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팀들이 오버워치 리그 시즌2 스테이지2 PO의 자리를 채웠다. 왕년에 잘 나가던 강팀부터 현 최강으로 불리는 이들, 그리고 지난 시즌 40전 전패팀에 새 시즌 신생팀까지. 그 중에서 다시 한번 최강을 가릴 기회가 왔다.

현 스테이지2는 여전히 지난 결승 주자인 샌프란시스코 쇼크와 밴쿠버 타이탄즈가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두 팀의 재대결이 성사될 것인지, 그들을 넘어설 대이변의 주인공이 탄생할 것인지가 PO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두 팀은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한다. 시즌2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밴쿠버와 스테이지2 28세트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샌프란시스코의 승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상황이다.

반대로, 극적으로 7-8위로 합류한 항저우 스파크와 상하이 드래곤즈의 행보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오버워치 리그가 출범하고 처음으로 PO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팀의 PO 진출 자체가 처음인 만큼 많은 중국팬들의 기대가 실릴 것이다.

그 밖에도 스테이지1에서 고전하던 시즌1의 강호들이 다시 올라왔다. 지난 스테이지에서 기대만큼 활약하진 못했지만, 바로 자신들의 명성에 걸맞은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필라델피아 퓨전을 제외하고 시즌1 PO와 스테이지 타이틀 매치에 출전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듯이, 희망적인 이야기만 나올 수 없는 법이다. PO 진출을 앞둔 이들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결승서 다시 만날 기세의 두 최강
기록으로 말하는 샌프란시스코 쇼크-밴쿠버 타이탄즈


▲ 처치(킬)-공격(딜) 최상위 순위 장악한 두 팀(10분 평균치)
5월 6일 통계 기준

'어떤 팀이 잘하더라, 기량이 올랐다더라'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드는 두 팀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밴쿠버는 스테이지2에서 누구든 만나면 압살하는 경기로 그들의 기를 꺾어놓는 팀이었다. 밴쿠버는 오버워치 리그에서 패배를 몰랐고, 샌프란시스코는 심지어 스테이지2 세트 실점조차 용납하지 않는 팀이었다. 그렇게 더욱더 철저하게 자신들을 갈고 닦은 두 팀이기에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쉽게 떨어질 것 같지 않은 기세다.

이들의 기세는 연승 외에도 수많은 지표가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서민수'-'시나트라' 자리야와 '바이올렛' 젠야타 정도가 스테이지1에서 이름을 날렸다면, 이제는 더 많은 이름이 딜-처치 지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으며 그 기세를 증명하고 있을 정도다.

팀 합 역시 한층 더 발전한 느낌이다. 아군이 실수하거나 잘리는 빈 틈이 생기면, 다른 팀원이 이를 완벽히 채워주는 것. 상대 노림수를 완벽히 차단하는 플레이까지. 한 수를 두면, 바로 다음 수로 무엇을 두어야 할지를 게임마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같은 '33' 체제더라도 칼 같은 대처와 공격으로 긴장감이 떨어질 줄 모르는 경기력이다. 이렇게 빈틈 없는 모습을 보여왔기에 전승을 달린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두 팀이 새로운 메타에서 대응하는 방식은 달랐다. 여전히 3탱-3힐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두 팀이 스테이지2 동안 다른 스타일의 무기를 선택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라스칼'의 바티스트라는 '방패'를 들었고, 바티스트를 본 밴쿠버는 최고의 '칼'인 '학살' 겐지의 용검을 꺼내들었다. 두 선수 모두 '33'에서 주로 브리기테를 담당하지만, 무언가 변수를 만들고 게임을 주도하고 싶은 상황에 겐지-바티스트를 꺼내곤 했다. 꾸준히 갈고 닦은 그들의 무기는 두 팀을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

두 팀의 선택이 갈렸듯이, 이번 PO로 한 팀의 연승이 깨지게 된다. 대기록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스테이지2 최종 승자는 어떤 팀이 될 것인가.




시즌1 최강 런던-뉴욕 시즌2?
작년의 영광이 현재로 이어지려면...


새 시즌이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뉴욕-런던은 시즌2의 강력한 후보로 손꼽혔다. 뉴욕은 시즌1의 정규 시즌 성적 1위였고, 런던은 스테이지1과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을 기록했기에 더 그럴 것이다. 시즌1에서는 자신들이 제시한 경기력이 곧 메타일 정도로 강력한 팀들이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전성기 시절 무적의 기세를 발휘하진 못하고 있다. 최근 패배와 함께 전승은 기록이 무산되면서 아쉬운 점도 충분히 드러났다.

시즌1부터 정말 다양한 경험을 지닌 이들이 패배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팀은 상대가 꺼낸 변칙적인 플레이에 흔들렸다는 것이다. 뉴욕은 애틀란타 레인 전에서 바뀐 '33'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테이지1에서 뉴욕이 칼 같은 디바 자폭과 같은 궁극기 연계로 힘을 발휘했다면, 이제는 빠르게 궁극기를 활용하고 채우는 방식으로 난전을 벌이곤 한다.

