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e스포츠 전용경기장 구축은 ‘e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정부가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세금을 투자한 대표적인 국가 정책 중 하나로, 지난 2020년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어 부산과 광주, 대전에 경기장이 개관했다. 또한, 진주시에도 오는 11월 새롭게 경기장이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은 지방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들의 설립 목적에 대해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아마추어 대회 개최 및 지역 e스포츠 양성 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이양환 본부장은 e스포츠 전용 경기장에 대해 종합문화 플랫폼으로서 e스포츠 경기장을 운영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방에 지어진 e스포츠 경기장들은 한국e스포츠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밝힌 것처럼 지역 e스포츠 양성의 인프라로서 활용되고, 종합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고, 경기장 활용에 대한 실태를 취재해봤다.

인벤이 세 번째로 취재한 경기장은 대전 지역에 건립된 대한민국 세 번째 지방 e스포츠 경기장 대전 드림 아레나이다.


대한민국 세 번째 지방 e스포츠 경기장 대전 드림 아레나
504석 규모, 최장 공사기간, 총 106억 소요


▲ 대전 드림 아레나 입구

대전 드림 아레나는 2021년 9월 15일 공개됐다. 현재까지 운영되는 세 개의 e스포츠 경기장 중 가장 늦게 개관한 셈이다. 대전 드림 아레나는 지자체 e스포츠 경기장 중 공사기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건설 비용도 가장 많이 쓰였다고 한다. 지자체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정부가 제공한 국비 30억 원, 지자체 비용 30억 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대전시는 시비 46억 원을 더 들여 총 106억 원으로 경기장을 건설했다.

대전 드림 아레나의 입지는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장을 방문했을 당시 가장 눈에 띈 것은 대전시의 랜드마크인 한빛탑이었다. 대전 드림 아레나는 한빛탑 바로 왼 편에 위치해 경기장을 방문할 때, 엑스포 과학공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함께 볼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인 정부청사 역에서 버스로 13분 정도 걸리지만, 1993년 대전 엑스포가 열렸던 공원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감수할 만하다.

▲ 대전의 랜드마크 한빛탑, 사진 왼편에 위치한 대전 드림 아레나

▲ 주 경기장의 전경, 5:5 경기를 진행할 시 500명 수용이 가능하다

▲ 가변형 좌석을 치울 경우, 더 많은 PC를 배치할 수 있다

▲ 360도에서 경기 시청이 가능하고, 천정고(14m)도 높다.

대전 드림 아레나는 LoL 파크와 같은 콜로세움 형태의 원형 경기장으로 지어졌다. 좌석 수는 가변석 200석을 포함해 총 500석이다. 무대에 설치된 가변형 좌석을 없앨 경우에는 3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신, PC를 더 설치하여 배틀 로열 장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지자체 e스포츠 경기장 중 유일하게 배틀 로열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다만, 모든 배틀 로열 장르의 종목을 수용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배틀 로열 장르 중 가장 많은 인원 참가하는 배틀그라운드 종목은 최대 64대의 PC가 필요하다. 관계자는 가변형 좌석을 모두 없애면 최대 70대의 PC가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럴 경우, 공간이 협소해 다른 선수의 모니터가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여유 공간이 가장 많다는 점은 무대 연출의 자유도 측면에서 지자체 경기장 세 곳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만했다.

▲ 보조 경기장 전경

▲ 선수 대기실 네 곳이 설비되어 있다

▲ 공간이 넓어 상당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 DRX 소속 선수들의 유니폼과 장비가 전시되어 있다

2021년 9월 15일 개장 후, 7개월... 경기장은 얼마나 활용됐을까?
총 15회 행사 진행, 대회 운영은 9회

▲ Rize up 대전 e스포츠 챌린지 - 단합과 함성의 현장

대전 드림 아레나에서는 총 15회의 행사가 진행됐다. e스포츠 대회는 총 9회가 진행됐고, e스포츠 아카데미 교육이 2회 있었다. e스포츠 행사를 제외하고는 별도로 4회의 행사가 있었다. e스포츠 행사만을 따진다면, 지자체 경기장 중 가장 적게 활용됐다. 그러나 2021년 9월에 개관했고, 연초에는 행사가 열리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7개월간 선방했다고 평가할만하다.

배틀 로열 장르가 가능한 경기장 특성을 살린 행사도 개최된다. 게임사 님블 뉴런과 전략적 제휴를 마련해 이터널 리턴 종목의 대학생 e스포츠 대회가 3월에 열릴 예정이다. 지자체 e스포츠 경기장의 운영 목표는 아마추어 e스포츠 육성과 함께 e스포츠 종목 다양화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님블 뉴런에 따르면 이터널 리턴은 트위치 플랫폼에서 평균 시청자 수 6~7천 명, 최고 시청자 수 2만 5천 명을 기록하는 중이다. 대전 드림 아레나가 새롭게 떠오르는 e스포츠 종목 육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은 리브 샌드박스, 대전은 DRX?
부산에 이어 대전도 지역 연고를 한다면

▲ 경기장 입구, DRX 선수들을 찾아볼 수 있다

대전 드림 아레나에는 DRX 소속 선수들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경기장 입구에는 DRX 소속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선수들의 입간판이 있었고, DRX 소속 선수들의 유니폼과 장비 등도 전시되어 있다. 또한, 대전 드림 아레나에서는 지난 3월 24일 DRX와 연계한 LCK 뷰잉 파티가 열렸으며 올해 총 3회 더 개최할 예정이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이정근 단장은 대전 드림 아레나가 DRX와 자주 소통하고 있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 드림 아레나와 DRX의 관계는 아쉽게도 부산시와 리브 샌드박스처럼 지역 연고를 논의하는 수준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대전 드림 아레나와 DRX가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만큼 대전과 DRX가 지역 연고를 맺는 흥미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 비록 현재의 지역 연고가 매우 실용적이진 않지만, 지역 연고를 맺는 두 번째 게임단의 등장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이정근 단장은 대전 드림 아레나에 대해 대전시의 정책적 의지가 강한 사업이라고 전했다. 대전시는 경기장 건설에 지자체 비용을 더 추가하여 대전 경기장만의 특징을 살렸고, 종목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등 e스포츠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개관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대전 드림 아레나의 행보는 올해 2022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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