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LCK 서머 1R 후반부터 최근까지 젠지 e스포츠가 거둔 성적이 심상치 않다.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팀을 상대한 경기에서 전패 중이기에 그렇다. PO에서 살아남을 만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기에 가장 아쉬운 성적을 냈다. 한 주가 지나고 당장 PO를 앞둔 상황에서 젠지 e스포츠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었다.

특정 약점이 드러났다면, 해당 부분만 해결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젠지 지금 겪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경기에서 나오는 약점부터 최신 메타에 적응하는 것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접으로 엉킨 듯하다.

■ 2021 LCK 서머 PO 진출팀 상대 연패 중인 젠지 e스포츠

1R 7전 7승 후 젠지 전적
젠지 e스포츠 0 vs 2 담원 기아
젠지 e스포츠 0 vs 2 T1
젠지 e스포츠 2 vs 0 DRX
젠지 e스포츠 2 vs 1 한화생명e스포츠
젠지 e스포츠 1 vs 2 리브 샌드박스
젠지 e스포츠 1 vs 2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 2 vs 0 kt 롤스터
젠지 e스포츠 1 vs 2 T1
젠지 e스포츠 0 vs 2 담원 기아

운영


다른 PO 진출팀과 비교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은 운영이다. 최근 초반부를 잘 풀어가는 팀의 경기를 보면, 특정 라인을 구심점으로 삼고 스노우 볼을 굴려 상대와 격차를 벌린다. 주도적으로 다이브나 역갱킹을 노리는 매복을 설계해 자신들이 원하는 라인을 키워나가는 팀이 초반부를 장악한다. 후반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상황에서 합류해 한타를 열며, 사이드 운영과 인원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서머 초반처럼 단순히 '5:5 꽝 한타' 한 번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시기와 달라졌다. 초반 운영이 중요해진 시기가 찾아오자 젠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젠지는 한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담원 기아전 2세트에서도 보여줬듯이 '비디디' 곽보성의 아지르와 '라스칼' 김광희의 비에고가 여전히 한타에서 변수는 만들어낼 줄 안다. 하지만 이전에 많은 곳에서 점수를 잃으면서 해당 한타만으로 승리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이전 단계에서 오브젝트가 나오면 성과 없이 몰려다니는 움직임이 나왔고, 그 사이에 상대 팀과 격차가 벌어졌다. 오히려 상대의 매복 플레이 한 번으로 상대를 암살하는 플레이가 젠지의 한타 승리보다 더 큰 득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말로 한타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팀이라면 안정성까지 갖춰야 한다. 그런데 젠지는 핵심 딜러인 '룰러' 박재혁이 흔들리고 있다. 끝까지 살아남아 딜을 해도 이전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룰러'가 먼저 끊기는 순간, 한타로 극복해 보겠다는 젠지의 계획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비디디'의 슈퍼토스-철벽의 '라스칼'-'룰러' 엔딩. 어떻게 해서든 젠지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던 '만병통치약'과 같았던 이 주문이 서머 초반과 달리 불안해 보인다.


라인전


젠지는 특유의 운영이 나오려면, 라인전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강한 라인전은 젠지 초반 운영의 핵심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까지 젠지는 자신들이 원하는 라인을 밀어 넣고 깔끔하게 다이브를 성공시킬 만한 힘이 있었다. '클리드' 김태민의 볼리베어가 다른 팀보다 더 흥행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 있었다. 봇이든 탑이든 자신들이 선택해 '클리드-비디디'가 합류해 성과를 낼 수 있었기에 그렇다. 하지만 최근 젠지가 편하게 핑을 찍고 들어갈 만한 라인을 찾기 힘들어졌다. 라인전이 흔들리면서 이전까지 젠지가 해왔던 운영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제 '클리드'도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못하면서 굼뜬 모습이다.

라인전 구도는 챔피언 상성과 관련이 크다. 그리고 최근 젠지의 픽밴과 챔피언 폭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연승을 달릴 때만 하더라도 문제점은 없었으나, 최근 패치가 거듭할수록 새롭게 떠오른 챔피언 활용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 주도적인 설계는 상대가 먼저, 한 걸음 늦은 젠지 움직임


챔피언 폭-픽밴


가장 눈에 띄는 라인은 봇이다. 많은 서머 경기에서 '룰러-라이프'는 이즈리얼-레오나로 불리한 라인전 상성마저 극복했다. 하지만 봇 라인에 리메이크된 탐 켄치-트런들 서포터가 개입하고 직스를 넘어 신드라와 같은 AP 메이지 챔피언이 끼어들자, 젠지가 자랑하는 봇 라인전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봇에서 AP 메이지를 하지 않았던 '룰러'에게 직스 중심의 포킹 조합이 뜨는 현 메타 역시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원거리 딜러만으로 극복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담원 기아전에서 '룰러'는 라인전이 강한 바루스를 뽑았지만, 그에 맞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초반 딜 교환부터 담원 기아의 설계에 크게 밀리면서 봇에서 10분에 CS 격차가 30개 넘게 벌어지기도 했다. 포탑 주변으로 당기기만 하는 라인은 상대 다이브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담원 기아전은 세나-탐 켄치, 하이머딩거를 감당하지 못했던 지난 스프링 결승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

▲ 1-2세트 모두 초반 봇 다이브가 나온 담원 기아전

다른 라인 역시 항상 좋은 성과를 내주진 못한다. 픽밴 단계에서 신드라가 잘린 '비디디', 주력 카드였던 탑 리 신-녹턴이 너프를 받은 '라스칼'. 초반 운영 단계부터 힘을 실어줄 만한 그외의 카드가 떠오르지 않는다. 앞서 아지르-비에고를 언급했지만, 둘은 한타 변수가 중심인 챔피언이다. 주도적인 운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만한 챔피언은 아니다. 그래도 신예 탑 라이너 '버돌' 노태윤이 이렐리아로 강한 라인전부터 플레이메이킹까지 해냈지만, 이렐리아마저도 최근 젠지 경기에서 밴이 됐다. 그리고 등장한 오공 픽 역시 불리한 경기까지 뒤집을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2연패 카드가 됐다.

젠지가 챔피언과 상성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비디디'는 세트-루시안과 같은 미드 AD 챔피언을 쓸 때, AP 챔피언의 숙련도에 비해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비디디'의 플레이가 자리를 잡기 무섭게 세트는 LCK의 미드 라인에서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아쉽게도 젠지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정규 시즌 마지막 한 주가 지나면, 바로 PO로 돌입한다. 롤드컵 선발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짧은 시기에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 주간의 변화로 달라진 경기력이 나와야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주 당장의 변화를 확인해볼 만한 두 경기가 남았다. 첫 상대는 미드-정글 중심의 색깔이 분명한 프레딧 브리온이다. 브리온은 리브 샌드박스를 상대로 '라바-엄티' 중심의 초반 설계 만큼은 성공한 바 있다. 다음 상대는 현 LCK 정규 스플릿 공동 1위인 농심 레드포스다. 농심 레드포스는 '상체' 라인전은 약하지만, 중반부터 한타-운영 전환이 빠른 팀이다. 젠지가 초반-후반을 보완하기 위한 최적의 상대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을 넘어서 PO 이전까지 아쉬운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마지막 농심전까지 패배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한다면, 서머 2R에서 PO 진출팀에게 전패한 상태로 PO를 맞이하게 된다.


■ 2021 LCK 서머 정규 스플릿 남은 젠지 e스포츠 일정

젠지 e스포츠 vs 프레딧 브리온 - 13일 1경기
젠지 e스포츠 vs 농심 레드포스 - 15일 2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