그동안 처치-딜과 같은 개인 스탯으로 위기를 벗어났던 뉴욕이 애틀란타와 2연전에서는 이를 대처하지 못했다. 영웅과 궁극기가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전투를 여는 그들의 싸움 방식에 흔들리고 만 것이다. 궁극기를 활용하기 직전에 파고드는 애틀란타의 맹공에 체계적, 효율적이었던 뉴욕의 교전 방식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스테이지2 전승을 달리던 런던은 청두의 딜러 변수에 제대로 흔들렸다. 벽을 타고 다니는 '진무'의 파라에 휘둘렸고, 딜러로 맞상대한 '버드링-프로핏'이 이를 막지 못했다. 스테이지1부터 딜러 대전에 내공을 쌓아온 청두였기에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 줄 알았다. 반대로, 런던은 청두의 움직임에 휘둘리면서 연승행진의 막을 내려야 했다.

PO를 확정 지은 두 팀에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이다. 이미 뉴욕은 스테이지1 PO에서 다양한 딜러와 로스터로 변수를 주는 서울 다이너스티에 무너져본 경험이 있다. 긴장감이 넘치는 PO 무대에서 상대가 준비한 기습 전략은 그 위력이 배가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을 것이다.

런던과 뉴욕은 PO에 들어서기 전 자신들의 약점을 알 수 있는 패배의 쓴맛을 봤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더 높게 올라가면 역시 시즌1의 최강자라는 말이 붙을 것이고, 변수에 흔들려 또다시 무너진다면 시즌1에만 강한 팀으로 한동안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다시 PO로 돌아온 두 팀
시즌1서 못한 PO 승리를! LAG-댈러스 퓨얼


작년 스테이지4 PO권에 들었던 LA 글래디에이터즈(LAG)와 댈러스 퓨얼이 올해 스테이지2 PO에 다시 도전한다. 런던과 뉴욕만큼 화려한 경력은 아니지만, PO 진출해본 경험이 있는 팀들이다. 그리고 시즌2에서 재정비를 마친 뒤 이번 PO에 도전한다.

먼저, 지난 스테이지1에서 3승 4패를 거두며 PO에서 멀어졌던 LAG가 스테이지2에서 6승 1패로 PO를 확정지었다. 컨텐더스 KR 출신의 '디케이-로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스테이지2부터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스테이지1 후반부터 '디케이'가 투입되면서 LAG의 한국인 앞 라인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불안했던 자리야의 자리를 '디케이'가 채워줬고, 호흡 면에서도 의사소통 때문인지 '로어-보이드-디케이'의 완성도 높은 플레이가 나왔다. 이전에는 '로어' 계창훈의 무리한 플레이가 발목을 잡았다면, 콩두 시절부터 함께 한 '디케이'가 합류한 이후 점점 팀 플레이가 갖춰졌다.

LAG는 상대의 변수도 깔끔히 대처하면서 단단함을 더해가고 있다. 3탱-3힐, 솜브라 '33'으로 불리는 체제를 끝까지 밀고나갈 수 있는 상위권팀의 공통점은 바로 상대가 제시한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LA 역시 앞선 6전을 통해 이런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다. 딜러로 변수를 만드는 청두 헌터즈 전에서 '디케이'의 솜브라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멍'의 레킹볼과 '진무'의 파라를 해킹해 완벽히 봉쇄했다. 언제, 어떤 영웅을 해킹해야 할지 판 전반을 읽고 있는 선수가 '디케이'였다. '로어' 계창훈 역시 앞장서서 바티스트 수비 라인을 돌파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약 2주를 쉬고 오랜만에 경기해서일까. LAG의 스테이지2 마무리는 아쉬웠다. 보스턴 업라이징을 상대로 1패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이전 경기와 달리 '디케이-로어'의 실수가 눈에 들어왔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먼저 끊기는 장면이 나오면서 허무하게 패배하는 경기도 있었다. 뛰어난 개인 기량을 자랑하는 이들에게 흔들리기도 했다. 같은 역할군의 'RCK' 솜브라와 '퓨전스' 라인하르트의 슈퍼플레이에 변수가 생기면서 힘이 빠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아직 PO까지 시간이 남았다. LAG가 이전에 보여줬던 기세를 PO 진출한 강팀을 상대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그 감을 되찾는 게 남은 한 주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댈러스는 스테이지2에서 많은 우여곡절 끝에 PO에 합류한 팀이다. 기존 에이스 'RCK'가 보스턴으로 이적한 상황. 스테이지2에서도 'RCK'는 여전히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반대로, 댈러스는 스테이지2 초반 경기가 없어서 '노트' 영입의 이유를 증명할 수 없었다. 막상 경기를 펼쳐보니 'RCK' 솜브라의 빈자리를 'AKM'이 채우고, '노트'가 자리야-디바를 소화하면서 빈틈을 채워나갔다. 스테이지1까지 'RCK' 디바-솜브라의 캐리에 의존하는 경기가 많았다면, 이제는 팀적인 합으로 승부를 보기 시작했다. 'OGE-노트-AKM'의 3탱 라인을 완성하면서 조금씩 중심을 잡아갈 수 있었다.

