무하게 져버렸거든요. 두 번째로는 KSV 블랙과 저주받은 골짜기도 아쉬워요. 레벨이 하나 앞서다 보니 이길 수 있다고 자만하다 확 밀려버려서 이후엔 뒤집질 못했어요.


Q. 첫 시즌부터 기존 중위권 팀들과 비등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한데요?

'Overlord' 이진영 : 일단 가장 큰 건 개인의 연습량이죠. 모든 걸 내려놓고 개인 시간이랄 것 없이 연습과 스크림에 매진했던 것이 비결 같아요. 특히, 주장인 'Relic' 유호석이 자신의 연습량을 바탕으로 현 메타에서 가장 어울리는 밴픽 전략을 구상하고 오더를 잘해요.


Q. 펠리즈는 템페스트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을 만큼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유독 승리를 챙기지 못한 팀입니다. 관련하여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Ojae' 오재영 : 대진 자체가 좀 힘들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 경기는 GL에게 3:2로 진 개막전이죠. 이후에 KSV 블랙, 템페스트, 블라썸으로 이어진 대진이 아쉬웠어요. 그러면서 이기는 법을 까먹은 것 같아요. 세트 스코어를 따내는 것에서 만족하지 말고 경기를 확실히 승리할 수 있도록 매듭짓는 법을 다시 기억해내는 것. 이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전반기 마지막 경인 에이스와의 대결이 중요하다고 봐요. 어떤 팀이 승리하던 간에 이기는 법을 알아나간다는 의미가 클 것 같아요.


▲ Feliz의 주장이자 메인 탱커 'Ojae' 오재영


Q. 에이스는 포지션 변경이 많았던 팀인데, 이제는 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시나요?

'HERO' 이정석 : 오더 부분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탱커 포지션인 선수가 오더를 보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해서 'Rush' 남태영이 탱커로 포지션을 옮겼다가 교전이 힘들어져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죠. 팬분들의 말처럼 저희 팀 컬러가 강력한 딜러진이라고 생각하고, 밴픽만 잘한다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교전은 자신 있으니까요.


Q. 조금은 이른 감이 있지만, 각 팀의 최종 성적은 어디까지가 목표인지 궁금합니다.

'Overlord' 이진영 : 전반기는 5위로 마감했고, 후반기에는 순위와 상관없이 블라썸을 이기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강팀들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도 추가하고 싶구요.

'Ojae' 오재영 : 일단 저희는 위로 올라가는 것은 잘 모르겠고, 강등권만 벗어나고 싶어요.

'HERO' 이정석 : 저희도 욕심 안내고 6위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Q. 그렇다면, 전반기 마지막 주차에서 7/8위 결정전을 치를 두 팀에게 한마디 들어보고 싶습니다.

'Ojae' 오재영 : 경기장에서 승리해보고 싶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전반기에 꼭 이겨보고 싶으니까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HERO' 이정석 : 한 세트라도 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 영웅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져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 Ojae 선수의 눈빛 공격(?)에 다소 약한 멘트로 답한 Team Ace의 막내 HERO


Q. 팀마다 롤모델로 생각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Ojae' 오재영 : 저희는 템페스트처럼 되고 싶어요. 이번 시즌에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지만, 항상 모든 팀을 다 이기고 1등을 자주 하는 팀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꾸준한 연습과 연습량과 리빌딩을 통해 계속 성장하고 있는 팀이죠. 저희도 그렇게 성장하는 팀이 되고 싶어요.

'HERO' 이정석 : 길 잃은 다섯 선수가 모였던 초기 L5가 닮고 싶은 팀이에요. 저희 팀도 2부에서 길 잃은 인원이 모여 오픈 디비전을 뚫고 승격했는데, 파워 리그부터 시작해서 우승을 차지한 L5처럼 저희도 점점 올라가고 싶어요.

