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와 SKT T1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시절부터 앙숙이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의 경쟁 구도가 e스포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건 현재 진행 중인 LoL e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SKT T1과 kt 롤스터의 싸움은 모두가 기대하는 매치업이고 항상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었다.

매번 SKT T1이 이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라이벌 구도'라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 슬슬 나올 때, kt 롤스터는 SKT T1을 '패패승승승'으로 잡아내면서 그 말을 쏙 들어가게 했다. 그 후로 또 kt 롤스터는 SKT T1이라는 벽 앞에 자꾸만 무릎을 꿇었다. 2018년이 오기 전까지는.

기존 멤버를 그대로 잡고 '러쉬' 이윤재와 '유칼' 손우현을 로스터에 포함시킨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에 kt 롤스터는 SKT T1을 두 번 다 잡았다. 1라운드에는 2:1로, 2라운드에는 2:0으로 승리했다. kt 롤스터의 코치진과 선수들은 크게 기뻐했고, '이번에는 다르다'를 연신 머릿 속에 떠올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이통사 라이벌 대결'이 열릴 예정이다. 2018 LCK 스프링 스플릿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정규 시즌 3위 kt 롤스터가 와일드카드전을 뚫고 올라온 SKT T1을 만난다.

SKT T1은 KSV와의 와일드카드전에서 장점도 여럿 보였지만, 단점도 많이 노출했다. 중요한 순간에서 보인 아찔한 실수들, 모호한 콜 플레이와 운영까지. 양 팀은 실수를 연발했고, 그런 와중에 조금 더 집중력을 살렸던 SKT T1이 승리하면서 플레이오프 1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또 한 번 SKT T1을 꺾으려 출동하는 kt 롤스터 입장에서는 호재다. 많이 보완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SKT T1의 경기력은 불안했다. 반대로 kt 롤스터는 2라운드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을 점점 가다듬었다. 그들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서는 모두가 활약하면서 2:0 완승을 거뒀고, 2세트에는 '퍼펙트 승리'까지 차지했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모습이었다.

▲ '스멥' 송경호, '유칼' 손우현, '데프트' 김혁규(좌측부터)

kt 롤스터는 오창종 감독대행이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것처럼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 운영의 무게추를 자주 옮겼다. '스멥' 송경호가 있는 탑 라인 중심으로, 혹은 '데프트' 김혁규와 '마타' 조세형의 봇 라인 중심의 운영을 선보이기도 했다. 매번 성공하진 못했지만, kt 롤스터는 정규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어느 쪽에 집중하더라도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스멥'과 '데프트'가 상황에 따라 꾸준히 활약했다.

여기에 '폰' 허원석을 대신해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는 미드 라이너 '유칼'이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팀에 잘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아지르와 스웨인 등 각 패치 버전에서 정석처럼 자리잡은 챔피언을 곧잘 다뤘고 슈퍼 플레이도 여러 번 해냈다. 중고 신인 '러쉬' 역시 LCK 데뷔전에서 세주아니와 리 신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처럼 현재 kt 롤스터는 모든 선수가 고른 활약을 보인다. 간혹 운영 부분에서 실수를 할 때가 있지만 그 횟수도 많이 줄었다. 예전처럼 콜이 갈려 누구는 싸우고 누구는 도망가는 장면도 드물어졌고, 안일하게 움직이다가 상대의 노림수가 끊기는 실수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kt 롤스터와 SKT T1의 이번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 같은지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kt 롤스터는 중요한 무대에서 대부분 SKT T1에게 패배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kt 롤스터는 SKT T1만 만나면 평소에 보여줬던 날카로움을 자꾸만 잊은 것처럼 행동했다. 안하던 실수를 반복하고 이상한 구도에서 자꾸만 싸우려 하는 등 'kt 롤스터 답지 않은' 경기력이 자주 나왔다. 그리고 그 실수들은 kt 롤스터의 발목을 스스로 묶어 라이벌 대결에서 쓰러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SKT T1이 다전제 대결을 거듭할수록 점점 강력해진 전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kt 롤스터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실제로 SKT T1은 이번 KSV와의 대결에서 세트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의 완성도를 꾸준히 끌어 올렸다. 1세트나 2세트에서 범했던 실수가 3세트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상대를 거의 일방적으로 압박했다. 그 이후로 준비 기간을 가진 SKT T1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는 한층 더 상승한 기량을 선보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kt 롤스터가 마지막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서 보여줬던 경기력과 SKT T1의 최근 KSV와의 와일드카드전 경기력만 단순 비교하면 kt 롤스터 쪽으로 승리의 여신이 웃어줄 것 같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 SKT T1만 만나면 이상하게 변했던 kt 롤스터가 자꾸만 떠오른다. 큰 무대에서 자꾸만 SKT T1의 승리를 보면서 눈물을 삼켰던 kt 롤스터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kt 롤스터가 평소 자신들의 모습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상대가 누구인지 생각하지 말고, 그들이 SKT T1에게 자꾸 패배했던 과거를 떠올리지 말고 눈앞의 경기와 준비했던 내용만 떠올리면 된다. 현재 객관적인 경기력 비교에서는 kt 롤스터가 앞선다. 그 우위를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SKT T1이라는 상대팀을 경계하는 만큼 본인들의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일정

kt 롤스터 vs SKT T1 - 오후 5시(서울 OGN e스타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