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팀명 변경 전에 진행되었습니다(현재는 리브 샌드박스).

팬이 어떠한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데 있어 그 기준은 특정 선수가 될 수도 혹은 그 팀 자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본인 마음의 기울기가 어떠한들 한 팀을 응원하기로 작정한 이상, 팀과 그 소속 선수 모두를 응원하고 아끼는 마음은 적지 않겠죠. 오랜 시간 봐왔던 선수라면 더더욱이요.

SKT T1의 연습생으로 시작해 4년간 T1의 서포터로 활동한 '에포트' 이상호가 최근 샌드박스 게이밍으로의 이적을 알렸습니다. 스포츠 선수라면 이적은 으레 흔한 일이지만 팬들은 아직 아쉽고 낯설다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며칠 전 샌드박스 연습실에서 만난 '에포트' 이상호 선수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그저 지난 팀에서 본인의 실수가 생각나서 아쉬울 뿐, 선수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새 팀에서의 생활은 어떨까요? 스크림이 끝나고 휴식 시간에 잠시 '에포트' 선수를 만나 현재 기분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Q. 롤드컵 선발전 이후 오랜 휴식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롤드컵 선발전이 끝나고 휴가를 길게 받았어요. 방송 일정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거의 다 휴가였거든요. 몸과 마음을 편하게 지내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밖으로 돌아다니진 않았고요. 잠깐 친구들 얼굴 정도 봤습니다.


Q. 최근 오래 머물던 팀을 떠나게 됐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거 같아요.

솔직히 떠난다고 생각은 안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웃음). 마무리는 잘했고요. 지금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연습 초반 단계지만 앞으로의 날들이 많이 기대돼요.


Q. T1에서 지난 시간 동안 배운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어느 팀에 머물든 선수들이 게임적으로 배우는 건 당연한 거 같고요. 게임 외적으로는 T1에서 인성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저 스스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원래도 솔로 랭크에서 딱히 채팅을 치진 않았지만 감독님의 주문을 받아서 인성적으로 잘 행동하려고 노력했었어요.


Q. 스스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제가 잘했으면 됐던 순간들이요. 그랬다면 팀의 성적이 더 좋아졌을 텐데. 나만 조금 더 잘했더라면... 아직도 혼자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나서 아쉬워요. 특히 지난 롤드컵이요.



Q. 어쨌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여러 팀에서 제안이 왔을 텐데 샌드박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감사하게도 여러 팀에서 제안을 해주셨는데 고민을 하다가 샌드박스를 선택하게 됐어요.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샌드박스의 방향성이 저와 가장 잘 맞을 거 같았거든요. 저는 여전히 열정을 가지고 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싶어요. 계약을 앞두기 전 감독님께서 다 같이 멋진 팀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주셨던 게 특히 기억에 남네요.


Q. 샌드박스에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했나요?

현재 샌드박스 선수들은 경력이 그렇게 오래된 선수들이 많이 없는 상태예요. 오히려 제가 경력이 꽤 되는 편이죠. 게임단에서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해주셨어요. 이런 강점을 활용하면서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가 특히 저에게 잘 와닿아서 선택하게 된 거 같아요.


Q.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었나요?

생각이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현재 해외에 나가기는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고요.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서도 제가 아직 국내에서 좋은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정말 열심히 해서 스스로 증명해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Q. 아직 팀에 합류한 지는 얼마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분위기는 대충 어떤 거 같나요?

우선 이번 팀은 선수들 나이대가 다 비슷해요. 저랑 동갑인 친구들도 많고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인 거 같아요. 분위기도 감독, 코치님께서 잘 만들어주시고 계세요. 밝은 분위기에서 재밌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선수들과는 친해졌나요?

아직 모두와 친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웃음), 말도 다 놓고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제가 아예 모르는 사람과는 낯을 가리는데 생활하다 보면 사교성이 있는 편이거든요. T1 시절 함께 생활했던 '레오'가 있기도 하고요.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가웠어요.

평소에 샌드박스에 오기 전에도 다른 팀들 유튜브나 일상생활 보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봤었는데 선수들 다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실제로 보니까 더 밝고 재밌는 거 같아요. 분위기도 되게 좋고요.



Q. 김목경 감독님은 실제로 만나 뵈니 어떤가요?

저의 이적 얘기가 나오고부터 감독님을 뵈었는데, 실제로 굉장히 차분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되게 저랑 비슷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우승 경력도 있고 지금 함께 하는 친구들보다는 조금 오래 활동했다 보니 그런 강점들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Q. 샌드박스의 경우에는 현재 어떠한 연습 과정을 거치고 있나요?

다른 팀하고 비슷하게 솔로 랭크도 하고 스크림도 하고 여러 피드백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코치님이 굉장히 세세하게 짚어주세요. 그거를 잘 새기면서 계속 다음 게임을 해보려고 하고 있고요. 특히 '조커' 코치님이 서포터 출신이셔서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서포터 입장에서 잘 봐주셔서 좋은 거 같아요.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Q. 다 같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을 거 같은데요. 내년에 샌드박스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팀 게임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화면도 봐야 하는데 다른 곳의 상황도 봐야 하니까요. 일단 저희 팀은 소통 부분이 많이 발전해야 할 거 같아요. 선수들이 개개인 피지컬은 되게 좋아서요. 그걸 잘 활용하고 발전하면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 같아요.


Q. 함께 해보고 특히 더 잘한다고 생각한 선수가 있나요?

'페이트' 선수가 원래도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냥 겉에서는 봤을 때보다 함께 게임해보니 알 수 있는 좋은 점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특히 미드라서 그런지 콜도 좋고 상황 판단력도 좋아요. 게임의 중심이 되는 느낌이에요.



Q. 이번 프리 시즌 대격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이템이 바뀌어서 빌드가 많이 갈리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헷갈려서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도 서포터의 경우에는 빌드가 정형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영향이 크진 않은데 다른 라인이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아요.


Q. 이러한 점들이 LCK에 영향을 미칠까요?

이번 프리시즌 패치가 챔피언이 아닌 아이템 중심의 패치라고 생각을 해서요. 아이템에 따라 챔피언이 나오는 게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템으로 인해 챔피언 등장에 영향을 많이 받을 거 같아요.


Q. 그럼 마지막으로 샌드박스에서 각오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저는 누군가에게 잘하는 선수로 인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잘해서 LCK에서 우승을 했을 때 정말 행복했거든요. 롤드컵을 우승하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그 기분을 한번 느껴보고 싶어요. 많은 고민을 해서 샌드박스에 들어온 만큼 성적을 잘 내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내년에 롤드컵에 꼭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선수로서 저의 가치를 증명하고, 팀을 빛내고 싶습니다. 그게 저의 내년 각오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