'Overlord' 이진영 : 개인적으로 발리스틱스의 'SDE' 김현태 선수요. 실력도 실력이고, 사람이 정말 좋아서 마이티 시절부터 많이 의지가 됐던 선수예요. 저도 다른 팀원들에게 의지가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Q. 최근 상위권에서 등장하는 영웅들이 다 비슷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Overlord' 이진영 : 전장이나 영웅은 꾸준히 나오는데, 변화가 적은 것 같아요. 극단적인 예시지만, 레이너는 유사 돌격병 취급을 받잖아요. 자주 등장하는 영웅 위주로 패치가 진행되다 보니 1~2 티어권의 20명을 제외하곤 잊힌 것 같구요. 핫픽스의 경우에도 다소 아쉽죠. 이러한 부분에 대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Ojae' 오재영 : 차라리 상향 패치로 화력전 위주로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선수 입장에서도 까다롭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또,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버그가 발견되면 빠르게 조치하되, 패치 자체는 조금 더 길게 보고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HERO' 이정석 : 1티어층이 고정되면서 그 영웅을 잘하는 선수가 있는 팀이 오래 가는 것 같아요. 비주류 영웅을 잘하는 사람은 항상 새로운 것을 연습해야 하구요. 아무래도 그런 영웅들이 잊혀지고 있다는 부분이 아쉽죠.


Q. 혹시, 이번 시즌 오픈 디비전에서 눈여겨볼 만한 팀이나 선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Overlord' 이진영 : Qwer팀과 Soya선수요. 작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봐선 의지가 있는 것 같고, 새로운 메타를 개척하거나 역발상이 신선했던 것 같아요.

'Ojae' 오재영 : 전 이번 회차 우승팀인 ACMola요. 작년부터 꾸준히 도전하던 팀이고, 포지션 변경도 잦은 팀이지만, 멤버가 바뀐 것도 아니고 팀의 결속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이제 우승도 경험한 만큼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 팀이에요

'HERO' 이정석 : Neiv팀이요. Crow라는 닉네임을 쓰는 선수가 있는데, 저랑 동갑이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상당히 가능성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 정하 동생에서 Team Ace의 일원으로! 'HERO' 이정석


Q. 각자에게 히어로즈란 어떤 의미일까요?

'Overlord' 이진영 : 전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베타키를 받고 시작한 게임이에요. 제가 몸담을 만한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첫 휴가 때 7등급까지 찍고 복귀했던 기억이 나네요. 닉네임이 스타크래프트의 오버로드인데, 그만큼 게임을 지켜보고 메타를 연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제대하고선 포시즌에서 잠시 활동하기도 했네요. 지금도 다른 게임보다 더 큰 애정을 가진 게임이고, 1부 리그까지 올라온 게임이죠.

'Ojae' 오재영 : 성인이 되고 야간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아침 일찍 들어와서 유일하게 즐기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게임이고, 거기서부터 프로란 희망을 갖게 해준 행운이랄까요? 히어로즈를 하면서 인간관계도 많이 늘었고, 게임도 재밌고, 이렇게 이어진 삶 자체가 재밌어요.

'HERO' 이정석 : 어릴 때부터 형을 따라 하던 게 많았어요. 히어로즈도 제가 한 1년 뒤에 따라 한 것 같아요. 형이 제라툴로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따라 하고 다른 것도 해보면서 실력도 늘었고요. 재미로 출전한 대회에서 떨어졌는데, 욕심이 생겨서 계속 도전했고 그러다 보니 프로로 만들어준 게임이죠.


Q. 재미있는 인터뷰 감사합니다. 끝으로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Overlord' 이진영 : 글럭팀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주세요. 저희 팀에서 블루비틀 선수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다른 팀원들도 참 재미있고 좋은 선수들입니다. 감사합니다.

'Ojae' 오재영 : 항상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사실, 최하위권 팀인데도 생각보다 좋게 봐주셔서 매번 감사드리고,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오픈 디비전 시절 옵저버 활동할 때부터 응원해주신 OGN 직원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HERO' 이정석 : 아직 연습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할 테니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