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러' 박재혁은 2016년 챌린저스 무대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했고, 같은 해에 삼성 갤럭시에 입단해 곧바로 롤드컵 무대를 밟았다.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듬해에는 끝내 소환사 컵까지 거머쥐었다. 정말 짧은 시간에 커다란 업적을 낳았다.

그런 선수가 프로 4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 생겼다. 바로 LCK 결승이다. 25일 종로 롤파크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2020 우리은행 리그 오브 레전드 스프링 스플릿 결승, '룰러'가 드디어 출격한다. 여태까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LCK 우승컵을 만나기 위해서.

주장 '룰러'는 젠지가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입단 이후 항상 팀 내 대미지 비율 수치에서 바텀 캐리 중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팀을 최후방에서 지탱했다. 팀은 '룰러'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으며, '룰러'는 롤드컵 우승과 준우승이라는 트로피로 보답했다. 힘들었던 2019년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도 '룰러'였다.

그러나 완벽한 리빌딩을 했다는 올해,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폼 저하다. '룰러'는 팀 내 대미지 비중이 30.8%로 5위를 기록했으며, 분당 대미지 또한 537로 5위였다. 라인전 수치도 뛰어나지 않았다. 경기 시간 10분 평균 골드 마진 +92로 '바이퍼' 박도현과 공동 4위였다. 경기 시간 10분 CS 격차는 더 좋지 않은데, -2.8로 최하위권이었다.


물론 미드-정글 중심으로 게임 스타일을 변경한 2020 젠지에서 '룰러'의 희생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룰러'의 개인 기록들은 대체로 상위권이 아니었을 뿐이다. 객관적으로는 나쁜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대미지 측면에서는 퍼스트 팀을 수상한 '테디' 박진성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문제는 중요 경기와 상황이었다. '룰러'는 이번 시즌 평균 1.2 데스만을 당하며, 수치 상으로는 모든 주전 바텀 캐리 중에 최고의 안정감을 보여줬다. 이는 '테디' 박진성보다도 나은 수치다. 하지만 팬들은 '룰러'가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중요 경기와 후반 상황에서 허무하게 데스를 내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팬들은 T1의 후반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룰러'를 보유한 젠지는 누구보다 '후반'으로 이야기되는 팀이었다. 결승은 '룰러'의 구겨진 자존심을 펴기 위한 최고의 무대다. 첫 우승컵과 파이널 MVP는 그의 모든 갈증을 한 번에 씻어 내려줄 수 있다. 같은 해에 프로 생활을 시작한 라이벌 '테디'를 꺾겠다는 동기 부여까지 가득 차 있지 않을까.


■ 2020 우리은행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 결승 일정

젠지 e스포츠 vs T1 - 25일 오후 다섯 시 5전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