불안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댈러스 홈스탠드 이전 경기에서 서울 다이너스티에게 0:4로 패배하고 말았다. 당시 서울 다이너스티 역시 연패 중이었기에 댈러스의 기량에 대한 우려도 나올 법했다. 불안함도 잠시. 홈 경기의 짜릿한 응원과 함께 연승을 달리며 PO를 확정지은 것이다.

이렇듯 댈러스는 스테이지2에서 굴곡이 심한 길을 걸어왔다. 경기력도 기복이 있었다. 승리에는 자신들보다 하위권팀과 맞붙는 대진 운도 따라줬다. 그리고 이제 PO부터 상위권 팀을 만나게 된다. 첫 상대인 뉴욕부터 올라갈 수록 더 강한 팀과 만나게 된다. 이제는 자신들의 운과 기복을 넘어서 실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시기다.

작년 스테이지4 PO에서 LAG와 댈러스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이미 PO의 쓰라린 패배를 경험해봤기에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른 각오와 철저한 준비로 무장해올 것이다.


PO 진출로 자존심 세운 중국팀
극적인 첫 PO 상하이-항저우 결과는?



이번 시즌2가 시즌1과 확연히 다른 점은 역시 중국팀의 선전이다. 시즌1만 하더라도 유일한 중국팀인 상하이 드래곤즈는 오버워치 리그를 넘어 e스포츠에서 40연패로 유명한 팀이었다. 시즌 전패를 기록하며 절망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면, 올해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중국 연고지의 두 팀이나 PO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변화를 결과로 증명했다. 시즌1에서 2까지 오는 동안 전원 중국인 로스터에서 한국인 로스터로 변화하면서 드디어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 경기 스타일 역시 마찬가지다. 다수의 딜러를 기용하는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승리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딜러로 유명했던 청두와 대결에서도 승리하면서 스테이지2를 대표하는 딜러 중심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동시에 '33' 중심의 메타에서 PO에 진출한 유일한 딜 중심의 팀이기도 하다. 확고한 스타일로 이뤄낸 결과이기에 상하이에게 이번 PO 진출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아쉬운 점은 PO 이후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5주 차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 패배한 샌프란시스코와 다시 PO 첫 경기에서 대결하게 됐다. 그동안 다른 팀에게 잘 통하던 '띵' 양진혁의 파라-솜브라 중심 조합이 막히고 말았다. 다른 팀원까지 둠피스트-트레이서 등을 들고 틈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결과는 0:4였다.

결과와 달리 경기 내용 자체는 추가 라운드로 향하는 팽팽한 접전이 많았다. 상하이 역시 '영진'의 둠피스트가 상대를 CC로 흔드는 사이 파라의 포화에 레킹볼 지뢰밭까지 더해 무자비한 폭격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바 있다. 실수가 있었던 '띵' 솜브라의 EMP 역시 제대로 들어갔을 때 경기를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이끌곤 했다. 남은 건 실수를 줄이고 PO까지 모든 걸 쏟아붙는 상하이의 강력한 한 방을 완성하는 것이다. 제대로 통했을 때 그 위력을 알 수 없는 공격을 말이다.


항저우는 상하이와 달리 전형적인 3탱-3힐로 임하는 팀이다. 이번 PO는 기존 강호들이 대거 올라온 가운데, 신생팀 중 PO에 오른 팀은 우승팀인 밴쿠버를 제외하고 항저우뿐이다. 8개의 신생팀 중에서 TOP2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함께 하는 항저우의 로스터 역시 신기하다. 중국 국가대표 시절부터 뚜렷한 인상을 남겼던 '구슈에'가 메인 탱커로 중심을 잡아주기 시작했고, 'iDK' 박호진의 루시우가 놀라운 플레이 메이킹으로 매주 베스트 플레이 영상에 등장하고 있다. PO 진출을 가릴 서울전 역시 'iDK' 루시우의 리알토 낙사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아쉬운 점은 다른 팀원들의 실수다. '리아'의 디바가 홀로 남겨져 터지는 장면, '갓스비' 자리야의 중력자탄이 허무하게 빠지는 장면은 어느덧 익숙해졌다. '구슈에-iDK' 슈퍼플레이로 이를 극복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런 실수들을 줄여야만, 항저우가 더 높은 것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스테이지2 PO는 극적인 승부 끝에 40 패의 상하이와 신생팀 항저우가 합류했다. 만약, PO마저 이변이 발생한다면, 그 주인공은 이 두 팀이 될 것이다. 극적인 것을 넘어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날지는 상하이-항저우의 향방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오버워치 리그 시즌2 스테이지2 플레이오프 일정

1일차 10일 오전 10시
1경기 상하이 드래곤즈 vs 샌프란시스코 쇼크
2경기 항저우 스파크 vs 런던 스핏파이어

2일차 11일 오전 10시
1경기 뉴욕 엑셀시어 vs LA 글래디에이터즈
2경기 댈러스 퓨얼 vs 밴쿠버 타이탄즈

3일차 12일 오전 4시 - 준결승전 2경기
4일차 13일 오전 2시 - 결승전

이미지 출처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영상 출처 : 오버워치 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