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각오를 새로이 하는 정도의 작은 변화일 수도 있고, 출발선이 완전히 달라지는 큰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도브' 김재연 선수에게 2022년은 후자입니다. 아주 커다란 변화가 그를 기다리고 있죠. 2019년 LCK에 데뷔해 3년, 2부 리그에서 활동하던 시기까지 합하면 자그마치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드라이너로 뛰었던 그는 2022 시즌을 앞두고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했습니다. 동시에 친정 팀인 리브 샌드박스로 복귀했고요.

이러한 변화의 돌풍 속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연습에 매진 중인 '도브'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포지션을 바꾸고 친정 팀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고민과 현재 느끼고 있는 어려움, 그리고 바라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었죠. '도브' 선수와의 진솔한 인터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반갑습니다.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하고, 리브 샌드박스로 돌아온 '도브' 김재연입니다.


Q. 포지션 변경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예상을 못 했거든요.

다들 예상을 못하셨다고 하시는데, 사실 저도 예상 못했어요. 아주 이전으로 돌아가서 2020년부터 '조커' 조재읍 형이 종종 포지션 변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고민도 안 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조건이나 기회를 봤을 때,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서 결정했습니다.


Q. 진짜 탑라이너가 돼서 플레이를 해보니 어떤가요?

그러면 안되지만, 솔로 랭크를 한 지 2~3일 차 쯤에는 진짜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너무 빨리 들더라고요. 그래도 이미 선택한 길이고, 악으로 깡으로 해야 하잖아요. 멘탈 잡고 쭉 하니까 어느 정도 적응이 됐습니다. 근데, 또 솔로 랭크와 스크림은 달라요. 많은 고난을 겪었고,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Q. 탑과 미드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라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솔로 라인이긴 하지만, 성격이 좀 다르잖아요.

공통점이 생각보다 적어요. 말씀 하신 대로 솔로 라인이고, 챔피언 풀도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까 비슷할 거라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플레이하면 할수록 오히려 반대되는 부분이 더 많았어요. 오히려 공통점은 거의 없었고요. 라인 관리, 정글 활용, 팀적 움직임 등 거의 모든 게 달라요.

특히, 정글 턴을 쓰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팀 게임에서는 턴을 반드시 유용하게 써야 하는데,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세심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미드에 설 때는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에요. 막연하게 탑은 미드보다 이런 건 쉬울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사실 둘 중 어떤 라인이 난이도가 더 높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오랫 동안 미드에서 플레이를 해왔으니까 미드라이너로서의 플레이가 더 자연스럽고 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탑에 완벽히 적응하면 움직임이나 판단을 좀 더 쉽게 내릴 수 있을 거라고 봐요.


Q. 탑과 미드의 또다른 차이점은 챔피언 풀입니다. 겹치는 챔피언도 있지만, 분명 탑에서만 쓰이는 챔피언도 있어요. 숙련도 부분은 어떤가요?

미드에서 썼던 챔피언은 잘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아예 탑에서만 쓸 수 있는 챔피언만 연습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숙련도 차이가 있죠. 이전에 솔로 랭크에서 부포지션으로 탑을 많이 해봤지만, 그때도 하는 챔피언만 했으니까요. 그런 챔피언을 제외하고는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중입니다.


Q. 그렇다면 가장 난이도 높은 탑 챔피언은 어떤건가요?

굳이 하나 뽑자면 제이스요. 대회에서 픽률도 높고, 선픽으로도 기용될 정도로 좋고, 항상 꾸준히 베이스가 되는 챔피언이잖아요. 예전에는 미드에서도 많이 나와서 저도 다른 챔피언에 비해서는 숙련도가 좀 있어요. 근데, 이 챔피언이 완성도 난이도가 되게 높아요. 어느 정도까지는 오히려 난이도가 쉬운 편인데, 그 위로 올라가기가 굉장히 어려운거죠.



Q. 이제 주제를 좀 바꿔서, 1년 만에 친정 팀으로 복귀했습니다. 돌아와 보니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게임 외적으로 보면, 2020 시즌 때는 숙소랑 연습실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 연습실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굳이 비교를 하면 그때가 너무 좋았어서... 반대로 복지는 좋아졌다고 느껴요. 연습실에 항상 간식거리도 꽉꽉 차있고, 선수들을 위해서 여러 부분을 채워주려고 하시는 게 느껴져요.


Q. 사실 친정 팀이긴 하지만, 멤버들이 전부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전혀 새로운 팀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자주 들긴 해요. 그러다가도 피드백을 '조커' 형이 해줄 때, '아, 그래도 샌드박스구나' 싶어요. 같이 오래 하기도 했고, 그 형은 코치인데 오히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같은 느낌이에요(웃음).


Q. 복귀 과정은 어땠나요? 고민은 없었나요?

복귀를 고민할 당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봤어요. '샌드박스에서 도망쳤다가 딴데에서 안 될 것 같으니까 돌아온다고 보이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 팀에 내가 갈 수 있어도 가는 게 맞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어차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알 수 없는 거고, 이 팀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직접 들어서 알 수 있잖아요. 내가 아는 것에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복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Q. 3년 계약을 했어요.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는 은퇴까지 함께 가겠다는 의지로 느껴집니다.

