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대회를 즐겨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레넥톤은 참 내적 친밀감이 높은 챔피언이다. 프로 씬에서 메타와 지역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몇 안 되는 챔피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라인전이 강력하고, 초중반 국지전에서의 존재감이 뛰어다는 불변의 장점 덕분에 거듭된 하향에도 불구하고 레넥톤은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11.18 패치에서는 강화 W의 기절 지속 시간이 1.5초에서 1초로 줄어드는 엄청난 하향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결승전만을 남겨둔 '2021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은 그런 너프가 적용된 11.19 패치 버전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레넥톤이 과연 등장할 수 있을 지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이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롤드컵에서 레넥톤의 입지는 이전만 못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까지 밴픽률은 13.2%에 그쳤고, 본선에서는 그보다는 조금 증가한 21%에 머물렀다. 4대 지역 리그(LCK, LPL, LEC, LCS)에서 2021 시즌 동안 밴픽률 7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62%(4대 리그 기준)에 육박하던 승률은 50%(롤드컵 플레이-인 및 본선)가 됐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레넥톤을 기용한 팀과 선수에 있다. 우선,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모건' 박기태와 갈락타사라이의 '크레이지' 김재희가 각각 1번씩, 피스의 '비지챠치'가 2번 기용했다. 본선으로 들어가보면, 레넥톤의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레넥톤을 가장 많이 사용한 건 젠지 e스포츠의 '라스칼' 김광희다. 그는 6번이나 레넥톤을 기용했고, 66.7%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그 다음은 '모건'이 4번, 100 씨브즈의 '썸데이' 김찬호와 DFM의 '에비'가 1번씩 꺼내들었다. 그 외의 팀은 레넥톤을 활용한 적이 없고, 밴도 단 4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결과를 종합해보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레넥톤은 대체로 상대적으로 체급이 밀리거나, 탑 라이너가 부진한 상황에 놓인 팀에서 '유리한 픽'이라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활용한 카드였다. 픽률이 상당히 높았던 그레이브즈, 케넨, 제이스는 레넥톤에 비해 더 정교하고, 피지컬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건 사실이다.

언제나 사랑만 받아왔던 레넥톤에게는 냉정하게 말해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결과론적일 수도 있겠지만, 레넥톤을 가장 자주 꺼내든 '라스칼'과 '모건'은 팀의 약점으로 지목되곤 했고, 챔피언 풀도 한정적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롤드컵 뿐만 아니라 솔로 랭크에서도 외면 받던 레넥톤은 11.22 패치를 통해 기절 시간이 하향 전인 1.5초로 복구됐다. 이 같은 변화가 프로씬에서의 레넥톤의 입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내년 정도가이 되어봐야 알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