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는 팀이다. 노련한 팀원들로 구성된 만큼 팀이 어려운 시기에 의외의 힘을 발휘하곤 했다. 스프링에선 5연패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좌절하는가 싶더니 5연승과 함께 기회를 만들어갔다. 2R부터 발휘한 후반 뒷심이 만들어낸 결과로 당시 스프링 정규 스플릿 1위였던 젠지에게도 세트 승리를 따낸 경험도 있었다.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소환' 김준영의 제이스 캐리로 많은 이들이 놀란 경기였다.

섬머 스플릿의 저력은 주전 서포터인 '투신' 박종익이 건강상의 이유로 결장했을 때 나왔다. 박종익의 빈자리를 팀원들이 서포터를 연습해 채우기로 했고, 탑 라이너 '스맵' 송경호가 마오카이로 제 역할을 해냈다. 놀라운 건 '스맵'이 처음 서포터로 출전해 승리한 상대가 현 단독 1위인 DRX였다는 점이다. 봇이 주 라인이 아닌 만큼 라인전에서 고생했지만, 한타나 운영 단계에서 판을 뒤집으며 값진 승리를 거뒀다. 노련한 KT 팀원들이 합심해서 만든 놀라운 결과였다.

그리고 몇 주 후 다시 '투신'이 돌아온 상태로 DRX와 맞붙게 됐다. '투신'은 복귀 후 첫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다음 경기 샌드박스전에서 POG에 선정되면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나아가, 자신이 주전으로 출전해 DRX를 상대로 승리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DRX의 기세는 1R KT전에서 잠시 주춤했을 뿐, 여전히 막강하다. 미드-봇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고 정글까지 캐리하는 그림이 나오면서 다시 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지난 1R KT전에서 아쉬웠던 밴픽을 인정하고 좋은 경험으로 삼아 다시 전진하고 있다. 위기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승리로 향하는 법을 깨달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객관적인 지표나 순위에 따르면 DRX의 승리를 예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KT는 이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DRX를 꺾은 경험이 있는 팀이다. 자신감이 붙을 만한 경험을 해본 팀이다. 포스트 시즌 진출권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순위를 올리기 위해 남은 건 1R에서 DRX를 넘은 KT의 저력이다. 이번 DRX와 2R 대결이 KT만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볼 만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20 우리은행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6일 차 일정

1경기 KT 롤스터 vs DRX - 오후 5시
2경기 젠지 e스포츠 vs 팀 다이나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