3년 자체는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요. 회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흔쾌히 알겠다고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리브 샌드박스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많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3년 계약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3년까지 생각하고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제가 내년에 25살이 돼요. 25, 26, 27살 이렇게 3년을 채우면 제 기준으로 생각해 봤을 때,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원래 있었던 팀인 리브 샌드박스에서 은퇴를 하면,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마지막에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그림이 되게 좋더라고요.


Q. 들어보니 약간 낭만이 있네요(웃음). 팀원들이 나이가 굉장히 어린 축에 속해요. 맏형으로서 어떤가요?

kt 롤스터에서 있었을 때도 맏형이었는데, 지금과는 다른 게 그때는 같은 맏형 라인이 있었어요. 그리고 다들 나이 상관없이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고요. 여기는 형, 동생이 딱 나뉘어 있고, 동갑도 없어요. 가장 가까운 게 두 살 차이나는 '크로코' 김동범 선수랑 '엔비' 이명준 선수예요. 내가 나이가 많이 들긴 했구나 하고 실감이 나더라고요(웃음).


Q. 미드라이너 출신으로서 '도브' 선수가 보는 '클로저' 이주현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저랑 반대되는 부분이 확실히 있어요. 그 친구는 라인전부터 정말 세게 하거든요. 저는 강하게 할 때는 강하게 하고, 참아야 할 때는 참았는데, '클로저' 선수는 약간 소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을 때도 세게 해요.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걸 신기할 정도로 잘하는 선수예요. 단순하게 이야기를 하면 저는 안정적이었고, '클로저'는 공격적인 거죠.

솔직히 나이가 깡패잖아요. 개인적으로 20~21살이 가장 피지컬이 좋을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클로저' 선수가 내년에 20살이 되거든요. 피지컬이 더 오를 걸 생각하면 제가 더 무섭네요(웃음). 같은 팀이고, 라인도 다르지만, 상반된 모습을 보일 것 같아서요. 이렇게 어린 친구들이랑 있으니 자극을 많이 받고, 더 열심히 하게 돼요.



Q. 리브 샌드박스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적응'이라고 생각돼요. 신인 선수도 여럿 있고, '도브' 선수도 포지션 변경을 했다 보니까요.

생활적인 건 이미 다들 알아서 잘 한 것 같아요. 중요하긴 한데, 1순위는 아니라는 생각도 하고요. 저희는 프로게이머다보니까 인게임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순탄치 않아요. 그래도 우리 스스로도, 감독님과 코치님도 가능성을 계속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생각입니다.


Q.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나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이신가요?

우리가 원하는 방향성, 딱 그 방향성 대로만 하자는 마인드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 숙련도를 높이는 걸 추가해야 하고요. 다르게 생각할 건 없어요. 하던 대로 열심히 하는 거죠. 지금은 포지션 변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대회에 가면 저는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가 아니라 그냥 '탑라이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잖아요. 그거에 맞게 저도 잘 해야죠.


Q. 포지션 변경을 하면서 '도위안하오'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샤오후' 선수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어요.

제가 포지션을 변경하고 가장 먼저 한 게 '샤오후' 선수가 LPL에서 플레이 한 영상을 찾아보는 거였어요. 전부는 아니지만, 초반-중반-후반을 나눠서 이 선수가 어떤 식으로 나아졌는지를 보려고 했어요. 근데, '샤오후' 선수는 극초반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참고가 안 될 것 같아요.



Q. '샤오후' 선수를 보면, 탑에서 미드 AP 챔피언을 조커 카드로 쓰기도 하고 그랬잖아요. 기대해 봐도 될까요?

솔직히 많이는 못 쓸 것 같긴 하지만, 대회에서 한 번씩 깜짝 픽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해요. '샤오후' 선수처럼요. 포지션을 바꾸고 나서 팬분들처럼 저도 '샤오후' 선수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장 최근에 미드에서 탑으로 포지션 변경을 하기도 했고, 성공적으로 해낸 선수다 보니까요.


Q.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만큼, 프로게이머로서 목표나 가치관이 좀 변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올해 이루고 싶은 게 있을까요?

당연히 성적인데, 더불어 제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요. 안정적인 것 말고 저도 세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변화까지 생각하다 보니까 적응이 참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제가 잘해낼 거라고 믿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끝날 때는 탑라이너 탑3 안에 들고 싶어요. 이제 시작이라 욕심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올-프로 팀에 드는 걸 목표로 달려보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다음 시즌에 임하는 각오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팬분들께 기대를 해달라고 해야 할 지, 기대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해야 할 지 참 고민 되네요(웃음). 그래도 저는 잘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전자를 택해야 할 것 같아요. 포지션 변경에 대해 최대한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2022 시즌 리브 샌드박스 기대 많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