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9 롤챔스 섬머 시즌(이하 섬머)은 2019 롤드컵 진출권이라는 매력적인 티켓이 걸려 있는 무대인 만큼, 모든 팀들에겐 간절했을 시즌이었다.

지난 스프링 시즌엔 안타깝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 한화생명e스포츠. 그럼에도 6위라는 성적을 기록한 만큼 이번 섬머 시즌에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기대를 걸어볼 만 했다. 하지만, 결국 9위라는 성적으로 이제 승강전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번 롤챔스 결산 아홉 번째 주인공은 한화생명e스포츠다.


▲ 승강전까지 밀려나는 결말로 마무리된 한화생명e스포츠의 여름


지난 스프링 시즌에도 한화생명은 6위에 머물렀다. 매 시즌마다 한화생명은 유독 포스트 시즌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끗 차이로 포스트 시즌 진출권을 놓치길 반복했다. 전신인 락스 타이거즈부터 무려 5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의 좌절을 겪었고, 심지어 그중 3시즌은 연속 6위라는 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순위 하나 차이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기에, 언제나 차기 시즌은 더 많은 기대감을 갖을 수 있게 하는 팀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포스트 시즌 진출까지 노려볼 만 했기 때문이다.

섬머 시즌을 앞두고 발표된 한화생명의 로스터엔 변화가 없었다. 주전 명단엔 변동 사항이 없었고, 다른 선수의 영입 또한 없었다. 하지만, 1라운드 시작부터 한화생명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샌드박스 게이밍을 상대로 완패했는데, 스프링 시즌에 비해 나아진 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모두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 전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한화생명의 섬머 시즌 첫 경기


한화생명은 '프레이' 김종인 영입으로 새롭게 출발한 kt 롤스터를 2:0으로 잡아냈지만, 이후 내리 3연패를 기록하고 만다. 젠지 e스포츠를 제외하면, 모두 2:0으로 패배를 기록했다. 확실하게 달라진 경기력으로 돌아온 아프리카 프릭스는 단단함을 뚫어내지 못했고, 그리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젠지 e스포츠에게 패배하며 1승 4패 -5점으로 9위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진에어 그린윙스를 잡아내며 1승을 챙기는 데 성공했지만, 다시 연패를 기록하고 만다. 특히 더 아팠던 건 이후 진에어 그린윙스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6연패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 6연패로 꽤 오랫동안 연패 기간을 이어간 한화생명


다시 만난 진에어 그린윙스를 2:0으로 잡아내며 3승 고지에 오른 한화생명.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기엔 좋은 시기였다. 다음 상대는 젠지 e스포츠에 패하며 3승 10패 -13점으로 9위에 있는 kt 롤스터였기 때문이다. 승강전 탈출을 위해선 kt 롤스터를 잡아야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경기였다. 여기에 남은 경기가 굵직한 팀들과의 연전인 만큼 더 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t 롤스터에 2:0 완패하며 8위 싸움의 우위를 빼앗겼다. 서로 치고받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됐지만, 마지막 승자가 kt 롤스터였던 만큼 한화생명엔 뼈아픈 패배였다. 1라운드에선 2:0으로 완승을 거뒀던 상대인 만큼, 더욱더 아쉬웠다.


▲ 승강전 탈출을 위한 8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쪽은 kt 롤스터였다


앞으로 한화생명에게 남은 경기는 담원 게이밍, SKT T1, 아프리카 프릭스, 그리핀으로 굵직한 팀들만 남겨 둔 상황이었다. 냉정하게 봐도 9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생명이 따낼 수 있는 경기는 단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템트' 강명구의 각성과 함께, 그나마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내비치던 '보노' 김기범의 경기력이 폭발하며, 담원 게이밍을 2: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시원한 경기력으로 1위였던 담원 게이밍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한화생명. 이후 한화생명은 SKT T1을 잡아내며, 1위 팀들을 상대로 마치 '강팀 슬레이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후 아프리카 프릭스와 그리핀마저 잡아낸다면, 승강전 탈출은 물론, 회복한 경기력을 증명해낼 수 있는 기회였다.


▲ 압도적인 모습으로 2세트까지 가져가며 담원 게이밍을 잡아내는 한화생명


하지만 더이상의 이변은 없었다.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시원하게 1세트를 가져갔지만, 이후 유리하게 시작했던 2세트를 역전패하고 이어진 3세트에서도 패배를 기록했다. 여기에 서로 승강전 문턱에서 다투던 kt 롤스터가 킹존 드래곤X를 잡아냈고, 다시 8위 싸움에 우위를 빼았기게 됐다.

한화생명으로썬 마지막 상대인 그리핀을 꼭 잡아내야 했지만, 1세트는 퍼펙트게임으로 내줬고 이어진 2세트마저 패배를 기록하며 승강전을 확정 짓게 된다. 매번 아쉬웠던 6위, 이번엔 6이 뒤집혀 9가되었다. 이전엔 아쉽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아쉽게 승강전 진출에 성공(?)했다. 한화생명에겐 여러 가지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다.

한화생명은 시즌 막바지엔 담원 게이밍과 SKT T1을 잡아내며, '1위 시해자'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폭발력이 있는 팀이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장기인 허를 찌르는 과감한 플레이에는 '근거'가 기반이되기 시작했고, 기본기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지 못했기에 승강전이라는 무대까지 밀려났다.

이는 시즌 중에 자주 내비친 경기력의 기복이 가져온 결과다. 또한, 여전히 S급 선수의 부재가 다리를 잡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 스프링 시즌부터 플레이메이킹을 할 수 있는 S급 선수에 대한 문제는 지적되어 왔는데, 이번 시즌을 통해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

결국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한화생명은 이번 여름을 승강전 진출이라는 아쉬운 결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 생각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승강전에서의 생존일 것이다. 얻은 것보다 잃었던 게 많은 시즌을 보낸 만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